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1.서양고전문학

99.뿌리 (알렉스 헤일리)

동방박사님 2022. 1. 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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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76년 발표 당시 흑인들에게 자신들의 〈뿌리 찾기〉에 대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곧 사회 현상으로까지 확대되는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까지 머나먼 뱃길에 가라앉은 미국 흑인의 역사를 건져 낸 최초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평화롭게 살아가던 한 흑인 소년이 미국으로 끌려가 이름[姓]을 잃고 비참한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후손이 2백년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삶을 이어 가는 모습들을 그림으로써, 흑인들이 일궈 낸 미국 역사의 감춰진 검은 단면을 드러냈다.

『뿌리』는 출간 이듬해에 전미 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ABC 방송국에서 동명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어 미국 TV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저자 소개 

저 : 알렉스 헤일리 (Alex Haley)
 
1921년 미국 뉴욕 주 이타카에서 태어났다. 1937년 엘리자베스시티 사범 대학에 입학해 2년간 수학했고, 제2차 세계 대전이 터지자 미국 해안 경비대에 입대하여 탄약 운반선 취사실에서 근무했다. 이 시기에 그는 해상 근무의 권태로움을 달래기 위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다. 1959년 20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전념하며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다. 이후 『플레이보이』에서 〈...

역 : 안정효 (AHN, JUNG-HYO,安正孝)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와 『코리아타임스』 기자를 거쳐 한국브리태니커 편집부장을 지냈다. 1975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시작으로 130여 권을 번역했고, 1982년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로 제1회 한국번역문학상을 받았다. 1977년 수필 『한 마리의 소시민』을 발표했고, 1985년 장편소설 『하얀 전쟁』으로 등단해,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가을바다 ...
 

책 속으로

쿤타가 벌거벗은 등을 대고 누운 딱딱하고 거친 널빤지에서 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는 가슴이 죄어들고, 다시 부풀어 오르는 기분을 느끼면서, 얼어붙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서 쇠사슬을 끌어당기면서 사람들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소리를 들었다. 피가 모두 머리로 몰려 지끈거리는 듯했다. 그러고는 이곳 전체가 움직였으며, 그들을 모두 어디론가 멀리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겁에 질려서 그의 급소가 오므라들었다. 그의 주변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알라신과 혼령들을 외쳐 부르고, 널빤지에 머리를 쾅쾅 부딪고, 족쇄를 쩔렁대면서,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알라신이여, 날마다 다섯 번 이상 꼭 기도를 드리겠나이다.」 쿤타는 그러한 혼란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살려 주소서! 살려 주소서!」 --- p.187~188

피를 흘리던 사람이 그의 앞에 서서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쿤타의 성기를, 그리고 다음에는 그가 허리띠에 찬 사냥칼을 가리켰다. 그러더니 그는 쿤타의 발을, 그리고 다음에는 그가 손에 든 도끼를 가리켰다. 그런 동작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쿤타는 고함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고 ― 다시 몽둥이로 얻어맞았다. 그의 뼛골 깊숙한 곳에서, 남자란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들을 두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쿤타는 재빨리 손으로 그의 포토(*성기를 뜻하는 아프리카 만딩카 어)를 가렸다. …… 쿤타가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을 치는 사이에, 도끼는 번쩍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내려쳐서, (살갗과, 근육과, 뼈가 절단되었고) 쿤타는 도끼가 쿵 나무토막에 찍히는 소리를 실제로 듣고는, 충격과 고통이 머릿속 깊숙이 되울렸다. 폭발하는 듯한 고통이 온몸에 충격을 주자, 쿤타의 상반신은 발작적으로 고꾸라졌고 시뻘건 피가 잘린 발의 토막에서 뿜어져 나오자, 그는 떨어져 나간 발의 앞쪽 반 토막을 찾으려는 듯 두 손으로 정신없이 더듬거렸으며, 그리고 그의 주위는 온통 암흑이었다.
--- p.288
 

출판사 리뷰

『뿌리』는 우리 민족의 상징적인 역사를 전하려 한 것이다 - 알렉스 헤일리
알렉스 헤일리는 1965년 발표한 첫 책 『맬컴 X의 자서전』이 5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찍이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조모에게 들은 서너 가지 아프리카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방대한 흑인 가족의 역사를 풀어낸 것은, 미국의 아프리카 인들이 잊어버린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함이었다.

알렉스 헤일리는 잡지사의 청탁 원고를 쓰기 위해 떠난 런던 여행길에서 로제타 석판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에 매혹되었다. 해독이 불가능했던 상형 문자를 샹폴리옹이 이미 알려진 그리스 문자의 그것과 대조해 뜻을 밝혔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 ― 〈아프리카 인의 이름은 킨-테이〉이고, 〈버지니아의 강을 《캄비 볼롱고》라 불렀다 등 ― 를 과거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로 삼았다.

정부 공문서 보관국에서부터 시작된 헤일리의 〈뿌리 찾기〉의 마지막 여정은 아프리카 감비아의 주푸레 마을이었고, 그곳에서 헤일리는 2백년 전 헤어진 고향 사람들과 재회했다. 그리고 이 2백년 만의 귀향은 모든 미국 흑인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헤일리는 스스로 이 작품이 fact와 fiction을 조합한 이라고 말하며, 소설 속에 담긴 흑인들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현실의 재구성이고, 역사의 기록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시 이제는 기독교를 믿는 미국인이 된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던져진 작가의 메시지는 미니 시리즈 「뿌리」의 열풍으로도 이어졌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 식당과 가게의 매상이 떨어지고, 부모들이 새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주인공 〈쿤타 킨테〉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등의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뿌리』는 출간 이듬해인 1977년 퓰리처 특별상과 미국 전국 도서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고 있으며, 37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