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1.사회학

사냥하는 남자 채집하는 여자 (2024) - 동등하지만 너무 다른 남녀 이야기

동방박사님 2024. 5. 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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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오해가 갈등이 되지 않게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다름의 안내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사소한 모습에서부터 학술적으로 검토된 수많은 연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두 성별이 다르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확인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에 불안 내지는 불만을 느낀다. 학문의 이름으로 차별을 정당화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성차를 인정하면 결국 성차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어느 순간부터 남녀의 차이를 외면하고 언급하지 않는다. 아무런 근거 없이 “남자와 여자는 원래 똑같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냥하는 남자 채집하는 여자』의 지은이, 최성락은 ‘다름’과 ‘차별’은 동의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두 성별이 다르다고, 어느 누군가를 억압해도 된다는 억지를 용인할 수는 없다. 동등하지만 다르다는 관점에 입각해서, 남자와 여자 사이를 가로지르는 차이의 이야기를 직면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비로소 두 성별이 겪는 오해와 갈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다양한 학술 연구를 활용하여 남녀의 여러 차이를 규명한다. 뇌, 호르몬, 유전자, 진화, 마음, 사고방식, 감각, 교육,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남자와 여자의 다른 모습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사례들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풀이로 설명한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한다고 해서 둘 사이의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다만 최소한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해가 공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를 향한 무분별한 증오를 다소 누그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성평등과 성차별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이 부상하며 성별 간 갈등이 극심해진 요즘. 이 책은 성차의 근원을 탐색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어 배려할 수 있도록 한다. 일상에서 흔히 목격했던 성차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목차

머리말 - 5쪽

제1장 뇌, 호르몬, 유전자 -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차이

다름의 의미 - 17쪽
실험의 희생자, 브루스 라이머 - 22쪽
여자의 뇌, 남자의 뇌 - 28쪽
남성성을 결정짓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 33쪽
성호르몬이 바꾸는 행복의 크기 - 38쪽
이기적 유전자 이론 - 43쪽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의 생존율 - 48쪽
부서지기 쉬운 남자 - 52쪽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산다 - 56쪽
신체가 다르다 - 60쪽
여자가 남자보다 더 빨리 달리게 될 것이다 - 63쪽
혼성 경기는 공정하지 않다 - 66쪽

제2장 다름의 형성 - 서로 다른 진화의 과정

수컷 사자 신화의 진실 - 73쪽
진화론과 성선택론 - 78쪽
남자의 재력, 여자의 외모 - 83쪽
인간의 쌍방선택론 - 88쪽
신체에 남은 난혼의 흔적 - 94쪽
사냥과 채집 - 99쪽
남자가 조직과 일에 몰두하는 이유 - 105쪽
남자의 유일한 장점, 조직화 - 110쪽
남자, 가만히 있기를 버거워하다 - 114쪽
서로 다른 감각 - 118쪽
강박과 히스테리 - 122쪽

제3장 장난감, 수학, 경제 - 남자와 여자의 다른 모습들

소꿉놀이와 스포츠 - 131쪽
남자는 자동차, 여자는 인형 - 136쪽
수학을 둘러싼 통념과 진실 - 140쪽
차이의 핵심은 편차 - 145쪽
서머스 총장의 사임 - 150쪽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우수한 이유 - 155쪽
나의 소득, 가족의 자산 - 159쪽
여자의 투자 수익률이 높은 이유 - 163쪽
외모는 내 월급을 바꾼다 - 167쪽
월급을 결정하는 태도의 차이 - 172쪽
블라인드 테스트가 증명한 성차별 - 178쪽
직업에서의 성공을 포기한 프린스턴 졸업생 - 182쪽

제4장 차이의 실험 - 다름을 이야기한 다양한 연구

사모아의 청소년 - 191쪽
키부츠의 성평등 실험 - 197쪽
1년 6개월을 남자로 살았던 여자 - 201쪽
성별에 따라 수건을 다르게 지급하는 이유 - 206쪽
성별과 수명의 관계 - 211쪽
결혼, 이혼, 재혼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 - 215쪽
쇼핑의 과학 - 218쪽
서로 다른 쇼핑 - 226쪽
태풍 이름이 ‘여성형’일 때 피해가 더 크다 - 230쪽

맺음말 - 234쪽
참고문헌 - 238쪽
 

저자 소개

저 : 최성락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교수 생활을 하면서 경영학 박사학위도 추가로 취득했다. 2002년부터 대학 강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5년에 강의전담교수가 되었고, 2007년에 전임교수가 됐다. 정식 교수직은 2007년부터였으니 15년 6개월 동안 교수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21년 8월,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평생 학계에서 생활하니 다른 사람보다 잘한다...
 

