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의 이해 (책소개)/5.법과 정의

오염된 재판

동방박사님 2022. 8.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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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판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패다”

허점투성이 과학수사가 만들어낸 250명의 오판 피해자들
그리고 아직 결백이 입증되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헌법 프로젝트] 헌법 해설상 수상
[미국 변호사 협회] 추천 도서
영미·유럽 각국 대법원 ‘필수 참고자료’
[뉴잉글랜드 법률학회] 주제 도서 선정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없게 해야 한다”

용의자의 자백, 목격자의 진술, 지문, 혈흔, 족적…
허점투성이 ‘가짜 과학수사’가 만들어낸 250명의 오판 피해자들

『오염된 재판』은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브랜던 L. 개릿(Brandon L. Garrett)의 저서로, 과학수사의 오류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DNA 검사에 의해 결백을 입증받은 최초의 오판 피해자 250명을 조사한 르포 사례집이다. 언론에 보도된 주요 소송에서 여러 차례 무죄를 이끌어낸, 국내 형사사법절차 개선 전문가 신민영 변호사가 번역했다. 우리가 신뢰하는 과학수사 시스템이 어떠한 치명적인 허점들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 지적하는 이 책은 ‘헌법 프로젝트(Constitution Project)’에서 헌법 해설상을, ‘미국 변호사 협회’의 실버 가벨상에서 명예 가작을 수상했다. 또한 미국 대법원, 하급 연방법원, 주 대법원뿐 아니라 캐나다, 이스라엘 등 각국 법원과 정책기관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언론·변호사협회의 필독서로도 회자되고 있다. 『오염된 재판』은 출간 즉시 화제가 되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오염된 재판』에는 살인 사건에 휘말려 거짓 자백을 강요받아 13년 넘게 교도소에 살아야 했던 사람,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에 의해 강간범으로 잘못 지목된 피해자, 경찰과 검사의 증거 은폐로 결백을 입증하지 못한 무고한 의뢰인 등의 충격적인 실제 사례들이 면밀한 분석 및 통계 자료와 함께 담겨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실효성과 법과학의 신뢰성을 되짚는 이 책은 오판 연구가 상대적으로 드문 한국에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1장. 서론: 250건의 오염된 재판

오판 피해자 250명의 악몽 같은 현실 |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반드시 밝혀내겠다 | 빙산의 일각이 외친 시스템 개혁

2장. 오염된 자백

거짓 자백의 수수께끼 | 가장 유력하고 위험한 증거 | 자백을 이끌어내는 복잡한 심리전술 |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일 | 진범이라고 믿었다 | 기록되지 않은 진실 | 경찰이 원하는 대답 | 강요된 자백에 대한 사법심사 | 전문가 증언의 무능함 | 자백에 대한 오염은 막을 수 있다

3장. 목격자의 착각

‘저자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말의 위력 | 다른 목격자들의 같은 실수 | 목격자의 기억을 시험하는 법 | ‘믿을 만하다’는 판단 | 암시적인 절차의 위험과 부조리 | 단 한 명의 용의자, 쇼업 | 불공정한 검증, 라인업 | 경찰의 암시적인 발언 | 신빙성 판단의 기준 | 목격자의 잘못된 확신 | 범인과 얼마나 닮았을까 | 가해자를 볼 기회 | 목격자의 집중도 | 사건과 재판 사이의 시간 | 다른 인종을 범인으로 지목할 때 | 어린이 목격자 | 목격자에 대한 판사의 믿음 | 배심원들에게 주어진 최종 지침 | 범인식별절차가 달라지고 있다

4장. 결함 있는 과학수사

신빙성도 타당성도 없는 법과학 | 법과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혈액형의 말, 혈청학 | 현미경 체모 비교 | DNA 검사 | 치흔 비교 | 족적 비교 | 음성 비교 | 지문 비교 | 법과학 증거 은폐하기 | 실수투성이 분석과 총체적인 오류 | 용의자 배제 실패 | 변호사들과 판사들은 무엇을 했는가 | 법과학 개혁으로 가는 길

5장. 거짓 제보자에 의한 재판

필요악으로서의 제보자 | 살인 사건과 수감자 제보자 | 수감자 제보자와의 위험한 거래 | 구체적 사건 내용의 출처 | 주 정부 사건을 뒷받침하다 | 상습 제보자의 증언 동기 | 공동피고인의 증언 | 협조자의 기대에 찬 증언 | 수감자 제보자의 증언에 대한 개혁

