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역사기행 (책소개)/4.한일역사기행

일본속의 한국문화재

동방박사님 2021. 11. 27. 19:24
728x90

책소개

 
문화는 교류를 통해 접변하고 변주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일본 속에 산재해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들을 답사하며 그 내력과 함께 소재를 밝혀 둠으로써 한, 일 문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일본 열도에 살아 숨쉬는 우리 조상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목차

1.도쿄에서 이루마까지
우리에게도 없는 백제불과 신라불이 그득
한반도 도래인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아임타불화의 보고
야스쿠니 신사에 외로이 서 있는 우리의 혼
고구려인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고려향

2.나라에서 오사카까지
대불의 장엄한 자태와 백제인의 숨결
신비롭고 늘씬한 자태를 뽐내는 백제의 미
담징의 예혼과 백제인의 해학
또 하나의 백제. 아스카
가까운 아스카의 한인의 숨결

3.교토에서 고베까지
천년의 고도 교토
금동불에서 백자까지 한국의 미를 한 곳에
신라선신당을 통해 본 한일 고대사
신비롭고 아름다운 고려종과 고려 불화

4.쓰루가에서 마쓰에까지
천년 신라의 맑은 소리 들리는 항구 쓰루가
쓰루가에서 도난당한 고려 불화
일본에 전래된 가장 큰 고려종
신라 천년의 소리를 우리 손으로 복원
금빛 찬란한 황홀감과 진혼의 종소리
아름다운 비천상이 새겨진 두 구의 신라종

5.쓰시마에서 후쿠오카까지
임진왜란의 전진기지였던 나고야 성
북규슈에서 꽃피운 찬란한 가야 문화
규슈 산간에 자리잡은 백제마을 난고촌
쓰시마에 서린 신라인과 백제인의 애국혼
아리랑 축제 속의 조선통신사 행렬
북규슈는 가야의 식민지였다

저자 소개

저자 : 이경재
1928년 서울 출생이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했고, 195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주요 저서로는 『서울정도 600년』『일본을 재판한다』외 추리소설과 번역서 등 다수가 있다.
 
.

책 속으로

우리에게도 없는 백제불과 신라불이 그득- 도쿄국립미술관

도쿄의 가장 서민적인 거리인 우에노는 에도시대, 도쿠가와 쇼군 가의 원찰인 간에이사의 문전거리로 번창해온 곳이다. 간에이사는 에도 시대에 118만 8천㎡의 넓은 부지에 36개의 당탑과 36방의 자원을 거느린 거대한 사찰이었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 때의 내란으로 불타 버려 폐허가 되고 말았다. 1924년, 바로 그곳에 도쿄 시가 공원을 조성했다. 이 우에노 공원은, 일본의 동북방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열차가 서는 우에노 역에 내리면 바로 보인다.

우에노 공원은 옆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까옥거리는 까마귀가 많기로 유명했는데, 도쿄의 노숙자들이 신주쿠역과 니시구치 공원에서 쫓겨나 우에노 공원으로 대거 이동을 하자 이 까마귀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노숙자들이 다 잡아먹었다는 설도 있으나 그 진위는 알 수가 없다.

우에노 공원에는 도쿄국립박물관을 비롯해서 도쿄문화회관, 국립서양미술관, 도쿄미술관, 국립과학박물관 등 많은 문화시설이 모여있다. 이곳에는 박물관에 들어서기 전에 눈여겨볼 만한 곳이 한 군데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간에이사 청수당이라는 불당이 있고, 그 건너편 우거진 숲속 그늘에 우리나라식 갓석을 인 비석 하나가 당당하게 서 있다. 바로 왕인 박사 기념비이다.

왕인 박사는 백제에서 천자문을 비롯한 많은 서적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문자와 학문을 전파한 이른바 '일본 문화의 아버지'이다. 그는 야마토(大和 : 지금의 나라) 지방에 터전을 잡고 일족을 번성시켰다. 그 후에 왕인 박사의 후손들을 와니씨라고 하여 간토 지방으로 이주시키고 오늘날의 도쿄를 비롯한 간토일대를 개척하게 했다. 그러므로 도쿄는 백제의 후손들이 개척한 땅인 것이다.
--- p.
우리가 서울의 정도 6백년을 축하하고 있을 때, 일본은 그들의 옛 서울인 교토를 천년의 고도라고 하여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지정을 신청하고 조금은 요란스럽게 선전했다.

