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미술의 이해 (책소개)/2.미술일반교양

조르주 주오

동방박사님 2022. 2. 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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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후 프랑스는 세속주의와 불신앙에 빠졌다. 예술사적으로 볼 때 미적 아름다움이나 실용성만 추구하던 당시 프랑스에서 현대의 가장 종교적인 화가 조르주 루오가 탄생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루오의 『미제레레』는 하느님을 부인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외치는 절절한 신앙고백이다. 현대의 성화 화가라 불릴 자격이 있는 예술가가 한 사람 있다면 그것은 분명 루오다. 『미제레레』의 한 작품을 걸어 놓고 그 앞에 작은 촛불을 밝힌다면 성화를 모신 기도실이 완벽하게 마련된 셈이다.

 

목차

서문_공자가 현대미술에게
잔 다르크를 따르며
섬광처럼 나를 때렸다
레옹 블루아와의 만남
천사 대신 창녀를
한밤의 절규
하느님의 어릿광대
채찍질당하신 예수

작품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발터 니그
1903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난 발터 니그Walter Nigg 목사는 괴팅겐·라이프치히·취리히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후, 1940년부터 취리히 대학 교회사 교수로 재직했다. 주저 『위대한 성인들』Große Heilige(분도출판사)은 오늘날까지도 걸작으로 꼽힌다. 그의 저서는 성인·수도회 창립자·예언자·신비가는 물론, 예술가와 시인까지 망라한다. 그는 특히 이단자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그에게 이단자는 ‘...
 
역자 : 윤선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기독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 신학연구소 편집부에서 일했으며 현재 독일에 살면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분도출판사에서 『원시 그리스도교의 여성』 『그때 예수께서 물으셨다』 『사랑을 방해하지들 말아다오』 『하느님의 선율을 노래하라』 『병자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 『테제 공동체와 로제 수사』 『렘브란트 - 영원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태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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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는 순종하는 사람이다. 반항이야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침묵 가운데서 내면의 부름에 귀 기울이고 조급해하지 않으며 살아 있는 동안 알맞은 표현 수단을 찾는 일은 반항보다 어렵다.---p.47  

프로이센·프랑스전쟁 때 파리가 포위된 적이 있었다. 독일의 포탄이 프랑스 수도에 빗발치던 와중에 어느 지하실에서 조르주 루오가 태어났다. 그는 지하실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평생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믿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루오는 모든 것이 파괴되는 전쟁 중에 태어났다. 그리고 현대미술이 위협받던 시기에 그는 완전히 방향이 다른 미술을 창조했다.---p.49  

루오는 관습을 벗어난 예술로 시대를 훨씬 앞질러 갔다.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그는 서구의 새로운 성화 화가다. 그의 창작 활동의 내적 범주에 주목한다면 이런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루오는 그리스도교 예술의 혁신을 위해 프랑스가 기여한 공로를 의미한다.  
---p.114

출판사 리뷰

내 미술의 언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고약한 사투리만 섞어 통속적이고 때로는 궤변적이다. 가마의 불길 속에서 상반된 요소들이 융합되거나 둘로 갈라지는 것 같다. 미술은 내게 삶을 잊게 하는 수단이며, 한밤의 절규이고, 숨죽인 흐느낌이며, 억눌린 미소다. 나는 황량한 벌판에서 고통당하는 자들의 말 없는 친구다. 인류는 자신의 부도덕과 정결을 담장 뒤에 감춘다. 나는 문둥병 걸린 그 담장에 달라붙는 비참한 담쟁이덩굴이다. 그리스도인인 나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믿는다.
_ 조르주 루오

1871년 5월 27일 예술적 정취가 넘치는 파리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파리 변두리 어느 지하실에서 조르주 루오가 탄생했다. 겸손한 사람 루오는 스스로를 상류사회의 세련됨을 갖추지 못한 무지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는 파리의 화려함에 매몰되지 않았기에 진정한 예술가와 위대한 시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현대의 성화 화가라고 불리는 조르주 루오는 어릴 때 종교 교육을 받지 않았다. 당시 가톨릭에 크게 실망한 조르주의 아버지가 아들을 가톨릭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스무 살 때 미술학교에 입학한 후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결정적인 것이 빠진 것을 의식한 루오는 개인적으로 알게 된 도미니코 수도회의 사제에게 교리 수업을 받았다. 당시 프랑스에서 복음은 자연과학으로 이미 다 해결된 케케묵은 안건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그리스도교를 신봉한다는 것은 촌스럽고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루오는 그리스도교 안에서 성장하며 끝까지 그리스도교에 충실했다.
루오의 작품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창녀, 재판관, 광대다. 이 세 주요 주제는 현대의 성화 화가라 불리는 루오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창녀 그림은 그리스도교 사회 속에서 철저히 짓밟힌 인간의 존귀함에 대한 절규이며, 재판관 그림은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재판관의 거만함과 불의함에 대한 질타다. 광대 그림은 삶의 고단함을 감추고 남들 앞에서는 웃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 세계를 집약한 작품은 쉰여덟 점이 실린 판화집 『미제레레』다. 1948년 출간된 이 판화집은 제2차세계대전 동안 많은 고통을 겪고 예술에 관심을 잃어버린 프랑스인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미제레레』는 시대의 비참함과 그리스도의 고난을 연결시켰다. 하느님을 부인하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인간이 겪는 불행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미제레레』에서 한 작품을 뽑아 벽에 걸고 그 앞에 작은 촛불을 밝힌다면 성화를 모신 자리가 완벽하게 마련될 것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후 세속주의와 불신앙에 빠진 프랑스에서 현대의 가장 종교적인 화가 조르주 루오가 탄생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삶과 온 마음이 하느님으로 가득 찼던 화가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자 할 때는 종교적 해석만이 가장 옳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