6장. 농락당한 무죄 주장

무고한 피고인의 주장 | 검찰은 재판에서 유리한 출발을 한다 | 유죄협상과 유죄답변 |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다 | 빈약한 알리바이 | 오판 피해자의 진범 지목 |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 불균형하게 이뤄지는 전문가의 도움 | 무능한 변호사 | 검사와 경찰의 부정행위 | 검사의 불공정한 최종진술 | 판사와 배심원 사이의 줄다리기 | 기울어진 운동장과 법원의 편향성

7장. 오판을 바로잡는 여정

재판상 오류는 벌레들과 같다 | 거짓 자백이 낳은 유죄판결 | 목격자의 오인과 잘못된 확신 | 값비싼 법과학 증거 | 제보자의 거짓 증언 | 형사재판 불복절차 | 파기, 재심 그리고 취소된 판결 | 결백한 피고인들이 파기를 이끌어낸 사건들 | 무해한 오류와 무죄 증거 | 무능한 변호인의 헛발질 | 정의를 저버린 검사의 부정행위 | 소수의견의 힘 | 오판을 바로잡는 여정

8장. 다시 세상으로

결백을 입증받기까지의 머나먼 길 | DNA 기술 발전과 오판 사례 | 대법원의 방관과 DNA 검사 거부 | 판결 취소와 귀환 절차 | 진짜 범인을 잡다 | 여전히 풀려나지 못한 사람들 | 결백 입증, 그 이후 | 오판이 입증된 후 사건 피해자들의 삶 | 앞으로의 오판 피해자들

9장.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라는 과제

형사절차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 신문절차 개혁의 필요성 | 건전한 범인식별절차로의 개혁 | 느리지만 반드시 필요한 법과학 개혁 | 수감자 제보의 남용을 막는 개혁 | 무고한 사형수를 위한 개혁 | 검찰 개혁 | 변호 개혁 | 연방 정부의 방관과 개혁 | 빙산의 일각, 오판 사건을 다시 이야기하다 | 구조적인 오류를 잡아내야 한다 | 알 수 없는 미래의 오류를 예방하는 일 | 250건의 오판 사례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부록
참고문헌
감사의 말
 

 

 

저자 소개 

저 : 브랜던 L. 개릿 (Brandon L. Garrett )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듀크대학교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다. 형사사법절차와 과학수사 시스템의 허점과 문제를 밝혀내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으며, 수많은 재수사와 재심을 이끌어냈다. 무고한 사람들의 결백을 입증해내기 위해 거짓 자백, 법의학자의 증언에 따른 오판, 목격자 기억에 의존한 수사,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의 문...
 
역 : 신민영
 
1978년 서울 출생. 사법연수원 41기 수료.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큰 관심을 갖고 1,500여 건의 형사소송을 수행하였다. 남들이 포기한 사건, 패색이 짙은 사건을 되살리는 데 힘써왔으며 언론에 보도된 주요 소송에서 여러 차례 무죄 선고를 이끌어냈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옆집 변호사] 코너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형법의 숨은 쟁점을 파헤친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가 ...
 

책 속으로

존스는 항소했지만 패소했다. 그는 자백이 강요되었고 절차상 오류가 재판 결과를 오염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일리노이주 대법원은 그의 상고를 기각했고 연방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때 예심판사는 DNA 검사를 해달라는 그의 청구도 기각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로널드 존스의 운이 바뀌기 시작했다. 1997년 일리노이주 대법원은 예심법원의 결정을 파기하고 그의 DNA 검사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정액에서 검출된 DNA 정보는 존스와 일치하지 않았고, 사건 당시 피해자와 동거하던 연인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그 후 존스에 대한 유죄판결이 취소되었지만 검사는 1999년까지 공소를 철회하지 않고 기다렸다. 2000년에 조지 H. 라이언 주지사가 사면할 때까지 존스는 교도소에서 13년 이상을 보내야만 했다. DNA 검사로 생명을 구한 로널드 존스는 “DNA가 아니었다면 누가 저에 대해 알기나 했겠어요?”라고 언급했다. 그는 하마터면 사형당할 뻔했던 것이다.
---pp.15,16

다량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혀내겠다는 것이었다. 재판기록들을 분석하면서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판 피해자들은 대부분 로널드 존스처럼 오염된 자백을 했고, 재판에서는 과학적 오류가 있는 분석 결과가 제출되었다. 로널드 존스의 사례는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오판 피해자 사례의 전형이기도 하다. 오염된 증거와 부당한 수사, 과학 분석상의 오류 그리고 형편없는 변호라는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
---p.22

