27.사회학 연구 (책소개)/1.사회학

도시에 대한 권리 (2024)

동방박사님 2024. 5. 3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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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앙리 르페브르 도시 이론, 도시다운 도시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

『도시에 대한 권리』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농촌학자이자 도시연구가이며 사회 다방면에 걸친 참여 사상가로 알려진 앙리 르페브르가 창시한 개념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프랑스 68혁명 당시 하나의 시위 구호로 사용될 만큼 당시 도시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그의 대표 저서가 2024년 국내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사회가 급속히 자본화하면서 대도시 주변 지역 부동산 개발과 대단위 집단 거주 단지 건축이 붐을 이루고, 도심에 대형 쇼핑센터와 위락 시설 건축이 하루가 다르게 도시 풍경을 바꿔놓던 당시 상황이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고대에서부터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도시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과거 도시들이 제공하던 사용 가치들이 산업화를 거치며 기능만을 중시한 교환가치로 변환되었으며, 이로 인해 도시가 피폐화하는 현상이 생겼다고 진단한다. 더 나아가 도시 현상을 극단적인 이성주의로 분석하는 파편화된 시각이 아니라 전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도시 철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가 주장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는 단순히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가 아니라 도시다운 도시에서 삶을 누릴 시민의 권리이며, 이는 새로운 인본주의적 도시 이론 선언에 가깝다. 1968년 프랑스 5월 학생 혁명을 전후해 쓰인 이 저서는 놀랍게도 현대 도시가 내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현재의 도시 정책들과도 맥을 같이한다.

목차

제3판 서문 - 앙리 르페브르 다시 읽기 7
머리말 33

제1장 산업화와 도시화 - 첫 번째 개요 35
제2장 철학과 도시 77
제3장 단편적인 과학과 도시 현실 93
제4장 도시의 철학과 도시계획의 이념 99
제5장 도시의 특수성 - 도시와 작품 105
제6장 연속성과 불연속성 113
제7장 현실의 수준과 분석의 수준 125
제8장 도시와 농촌 139
제9장 결정적 지점의 주변 145
제10장 도시 형태에 관해 165
제11장 스펙트럼 분석 177
제12장 도시에 대한 권리 191
제13장 관점인가, 전망인가? 217
제14장 철학의 실현 247
제15장 도시와 도회지와 도시계획에 관한 주장 251

옮긴이 말 - 도시적 삶에서 행복을 되찾기를 259

저자 소개 

저 : 앙리 르페브르 (Henri Lefebvre)
프랑스의 철학자, 사회학자.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약했다. 맑스주의자였던 그는 1930년에 공산당에 입당하였으나 1950년대 스탈린주의를 비판하는 등의 활동을 이유로 프랑스 공산당에서 축출되었으며, 1960년대에는 알제리 전쟁 반대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립과학연구소,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사회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1962년부터 스트라스부르...

역 : 곽나연

2002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학사 취득, 2008년 프랑스 마른느-라-발레 국립 건축대학(EAV&T)에서 석사 및 프랑스 공인 건축사(Architecte HMONP)를 취득하였다. 같은 해 파리 8대학에서 철학석사 과정 이수하였고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이론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일건씨앤씨 건축사무소(서울), Lacaton & Vassal SARL(파리)등에서 건축 실무를 하였고 2010년 ...

책 속으로

앙리 르페브르는 헤겔, 니체, 마르크스, 엥겔스에 관한 글을 씀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자기 생각을 남의 생각과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니까요. 위그 르티에리의 통찰 덕분에 앙리 르페브르가 마르크스를 통해 그랬듯이 우리도 40년간 르페브르와 함께 생각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였습니다. 우리는 르페브르주의자입니다만, 한 번도 그를 절대적 존재로 만든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제도 분석 이론가들은 물론, 비판적 이론가들의 생각에도 맞서 그의 작품을 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앙리 르페브르, 조르주 라파사드, 르네 루로, 장 우리 같은 저자가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같은 사람들보다 우월한 점은 그들의 비판 작업이 참여나 실천과 함께 이뤄진다는 데 있어요. 앙리 르페브르는 공산당 내부에서 역할을 맡았고, 도시 관련 실무도 했고, 일상생활 비판의 도구도 제공했고, 개입 사회학을 실천했습니다. 북미에서는 앙리 르페브르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아버지’라고 부르던데,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봐요. 앙리 르페브르는 근대성의 사상가입니다. 마법을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불가능을 말하는 동안, 그는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서문」중에서

