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미술의 이해 (책소개)/2.미술일반교양

마네 그림에서 찿은 13개의 퍼즐 조각

동방박사님 2022. 2.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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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숲 속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옷 입은 두 남자와 나체의 한 여자를 그린 마네의 '풀밭에서의 점심'. 그리고 꽃다발을 든 흑인 하녀 앞에서 무심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 '올랭피아'. 마네의 그림에는 무엇이 있었기에 전시 당시 온갖 비난과 악평을 받았던 것일까? 같은 시대에 있었던 카바넬의 비너스 그림이 더 에로틱하면서도 비평가와 관람객들의 찬사와 호평을 받았던 사실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미술사상 유례없는 이 스캔들의 주인공인 마네는 원근법을 부정하고, 재현을 거부하며, 화폭의 물질성과 평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마네와 현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미학을 다루면서, 환영주의, 원근법, 반-연극성 등 미술사의 개념들을 쉽게 설명한 책이다. 또한 100장 이상의 그림들에 대한 설명이 꼼꼼하게 있어, 그림 설명만 읽고도 서양회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푸코, 바타이유, 마이클 프리드 등의 철학자들이 분석한 마네론을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녹여내 재구성하였다. 아울러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가 19세기 서양 회화에 끼친 영향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목차

*미학적 스캔들
'풀밭에서의 점심'
'올랭피아'
외설이 아니라 기법이 문제
마네회화의 혁명적인 성격
환영주의(幻影主義)
회화의 물질성

*푸코의 마네론
- 튀니스 강연
열 세 개의 퍼즐 조각
- 공간처리
'뛸르리 공원의 음악회' -팔라뇌르 | 무수한 수직선의 나무들 | '오페라극장의 가면무도회'|
'막시밀리앙의 처형' | '보르도 항구' | '아르장퇴이유' | '온실에서' | '맥주홀 여급' | '철도'
- 조명의 문제
원근법과 조명 | 내적 조명 | 두 개의 이질적인 조명 체계 - '풀밭에서의 점심' |
본격적인 외적 조명 - '올랭피아' | '우르비노의 비너스' |
올랭피아를 누드로 만든 것은 관객의 시선 | '피리 부는 소년' | '발코니' |
가시성과 빛과 재현 | 타블로-오브제, 오브제로서의 회화 | '폴리-베르제르 바' |
수수께끼의 그림 | 거울의 비밀 | X선 투시를 통한 조사 | 관객의 자리

*프리드의 마네론
- 디드로의 반 연극성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모방)이론 | 연극과 드라마 | 드라마적 방법과 목가적 방법 |
쿠르베
- 반 연극적 전통에 대한 반동
‘당신’의 텅 빈 시선 - 주제의 거부

*바타이유의 마네론
있는 그대로의 회화
그림과 앎의 결합
가리키는 손
회화의 주권 회복

*그린버그와 마네
모더니즘
문학에 종속된 미술 | 평면성의 강조

*일본그림의 영향
자포니즘
우키요에(浮世繪)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
우키요에와 인상주의 화가들
우키요에와 반 고흐
우키요에의 무엇이 인상주의 화가들을 매료시켰는가?
마네와 우키요에

*수수께끼의 인간 마네
유복한 가정 | 레옹 레엔호프에 관한 미스테리 | 빅토린 뫼랑 | 베르트 모리소 |
인상파와의 관계 | 외발의 행인 | 잔치는 끝났다

*마네의 위대성
마네에 대한 몇 조각의 퍼즐
 

저자 소개 

저 : 박정자 (朴貞子)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박사논문은 “비실재 미학으로의 회귀: 사르트르의 『집안의 백치』를 중심으로”이다. 상명대학교에서 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많은 팔로워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필자이기도 하다. 소비의 문제, 계급 상승의 문제, 권력의 문제, 일상성의 문제 등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일련의 책들을 썼다. 저서로 『빈센트의 구두』 『시선은 권력이다...
 

출판사 리뷰

φ 미학적 스캔들
숲 속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옷 입은 두 남자와 나체의 한 여자, 꽃다발을 든 흑인 하녀 앞에서 무심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 누구나 한 번쯤 보고 흠칫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마네의 '풀밭에서의 점심'과 '올랭피아'이다. 이 그림들이 처음으로 전시되었던 19세기 파리에서도 관객들은 옷 벗은 여인의 대담한 표정에 흠칫 놀랐고, 놀라움은 분노로 표출되면서 비평가들과 일반 관람객들의 격렬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비평가들은 ‘걸레’, ‘창녀’라는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관람객 중에는 우산 끝으로 그림을 찢으려는 사람까지 있었다. 주최측은 할 수 없이 그림을 전시장에서 내려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무수하게 여인의 누드를 그렸던 서구 미술계에서 이런 외설 시비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 그림들은 16세기 티치아노의 그림들에서 소재와 구도를 그대로 따온 것이고, 동시대에도 마네의 그림보다 한층 더 에로틱한 카바넬의 비너스 그림이 비평가와 관람객들의 찬사와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술사상 유례없는 이 스캔들의 이유는 무엇인가?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 조각'은 이 수수께끼를 시원하게 풀어준다.

