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1.서양고전문학

5.어린왕자 (셍텍쥐페리)

동방박사님 2022. 1. 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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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문학 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어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력, 예리한 문학적 통찰을 고루 갖춘 번역으로 문학 번역에서 큰 입지를 굳혀 온 황현산 선생은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원문 텍스트 선택부터 번역의 마무리 작업까지, 국내에 출간된 많은 [어린 왕자] 중에서도 특히 원전의 가치를 충실히 살린 한국어 결정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의 순수한 시선으로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비추는 이 소설은, 꾸밈없는 진솔한 문체와 동화처럼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삶을 돌아보는 깊은 성찰을 아름다운 은유로 녹여 낸 작품이다. [어린 왕자]를 다시 읽을 때마다 우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그러나 잊히거나 상실된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는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작품을 보다 새롭고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음미하며 읽어 볼 때다.

저자 소개

저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1900년 6월29일 프랑스 리옹의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해군사관학교에 입학 시험에 실패한 뒤 생크루아 미술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21세 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위에 입관 되었으나 비행사고를 내고 예편되었다. 1920년 공군으로 징병되었다. 1921년 4월에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사가 되었는데, 이는 그의 삶과 문학 활동에 큰 시발점이 되었다. 제대 후에도 15년 동안이나 비행사로서의 ...

역 : 황현산 (Hwang Hyunsan,黃鉉産)

 
1945년 6월 17일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 중 아버지의 고향인 신안의 비금도로 피난 가 비금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목포로 돌아와 문태중학교, 문태고등학교를 거쳐 1964년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잠시 편집자로 일하다가 같은 대학원에 진학해 아폴리네르 연구로 석사(1979), 박사(1989) 학위를 취득하는데, 이는 각각 국내 첫 아폴리네르 학위 논문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책 속으로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고. 닭들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 거야. 모든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속에 숨게 하지.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고…….」
--- p.86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 p.87

어린 왕자는 장미들을 다시 보러 갔다.
그는 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내 장미를 전혀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은 누구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옛날 내 여우와 같아.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다를 게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러나 내가 친구로 삼았고, 그래서 이제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이 말에 장미꽃들은 난처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 있어.」 어린 왕자는 다시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멋모르는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나비가 되라고 두세 마리만 남겨 놓고). 내가 불평을 들어 주고, 허풍을 들어 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 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 p.88~89

어린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품에 안고 다시 길을 걸었다. 나는 감동했다. 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구 위에 그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것은 없으리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달빛 아래서 그 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에 흩날리는 그 머리칼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의 반쯤 벌린 입술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를 보고 나는 또 생각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 비록 잠이 들어도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 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
--- p.97~98

그는 웃고 줄을 만지고 도르래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바람이 오랫동안 잠들었다 일어났을 때 낡은 바람개비가 삐걱거리듯 도르래가 삐걱거렸다.
「아저씨, 들리지.」 어린 왕자는 말했다. 「우리가 우물을 깨웠더니 우물이 노래를 불러…….」
나는 그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마.」 그에게 말했다. 「너한테는 너무 무겁다.」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의 둘레돌까지 들어 올려 넘어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나의 귓속에서는 도르래의 노래가 계속 울렸고 여전히 출렁거리는 물 속에서 해가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나는 이 물이 마시고 싶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마시게 해줘…….」
그 말에 나는 그가 찾고 있던 것이 무엇인가를 알았다.
나는 두레박을 그의 입술까지 들어 올렸다. 그는 눈을 감고 마셨다. 명절이나 되는 것처럼 즐거웠다. 그 물은 보통 음료수와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그 물은, 별빛을 받고 걸어온 발걸음과 도르래의 노래와 내 팔의 노력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에도 이처럼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 자정 미사의 음악, 다정한 미소들이 바로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빛나게 했다.
--- p.99~100
 

출판사 리뷰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낸,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만나는 『어린 왕자』

논문 같은 글은 논증 장치로 설득하지만, 시나 소설은 문체로 마음을 움직인다. 가령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자기가 길들인 것만 알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할 때, 이 말이 옳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저자 생텍쥐페리의 진솔하고 열정적인 문체만이 이 말의 진실성을 믿게 하고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 황현산

힘이 있는 문장들은 마음을 움직인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그 어떤 소설보다도 독자들에게 오래 기억되며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그 문장들이 화려한 미사여구나 치밀한 논증으로 전하는 바를 설명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출간되는 『어린 왕자』를 번역한 황현산 선생은 그 힘의 근원을 저자 생텍쥐페리의 진솔하고 열정적인 문체라고 풀이했다. 어린 왕자와 사막 여우가 툭툭 던지듯 주고받는 간결한 말들, 꾸밈없이 순결하고 단순한 그 말들이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주고 있는 것은 생텍쥐페리의 진심이 깃든 그의 문체의 힘일 것이다.