도시계획[urbanisme]도 체계와 거의 마찬가지로 유행을 따른다. 도시적인 질문과 성찰은 대중 앞에 나서고 싶어 하는 기술자, 전문가 그리고 지식인 집단에서 나온다. 이런 여러 생각은 신문 기사나 다양한 영역과 분야의 글을 통해 대중 영역에 도달한다. 도시계획은 이론이며 동시에 실천이 된다. 그런데 도시[ville]나 도회지[urbain]의 현실에 관한 문제는 충분히 알려지거나 재고되지 않았다. 사고(이념)나 실천(이미 실현되는 도시 전략을 보여줄 것이다)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교하면, 그것에는 아직 정치적으로 중요성이나 의미가 없었다. 이 작은 책의 목적은 도시계획과 관련한 생각과 활동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뿐 아니라 이런 도시의 문제를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되게 하는 데 있다.
---「머리말」중에서

산업화는 우리 시대에 대한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도시[ville]는 산업화 이전에도 존재했다. 이런 진술 자체는 평범하지만, 그것이 내포한 의미는 충분히 정의되지 않았다. 가장 탁월한 도시적 창조물, 도시적 삶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아름다운’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제품보다 작품에 가깝기 때문이다)은 산업화 이전 시기에 존재했다. 동방 도시(아시아의 생산방식에 연결된 도시), 고대 도시(노예 소유와 연관된 그리스와 로마 도시) 그리고 중세 도시(봉건적 토지제도에 반발하면서도 봉건적 관계에 놓여 있는 등 상황이 복합적이었던 도시)가 그렇다. 동방 도시와 고대 도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었다. 정치적 특징을 잃지 않은 중세 도시는 주로 상업적, 수공업적, 금융적 특징을 갖추고 있었다. 중세 도시는 전에 고대 도시국가[cite] 밖으로 쫓겨나 유랑민 같았던 상인들을 수용했다.
---「제1장 - 산업화와 도시화」중에서

이처럼 서로 다른 문제들과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통해 도시의 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론적 위기와 실천적 위기가 있다. 이론적으로 도시 개념(도시 현실의 개념)은 오래된(산업화 이전, 자본주의 이전) 도시에서 빌려왔지만, 변질돼 새롭게 생성되는 과정에 있는 행위, 표현, 이미지로 구성된다. 실제로 도시 핵심부(도시의 이미지와 개념에서 필수 불가결한 부분)는 파괴돼도 그대로 유지된다. 침범당하고, 자주 훼손되고, 간혹 썩지만, 도시 핵심부는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도심의 종말과 도시 조직에 의한 흡수를 선언한다면, 그것은 증거 없는 가설이자 주장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도심의 복원이나 재건의 절박함을 부르짖는다면, 그 또한 증거 없는 가설이자 주장일 뿐이다. 마을[village]이 도시[ville]의 탄생을 저항 없이 수용했던 것과 달리, 도심은 새롭게 잘 정의된 ‘현실’에 순순히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으로서 스스로 재무장하지 않는다면, 도심의 지배는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제1장 - 산업화와 도시화」중에서

그리스 도시의 로고스는 철학적 로고스와 분리될 수 없다. 도시의 작품은 철학자들의 작품에서 계속되고 집중된다. 철학자들은 의견과 판단, 다양한 작품을 모으며 그에 대해 성찰하고, 우주 안에서 도시적 장소, 세계 시간과 리듬에서 도시 시간과 리듬(그리고 그 반대의 상황도)처럼 전체성 안에서 서로 다른 점들을 재구축한다. 따라서 철학이 언어와 개념에 단지 고대 도시의 도시적 삶만을 반영한다면 그것은 피상적인 역사성에 주목하는 행위일 뿐이다. 출현, 언어, 사색으로서의 도시는 사실상 철학자와 철학을 통해 이론적 깨달음에 이른다.
---「제2장. - 철학과 도시」중에서

이념으로서 도시계획은 점점 더 구체화하는 여러 가지 공식을 포함하게 됐다. 근대 대도시 교통 문제, 신호와 정보 전달 문제에 대한 연구는 실질적인 지식과 응용 기술로 이어졌다. 도시를 정보와 의사결정의 중심이자, 교통과 의사소통의 네트워크로 정의한다고 선언한 것은 절대적 이념의 선언이다. 특히 자의적이고 위험한 축소-확대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이 이념은 마치 테러리스트가 자기주장을 그렇게 펼치듯이 스스로 완전한 진실이자 교리[dogme]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과학과 과학적 엄격성을 표방하면서 파이프, 도로, 계량기가 시민을 도시계획으로 인도한다. 혹은 더 나쁜 상황으로 몰아간다!
---「제4장 - 도시의 철학과 도시계획의 이념」중에서

