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국제평화 연구 (책소개)/7.세계분쟁

전쟁터에서 만난 사람들

동방박사님 2022. 4. 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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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의 저자 김영미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프리랜서 pd로, 지난 20여 년간 세계 분쟁 지역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취재해 왔다. 그래서일까, 그가 바라본 전쟁터와 그곳의 사람들은 전쟁이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고통, 슬픔, 절망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행복을 품고 있다. 전쟁터에도 일상이 있음을, 그들도 웃음 짓고 희망을 품는다는 것을 김영미 pd만의 자유롭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방송국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 집에서 카펫을 짜서 가계에 보탬이 되는 아프가니스탄 최초 여성 앵커 마리암.
천재 시인이었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시를 썼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명예살인을 당한 스물 다섯의 나디아.
가수지만 탈레반이 음악을 탄압하는 바람에 노래할 수 없었던 ‘무스타파 밴드’의 숲속 비밀 콘서트.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는 이라크의 평범한 가족 무스타파네.

어쩌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꿋꿋하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에서 그 어떤 무용담이나 모험담보다 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차

1부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사람들

사람이, 아프다 … 희망이, 고프다
개정판 서문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길
낯선 땅에 둥지를 틀다.
나사르 민박집의 여인들이 사는 법
‘구걸 소녀’ 오마이라가 꿈꾸는 세상
부르카를 벗어던진 아프간 첫 여성 앵커 마리암
그곳에는 어떤 삶이 있을까? /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취재기 1
낯섦과 익숙함의 차이 /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취재기 2
평화와 죽음과 이별이 공존하는 곳 /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취재기 3
만남과 헤어짐, 그 운명 앞에서 /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취재기 4
나는 목놓아 울어야만 하는 아프간 여인이다.
하룻밤 나의 ‘아프간 딸’이었던 막답
‘금지된 음악’ 무스타파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

2부 이라크에서 만난 사람들

바그다드 최고의 맛집을 소개합니다
베일에 가린 보통 사람들의 삶 / 전쟁 전야, 무스타파 가족이 사는 법1
전쟁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 전쟁 전야, 무스타파 가족이 사는 법2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 / 전쟁 전야, 무스타파 가족이 사는 법3
나의 ‘인간 내비게이션’, 알리
미쳐 버린 사람들의 도시, 바그다드
저항 세력의 본거지로 뛰어들다 / 이라크 저항 세력의 실체1
그들은 왜 다시 총을 들었나? / 이라크 저항 세력의 실체2
신념과 운명의 사이에서 / 이라크 저항 세력의 실체3
그들은 왜 이라크에 왔나 / 이라크의 미군들 1
미군 최정예 부대 스트라이커 중대에 가다 / 이라크의 미군들 2
생사를 넘나드는 종군 취재기 / 이라크의 미군들 3
군복 벗은 그들은 평범한 젊은이였다 / 이라크의 미군들 4
루비나의 편지, 그리고 희망을 만드는 아이들
 

저자 소개

저 : 김영미
 
한 아이의 엄마로 다큐멘터리 PD로 전 세계 80여 개국을 취재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꽃다운 나이의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다큐멘터리 PD가 된 이후 지금껏 20여 년간 세계 분쟁 지역을 취재해 왔다. 특히 동원호가 해적에게 납치되었을 때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혼자 몸으로 독점 취재하기도 했다. 현재는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고를 추적 취재...
 

책 속으로

내게도 새내기 피디 시절이 있었다. 어떤 방송을 해야 하는지, 어떤 피디가 되어야 하는지 많이도 헤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나는 마치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무작정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하는지.
아프가니스탄에도 사람이 있었다. 상처받은 가슴 아픈 사연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세상의 관심 밖에 있었다. 말하자면 그곳은 그늘이었다. 당장 굶어 죽어도, 총에 맞아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그 세상 밑바닥에서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씩 카메라 초점을 그들에게 맞춰 가자 사람이 느껴졌다.
--- p.6

위험하다고 안 가면 그쪽 뉴스에 공백이 생긴다. 의사가 돈이 되는 과목만 병원을 한다면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과 같다. 뉴스의 공백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외신을 받아쓰면 외국의 시각을 베끼게 된다. 국민들에게 우리 시각의 제대로 된 뉴스를 다큐멘터리를 공급해야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직업이다. 이게 싫으면 다른 직업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이 직업을 택했고 우리 기자들이 위험한 현장에는 많이 안 가는 것에 대한 공백을 메꾸는 것뿐이다. 그저 취재진의 기본만 지키는 것이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그냥 원칙이다.
--- p.12

탈레반 시절 그 컴컴한 집에서 마리암은 5년간 외출을 하지 못했다. 물론 학교도 갈 수 없었다. 마리암은 집에서 독학으로 공부를 하며 비밀리에 동네 여자아이들을 모아 놓고 글자와 수학을 가르쳤다. 물론 탈레반에게 걸리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탈레반은 모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교육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 좁고 어두운 집에서 그녀는 바깥 구경도 못하고 숨죽이며 카펫을 짰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 거죠?”
내가 마리암에게 물었다.
“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여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알고 싶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나도 그랬고 내가 가르친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 p.70

