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의 이해 (책소개)/5.법과 정의

지금 다시, 헌법

동방박사님 2022. 7. 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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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30개의 헌법 조문으로 알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정 설계도와 대한민국 헌정사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선거권 나이 변경 등
최신의 변화 반영한 개정신판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춘 읽기 쉬운 헌법 해설서


우리 헌법은 전문과 부칙을 제외하고 130개의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제처 홈페이지에 가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한글로 된 헌법 조문을 15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헌법의 각 조문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 그 조문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의미, 헌법의 행간이 담고 있는 사회적 정의와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사까지 읽어내려면 아무래도 알맞은 길잡이가 필요해진다. 『지금 다시, 헌법』은 이러한 필요에서 기획된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이다. “헌법이라는 미래의 유물 앞에 선 안내원”이라고 본인을 명명하는 저자들은 ‘시민의 교과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집필하여, 표제부터 부칙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주석을 달았다.

저자들은 최대한 쉬운 말과 간결한 문체, 다양한 예를 활용해 각 헌법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누구나 헌법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지점과 그에 대한 견해를 통해 현재적 관점에서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2016년에 출간되어 전 국민을 헌법 읽기 운동으로 이끌었던 『지금 다시, 헌법』의 개정신판으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19세에서 18세로 선거권 나이 변경 등 그 동안 있었던 변화들을 반영하여 새롭게 다듬었다. 저자들은 “현실의 힘은 헌법학자들의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필요로 하는 각자의 해석과 주장이 만들어내는 희망 또는 울분에서 잉태된다. 그 힘이 헌법을 실현한 것을 기대한다.”며 다시 한번 우리들을 헌법 읽기의 융숭한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헌법을 왜 읽어야 하는가? 서문에서 저자가 던진 질문에 언론인 손석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고. 현재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일독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목차

신판 서문
서문
대한민국헌법
전문
제 1장 총강
제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 3장 국회
제 4장 정부
제 1절 대통령 | 제 2절 행정부
제 5장 법원
제 6장 헌법재판소
제 7장 선거관리
제 8장 지방자치
제 9장 경제
제 10장 헌법개정
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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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구성원 변호사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 법과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 《사람답게 아름답게》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 《단어의 발견》 등을 썼고, 공저로 《지금 다시, 헌법》 《어둠은 빛을 이...

저 : 윤재왕

196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법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철학과 법사상사를 가르치고 있다. 여러 편의 법철학 관련 논문을 썼고, 옮긴 책으로는『사회의 법』『체계이론입문』등이 있다.

저 :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여성, 청년, 노인,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노동자들에 관한 법률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다시, 헌법》(공저) 《십 대 밑바닥 노동》(공저)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공저) 등을 썼다.

 

책 속으로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정작 현재는 모호하다. 과거와 미래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가운데 현재를 산다고 느낄 뿐이다. 사건이 일어나면서 과거와 미래가 구분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란, 무수한 사건을 맞아 대응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의 하나로 헌법은 유용하다. 변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싸울 수밖에 없다. 정치 현실에서 필요한 싸움은 투쟁뿐 아니라 설득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헌법은 일상의 삶에 사용 가능한 싸움의 도구다.
---「‘서문’」중에서

정부 형태라는 말이 있다. 헌법 개정이 화제가 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야가 정부 형태다. 시민들은 헌법의 기본권 편에 관심이 더 많은데, 정치인들은 정부 형태에 관심을 치중한다. 기본권은 어차피 헌법 규정에 관계없이 원칙만 잘 지키면 되지만, 정부 형태는 헌법의 기본 골격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에 대한 시민과 정치권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

정부 형태란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국가 권력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양극단이고, 이원정부제가 그 중간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는 내각책임제라 부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원정부제를 혼합정부제, 준대통령제 또는 반대통령제라 하기도 한다. 대통령제 정부 형태의 특징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인 동시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도 행정부의 우두머리로 실권을 장악하여, 대통령이 강력한 지배체제를 구축하는 정부 형태다.

대통령 임기는 헌법 개정이 논의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도마 위에 오르는 사안이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엇갈리는 문제, 정책의 연속성 문제 등을 이유로 임기 4년에 1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다른 논의도 있다. 현행 헌법이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에, 전임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새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 부칙 제2조 2항, 민법 제159조,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 등에 따라 2월 25일 0시부터 시작되어 왔다.

