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쟁연구 (책소개)/2.1.2차 세계대전사

롬멜전사록

동방박사님 2022. 5. 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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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롬멜이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기록한 일기와 보고서,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아들에게 보낸 편지 등을 리델 하트와 롬멜의 아들인 만프레트, 롬멜의 참모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바이얼라인 장군이 함께 엮은 것이다. 롬멜의 글 중에서 연합군의 상황과 관련된 부분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리델 하트가 주석을 달아 정보의 객관성을 더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패전국의 장군’이었다는 이유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롬멜은, 당시 연합군에게는 가장 큰 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존경과 찬사의 대상이었다. 북아프리카 전장에서, 열세한 전투력으로 연합군을 3년 동안이나 상대할 수 있었던 롬멜의 뛰어난 지략과 독창성은 그가 남긴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투 계획과 생생하게 묘사한 전투의 상황, 그리고 그 결과 등을 기록한 메모,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일기와 편지 등은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었던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패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지금까지 출간되었던 군사 이론 중심의 군사 관련 서적과는 달리『롬멜전사록』에는 전쟁에 관한 롬멜의 개인적인 생각과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롬멜의 글들은 당시 전장의 상황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전해주고 있으며,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듭한‘군인’이 아닌 한‘인간’으로서의 롬멜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1953년 미국의 Harcourt, Brace & World 출판사에서 The Rommel Paper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번역한 것으로, 1975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었던『롬멜전사록』의 한글개정판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롬멜전사록』은 어려운 한자로 나열된 문장과 이해하기 힘든 전문군사용어들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들로 바꿔서 군대나 전쟁에 관심이 없는 독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군사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군사용어 해설’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원수와 고위 장군의 연보를 수록해 군사문제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당시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롬멜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원서에는 없었던 1940년의 프랑스 침공 당시 독일군 편성 자료와 진격로를 표시한 지도(26개) 등을 보완하고, 롬멜이 치른 전투에 관한 요도(9장)를 별도로 포함해서 우리나라 독자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2차 세계대전의 전개 과정과 당시 독일군의 상황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목차

옮긴이 서문
엮은이 서문
롬멜 기록문에 관한 일화
엮은이 주
독일군 원수 일람
독일군 원수 연보

제1부 프랑스 전선―1940년
제1장 뫼즈 강 돌파
제2장 포위망의 압축
제3장 솜 강 돌파
제4장 셰르부르 추격

제2부 아프리카 전선―1년차
제5장 이탈리아군의 패배―그 원인과 결과
제6장 제1회전
아프리카 파병│시레나이카 급습│최초의 교훈│토브룩 공격│국경에서의 전투
제7장 영국군 하계 공세(1941년)
살룸 전투―회고
제8장 동계 작전(1941~1942년)
영국군 공세│현충일의 전차전│이집트 급습│토브룩 회군│시레나이카 후퇴│반격│동계 전투―회고

제3부 아프리카 전선―2년차
제9장 가잘라 및 토브룩 공방
전력의 비축│전력의 비교│사막전의 준칙│주도권 쟁탈전│사막에서의 승리│제2차 토브룩 공격│토브룩 정복
제10장 이집트 추격
제11장 주도권의 상실
알라메인의 사투│교착된 전선│회고
제12장 시간과의 전쟁
새로운 돌파 계획
제13장 절호의 기회―알람 할파
3차원의 전쟁
제14장 희망 없는 전투―알라메인
방어 계획│풍전등화│한 치의 모래땅│사수 명령
제15장 알라메인 전투―회고
제16장 대후퇴작전
시레나이카 포기
제17장 진언進言
제18장 튀니지 회군
시르테 철수│부에라트 망중한│트리폴리타니아의 종말│알라메인에서 매레트까지―회고
제19장 협공 작전
‘아프리카’ 집단군│아프리카의 종말

제4부 이탈리아 전선
제20장 이탈리아(1943년)

제5부 연합군의 침공
제21장 침공 작전(1944년)
롬멜의 편지│침공에 대한 최고사령부의 대책│침공개시일
제22장 암담해진 하늘
현대 군사지휘관의 자질│아프리카 전역―회고
제23장 최후의 날

롬멜 연보
군사용어 해설
옮긴이 후기
 

저자 소개

엮은이 : B. H. 리델 하트
1895년 10월 31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20세기 초에 영국으로 돌아와 1914년 왕립 요크셔 경보병연대에서 소위로 임관했으며, 1915년 프랑스에 파견되어 1916년 솜 공세에 참전했고, 1924년에 대위로 전역했다. 전역 후 군사 전문가로서 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으며, 2차 세계대전 발발 전에는 육군성 장관 호어-벨리샤의 군사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제1, 2차 세계대전사』,『셔먼 장군』(전기),『...
 
역자 : 황규만
6·25전쟁이 발발하자 사관생도 신분으로 참전, 1950년 7월 육군사관학교 제10기로 임관했으며, 미국 육군보병학교와 육군참모대학을 졸업했다. 육군정보처장, 육군대학 교수부장을 거쳐 1976년 3월 준장으로 예편한 뒤 육군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는 육군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군사이론과 전쟁이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번역했으며, 역서로는『롬멜보병전술』(일조각, 2001),『현대 육군의 개혁』(일조각, 2001...
 