잠시 중단되었던 콘서트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더 애절하고 가슴 아픈 노래였다. 마을 사람들은 무스타파 밴드 앞에 자리를 깔고 열심히 감상했다. 그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감동과 몰입 자체였다. 관객들에게는 난생처음 보는 방송 카메라가 낯설었을 텐데 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 사람들의 눈은 무스타파와 그의 밴드에게만 가 있었다. 그랬다. 아무리 탈레반이라도 사람들 가슴속에 있는 음악에 대한 본 능을 막지는 못한다. 강제로 음악을 없애려고 폭탄을 터뜨리고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인다 한들 어떻게 사람들 마음속에 유전자처럼 자리 잡은 음악을 없앨 수 있을까? 노래를 부르는 무스타파도 그의 노래를 감상하는 마을 사람들도 그날 그 순간만큼은 탈레반의 공격도 무서워하지 않고 음악에 빠져 있었다
--- p.151

전쟁이 앗아 간 것은 바그다드 사람들의 행복이었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행복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행복, 학교 가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행복, 단골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요리사의 행복, 맛집을 찾아 외식을 하는 가족의 행복… 이런 것들이었다.
--- p.171

저 어린 것이 폭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무스타파 가족과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마치 최후의 만찬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가방 속에서 남은 초콜릿 맛 막대 사탕을 모두 꺼내 라파엘에게 주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만약 미군이 폭격할 때 무서워 방에 숨어들면 이 사탕을 먹어. 그러면서 내 생각도 하고 사탕의 달콤한 맛에 위로도 받으렴. 이 사탕이 폭격의 무서움을 조금은 달래 주기를.’
--- p.203

마이크 일병은 겨우 열여덟 살로 그 중대에서 가장 어렸다. 자기 엄마와 내가 같은 나이라고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 우리 아들과 나이차가 얼마 안 나서 나도 그를 아들같이 챙겨 주었다. (…) 어느 날, 순찰을 마치고 와서 낮잠 자는 병사들의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다. 마이크가 총을 가슴에 안고 단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부터 순찰을 갔다 와서 무척 고단했던 모양이다.
“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
촬영을 하다가 나는 마이크의 잠꼬대를 들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이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15개월이나 되는 이라크 파병 기간이 이 아이를 지치게 한 모양이었다. 나는 마이크가 남은 기간 동안 아무 사고 없이 몸조심해서 엄마에게 돌아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 p.293-294
 

출판사 리뷰

“거기도 사람들이 사니까요.”

“거기도 사람들이 사니까요.” 왜 분쟁 지역만 찾아다니냐는 질문에 대한 김영미 pd의 대답이다.

그녀의 시선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머무른다. 이라크의 종군기자로 선발되어 미군을 밀착 취재하면서도 그녀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바로 그 속에 진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행복, 학교 가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행복, 단골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요리사의 행복, 맛집을 찾아 외식을 하는 가족의 행복… “ 등 행복한 일상의 파괴야말로 전쟁의 큰 피해임을 알려준다.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전쟁으로 인해 어떻게 파괴되는지 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전쟁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타고난 휴머니즘, 그리고 열정

저자가 다큐멘터리 pd가 된 건 어쩌면 그녀의 타고난 휴머니즘과 그 휴머니즘을 실현할 수 있게 만드는 열정이다. 무심히 지나칠 법한 뉴스나 이야기가 그녀에겐 비수처럼 꽂히고, 취재하러 떠나게 만든다. 한 달 동안 아프간 난민촌에 머물면서 난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마음을 열 때까지 그들의 생활에 천천히 스며든다. 이는 단지 취재 때문에 그녀가 하는 노력이 아니다. 그녀의 휴머니즘은 그들과 평생 같이 난민촌에서 살면 어떨까 고민하는 그녀의 순수한 인류애다.

구걸하던 소녀 오마이라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전쟁으로 문 닫은 바그다드 최고의 맛집은 다시 열었을까? 분쟁 지역 사람들을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거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 혹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이들에겐 어디에선가 잘살고 있기를 기도한다. 이 책은 그녀의 이러한 휴머니즘이 낳은 인연의 이야기이다.

절망 속에서도 이어가는 희망과 행복

전쟁으로 파괴된 일상에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미 pd라 가능했을까?

난민촌 취재를 하러 갔다 옮아온 이를 퇴치하기 위해 저자에게 나뭇가지를 잘라 파마를 시켜주는 나사르 민박집 식구들. 촬영하는 것도 잊고 여동생과 화장과 머리를 하며 깔깔거리는 아프간 첫 여성 앵커 마리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병든 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구걸하면서도 “아줌마, 나는 배우고 싶어요. 공부가 정말 재미있어요”라며 시민 단체가 운영하는 임시 학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가는 오마이라.

저자의 카메라는 그들이 절망 속에서도 꿈꾸고 갈망하는 순수한 희망과 행복을 포착함으로써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작 오늘날 우리가 사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저널리스트로 성장하는 새내기 PD의 고군분투기

이 책은 또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무작정 갔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과 부딪쳐 가며 다큐멘터리를 배웠고, 비로소 진짜 다큐멘터리 PD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만이 담아낼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의 장면들이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어떤 때는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또 어떤 때는 사람에 대한 가장 기본적 예의를 보여주는 것이 열쇠임을 이 책에 소개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그려진 다큐멘터리 pd라는 직업의 생생한 현장과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뒷이야기는 언론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고 되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는 next generation journalismM

저자가 20여 년 취재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비롯한 여러 분쟁 지역은 여전히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녀는 오늘도 칠레, 홍콩 등 분쟁 지역을 누비며 취재한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전쟁이 아닌 평화와 화합을 가르친다면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한 취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정의롭고 사람이 사람을 고귀하게 만드는 세상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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