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1.사회학

정의는 어떻게 실현 되는가

동방박사님 2021. 12. 24. 12:58
728x90

책소개

“법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가!”
‘월가의 저승사자’ ‘부패 척결의 선봉장’으로 불리며
정의를 위해 헌신한 뉴욕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라라의 첫 책!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검사 프릿 바라라의 실천적 정의론이 담긴 책이다. 프릿 바라라는 월가의 내부자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낸 공로로 2012년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고 “월스트리트의 부패를 파괴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유명 검사다. 또한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은밀한 정치적 협력 제안을 검사의 중립성을 이유로 피하다 해임된 일로 또 한 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 책에서 바라라는 정의의 현실적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법 시스템과 법을 집행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이 지니는 한계를 꼬집어봄으로써, 정의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인지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가를 논리적으로 전한다. 저자가 검사로 활동하며 겪었던 여러 사건들을 통해 정의를 현실적 구현의 측면에서 면밀히 고찰하는 이 책은, 법집행이라는 중립성과 명확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에서 정의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더 쉽고 더 명확하며 더 실질적으로 전달한다.

목차

서문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라

제1부 | 수사
1장 알기 어려운 진실 | 그 ‘소년들’에 대한 맹목적 믿음
2장 눈에 보이는 것에 속는 사람들 | 세련된 사기꾼들
3장 수사의 정석 | 범죄 수사관의 직업윤리
4장 확증편향의 문제 | 잠재지문17과 오래된 편견
5장 엄밀함이라는 자질 | 사운드뷰 살인사건
6장 호기심과 질문 | 기본적인 질문의 효과
7장 신문의 원칙 | 폭력과 협박이 얻어낼 수 없는 진실
8장 밀고자들 | 협조적 증인이라는 도덕적 딜레마
9장 연속성과 변화 | 혁신을 통한 정의

제2부 | 기소
10장 끝없이 굴러가는 기계 | 수사과정의 심리적 타당성에 관하여
11장 그런 일이 없기를 |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될 판타지들
12장 불기소 | 검사들이 가장 내리기 힘든 결정
13장 조직문화 | 윤리가 무시당하는 문화의 폐해
14장 발리우드 | 사건의 파장이 국경을 넘을 때 벌어지는 일

제3부 | 판결
15장 법정에 서는 날 | 피해자다움이라는 함정
16장 판사들 | 법정이라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
17장 재판 |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필수 조건
18장 밀실 속의 세 남자 |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다루는 법
19장 배심원 평결 | 결과를 알 수 없는 호사

제4부 | 처벌
20장 사라진 아기 | 양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21장 파리대왕 | 법집행자들의 범법 행위를 다루는 법
22장 정의를 넘어서 | 용서가 만들어내는 기적

감사의 글

 

 

저자 소개

저 : 프릿 바라라 (Preet Bharara)
 
프릿 바라라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남부지검(SDNY)에서 검사장으로 봉직한 미국의 법조인이다. 연방지검장으로서 뉴욕남부지검에서 연방정부를 대리해 각종 형사사건의 수사 및 소송을 감독했다. 그는 200명이 넘는 연방검사들을 지휘하면서 테러, 마약 및 무기 밀매, 금융 및 의료보험 사기, 사이버범죄, 공직자부패, 조직폭력, 조직범죄, 시민권침해 사건 등 상당수의 사건들을 해결하며,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역 : 김선영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과일 사냥꾼』, 『식량의 종말』, 『그린 투 골드』, 『북한의 숨겨진 사람들』, 『금융의 지배』,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근시사회』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어떤 범죄사건에서든, 수사관의 성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사관의 태도와 적극성이 수사를 좌우한다. 수사관에게는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의지, 사태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그저 승소만 바랄 뿐, 사실과 진실에는 신경 쓰지 않고 수사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정의를 목표로 수사에 착수한다면, 특정 결과에 얽매여 어떤 주장을 미리 상정해서는 안 된다. 열린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편견 없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언제나 사실로부터 주장을 끌어내는 것이지, 주장으로부터 사실을 이끌어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일단 어떤 의견이나 주장에 사로잡히면,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이 본래 믿고 있었던 주장과 충돌하는 사실을 듣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반증을 무시할 것이고, 더 심한 경우 새로운 사실이 자신의 믿음을 흔들어놓았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최초의 믿음은 끈덕지고 강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몸에서 나는 열이 신체를 약하게 만들 듯, 증명되지 않은 최초의 믿음은 생각을 약하게 만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어떤 수사에 임하든 계속 새로운 가능성과 사실에 열려 있지 않으면, 수사의 첫 번째 명백한 원칙들은 그저 통속적인 문구로 전락해버린다. 그 원칙들은 우리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열린 자세로 대하라, 예단하지 마라, 넘겨짚지 마라, 속단하지 마라, 편견에 빠지지 마라.
--- p.24~25