도시는 상대적으로 연속적인 ‘전 세계적 상황’(예를 들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교환의 결과나 합리성의 발전과 함께 물질적 생산이 증가하는 상황)의 변화만이 아니라 생산방식, ‘도농’ 관계, 계급과 소유 상관 관계의 본질적 변화에 따라서도 진화한다. 여기서 올바른 접근 방식은 가장 보편적인 지식에서 출발해서 역사의 흐름과 단절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도시에서 그것이 어떻게 반영되거나 변질되는지를 살펴본 다음,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도시 현실에 관한 부분적이고 고유한 지식에서 출발해서 전 세계적 맥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제6장 - 연속성과 불연속성」중에서

비판적 분석은 도시사회 속 체험이라는 특권을 약화한다. 그것은 단지 도시사회의 한 단면, 하나의 수준에 불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석은 이 측면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책처럼 존재한다. 누가 이 펼쳐진 책을 읽는가? 누가 이 글을 훑어보는가? 그것은 잘 정의된 ‘주제’가 아니지만, 연속적인 행위와 만남은 평면 그 자체에 도시 생활 또는 도회지를 구성한다. 이런 도시 생활은 위에서 내려오는 메시지, 명령, 제약을 거부하고 자기 방식을 시도한다. 속임수를 쓰고, 지배를 무력화하고, 지배자의 목적에서 벗어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또한, 도시 생활은 도시와 거주 방식의 수준에 어느 정도 개입한다. 이처럼 도회지는 마치 완성된 책과 같은 체계를 강요하기보다 많건 적건 도시 거주민의 작품이 된다.
---「제7장 - 현실의 수준과 분석의 수준」중에서

도시 과학은 필요하지만, 충분치 않다. 그 필요성과 아울러 그 한계도 인식하게 된다. 도시에 대한 성찰은 고유하고, 특별하고, 중앙에 집중된 사회적 단위(국지적인)의 구축이나 재구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것의 연결과 긴장은, 구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구조와 위계가 있는, 복잡한 내부 질서를 갖춘 하나의 도시 단위를 재건할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회학적 성찰은 실천적 참여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통합 능력의 재건과 지식을 목표로 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런 단편적인, 다시 말해 부분적인 시도가 비판과 실제 검증, 그리고 총체적 관심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제12장 - 도시에 대한 권리」중에서

앙리 르페브르는 현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참여 사회학자이다. ‘일상의 철학자’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현대 사회의 일상생활’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졌지만, 그의 생애를 보면 ‘비주류 철학자’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합할 듯하다. 생업으로 택시 운전을 하면서 소르본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당시 주류를 이루던 파리 고등사범학교 출신 엘리트 철학자들과 거리를 두고, 그들과 결이 다른 관점에서 사회를 관찰하며 광범위하게 연구를 계속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철학자로서 프랑스 공산당(PCF)에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했다가도 당의 주요 정책을 비판했다가 퇴출당하는 등 철저하게 비주류의 삶을 살았다. 기득권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늘 비판적이었던 그의 비주류 시각은 그가 당시 교수로 있던 낭테르 대학에서 촉발된 68년 학생운동에 영향을 미쳤고, 같은 해에 탈고한 그의 저서 『도시에 대한 권리』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노년에 몰두한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 연구의 집대성

철학자로서 앙리 르페브르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지지하면서 특히 헤겔과 마르크스에 관심을 보였을 뿐 아니라 나치 치하 레지스탕스 활동을 전개하는 등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도 보였다. 장년기까지는 주로 농촌 문제와 자본화한 일상성 비판에 전념했으나 노년에 이르러 도시 연구에 몰두했다.

