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한일관계사 연구 (책소개)/3.재일조선인

2000년대 재일조선인 시선집

동방박사님 2022. 4. 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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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식민지 역사와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안고 사는 재일조선인, 그들의 문학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노시인들이 느끼는 황혼의 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1세대들의 희미한 기억 속에 자리한 민족의식을 연장하거나 그에 대한 향수를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시에 드러난 민족에 대한 애정,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 등은 사회적으로 내면화된 차별과 국민적 질서에서 끊임없이 배제되고 있는 지금 현실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향하기 때문이다. 파농의 말대로 하나의 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하나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들은 민족적 감성을 우리의 민족어로 담아냄으로써 민족과 문화가 하나 되는 순진한 열망을 여전히 치열하게 추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목차

머리말

정화흠鄭和欽
바람 / 풋고추 / 무명초 / 시 / 사투리 / 나무 / 너희들의 고향은 / 만년의 꿈 / 고향방문시초 / 세상을 떠나서도 / 봄향기 / 궤변 / 경제대국(1) / 경제대국(2) / 눈 내리는 밤이면 / 세월 / 방귀도 죄가 되는 땅 / 오늘 아침은 / 어디로 가야 하나 / 낮잠 한번 자고싶다 / 알수 없는 일 / 제땅을 등지면 / 생각 / 장관님에게 / 눈앞이 훤해진다 / 가랑잎

김두권金斗權
클럽 / 포옹 / 분계선의 코스모스 / 귀무덤 / 절창 / 울음소리 / 농악무 / 만남 / 우산의 대군무 / 진다이지(深大寺) / 장마 / 하일단상(夏日斷想) / 나그네 2 / 백목련 / 동생의 얼굴

오상홍吳常弘
차귀도 / 자장가 / 정방폭포 앞에서 / 목욕탕 / 성산일출봉 / 추석 보름달 / 금강산관광자의 노래 / 봄철 / 정

홍윤표洪允杓
추억 / 기발 / 돌멩이 / 주소 / 배가 없네 / 돌려라 / 말찾기 / 가을비 / 황혼풍경 2제 / 이국풍경시초 / 바다소리 / 까마귀가 운다 / 편지 / 땅 / 동네 3경 / 디딤돌

오홍심吳紅心
보자기 / 유고 / 포연 / 비빔밥 / 봄꽃 / 그리움 / 고향집 벚나무 / 묘향산을 찾아서 / 어머님의 묘앞에서 / 민족결혼 / 새봄맞이 / 달과 나 / 치마저고리 / 옷고름을 날리며 / 제주 홍매 / 지구가 몸부림 친다 / 추석날 저녁 / 그 한마디 / 화음을 이루자

김윤호金允浩
두분의 포옹 / 점을 찍는다 / 마늘 / 고향 찾아가는 그날엔 / 고향방문시초 / 메우지 못하는 세월을 / 도장 / 나의 시에 / 마음속의 고향집 / 년도말풍경 / 차를 내려서 / 가을 하늘 / 그날의 그 나무는 / 전차간에서 / 하늘이 노하였나 / 나그네 / 어이 구름아 / 인사도 없이 / 년말 한밤중에

김학렬金學烈
벌거숭이나무 / 우리 집을 지키자 / 감하나 / 날개 / 열무김치 / 장기수(시묶음) / 기상에서 / 소연 / 불승비감 / 시는 / 시내물 / 하얀 저고리 / 9월의 증언 / 서울대학, 늦가을의 오후(시묶음) / 비 내리는 봉화산 기슭 / 아니, 저 흰 샤쯔가 시커멓다꼬? / 글쎄, 렬도는 지금

김정수金正守
우리 말 단어장 / 눈물로 ≪애국가≫를 부르네 / 사진병풍 / 휘장 / 비닐주머니 / 세금 4만 8천엔 / 국제올림픽위원회앞 / 우리 글 엽서(이야기시) / 어머니 ≪모≫자 / ≪오.모.떼.나.시≫ / 쯔루미역 4번선홈의 벽시계

서정인徐正人
9월의 분노 / 졸업축하연 스피치 / 내 고향 / 평양 스케치 / 나무다리 / 산 / 늦동백 / 글을 씌우려니 / 동향친구 / 엄지물오리 / 전정 / 땀과 밥

오향숙吳香淑
그날의 불길 / 소리 / 찰밥보따리(시 묶음) / ≪고맙긴!≫ / 풋고추 / 괴로워도 말고 울지도 마라 / 백매와 홍매 / 약메밀

허옥녀許玉汝
평양 상봉 / 고향-제주도를 찾아서 / 우리 학교의 아침 / 한가위날에 / 1394일

리방세李芳世
봄비 / 파란 하늘 / 아이 참, 우스워 / 안해여 오늘따라 / 민들레 / 락서 / 철교를 바라보며 / 고문! 고문!