책 속으로

혹자는 성별 간의 차이를 인정하면 결과적으로 성차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결국 차별로 이어진다고,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반대한다. 하지만 ‘다름’과 ‘차별’은 동의어가 아니다. 그리고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차별해야 한다는 말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차별, 편견 등과는 무관하게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같은 것은 같게 보고 다른 것은 다르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머리말」중에서

사회과학에서 “A가 B보다 어떻다.”라고 하는 말은, 100% 사실이 아니라 평균치, 일반적 추세, 경향성을 가리킨다. 100% 진실이 아니라고 비판해서는 곤란하다.
---「다름의 의미」중에서

남자로 성전환을 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남성호르몬을 주입받자, 점차 생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각의 절대량이 줄자 모든 면을 단순하게 바라본다. 고민이나 걱정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로 남성이 여성호르몬을 계속 주입받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전에는 아무런 고뇌도 하지 않은 채 지냈으나 여성호르몬을 주입받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보통 즐거운 일을 상상하기보다는 두렵거나 걱정되는 일을 자주 염려한다. 걱정이 늘면 결국 행복도가 감소한다.
---「성호르몬이 바꾸는 행복의 크기」중에서

수컷은 암컷보다 짧게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다. 아무리 수컷이 번식 경쟁에서 벗어나 안전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는 암컷보다 오래 살기 힘들다. 수컷과 암컷의 평균 기대수명은 염색체 크기가 결정한 미래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산다」중에서

암사자들 입장에서 수사자들은 ‘지나가는 손님’이다. 자기들에게 와서 임신을 시켜주고, 새로운 새끼를 얻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일 뿐이다. 암사자들은 수사자들이 먼저 먹이를 먹게 하는데, 이건 수사자들이 암사자를 지배해서가 아니라 암사자가 수사자를 손님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의 주인은 암사자이지, 몇 년 왔다가 사라지는 수사자일 수는 없다.
---「수컷 사자 신화의 진실」중에서

자연에서 수컷은 암컷을 결사적으로 찾는다. 암컷을 만날 기회 자체가 적고, 짝짓기 기회 자체가 거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남자는 상대적으로 쉽게 여자를 찾을 수 있다. 자기 맘에 드는 여자에게만 접근하고, 맘에 들지 않는 여자에게는 관심을 꺼도 된다. 자연 속 암컷은 자기를 찾아오는 수컷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만남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기를 찾아오는 수컷들이 있다. 하지만 인간 여자의 주위에는 자기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남자도 많다. 자기가 아니라 다른 여자를 찾는 남자도 많다. 이런 와중에 자기 맘에 드는 남자를 얻기 위해서는, 남자가 좋아하는 것을 갖추어야 한다. 남자가 원하는 것, 남자가 바라는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쌍방선택론」중에서

보노보는 단순 난혼 관계를 유지한다. 수컷, 암컷이 상대를 잘 가리지 않고 성행위를 한다. 자식을 얻기 위해서 성행위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의사소통 수단, 친교의 수단으로 성행위를 한다. 그리고 보노보는 그간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로 꼽은 성적 특성을 공유한다. 다른 동물들은 암컷에 발정기가 있고, 이때만 성행위를 한다. 하지만 인간 여성은 따로 발정기가 없다. 수컷이든 암컷이든 모두 언제나 성행위가 가능하다. 보노보 역시 발정기가 없다. 동물 간의 성행위 자세는 주로 후배위인데, 인간과 보노보는 정상위를 할 줄 안다. 또한 보노보 세계에서는 동성애 현상도 관찰된다.
---「신체 남은 난혼의 흔적」중에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남자와 여자의 성향을 ‘강박적 성향’과 ‘히스테리적 성향’으로 구분하였다. 남성의 ‘강박적 성향’은 외부 대상을 바라고 욕망하는 기질이다. 다른 대상, 원하는 것을 소유하기를 원한다. 여성의 ‘히스테리적 성향’은 타인이 욕망하는 대상이 본인이기를 바라는 기질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갈구하기를 원한다.
---「강박과 히스테리」중에서