책 속으로

“나는 15분 내에 죽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편의 손에 죽다니 원통하구나. 우리 집은 이미 포위되었다. 히틀러는 내게 대반역죄大反逆罪를 뒤집어씌웠다. 그나마 아프리카에서의 공로를 참작해서 독약을 마시고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2명의 장군이 독약을 갖고 왔다. 그 약을 마시면 3초 내에 죽는다고 한다. 내가 순순히 응하면 우리 가족에게는 아무 탈도 없을 것이고 내 참모들도 화를 면하게 해준다고 했다.”
“모든 일이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다.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해주겠다고 한다. 장례식은 울름에서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는 전화가 울름에 있는 바그너슐레Wagnerschule 병원에서 걸려올 것이다.”
…아버지는 원수장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차에 오르기 전에 말없이 나와 알딩거에게 다시 한 번 악수를 청했다. 차가 전속력으로 언덕을 지나 사라질 때까지 아버지는 한 번도 뒤를 돌아다보지 않았다.
20분 후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아버지가 말한 대로 부음訃音을 알려왔다. 그날 저녁 우리는 아버지가 안치되어 있는 울름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아프리카 시절의 갈색 군복을 입은 아버지는 얼굴에 냉소를 머금은 채 야전침대에 누워 있었다.
--- p. 730
결국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려 했던 불행한 사태가 눈앞에 닥치고야 말았다. 우리의 전선은 돌파되어 완전 차량화된 적이 우리의 후방으로 밀어닥친 것이다. 총통의 명령 따위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우선 구출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지옥에서 건져내야 했다. 나는 다시 아프리카 군단장직을 맡은 바이얼라인과 면밀히 검토한 후, 즉시 후퇴를 개시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토마 장군은 영국군의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경호중대와 함께 용감히 싸웠으나 그의 부대가 격파된 후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영국군 방송을 통해 알았다.
후퇴명령으로 최소한 기갑군의 차량화부대만이라고 구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퇴이동을 24시간 연기함으로써 기갑군은 사실상 모든 보병부대와 다수의 전차, 각종 차량 및 화포를 포함한 많은 부대를 잃었다. 여기서 받은 타격 때문에 이제 어떠한 지연진지에서도 적의 전진을 더 이상 저지할 수 없게 되었다. 15시 30분에 후퇴명령을 하달하자 부대는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그날 영국군의 공중공격은 가장 격렬했으며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후퇴밖에 없었다. 지금에 와서 질서정연한 후퇴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 적은 광정면에 걸쳐 맹렬한 추격을 개시해 전진로상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도로에 나와 서쪽으로 이동하던 우리의 비차량화부대는 모두 격멸되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총통과 뭇솔리니에게서 푸카 진지로의 후퇴를 허가한다는 전문이 도착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때늦은 조치였다.
--- p. 492
…프랑스군 부대는 길가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으며 군용차량을 밭이나 노상에 주차시켜 둔 것이 보였다. 주민들과 프랑스 군인들은 모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담벽과 도로 곁에 몸을 숨기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서쪽으로 쉬지 않고 전진을 계속했다. 그리고 가끔 전차 승강구를 열어 밖을 내다보고 여전히 적의 저항이 없으며 후속부대와 접촉이 잘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곤 했다. 차가운 달빛 아래로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우리는 마지노 선을 돌파한 것이다! 상상치도 못했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22년 전, 우리는 4년 반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번과 똑같은 적을 상대로 싸웠지만 전투에는 승리했으면서도 전쟁에는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유명한 마지노 선을 돌파하고 적의 영토 깊숙이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 p.80
 

출판사 리뷰

사막의 여우 롬멜의 부활!
인류의 불행한 역사는 반복된다
지난 3월 20일 시작됐던‘이라크 전쟁’이, 4월 15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승리 선언’과 함께 막을 내렸다. 방화와 약탈 등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이라크 국내의 질서 안정을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전쟁은 이제 끝이 났다.
이번 전쟁에서도 수많은 민간인들이 아무 죄 없이 목숨을 잃었고, 참전한 군인들도‘나라를 위해’그들의 생명을 내놓았다. 우리에게도 반세기 전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아까운 생명들을 잃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치러온 수많은 전쟁이 남긴 교훈은 모두 같다. 한 사람의 지도자 또는 독재자의 명령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쟁이 끝난 뒤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 전쟁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전쟁은 계속된다.
롬멜이 남긴 기록들은 그 자신이 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그리고 자신이 죽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애쓰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글들을 읽다 보면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가르침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롬멜의 기록문이 남긴 의미
북아프리카의 전쟁터에서 대담한 기습공격을 감행해 연합군을 여러 차례 곤경에 빠뜨린 롬멜은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과 함께 명성을 얻었다. 그는 그러한 성공과 함께 육군원수가 되어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가장 뛰어난 장군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히틀러와 그의 측근들이 벌이는 무자비한 대량학살과,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라는 한 사람의 명령 때문에 죽어 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무의미한 전쟁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다. 이러한 심경의 변화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계기가 되었지만 죽음에 이를 때까지 롬멜은 그러한 무의미한 희생을 막으려 노력했다. 결국 그 노력은 그의 죽음과 함께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그의 기록들을 통해 전쟁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롬멜이 남긴 문서들 가운데 전쟁이 종반으로 들어서던 1944년의 기록들을 통해,‘아돌프 히틀러’라는 독재자 한 사람 때문에 8천만 독일 국민들이 견뎌내야 했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 전쟁이 남긴 상처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