60년대 프랑스는 농촌 주민들과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대도시로 몰려드는 급격한 도시화를 겪었다. 이는 주택 부족 사태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삼는 사업가들이 거주 문제에 ‘교환가치 논리’를 적용함에 따라 주택 가격이 폭등해서 시민의 일상적 생활공간인 도시의 ‘사용가치’가 파괴되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도시 인근에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했으나 이런 대응책은 그곳 거주자들을 도시 중심부로부터 공간적으로 격리하고 소외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상황에서 앙리 르페브르는 도시 거주자들이 당연히 요구해야 할 ‘도시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는 본질적으로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에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생긴 교환가치가 있지만, ‘작품’에는 자본주의 체제나 산업화 이전부터 시민의 일상생활에 내재하는 사용가치가 있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점차 교환가치로 대체된 도시의 사용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런 도시에서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도시 공간은 점점 넓어지고, 도시 건물은 점점 높아진다. 호화로운 초고층 아파트에서 전면 유리창을 통해 도시 전경을 굽어보는 ‘뷰(view)’는 이제 ‘성공한 삶’의 상징이 됐다. 거주 건물 안에 수영장 헬스장은 물론 고급 식당과 자녀들의 학습 공간, 스파와 미용실까지 갖춘 주상복합 건물도 선망의 대상이다. 오래전 동네에서 여러 세대가 오밀조밀 대를 이어 살면서 생업을 이어가던 시절은 부동산 개발 투기, 아파트 청약 투자 광풍이 불면서 사라졌다. 한국인의 70%가 아파트에서 살고, 이 수치는 전 세계 부동의 1위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급 고층 주상복합 거주민의 만성 우울증 지수가 서민 동네 거주민보다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우울증 지수는 거주민의 우연하고 즉흥적인 ‘도시적’ 만남의 기회에 정확히 반비례한다. 멋진 전망과 고급 서비스가 주는 만족에 금세 무뎌지고, 아파트 단지라는 작은 세계에 갇힌 일상에 ‘도시적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시골’이 사라지고, 모든 거주 공간이 ‘도시화’하는 오늘날, 도시는 주민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소비와 거래의 장소가 되었고, 주거지와 주거형태에 따라 냉혹하게 계급화한 차별적 공간이 되었다. 과연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이 기본적인 권리는 도시를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재로 간주한다. 그렇게 ‘도시에 대한 권리’는 비판적 분석 개념일 뿐 아니라 도시에서 추방당하는 하층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정치적 요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 도회지의 등장과 ‘도시계획’이나 기능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도심 빈민층을 쫓아내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런 도시화는 특히 산업도시가 중심에서 사라지면서 위성도시와 도시 외곽, 새로운 도시 현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도시의 이런 새로운 작동방식은 시민에게 획일화된 생활양식을 강요했다.

르페브르는 이런 상황에서 도시에 대한 권리가 주민에게 도시성을 창조하는 데 참여할 가능성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그는 도시 건설의 권리가 엘리트들에게 독점되어서는 안 되고, 도시 건설 과정에 대한 시민의 참여는 평등과 행동할 자유를 행사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권리라고 말한다.

이 권리는 시민 각자에게 도시 일부로서 활동할 권리뿐 아니라 도시의 생성과 변형에 간여하고, 도시를 계발하고, 구획을 정비하고, 정치적으로 도시를 정의하고, 건강한 환경을 보존할 권리, 그리고 합당한 주거 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도시 공간을 소유하려면 자기 ‘동네에서, 자기 도시에서 살아갈’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철학자의 통찰

도시에 대한 권리는 2000년대에 학자뿐 아니라 도시사회 운동가, 정치인, 국제 조직 그리고 대중 활동가에 의해 폭넓게 주장되었다. 이런 다양성은 도시에 대한 권리가 여러 분야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르페브르가 말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외 현상을 분석하는 개념이지만, 또한 공공 정책에 적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 개념을 사용하는 이들과 이 개념을 이용하는 분야의 다양성은 때로 지나칠 정도여서 개념을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저자는 특히 전근대적인 도시계획이나 기능주의 같은 낡은 도시 생산 개념을 비판하면서 도시에 대한 권리를 통해 도시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르페브르의 도시에 관한 개념은 사상적으로 다소 사변적이고 난해한 면이 있으나, 실천적으로 사회 운동의 구호로 사용될 만큼 사회 변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후 도시에 관한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 개념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 각국으로, 특히 라틴아메리카에 큰 영향을 미쳐서, 가령 브라질에서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현대에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와 해피타트는 ‘도시에 대한 권리’에 관한 여러 정책을 구상해서 관련 정책을 보급하기도 한다. 이처럼 르페브르의 도시 사상은 부동산 자본의 이윤 추구 논리가 거주자들의 생활 편익을 압도하는 신자유주의 영향에 대항하기 위한 담론으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