DNA 검사가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DNA 검사의 오류가 3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 증거는 모두 검찰 측에 편향된 것이었다. 잘못된 과학수사에 대응하기 위해서 겨우 몇몇 변호인만이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대법원은 현재 표면적으로는 전문가의 증언에 오류가 없고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판사들은 형사 사건에서 이런 요구를 존중하지 않는다.
---p.25

자신이 결백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인지적 편향의 일상에서 고통받고 있었을 수도 있다. 즉, 이들은 결백의 증거가 사전 검토 내용과 일치하지 않아서 또는 이들이 스스로를 범죄만을 쫓는 사람들로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에 무죄와 관련된 증거를 무의식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요인 때문에 이런 오판 사례는 모두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 이 오판 피해 사례들에서 역시 누구도 다르게 행동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유사한 오류로 수많은 다른 결백한 사람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을 수 있고 죄인들이 오히려 자유를 얻었을 수 있다. 이 오판 피해 사례들에서 발생한 잘못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이러한 잘못된 판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시스템상에 문제가 있으며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시사하고자 한다.
---p.30

데스코빅은 이후 “형사사법제도 대한 믿음과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자백을 ‘강압에 따른 복종’에 의한 자백이라고 부른다.” 강압에 따른 복종에 의한 자백에서, 조사 중에 경찰이 가하는 압력은 불법이 아닐 수 있으며, 판사가 승인한 전술에 의해서 나올 수도 있다. 용의자는 수사기관의 압력에 순응하고 주로 “집에 가게 해준다거나, 긴 신문을 끝내준다거나, 신체적 위협을 피하는 것”과 같은 이득을 얻기 위해 자백한다.
---p.40

자백을 오염시킬 수 있는 대화 중 일부는 범죄 현장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13개의 사건에서 경찰은 오판 피해자를 범죄 현장으로 데려갔다. 공개되지 않았고 신문 과정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범죄 현장의 특징을 이 오판 피해자들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방문은 기록되지 않아서, 사실은 경찰이 현장에서 어떻게 범죄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오판 피해자들의 지식을 테스트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오판 피해자들을 범죄 현장에 익숙해지게 만들고자 한 것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p.62

심지어 이런 절차로도 피해자를 확신시키기에는 부족해서, 15분 동안 경찰은 피해자에게 압달을 지목하도록 암시를 주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압달이 다른 범죄 혹은 다른 강간 사건에 연루되어 구금 중이라고 말했고, 그 후로도 피해자가 범인을 지목하도록 명백한 압박을 가했다. 피해자는 압력에 대해 기억했고 이를 재판에서 증언했다. “그들이 압력을 가하면 가할수록”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범인을 지목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사람의 인생이 달린 일이었고, 모두의 편의를 위해 적당히 범인을 지목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p.84

“방금 당신이 가리킨 사람이 그 사람이 맞는지 얼마나 확신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 거쳐온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가 목격자의 확신을 키운다. 맨슨 테스트의 초점은 잘못된 것이다. 그 대신, 목격자의 마음속에 있었던 초기의 가장 믿을 만한 인상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은 범인식별절차 직후 목격자의 진술을 그대로 기록하여 당시 목격자가 얼마나 확신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현장 증거를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보존하는 것처럼, 이 방법은 사회과학자들이 오랜 기간 추천해온 방법이다.
---p.113

체모 비교 기술은 신빙성 없는 기법이다. 어떤 기법이 신빙성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떤 기법이 일관되거나 정확한 결과를 산출할 수 없다면 이는 신빙성이 없다. 체모 비교는 분석관의 개인 의견으로 구성되며, 체모들이 ‘일관성 있어’ 보이는지 ‘비슷해’ 보이는지에 관해서는 분석관 2명의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용어들의 의미에 대한 정의도 없다. 연구 결과 체모 비교 기술에서는 오류율이 무척 높았고, 학자들은 이러한 신빙성 없는 기법의 사용을 제한할 것을 법원에 요청해왔다.
---pp.145,146

검사들은 배심원들이 〈CSI: Crime Scene Investigation〉 같은 TV 프로그램에 노출되어 법과학자들에게는 오류가 없고 과학기술을 사용해 어떤 범죄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평한다. 검사들은 유죄를 입증할 강력한 과학 증거가 없으면 배심원들이 유죄판결을 하지 않으려 하는 “CSI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판 피해자들 사건의 경우, 그 반대의 일이 자주 벌어졌고, 배심원들은 무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과학 증거에도 불구하고 유죄판결을 했다.
---p.165