φ 마네에 대한 뜨거운 관심
화가 마네가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50년대에 프랑스의 작가이며 철학자, 경제학자, 인류학자인 바타이유는 마네를 서양미술의 신기원을 연 화가로 지목했고, 키치와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론화한 미국의 미술사가 그린버그도 평면회화의 선구자로 마네를 거론했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마네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은 2004년에 출간된 푸코의 저서 '마네의 회화'이다.

푸코는 1971년 튀니스 대학에서 마네에 대한 흥미로운 강연에서 마네를 현대성의 아버지로 극찬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 원고의 출판을 원치 않았다. 완전히 망각 속에 파묻혔던 녹음테이프가 2000년대에 들어와 우연히 발견되었고, 결국 푸코 사후 20년만인 2004년에 출간되었다. 푸코가 왜 이 원고의 공개를 원치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마네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일고 있다. 마네에 대한 소설이 나왔는가 하면 현존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중의 한 사람인 마이클 프리드 등 수많은 미술사가들이 마네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푸코의 마네론
르네상스 이후 서구 회화는 2차원의 평면에 불과한 캔버스에 마치 깊은 구멍이 뚫리고 거기에 3차원의 현실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우리는 얇은 한 장의 그림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아득한 초원에 발을 딛는 듯, 또는 웅장한 대리석 건물로 성큼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짓이고 눈속임일 뿐이다. 그 눈속임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르네상스 이후 서구 회화를 지배해 온 원근법이었다.

마네는 원근법을 부정하고, 재현을 거부하며, 화폭의 물질성과 평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을 그렸다. 마네가 없었다면 19세기의 인상주의가 없었을 것이며, 20세기의 평면회화나 추상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푸코가 마네를 인상주의의 선구자일 뿐만 아니라 현대성을 연 위대한 화가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푸코는 마네의 그림 13점을 고르고, 그것을 다시 ‘화폭의 물질성’, ‘조명의 문제’, ‘관람객의 자리’라는 세 항목으로 나누어 하나씩 꼼꼼하게 분석했다. 마네는 화폭의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 깊이가 없는 납작한 그림을 그렸다. 마치 근시안의 화가가 가까이에 있는 대상을 서 그린 듯 관람객의 코 앞에 바짝 다가서는 답답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원근법의 부정은 내적 조명을 없애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전통 서양 회화에서 인물이나 사물에 볼륨감과 거리감을 주는 것은 빛과 어둠의 대비나 음영 혹은 그라데이션 같은 기법인데 마네는 이런 기법을 일체 쓰지 않고 마치 오늘날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팝아트의 그림처럼 선과 고른 색조만을 사용했다.

빛과 어둠을 대비시킨다는 것은 그림 안에 어딘가에서 빛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테이블 위의 촛불일수도 있고, 그림 한 쪽의 창문일 수도 있다. 그림의 내부에 어디에선가 광원(光源)이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그리는 기법을 ‘내적 조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얇은 2차원의 평면인 캔버스 어디에 촛불이나 창문이 있을 수 있는가? 이것 역시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마네는 이런 눈속임에서 결별하여 ‘그림은 그림일 뿐이다’라고 정직하게 말하기 위해 그림 속에 아무런 광원이 없는, 그림을 그렸다. 조명은 오로지 실제 화폭의 외부에서 올 뿐이다. 외적 조명을 사용할수록 회화공간은 평면적으로 되고, 납작한 그림이 된다. '피리 부는 소년'의 경우에는 그림의 배경을 아예 없애버려, 마치 카드 그림같이 만들기도 했다.
마네의 마지막 걸작인 '폴리-베르제르 바'는 마네의 반 원근법, 반 재현적 실험의 모든 것이 들어 있으면서 관람객의 자리에 이의를 제기한 수수께끼의 그림이다. 마네의 그림답지 않게 화면 깊숙이 넓은 홀이 보여 전망이 시원한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벽 전면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장면일 뿐이다. 속이 깊이 열린 듯 하면서 실은 거울이라는 벽으로 막힌 배경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이중의 눈속임이다. 그러나 그림을 더욱 신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거울 속에 비친 바 여급의 뒷모습이다. 거울 앞에 똑바로 서 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거울 한 옆에 비스듬히 옆모습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광학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이 그림을 푸코는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이것이 관람객의 자리에 대한 마네의 문제제기라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화폭의 정중앙에 고정되어 있던 관람객의 자리가 과연 진실하며 적절한 것인가를 묻기 위해 마네는 이처럼 한 화면에 두 개의 시간과 공간을 한데 섞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바타이유의 마네론
바타이유도 마네로부터 현대 회화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르네상스가 아니라 2만 년 전의 라스코 동굴벽화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푸코와 다른 점이다. 라스코 동굴벽화는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노동과는 아무 상관없이 순수하게 놀이를 위해 그려진 것으로, 생산과 연결되지 않은 이 무상적(無償的), 유희적 행위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다. 그러나 인지(人智)가 발달하고 역사가 진보하면서 회화도 더 이상 유희가 아니라 아카데믹한 학문의 일부가 되었다. 마네의 그림은 바로 이 아카데미즘에 대한 거부이며, 회화를 서사(敍事)의 종속에서 해방시켜 그림 본연의 그림으로 돌려놓았다는 것이 바타이유의 생각이다.