검사는 자신이 파악한 사실들을 확인하고, 추론을 점검하며, 편견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내가 이해한 사실과 내가 내린 결론을 철저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에 허점은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보통 피고인 측 변호인과 면담하면서, 그들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듣고, 유죄혐의에 대해 무죄해명을 해달라고 또 적용 가능한 법에 대해 무죄주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때로는 이렇게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검사들의 잘못을 지적해 준 덕분에, 우리는 실수를(그리고 불의를) 피해갔다(물론 불법행위를 완강히 부인한다고 해서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이렇게 심사숙고하는 것?그리고 추진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 정의의 핵심이다. 누군가를 어떤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산산조각 낼 수도 있는 일이다. 동시에 그와 가까운 지인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형사피고인은 무죄로 풀려나거나 항소법원에서 혐의를 벗더라도, 재판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더라도 마찬가지다. 재판을 받을 때쯤이면 피고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 받거나, 무일푼이 되거나, 실직자가 되거나, 취직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소는 애초에 최대한 바르고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뉴스매체가 공직자나 일반시민을 상대로 심각한 의혹을 제기할 때도 역시 바르고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183

판결단계에서는 의혹이나 혐의를 심판한다. 이는 궁극적 의문을 해결하는 단계다. 그 선택지는 무한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단 네 가지로 귀결된다. 혐의인정(유죄시인), 공소취소(공소기각), 혐의입증(유죄평결), 증거불충분(유죄 아님 평결) 이렇게 네 가지다. 이 외에도 일부유죄나 일부무죄를 선고하거나 피고인이 도망가서 재판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의 네 가지 결과 가운데 하나로 결정이 내려진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형사사법체계에서는 무죄선고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 판결 단계에서는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이 등장한다. 검사, 피고인, 법정, 대중 등이다. 관계자 중에 때로 홀대받는 집단이 하나 있다. 바로 피해자다. 모든 범죄와 범행에서 신원을 알 수 있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물음이 제기된다. 피해자는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검찰과 법정은 어느 정도로 피해자를 배려하고 보살피고 보호하고 공감해야 하는가? 신뢰할 수 있음에도 다수가 불신하는 힘없는 피해자를 어떻게 해야 법정에 서도록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이 문제를, 법정에 서기 위해 분투한 문제가 많았던 여성 수앤(SueAnn)이 겪은 사건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수앤은 형사사법체계에서 홀대받고 이름과 얼굴조차 잊히는 무수한 피해자들을 대변한다.
--- p.279~280

정의와 관련된 가장 당혹스럽고 중대한 질문은 형벌과 관련된 질문일 것이다. 어떤 형량을 선고해야 정의로운 사회가 추구하는 바를 충족하되 필요한 선을 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처벌이 재활로 이어지고,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범죄 억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양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과 각 사건에 맞는 개별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가? 우리는 범죄행위에만 주목해야 하는가 아니면 가정환경, 양육과정, 범행동기 등 범인의 특수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가? 최종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한 사람의 자유를 정확히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박탈해야 정의에 부합하는 것일까? 사실 그 답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정의의 마지막 단계인 형벌은 아무리 수치로 환산하려고 해도 도덕적, 정서적, 심지어 종교적인 색채를 짙게 띨 수밖에 없다. 가장 유명한 형벌이론은, 미국 법률체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거부해온 것이지만, 성서에 나오는 ‘눈에는 눈’이라는 형벌법이다. 일반인들은 도청과 관련된 세부조항, 공모에 관한 법률, 대배심의 업무, 난해한 재판절차를 잘 알기 어렵다. 이러한 수단과 규율의 공정성은 일반인에게 어렴풋한 영역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형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특정 형벌에 대해, 그 처벌이 너무 가볍든 무겁든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아이의 외출금지, 부하직원의 징계, 특정인에 대한 무시 등 우리 모두 누군가를 처벌했거나 처벌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지역사회든 형벌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다.
--- p.367~368