언론 매체도 이 재판들에 일조했다. 목격자들은 때때로 사건에 관한 보도나 다른 목격자의 진술에 기초한 몽타주를 접했고, 이러한 것들은 그들의 기억을 오염시키거나 그들의 확신을 증가시켰을 수 있다. 재판 전에 널리 알려진 사건의 경우 배심원들이 유죄평결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비슷한 연구 결과도 있다. 자극적인 보도는 사건의 끔찍한 측면을 부각할 수 있고, 이는 배심원들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할 수 있다.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대대적인 보도는 경찰에게는 사건을 빨리 마무리 짓도록, 검사에게는 재판에 이기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재선을 앞둔 경우 유권자들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
---p.242

아니요. 저는 안 그랬습니다. 저는 피해자를 죽인 적 없고, 그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정황증거 때문에 저는 카운티 감옥에 11개월 넘게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인을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살인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한 번도 여성을 강간하길 원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평생 이런 종류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p.258

DNA 기술이 발전한 이상 앞으로 더 이상의 오판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도 매해 DNA 검사 결과로 결백을 입증한 오판 피해자들의 사례가 계속 늘고 있고, 이 중 25%는 1990년대와 21세기 들어 발생한 최근 판결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DNA 검사가 일상화된 이후에도 잘못된 판결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이야 수사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DNA 검사가 이루어지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실수가 있는 한 오판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p.349

보처드는 “국가가 이러한 무고한 피해자들의 무죄 자체를 입증하고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적어도 이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다. 즉, 품위나 호의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못된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법체계가 개선되고 있고 오판 피해자들 중 많은 수가 배상을 받고 있지만, 죄를 저지른 후 사면을 받은 사람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조차도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은 후 결백을 입증받은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주에서는 형기를 마친 수감자를 위해 직업훈련, 거주지 알선, 상담, 치료 같은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오판 피해자에 대해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
---p.367

몇몇 오판 피해자들은 석방된 이후 삶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로널드 존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 이때까지도 이 세상에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다른 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휴대폰, 컴퓨터 같은 걸 써요. 하지만 제가 아는 전화는 구석에 있는, 동전을 넣는 전화예요. 아마 당신은 전화기에 동전을 넣는 법도 모를 거예요.”
---p.369

닐 밀러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는 사람들이 ‘오판 피해자’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구하러 가서 신청서를 작성할 때마다 제가 오판 피해자라고 설명하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그게 무슨 말이죠?’입니다.” 키스 터너(Keith Turner)는 말한다. “저는 늘 사면장을 가지고 다닙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할 때마다 늘 설명이 필요합니다. 강간 판결문도 꼭 같이 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늘 요구하기 때문이죠.
---p.370

압달은 비로소 무죄가 확정되었던 1999년을 회상했다. “나를 풀어주면서 그들은 제게 40달러와 지퍼가 망가진 작업복 한 벌을 주더라고요. … 그러고는 ‘나가요. 당신은 이제 자유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뉴욕주는 1984년에 잘못된 유죄판결에 대한 보상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서 관련 입법을 한 최초의 주 중 하나가 되었다. 2002년 압달은 뉴욕주로부터 보상을 받았는데, 16년간의 수감 생활에 대한 보상으로 200만 달러를 받았다. 처음에 그는 보상을 거부하고 대신 판사에게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얘기할 기회를 얻길 원했다. 하지만 암에 걸리게 되자 결국 보상안을 받아들였고, 2005년 그는 사망했다.
---p.375

미국 법무장관(나중에 미 대법관이 되는) 로버트 잭슨(Robert Jackson)이 자랑스레 말했듯이 “검사는 생명, 재산, 평판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의 그 어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근래 들어 검사들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유죄협상의 증가, 가혹해진 양형 기준, 실형 증가가 그 배경에 있다. 폭 넓은 재량권과 강력한 권한이 있는 검사들은 잘못된 유죄판결을 막을 수 있는 적임자이다.
---p.404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수프에서 큰 벌레가 나와 항의를 했다고 치자. 웨이터가 와서 이런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안심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걱정마세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예요. 수프에서 벌레가 발견되었다고 보고된 사례는 미국 전체에서 수백 건에 불과합니다. 인간이란 실수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매년 수백만 그릇의 수프가 팔리는데, 벌레가 발견되는 빈도가 이 정도뿐이라면 우리는 현재 위생적인 수프를 먹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웨이터는 우아하게 돌아가기 직전에 한마디를 보탰다. “우리가 수프에서 벌레를 찾아냈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p.410
 

출판사 리뷰

“범인을 지목하는 것만큼이나 무고한 사람을 지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를 속인 ‘가짜 과학수사’ 그리고
우리를 살릴 ‘진짜 과학수사’의 내막