대통령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 2월 25일 0시부터 임기를 시작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 단서가 적용되어 새 대통령의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즉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임기는 2017년 5월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이후 당선이 결정된 5월 10일 오전 8시 9분부터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문재인의 임기는 5년 뒤인 2022년 5월 9일 24시로 만료되고, 새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10일 0시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신구 대통령의 이취임 시간이 자정이어서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오전 10시경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헌법이 신경 써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제 4장 정부」중에서

정당의 해산을 규정한 이 조항이 갑자기 엄청난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된 사건이 있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주문의 결정을 했다. 첫째,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둘째,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위헌정당해산제도가 제3차 개정 헌법에 신설된 이래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당이 해산된 순간이었다.
---「제 1장 총강’」중에서

어쨌든 핵심은 이것이다. 헌법의 기본권은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려는 사상에서 비롯한 결과다. 그래서 인간의 권리는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처럼 여겨진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제각각 생겨나는 순간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인간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다른 존재의 세계 내부를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 가장 잘 아는 것은 인간의 세계다. 따라서 인간은 인간을 세계 존재의 최우선 가치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인권과 헌법의 기본권 정신은, 인간이 세상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주체라 생각하는 데서 탄생한 것이다.
---「제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중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의 요건만 더 엄격히 규정하였다. 1985년 10월 18일에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 102명은 당시 대법원장 유태흥에 대한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나, 10월 21일의 표결에서 재적 의원 247명 중 95명만 찬성해 재적 의원 과반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2004년 3월 12일 제246회 임시국회에서는 유용태, 홍사덕 의원 등 157명이 발의하여 상정한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재적 의원 271명 중 193명이 찬성해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을 충족시켜 의결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 건은 2016년 12월 3일 야 3당 원내 대표의 대표 발의로 재적 의원 300명 중 171명이 발의하였고, 2016년 12월 9일 재적 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234명, 즉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 가결되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제 3장 국회」중에서

이처럼 현행 헌법은 국회, 대통령, 국민 모두가 헌법 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공고는 헌법 개정안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자유로운 비판과 의견 교환을 위한 중요한 절차라는 점에서 그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에게 헌법 개정의 발의권을 부여한 것은 지나친 권력 집중이라는 견해도 강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국민들도 직접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예컨대 제2, 3공화국 헌법은 국회의원(민의원) 선거권자 50만 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국민들이 직접 헌법 개정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절차만 거치면 어떠한 헌법 규정이라도 개정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헌법 제1조도 헌법 개정 절차만 거치면 수정할 수 있을까?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 제9조도 삭제할 수 있을까? 군인이 전투·훈련과 관련해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29조 2항은 어떤가? 어떤 조항은 개정할 수 있고 어떤 조항은 개정할 수 없다면, 그렇게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그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 국민이라고 가정할 경우, 국민 모두가 원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한 헌법 조항도 폐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기준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제 10장 헌법개정」중에서
 

출판사 리뷰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선거권 나이 변경 등
최신의 변화 반영한 개정신판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춘 읽기 쉬운 헌법 해설서


헌법은 한 국가의 상징이자 국정 운영의 구성과 절차를 정의한 실체이다. 헌법은 그 주체이자 구성원인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것의 실현을 담당하는 권력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다. 헌법만 잘 작동하면 우리는 국민주권·권력분립·법치주의 등이 보장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저마다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정사가 보여주듯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우리가 추구하는 헌법 정신 사이에는 심각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선거를 통해 주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가가 그 권력을 사유화해 전횡을 일삼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헌법을 자신의 입맛대로 뜯어고친 독재자도 있었다.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 현행 헌법하에서 정치권력은 시민 사회의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더 부패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주권자의 권리는 투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헌법은 전문과 부칙을 제외하고 130개의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제처 홈페이지에 가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한글로 된 헌법 조문을 15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헌법의 각 조문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 그 조문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의미, 헌법의 행간이 담고 있는 사회적 정의와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사까지 읽어내려면 아무래도 알맞은 길잡이가 필요해진다.《지금 다시, 헌법》은 이러한 필요에서 기획된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이다. “헌법이라는 미래의 유물 앞에 선 안내원”이라고 본인을 명명하는 저자들은 ‘시민의 교과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집필하여, 표제부터 부칙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주석을 달았다.