부이얀을 죽이려 했고 이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그 남자는, 부이얀이 자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 스트로먼은 사형집행일을 며칠 앞두고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지금 어떤 생각이 듭니까?” 스트로먼은 서면으로 이렇게 답했다. “오늘 제가 느끼는 감정을 전하자면 이렇습니다. 저한테 목숨을 빼앗길 뻔했는데도 제 목숨을 구하겠다고 나선 라이스 부이얀 씨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증오와 살의로 가득했던, 그래서 법정에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을 전혀 보이지 않던 그는,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사람 덕분에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그는 사형 집행전날 이런 말을 남겼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 있길 바랍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도 남겼다. “세상에 퍼진 증오는 사라져야 합니다. 증오는 평생 고통을 낳습니다.” 스트로먼이 살인을 저지른 지 10년 가까이 지난 2011년 7월 20일 오후 8시 53분, 결국 형이 집행되었고 스트로먼은 죽음을 맞이했다.
--- p.419~420
 

출판사 리뷰

“미국에서 가장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검사!”『뉴욕타임스』
_ 국민에겐 최고의 검사, 트럼프에겐 적이었던 검사장 프릿 바라라의 첫 책


한국 사회, 특히 사법부 내의 분열과 반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도서가 출간되었다. 바로 뉴욕남부지검의 전 검사장 프릿 바라라가 쓴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이다. ‘월가의 저승사자’ ‘부패 척결의 선봉장’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테러, 마약 및 무기 밀매, 금융 및 의료보험 사기, 사이버범죄, 공직자부패, 조직폭력, 조직범죄, 시민권침해 사건 등 상당수의 사건들을 해결한 프릿 바라라는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검사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1년에 바라라는 월가의 내부자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라지 라자라트남과 전 맥킨지 최고경영자(CEO) 라자트 굽타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낸 공로로, 2012년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고 “월스트리트의 부패를 파괴하는 남자(Prosecutor Preet Bharara collars the masters of the meltdown)”라는 제목으로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2013년에는 헤지펀드 운용사 SAC 캐피털의 내부자거래 혐의로 창업자이자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스티브 코헨과 벌였던 치열한 법정 다툼 또한 큰 화제가 되었다. 프릿 바라라는 집요한 수사 끝에 SAC캐피털이 20여 년간 기록한 연 25퍼센트의 대박 수익률 행진은 결국 내부자거래라는 추악한 불법의 결과물임을 밝혀냈고, SAC 캐피털은 바라라의 수사 발표 내용을 모두 인정한 후 약 2조 원의 벌금을 내고 운용하던 펀드 전체를 해산한 후에 문을 닫았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프릿 바라라와 스티브 코헨의 공방은 「빌리언스(Billions)」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실제 제작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방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바라라는 씨티그룹(Citigroup)을 포함한 4개 대형은행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등의 성과로 미국 연방검사 중 가장 강골로 평가받아왔으며, 17명의 유명 정치인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10명이 자신을 검사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었을 정도의 초당적 법집행으로 대중적 인기 역시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17년에 바라라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사건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지검장으로 재직했던 바라라는 트럼프가 당선인이던 시기에 유임을 제안받고 재직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몇 달 만에 돌연 해임당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바라라가 트럼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등 비리를 조사하자 유능한 바라라를 해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고,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으로 막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큰 화제를 낳았다.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거부하다 해임당한 검사,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헌신한 검사, 정치권을 성역 없이 수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검사인 프릿 바라라의 첫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는 그가 수많은 사건들을 파헤치며 겪었던 검사로서의 딜레마와 인간적 고뇌, 법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닌 편향적 사고 등을 살펴보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회정의와 공정함은 무엇으로 지켜낼 수 있는가?”
_ 각자의 ‘정의관’이 쟁투를 벌이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일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정의의 실현을 위한 쟁투로 보이지만, 국민의 눈에도 그렇게 비칠지는 의문이다. 사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법 앞의 정의’는 수뇌부의 쟁투 이슈에 묻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하다. 그간 한국 사회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로 법의 공정함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판결이 많았다. 단순히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의 법 감정과 공고한 시스템으로서의 법 사이에 놓인 간극이 큰 것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는 배고픔에 삶은 계란 몇 개를 훔쳤다가 1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는가 하면, 유력 인사의 딸은 신종 마약을 투약하고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되었는데도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정의가 훼손된 판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법판결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프릿 바라라는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서 “정의는 포괄적이고 막연한 주제다”라고 말하며 정의가 지닌 복잡다단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말도 덧붙인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흔히들 정의는 실현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눈에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공정한 절차를 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바라라는 많은 사회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것이 늘 법의 실패나 사법절차의 실패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법체계는 편협함, 그릇된 선입견, 편파적 태도, 사익으로 정의에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곧잘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법체계를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여기기보다, 남들을 짓누르고 뭔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이 책에서 프릿 바라라가 제시하는 정의에 대한 접근법은,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법정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성숙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직장, 가정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도 일러주는 기준이 될 만한 것이다. 이 책은 단지 법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진정성과 리더십, 의사결정 그리고 도덕적 논거를 다룬다. 이 모두가 정의의 의미와 본질에서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처벌이라는 도덕적 난제는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판사만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다. 처벌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난제일 것이다. 악덕기업을 처벌해야 하는 감독관, 문제 있는 직원을 징계해야 하는 관리자, 심지어 제멋대로인 아이에게 벌을 줘야 하는 부모들도 이 문제로 고민한다. 어느 정도의 처벌이 적합한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장차 어떻게 해야 특정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못하게 막을 수 있는지, 목적은 달성하되 선을 넘지 않는 충분한 조치는 무엇인지를 평범한 사람들도 매 순간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정의는 때로 머리 못지않게 가슴에서도 튀어나온다는 게 프릿 바라라의 지론이다. 그 이유는 법이 실제 현실보다는 추상적 이론을 부당하게 앞세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법제도 안에서는 모두가 하나의 인간이고, 정의가 추상적 개념이라 해도 이를 추구하고 느끼는 것은 현실의 인간들이다. 훌륭한 조리법이 맛있는 음식을 보장하지 못하듯, 현명한 법도 정의를 장담하지는 못한다. 법은 단지 도구에 지나지 않아서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으면 아무런 생명력도 없고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한다. 법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거나 존경하도록 강제하지 못한다. 증오를 없애거나 악을 정복하지도 못한다. 은총을 가르치거나 무관심을 깨뜨리지도 못한다. 매일매일 법의 최고 목표를 달성하는 주체는 잘하든 못하든 인간이다. 정의를 실현하거나 좌절시키는 것도 인간이다. 자비를 베풀거나 거절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결국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인간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가 공정함을 좇는 열정과 만날 때, 우리의 일상에서도 진실을 찾고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바라라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정의 실현의 필수조건이다.

