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40.강 (서정인)

동방박사님 2022. 3. 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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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정인의 소설은 삶의 꼼꼼하고 섬세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작품 전체의 충전된 삶의 우울한 그림자가 있다. 충전의 전원은 우선은 그의 문체에 있다.

목차

1. 후송
2. 물결이 높던 날
3. 미로
4. 강
5. 나주댁
6. 가을비
7. 우리 동네
8. 산
9. 벌판
10. 남문통(南門通)
11. 밤과 낮

저자 소개

저 : 서정인 (Suh,jung-in)
 
1936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정인의 소설은 삶의 꼼꼼하고 섬세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작품 전체의 충전된 삶의 우울한 그림자가 있다. 충전의 전원은 우선은 그의 문체에 있다. 또한 그는 언어의 음감과 의미를 정교하게 균형 잡는 ‘스타일리스트’, 혹은 ‘말과 소리의 리얼리스트’로 평가받는다. 서정인의 「강」과 「나주댁」은 1960년대 소설이 획득한 뛰어난 서정성의 ...
 

책 속으로

그들 등 뒤에서 털실로 짠 감색 고깔 모자를 귀밑에까지 푹 눌러쓴 대단히 실용적인 사람이 창문 쪽에 앉은 살찐 젊은 여자에게 몸을 기댄다. 그녀는 검은 얼굴에 분을 허옇게 바르고 있다. 그는 창문 유리에 이마라도 대야 되겠다는 듯이 목을 쑥 뽑고 창밖을 내다본다. 여자는 가슴이 답답하다. 남자의 왼쪽 어깨쭉지가 그녀의 앞가슴께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남자는 별로 불편한 기색이 없다. 여자도 잘 참는다.

그녀는 머리를 의자 뒤에 기대 버린다. 윤이 나는 탐스러운 머리채가 의자의 밋밋한 비닐 위로 나신처럼 곡선을 그린다. 잠바를 입은 앞자리의 사내가 뒤를 돌아본다. 그는 그의 행운이 부럽다. 그러나 뒤에 앉은 사내는 「정말이지 이건 진눈깨빈데!」라고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창밖을 내다볼 뿐, 누가 뒤를 돌아보는 것 따위에는 흥미가 없다. 「정말이지 진눈깨비야.」「형은 어디서 입대허셨오?」
--- p.5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루 위로 오른다. 걷기보다는 몸을 위로 올리기가 더 힘들다. 바깥이 조용해진다. 아마 주사와 선생은 술집으로 간 모양이다. 소년이 책 나부랭이를 챙겨가지고 나온다. 부러진 연필 토막이 희미한 남포 불빛을 받아 눈에 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허리를 굽히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어둡고 냄새가 고약하다. 소년이 불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벽 중간께에 있는 못에다가 건다. 호야가 양철에 부딪치면서 소리를 낸다.

소년이 나간다. 그는 불 건너편 벽에 기대앉아서 담배를 피워 문다. 연기를 내뿜는다. 불꽃이 한참 있다가 흔들린다. 소년이 침구를 안고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을 편다. 일어설 때 보니 가슴에 훈장이 달려 있다. 그는 그를 가까이 불러서 그 훈장을 들여다본다. 둥근 바탕에 가로로 5년 2반이라 씌어 있고 그것을 가로질러서 세로로 반장이라 씌어 있다. 조잡한 비닐 제품이다.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