비단 『어린 왕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문학에서 문체와 생각은 동시에 만들어진다]라는 그의 말처럼, [문체의 힘]을 이해하는 것은 문학 작품을 읽고 번역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불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황현산 선생은 프랑스어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력, 예리한 문학적 통찰을 고루 갖춘 번역으로 문학 번역에서 큰 입지를 굳혀 왔다. 열린책들의 『어린 왕자』는 그가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고 가다듬으면서 문장 한 줄 한 줄, 단어 하나하나에 고민을 거듭하며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그것은 생텍쥐페리가 그의 소박한 언어를 통해 한없는 진정성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어린이의 세계로 접근하는 일이었다. 황현산 선생은 이 작품을 번역하며 [어른의 언어로 어린이의 세계를 건너가]는 일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자연스럽게 옮기지도 말고, 어린이들의 독서력을 얕잡아 보지도 말고, 저자가 썼던 대로 옮겨 오면 어린이들의 세계에 마침내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자연스러움]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곧 [자연]은 아니라는 그의 말처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어린이다움]을 지어내는 것은 [어린이들을 얕잡아 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어린이의 세계를 담은 저자의 문체 앞에 한없이 투명해지는 것만이 그가 번역에 담을 수 있는 진정성이었다. 이는 또한 무리한 의역을 경계하고 작품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귀 기울이며 최대한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고집하는 그의 번역관과 맥을 같이한다.

열린책들의 『어린 왕자』는 이처럼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올바르게 구현하고자 한 역자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번역본이다. 또한 황현산 선생이 번역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아드 판본은 프랑스의 [어린 왕자] 책들 중에서도 논문 등에 공식적으로 인용되는 정전 텍스트다. 원문 텍스트 선택부터 번역의 마무리 작업까지, 국내에 출간된 많은 [어린 왕자] 중에서도 특히 원전의 가치를 충실히 살린, 한국어 결정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어린이들에게, 또한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바치는 소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성장의 문턱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기 마련이다. 1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1억 부 이상 판매된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로서, 수많은 독자들이 독서 경험의 입문처럼 읽게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읽었던 문장들을 세월이 지나 다시 읽을 때마다 더욱 깊은 의미를 곱씹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견 동화처럼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삶과 관계에 대한 성숙한 통찰들을 아름다운 은유로 녹여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서문에서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며, 이 작품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하여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대신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헌정하는 것으로 헌사를 고치겠노라며 재치 있게 서문을 마무리했다. 이 서문은 이 작품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을 잃어버리고 [어른이 되어 버린] 모든 어른들을 위한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의 순수한 시선으로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비추는 이 소설은, 어른들의 세계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삶을 돌아보는 성찰을 제공한다. [소행성 B612]에서 찾아와 어른들에게 말을 거는 어린 왕자의 모습은 마치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원형 같은 향수를 자아낸다. 어린 왕자가 여행 중에 만난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 등은 모두 현실을 지배하는 모순 속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황현산 선생의 지적대로,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일에 골몰하며 살아가지만, 자기 외의 다른 존재와는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세상 만물을 명령하는 자신과 명령받는 타자로 구분하는 왕, 자기 자신에게밖에 관심이 없는 허영쟁이, 자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기에 자신의 순환 논리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술꾼, 자기 것과 자기 것이 아닌 것으로 나뉜 소유관계로만 세상을 파악하는 사업가, 세상 만물이 지식의 대상이지만 그 물건 하나하나를 직접 만나 본 적은 없는 지리학자는 모두 이런 모습의 단편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가 공들여 일구고 가꾼 것들과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 관계를 통해서만 자기 존재를 확장할 수 있다. 황현산의 선생의 말에 따르면, [길들인다]는 것은 [자기 아닌 것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그것의 삶 속에,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 있게 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 작품의 메시지처럼,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대상을 누군가에게 세상의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가치로 만들어 준다. 이 책에서 어린 왕자가 소박한 언어로 전하는 것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계산되고 통용되는 교환 가치로는 환원되지 않는 것들이다. 자신의 작은 꽃 한 송이에 목숨을 거는 어린 왕자의 선택이 어른들의 계산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준다.

[어린 왕자]를 다시 읽을 때마다 우리는 이처럼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그러나 잊히거나 상실된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는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 이야기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늘날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 이유일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작품을 보다 새롭고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음미하며 읽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