프리드의 마네론
푸코가 마네의 그림에서 원근법적 시각의 거부를 보고, 바타이유는 마네의 그림에서 서사의 거부를 보았다면, 프리드는 마네의 그림에서 디드로적 연극성의 거부를 본다.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디드로는 연극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림에서도 인물들이 지나치게 관객을 의식하여 부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것을 ‘연극성’이라고 지칭하며 질타했다.
디드로 이후 마네까지 백 년 동안 프랑스 회화는 디드로의 이론을 충실히 따라 그림에서 모든 연극성을 배제했다. 그것은 관람객을 최대한 따돌리는 기법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그뢰즈나 샤르댕의 그림처럼 인물이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관람객에게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 식이다. 그러나 마네는 연극성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눈속임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관람객의 존재를 인정하는 그림을 그렸다.

타블로-오브제로서의 회화
푸코, 바타이유, 프리드 등의 비평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마네가 ‘있는 그대로의 그림’, ‘물질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뭔가를 의미하기 위해서나 현실 같은 환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물질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림이다. 다시 말하면 오브제로서의 그림인 것이다. 푸코는 그것을 타블로-오브제라고 했다.

φ 왜 미술인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철학과 미술은 나란히 가며, 역사 속에서 그 개념들은 정확히 일치한다. 현대 세계는 더 이상 원근법적 세계의 견고성을 갖지 못한다. 모든 것은 유동적이며, 주체인 우리 자신의 자리도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유일하게 고정된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그 중심을 차지하는 것도 더 이상 주체가 아니다. 마네는 '폴리-베르제르 바'에서 이미 백 년 전에 불안한 주체의 자리를 표현하였다. 그는 르네상스적 원근법을 해체하고 미술에 자율성을 도입함으로써 현대의 비재현적 회화의 길을 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포스트 모던적 인식의 가능성도 열어주었다. 미술이 인문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유이다.

자포니즘에 대한 관심
저자는 이 책에서 푸코, 바타이유, 마이클 프리드 등의 마네론을 특유의 시각으로 녹여내 재구성하고, 아울러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가 19세기 서양 회화에 끼친 영향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예컨대 마네나 반 고흐의 그림들에서 보이는 단색의 순수 색조나 인물의 몸이 프레임의 한 구석에서 잘리는 구도 같은 것이 우키요에의 강력한 영향임을 밝혀낸다.

φ 인문학적 관심의 연장으로서의 미술
'빈센트의 구두',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시선은 권력이다' 등의 저서를 통해 어느때는 철학, 어느때는 기호학, 또 어느때는 미술이라는 시각으로 우리 시대의 세상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저자(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는 마네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서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 조각'을 통해 다시 한 번 명쾌한 인문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의 책은 회화의 다채로움에 대한 매혹이며 동시에 현대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의 한 단편이다.

φ 고급의 it book
이 책은 요즘 흔히 나오는 박물관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마네와 현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미학을 다루면서, 환영주의, 원근법, 반-연극성 등 미술사의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일반 독자는 물론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나 미술 전공 대학생들도 꼭 읽어야 하는 고급의 it book이다. 100장 넘게 들어간 그림들의 설명이 꼼꼼하여 그림 설명만 읽고도 서양회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독자에 대한 서비스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