손지원孫志遠
일력 / 탐스레 피는 꽃 / 국밥 / 개마무사 / 동창회 안내장 / 묻지 말어라 / 해후 상봉의 기쁨이

남주현南珠賢
회장선생님 / 조국의 대기 / 불 / 어느 날 저녁 / 난 다 알아 / ≪비상사태다!≫ / ≪빨강화요일≫

김경숙金敬淑
잘 왔어요! / 보자기 / 파트타임 엄마의 독감타령 / 랭장고 고장난 날 / 유골 100년 / 종소리 하나 / 몽땅연필 / 동무 / 꽃누름 / 저고리의 풍경 / 우린 미쳤나봐요 / 도시락 계란말이

홍순련洪順蓮
고향 산소 / 희소식의 꽃놀이

류계선柳桂仙
력사의 고발자 / 흰 치마저고리 / 미수

정화수鄭華水
소들이 가네 / 악수 / 통지 / 종소리 / 기러기떼 / 짐 / 단감나무 / 상추 / 허리 / 해방동이 환갑맞이 / 고향방문시초 / 동네의 봄 / 조국의 한끝 / 교문앞에서 / 걸음 / 청자 백자 / ≪겨레말큰사전≫ / 한물 간 축 / 치마저고리 / 쑥은 쑥국이요

강명숙康明淑
이런 날을 꿈꾸며 / 설 아침 메시지

해설(조은주)
 

저자 소개

편자 : 김형규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재일동포 문학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 최근까지 재외동포 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왔다. 앞으로도 우리 안이나 바깥에, 우리 아니면서 우리 같은, 또는 그 반대의 삶을 사는 존재와 이야기에 관심을 이어가고자 한다. 현재 아주대 다산학부대학 특임교수로 학생들을 만나면서 이와 관련한 현실적인 감각과 그 이상의 영감을 얻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출판사 리뷰

재일조선인, 그들의 삶

재일조선인은 존재 그 자체가 우리 근대사의 상흔이다. 그들은 대부분 일제 식민지라는 민족사의 상처 속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과 그 후손들이다. 관동대학살이 보여 주듯이 그들은 식민지 시기 내내 생존의 위협 속에서 제국의 주권 없는 신민으로 살았으며, 해방 후에는 외국인으로서의 차별까지 덧쓴 채 굴욕과 억압의 삶을 지속해 왔다. 더욱이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한 남북 대립은 그들을 모국 어디에도 자신들의 정체를 쉽게 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재일조선인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아픔을 온몸으로 감내하면서, 또 저항하면서 살아왔지만 그들의 삶은 아직도 차별과 소외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일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왔지만 여전히 참정권이 제한되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없으며, 그들 스스로 만든 학교는 정식 학교로 인정받지 못해 기본적인 권리라 할 수 있는 교육에 있어서도 소외당하고 있는 처지이다.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의 정치적 대립 관계가 심할 때는 아직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모국에서는 언어나 문화의 차이 때문에 半일본인이라 불리며 이방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차별은 내면화되었을 뿐 약화되지 않았으며, 그들을 둘러싼 비국민의 경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재일조선인의 이러한 존재적 특성, 역사성과 경계성이라 할 수 있는 불안하고 유동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장 예민하게 간직하고 드러내는 사람들이 특히 ‘조선’이란 표지를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우리의 편견 속에는 ‘조선’이란 기호를 북한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지만 그들의 국적이나 모국 의식은 그렇게 간단하게 간주될 상황이 아니다. 재일조선인 대부분이 그렇듯 분단된 모국의 현실 상황에서 그들은 하나의 국가를 선택해 국적이나 모국 의식으로 귀속하고 있지만 그들이 고수하는 ‘조선’은 현실의 국가적 질서에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타국의 뭍에서 바라보면 고국은 선히 하나로 나타나고 반만으로는 떠오르지 않는다”(홍윤표, 〈한 땅〉 중)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에게 ‘조선’은 순수하게 민족적 지향을 간직한 공동체를 나타내는 표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