‘법치지배’ ‘적법절차’ ‘무죄추정’과 같은 사법의 주요 개념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기보다는 정치슬로건으로 쓰이는 듯한 현실에서 정의의 개념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적이냐 동지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적이 아니라는 것, 법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는 것, 객관적 진실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 공정한 절차는 문명사회에서 필수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좇아야만 할 중요한 사회적 가치임을 이 책은 힘주어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프릿 바라라는 중요한 기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정의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고 제안한다. “공정하고 편견 없는 태도란 무엇인가? 독립성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재량권이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발휘할 수 있는가?” 이는 추상적 세계가 아닌 너저분하고 순조롭지 못한 현실 세계에서, 결함 있는 인간들에 의지해 이상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이 세상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정의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는 것이다!”
_수사, 기소, 판결, 처벌의 네 가지 법집행과정을 통해 ‘법 앞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다


이 책은 수사, 기소, 판결, 처벌의 4단계로 분류해, 각 단계에서 드러날 수 있는 다양한 법집행자들의 인간적 취약성과 사법 시스템의 허점 등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프릿 바라라가 실제 수사를 진두지휘했거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몰고 왔던 사건들이 실제 사례로 등장해 마치 한 권의 법정 스릴러를 읽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제1부 수사에서는 정의 실현을 위한 진실 추적기를 다룬다. 진실을 알아야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에 수사 단계는 가장 첫 번째 단계로서 진실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사의 사고방식과 동기이다.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지는 중요하지만 단순히 이기려는 생각은 사건의 본질을 더럽힐 뿐임을 경고하면서, 일단 수사를 시작하면 앞에 놓인 사실만을 따라야 하며, 섣불리 자신의 생각을 따르거나 하나의 이론을 진실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제2부 기소에서는 검사들의 인간적 딜레마가 가장 크게 부각된다. 검사의 업무에 대한 가장 세세한 정보가 등장하는 이 부분에서, 바라라는 기소를 앞에 두고 검사가 어떤 판단과정을 통해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하고, 불기소를 할 수밖에 없는 범죄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검사의 기소 판단은 자칫 선량한 시민의 인생에 큰 고통을 남길 수도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과정임을 설명한다. 또한 정의의 실현 또한 인간의 판단 영역에서 행해지는 일이기에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해야 함을 여러 사례를 통해 역설한다.