저지르지 않은 죄로 평균 13년을 감옥에서 살며 무죄를 입증받기 위해 평균 15년을 싸우다가, 급기야는 사망한 후에야 결백을 입증받는 오판 피해자들의 악몽 같은 현실. 왜 과학수사는 이들이 무고하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을까?
故손정민 씨 실종 및 사망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친모 논란 등 최근 연일 헤드라인에 떠오르는 국내 형사사건들의 쟁점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과학수사’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감에 따라 앞으로 더 이상의 오판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며 이를 다루는 사람에게 실수가 있는 한 오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과학’수사라고 해도 그 증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염된 재판》은 이러한 지점에서 프로파일링을 비롯한 과학수사를 맹신하는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무너진 우리의 형사사법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잘못된 유죄판결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개혁이 절실한 형사사법제도의 비극적 결과일 뿐


총 9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오염된 재판》은 1장의 [서론]에서 오판 피해자 250명을 조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히고, 뒤따르는 장들에서 형사사건에서의 증거 방식에 따라 사례와 함께 오판이 일어나는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나간다. 2장 [오염된 자백]에서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복잡한 심리전술’, ‘경찰이 원하는 대답’, ‘강요된 자백에 대한 사법심사’ 등 무고한 사람이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거짓으로 자백하게 된 내막을 드러내고, 3장 [목격자의 착각]에서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로 억울한 죄인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진술한다. 4장 [결함 있는 과학수사]에서는 어째서 과학수사가 무고한 이들의 결백을 재판에서 밝혀내지 못했는지 법과학 증거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5장 [거짓 제보자에 의한 재판]에서는 결백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된 제보자들의 내막을 분석하고, 6장 [농락당한 무죄 주장]은 ‘빈약한 알리바이’, ‘검사와 경찰의 부정행위’ 등으로 무고한 의뢰인이 유죄판결을 받는 것을 막지 못한 변호인의 무능을 지적한다. 7장 [오판을 바로잡는 여정]에서는 항소심 또는 인신보호절차를 거치는 중에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며, 8장 [다시 세상으로]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의 결백이 입증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야만 했는지와 앞으로의 오판 피해자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9장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라는 과제]에서는 오판 피해자 사례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과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오염된 재판》의 부록 또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부록에는 DNA 검사를 통해 처음으로 무죄를 입증받은 오판 피해자 250명의 사건에 관한 각 장의 결론을 도표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정리했다.
“이 책에 들어간 부록의 통계들은 유례없이 귀중한 부분이다. 잘못된 유죄판결과 그것이 낳은 결과들 그리고 그에 기여한 요인들에 대한 정량적 개요를 보여주는 17개의 도표는, 현재의 형사사법 시스템의 주장과 상충하며 큰 충격을 안겨준다.” ―리처드 C. 르원틴(Richard C. Lewontin),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나아가 피해자들의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한 방법과 그들을 직접 조사한 방식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한다. 250명의 오판 피해자들이 분명 ‘선택된’ 사례에 해당하며 따라서 이들의 경험이 쉽게 일반화될 수 없다는 가능성까지 고찰한 저자는 책에 담긴 오판 피해 사례들에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모든 억울한 사람들의 세월을 돌려줄 수는 없어도 이로 인한 교훈을 얻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추천평

“이 책은 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대단히 충격적이고도 흥미로운 연구다.
사실상 모든 잘못된 유죄판결을 피할 수 있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존 그리샴(John Grisham, 《의뢰인》 저자)

“이 귀중하고 놀라운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잘못된 유죄판결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개혁이 절실한 형사사법제도의 비극적 결과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헬렌 프레진(Helen Prejean 수녀, 《데드 맨 워킹》 저자)

“법에 있어 최대 악몽이라고 할 수 있는, 죄 없는 자들에 대한 유죄판결의 방법과
원인을 조사하는, 매우 읽기 쉬우면서도 잘 연구된 작품이다.”
- 스콧 터로(Scott Turow, 《이노센트》 저자)

“DNA 검사는 우리의 형사사법 시스템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 책은 그 이유를 보여준다.”
- 배리 셱(Barry Scheck과 피터 뉴펠드Peter Neufeld, ‘무죄 프로젝트’ 변호사)

“저자 브랜던 개릿은 DNA 검사로 누명을 벗음으로써 얻는 교훈에 대해 지금까지의
그 어떤 책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완전한 시각을 제공한다.”
- 사무엘 R. 그로스(Samuel R. Gross, 미시간 대학교 법대 교수)

“잘못된 유죄판결은 이미 알려진 현상이지만, 개릿은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잠재적인 해결책에 더욱 집중한다.”
- <퍼블리셔 위클리Publishers Week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