남자들의 놀이는 누가 이겼는지를 정하면 그 놀이가 끝난다. 승패를 확실히 정하기 어려울 때는 미리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내에 누가 점수를 더 냈는지를 기준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남자아이의 놀이는 결과지향적이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소꿉놀이는 그렇지 않다. 몇 시간 동안 계속할 수도 있고, 10분만 하다가 끝낼 수도 있다. 소꿉놀이에서 중요한 건 과정이다. 소꿉놀이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면 족하다. 즉 남자아이의 놀이는 승패의 결과이고, 여자아이의 놀이는 참여의 과정이다. 그것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다.
---「소꿉놀이와 스포츠」중에서

성별 차이의 핵심은 평균이 아니라 편차에 있다. 평균값은 남자나 여자나 별 차이 없다. 하지만 편차에서는 차이가 난다. 여자는 평균치에 몰려있다. 이상값이 별로 없다. 그런데 남자는 평균에서 넓게 퍼져있다. 평균보다 훨씬 큰 값에 많이 있고, 동시에 평균보다 훨씬 작은 값에도 많이 있다.
---「차이의 핵심은 편차」중에서

외모 차별 문제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은 예쁜 여성이 우대를 받는데, 남성은 못생긴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 여성은 예쁘지 않아도 자기 삶을 가꿀 수 있다. 이와 달리 못생긴 남성은 취업이 어렵고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아예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도 많고, 사회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외모는 내 월급을 바꾼다」중에서

첫째, 상대적으로 남자가 이혼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이혼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추가로 입지 않는다. 최소한 신체 건강에 이혼이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여자는 이혼 이후 (재혼하지 않는다면) 몸의 건강을 되찾을 수도 있다. 둘째, 결혼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욱 필요하다. 남자는 결혼한 사람이 독신자보다 더 오래 산다. 그리고 재혼자가 이혼 후 독신자보다 더 오래 산다. 남자는 같은 조건에서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이혼한 여성은 재혼보다는 독신으로 사는 편이 더 오래 살 수 있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결혼 생활 여부로 인한 수명 차이가 크지 않다.
---「결혼, 이혼, 재혼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중에서

필자는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성별에 따라 아동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맞추어 교육방식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상대적으로 발육이 느리다. 말도 늦게 배운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같은 나이라는 이유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배우게 한다. 남자아이는 자연히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자아이도 본인만의 고충이 있다. 상대적으로 발달이 늦는 남자아이와 어울리기가 힘들다. 남자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여자아이들에게 연애편지를 받는다. 여자아이는 그 나이에 벌써 호감과 애정이 무엇인지 인지한다. 무척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감정을 일절 이해할 수 없으니까. 여자아이의 호감을 눈치챈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의 깊이를 알 수 없다. 장난감을 좋아하듯이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아는 것이다. 여자아이는 호감을 표시했음에도, 남자아이는 반응하지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여자아이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발달 수준이 다른 아이들을, 차이가 명확한 아이들을,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한 공간에 몰아넣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맺음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남자와 여자, 무엇이 어떻게 왜 다른가?

남자와 여자는 과연 어떻게 다른가? 제1장 〈뇌, 호르몬, 유전자〉에서는 성차의 선천적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남자와 여자는 뇌가 다르다. 뇌의 차이로 인해 여자는 남자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다중작업이 수월하며, 감각이 섬세하다. 물론 뇌의 역량도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사회문화와는 무관하게, 세계 모든 인류에게서 뇌의 성차가 일정하게 나타난다. 성별에 따른 뇌 작동 방식의 차이는, 문화가 아니라 태생의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둘째, 남자와 여자는 성호르몬이 다르다. 남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이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테스토스테론은 사람의 경쟁심, 승부욕, 공격성, 성욕, 위험 감수 행동 등을 통제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경쟁심과 공격성이 높고, 승부욕과 성욕이 강하며,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 한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생각의 절대량, 고민의 빈도수가 줄어드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단순하다.”라는 통념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남자와 여자는 유전자가 다르다. 저자는 해외 연구를 인용하면서 “남자가 여자보다 부서지기 쉽다.”라고 설명한다. 여자의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는 약 1,100개의 유전자가 있으나 남자의 성염체인 Y염색체에서 활동하는 유전자는 40개 정도밖에 없다. 또한 Y염색체는 X염색체보다 크기가 작고, 훨씬 빨리 닳아 없어진다. 인간을 포함한 229개의 동물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유전자 차이 때문이다.