제3부 판결에서는 변호사, 판사, 그리고 배심원이 등장한다. 한국에도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있지만, 미국은 배심원 평결이 판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은 배심원의 평결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검사는 어떤 논리와 호소로 배심원들을 설득할 것인가에 있다. 돈 많은 교활한 범죄인이 노련한 변호사의 변론을 통해 배심원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 검사는 가능한 가장 설득적인 논리로 피해자의 고통을 배심원에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범죄 전력이 있을지라도,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무지렁이일지라도,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이 매춘부일지라도, 그들 모두가 법 앞에서 피해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제4부 처벌에서는 형량을 정하는 마지막 단계인 양형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처벌의 수위, 즉 양형은 법 앞의 정의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가장 상징적인 결정이지만 그만큼 가장 어려운 단계이기도 하다. 이 챕터에 등장하는 영아 유괴 납치 사건을 살펴보면 형량을 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감옥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행태를 살펴보며 정의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죄수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 고찰을 해볼 기회가 된다.

프릿 바라라는 이 책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나는 오래전부터 정의실현에 관심이 많았고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정의실현이라는 임무와 정의라는 대의명분, 정의의 철학을 다시 정립하는 데 개인적으로, 학문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내 인생 전부를 바쳤다. 정의란 무엇이고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정의가 어떻게 번성하고 어떻게 소멸하는지를 나는 늘 고민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최고의 검찰공무원들을 현장에서 몇 년간 이끌면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정의의 영역에서 현재의 현실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회정의에 대한 부정적인 의문이 가득한 지금, 독자는 이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통해 법을 통한 정의의 실질적 실현에서부터, 인간이 법의 집행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진실이란 무엇인지, 폭력적 행위가 만연한 시대에 법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권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모두의 필독서가 될 만하다.”
- [가디언]

“이 책을 가득 채운 실수담,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들에서 얻은 교훈은 모두 진지하게 곱씹어야 할 소재들이다. 바라라는 검사 시절에 보여줬던 실력대로 매우 강력한 논거로 주제를 이끌어간다.”
- [뉴욕타임스]

“생각할 거리가 필요한가? 여기 풍성한 만찬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진실, 정의, 법치 등 우리가 깊이 있게 고민할 가치가 충분한 주제와 만난다.”
- [워싱턴타임스]

“바라라는 법은 공고한 시스템이지만, 정의를 바로잡거나 훼손하는 일은 인간의 판단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법집행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여러 딜레마와 묵묵히 일하는 보통 사람들이 어우러져 등장하는 이 책은 실용적 도덕철학을 담은 보기 드문 수작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법치가 흔들리고 사법 정의에 대한 믿음도 위태로운 시기에, 바라라는 이를 주제로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정의의 대척점에 선 트럼프가 보이는 법치에 대한 경멸적 태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바라라는 트럼프에 대한 단순한 반박을 넘어, 트럼프가 업신여기는 바로 그 사법제도가 더 건강한 정치문화와 사회질서를 낳는 영감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바라라는 사법제도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면서, 법집행이라는 측면에서 형사정의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사법절차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법정에서 예리하게 다듬은 이상과 관습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 [워싱턴포스트]

“더없이 매력적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한 검사의 회고록이자 지침서이며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교본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묵직하지만, 그 내용은 놀라운 흡인력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폴리티코(Politico)]

“법률과 제도는 사실상 그것을 만들고 적용하는 사람의 진정성과 도덕성, 그리고 양심에 따라 정의로울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책!”
- [복스(Vox)]

“프릿 바라라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법체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검사를 꿈꾸는 이들, 현직 법조인뿐만 아니라 법치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탁월한 책이다.”
-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Pittsburgh Post-Gazette)]

“이 책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사법적 정의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 기소, 재판, 처벌이라는 사법체계 속에서, 정의의 실현이라는 화두에 균열을 만드는 수많은 빈틈을 메울 놀라운 통찰을 전달한다. 이 책이 특히 흥미진진하고 읽을 가치가 있는 이유는 검사들이 겪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판단의 어려움, 실패, 인간적 딜레마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흥미롭고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이 책은 유려한 문장 덕에 읽는 맛이 난다.”
- [로페어(Lawf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