일본 왕가가 교토를 수도로 하고 더 이상 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한 것은 794년 간무(桿武) 천황 때의 일이다.

일본이 6세기 전반쯤 통일국가의 형태를 갖추며 처음 도읍한 곳은 지금의 야마토 지방 아스카로, 백제에서 불교가 전래 되면서 그 영향을 받아 일본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6~7세기를 '아스카 시대'라고 부르고 있다. 이 아스카라는 말은 분명히 우리말에서 연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 현에는 백제인들이 집단으로 이주해서 살았다는 아스카무라(明日香村)라는 곳이 있는데, 아스카(飛鳥)와 같은 발음이며 그 일대에는 아스카 신사, 아스카 궁지(宮址) 등이 있다. 왕명에 의해서 세워진 백제사의 오층탑이 지금도 남아 있다.

아스카에 '飛鳥'라는 한자 대신 '明日香'이라는 한자가 붙은 이유는, 깜깜한 암흑시대에 새로운 문명이 주입되면서 새가 새벽에 날아가듯 새로운 아침을 맞게 됐다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스카는 바로 '아침께'에서 비롯된 말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아스카 시대에는 새로운 임금이 즉위하면 도읍을 바꾸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니까 당시는 도읍이라기보다 왕의 궁전쯤으로, 임금이 바뀔 때마다 쉽게 옮겼던 모양이다.
---pp.100~101
그러나 문제는 이 비석이 언제 쓰러질는지 모를 정도로 훼손이 심하다는 점이다. 현재 상태로 그래로 내버려 둔다면 불과 몇 년, 아니 몇 달이 안 가서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그 때가서 야스쿠니 신사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 지금 시급한 것은 이 비석을 국내로 옮겨와 보존처리를 해서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p.47
 

출판사 리뷰

 
일본 각지에 흩어져있는 우리 문화재를 소개하면서 그것들이 일본인에 의해 어떻게 보존되고 있으며 어떤 이유로 그 문화재들이 현재 소재지에 이르게 되었는지, 일본인들은 왜 강탈해간 문화재마저 자기들의 것이라고 우기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역사적 사실과 고고학적인 고증, 사실을 바탕으로한 추리를 통해 지은이의 주장이 펼쳐진다.

지은이가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된 계기는 KBS에서 '한국의 종'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부터이다. 종에 대해 조사를 하다보니 다른 문화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나름대로 답사와 자료 조사를 시작했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된것이다. 기존의 유사서적들이 미술품이나 건축물 위주인 점과는 달리 이 책은 한국종에 대한 관심을 높여 그 차별성이 돋보인다. 신라종,고려종,백제종 등 각종 종에 얽힌 설화나 일화, 전래된 계기 등을 흥미롭게 엮었다.

일본땅에서 비교적 우리 고대사와 관련이 깊은 나라와 아스카, 도쿄와 교토, 우리나라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주고쿠 지방과 규슈 지방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해 나갔다. 일본 지리에 생소한 독자들이나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도를 그려넣어 해당 지역의 위치를 쉽게 살펴볼수 있도록 했다. 우리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위치와 분포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수 있을것이다. 또한 지은이가 직접 발로 뛰며 찍은 풍부한 사진 자료를 실어 일본 현지에 가보지 않더라도 그곳의 분위기와 문화재들을 직접 대하는듯한 느낌을 가질수 있을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고고학적이고 학술적인 접근이 아닌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일국의 문화가 주변국으로 또 세계로 전파되어 나가는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나라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형성된 문화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편협한 국가주의 탓인지 될 수 있으면 모든 문화를 자기네 고유의 것이라고 우기며 한반도의 영향을 애써 부인하려한다. 특히 고대사의 부분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한것이 사실이다. 일본 속의 문화유산을 찾는다는것은 그동안 억지를 되풀이해온 일본측의 주장에 대한 반론인 셈이자 일본땅에서 풍상을 겪고 있거나 일본 문화 속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아온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문화적 자리매김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