역할이 다르고 진화가 다르다

제2장 〈다름의 형성〉에서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겪은 진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오늘날 인간은 왜 동물과 다른가? 남자와 여자의 행동 방식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진화의 과정에 주목한다.

인간 사회의 남녀는 자연 속 암수와는 다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다윈은 이를 ‘성선택론’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수컷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포식자에게 들킬 위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큰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하거나 겉모습을 치장한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남성을 둘러싼 환경이 수컷 동물의 상황과 다르다. 남성 주위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있다. 상대에게 선택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덜한 셈이다. 이와 달리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남성이 본인을 갈구할 거라 확신할 수 없다. 암컷 동물은 구애하는 수컷 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남성도 여성처럼 선택권이 있다. 자연 속 암컷과는 달리 여성은 남성의 선택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 고객을 상대로 의류, 화장품, 성형 사업이 활성화된 이유는 바로 인간 특유의 ‘쌍방선택’이라는 맥락 때문이다.

한편, 각기 다른 진화의 과정은 남녀의 마음, 사고방식까지 다르게 만들었다. 과거 수렵채집시대, 남자는 사냥을 했다. 사냥은 혼자 하지 않는다. 목표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모으고, 임무를 나누어야 한다. 이로 인해 남성은 상대적으로 조직화에 능숙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여자는 채집을 맡았다. 채집은 모두가 함께, 각자의 할당량만큼 채우면 되는 작업이다. 여기서 필요한 자질은 조직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목표물을 향한 극심한 집착이 아니다. 가져갈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물건을 선별할 수 있는 섬세한 눈썰미가 필요하다. 더불어 옆 동료와의 협업을 위한 사교 능력이 요구된다. 남자가 회사에 매몰되는 이유, 여자가 상대적으로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인 셈이다. 이 차이가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진화하게끔 이끈 원동력이다.

편차, 실험, 그리고 성차

앞서 제1장과 제2장에서 성차의 생물학적 원인, 진화론적 원인을 다루었다면 제3장 〈장난감, 수학, 경제〉와 제4장 〈차이의 실험〉은 성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설명한다.

제3장에서, 지은이는 성차의 핵심이 편차임을 강조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편차가 크다. 여성은 대체로 평균치에 몰려 있지만 남성은 평균치에서 벗어난 사례가 많다. 가령 여자보다 성적이 좋은 남자도 많지만 동시에 여자보다 성적이 나쁜 남자도 많다. 여자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은 남자도 많지만 동시에 여자보다 투자 수익률이 낮은 남자도 많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평균 이상에 주목할 뿐, 평균 이하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덩달아 편차의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위만 보고는 “고위층에, 상류층에 남자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사실 그에 비견될 만큼 많은 수의 남성이 이른바 ‘하류층’에 속하는데도 말이다.

물론 현실에는 차별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 노동자의 성별에 따라 임금협상의 과정이 달라진다. 오케스트라의 신규 단원을 모집할 때 성별이 은연중에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외모와 성별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기도 하고, 노동 환경이 특정 성별에 불리할 수도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불합리한 차별은 분명히 문제임을 밝힌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편차가 다르고, 그 편차로 인해 나타나는 경향성을 언급할 뿐이다.

한편, 제4장은 성차를 연구한 다채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마거릿 미드의 문화인류학 연구가 지닌 문제점, 키부츠의 성평등 실험이 실패한 이유, 결혼·이혼·재혼이 남자와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 1년 6개월 동안 남자로 생활한 여자의 체험기, 목욕탕에서의 수건 회수율, 남자와 여자의 쇼핑 방식이 다른 이유 등 독자의 관심을 끌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러 편 수록했다. 이 실험들은 그간 통념 또는 편견으로 일축했던 남녀의 차이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독자의 재미를 유발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