저자들은 최대한 쉬운 말과 간결한 문체, 다양한 예를 활용해 각 헌법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누구나 헌법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지점과 그에 대한 견해를 통해 현재적 관점에서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2016년에 출간되어 전 국민을 헌법 읽기 운동으로 이끌었던 《지금 다시, 헌법》의 개정신판으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19세에서 18세로 선거권 나이 변경 등 그 동안 있었던 변화들을 반영하여 새롭게 다듬었다. 저자들은 “현실의 힘은 헌법학자들의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필요로 하는 각자의 해석과 주장이 만들어내는 희망 또는 울분에서 잉태된다. 그 힘이 헌법을 실현한 것을 기대한다.”며 다시 한번 우리들을 헌법 읽기의 융숭한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헌법을 왜 읽어야 하는가? 서문에서 저자가 던진 질문에 언론인 손석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고. 현재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일독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헌법, 시민의 권리 선언

우리 헌법은 항목에 따라 10개의 장(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개정)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장은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다. 2장은 10조부터 39조까지 모두 서른 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의무를 규정한 것은 납세와 국방에 관한 두 개 조항뿐이다. 따라서 2장은 국민의 권리, 흔히 말하는 기본권에 관한 장이다. 《지금 다시, 헌법》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부분도 바로 2장이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아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저자들은 기본권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 조항의 의미를 다양한 하위 법률과 헌법재판소 판결 사례들을 동원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2장의 첫 번째 조항인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기본적 인권 등 추상적 어휘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선언하고 있는데, 저자들은 쉬운 말로 그 의미를 차근차근 풀어 설명하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의 인권(존엄성과, 수면권)과 관련한 두 예는 기본적 인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86쪽, 90쪽) 전자주민카드 발급에 열 손가락 지문 날인을 의무화한 정부 방침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한 제17조를 들어 지문 날인 거부 운동을 펼친 시민들의 행동을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짚어낸 부분 또한 곱씹어볼 만하다.(134쪽) 저자들은 현제 제도적으로 가장 논란이 심한〈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명 ‘집시법’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 법률은 일부 내용이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입법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155쪽) 우리 현실에서 기본권과 가장 많이 충돌하는 법률은〈국가보안법〉이다. 남북분단과 이념 대립이라는 한반도 특유의 상황에서 만들어진〈국가보안법〉은 지금까지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기본적 인권에 속하는 학문의 자유(사노련 연구자들에 대한 구속 영장, 160쪽), 표현의 자유(이적표현물에 대한 처벌, 129쪽), 양심의 자유(사상범에 대한 처벌, 144쪽) 등을 침해해왔다. 기본권 침해의 다양한 예들이 이 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이 법의 위헌성에 대한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헌법의 기본권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따라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할 때 국민은 헌법을 근거로 이에 대한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헌법을 다 읽을 수 없다면 기본권을 다룬 내용만이라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국가권력은 시민을 통제하려는 속성이 있다. 인권이 종위 위의 권리가 아니라 현실 생활 속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헌법을 통한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진정한 시민의 헌법을 위한 헌법 개정

세상에 완벽한 문서나 제도는 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대적 조건도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도 법률처럼 개정할 필요가 생긴다. 지금의 헌법은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1987년 10월 29일 9번째로 개정한 헌법이다. 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롭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여야 간 합의로 만들어졌으며, 민주주의의 발전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지금의 헌법이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 시대상을 포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1991년도에 시행된 지방자치의 개념이나 정보화 시대가 불러온 변화에 대해 얼마나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헌론은 선거철마다, 또는 선거가 끝나기만 하면 떠오르는 우리 사회의 의제이다. 5년 단임제의 대통령에게 부여된 제왕적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를 헌법에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방안이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에서 늘 간과되는 것이 있다. 바로 기본권에 대한 부분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본권 확장을 다음 개헌의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저자들도 기본권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견해들을 곳곳에 밝혀두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11조 2항(97쪽)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것을 말하고 있으므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고, 대신 빈부의 격차에 따른 실질적인 경제 계급을 없애는 노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할 것을 주장한다. 또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제21조 4항(157쪽)에 대해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수단이 되는 모든 매체와 활동은 개인의 명예와 다른 가치에 서 있다는 점은 지적하며, 공익을 위한 알 권리와 명예라는 개인의 가치 사이에 균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예 삭제를 주장하는 조항도 있다. 특수한 신분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법률이 따로 정한 보상을 받을 뿐,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한 제29조 2항(192쪽)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국가배상 청구를 막기 위해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에 집어넣은 조항이다. 기본권에 반한 위헌이 분명한 이런 조항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의 피해구조 의무를 규정한 제30조(194쪽)에 대해서는 생명·신체에 대한 구조뿐 아니라 갈수록 늘어나는 경제 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구조를 위해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생명·신체 등에 대한 피해’로 바꿔 구조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개헌에 대한 논의가 더욱 무르익고 있다. 이에 대비해 시민 사회에서는 헌법의 기본권 확장에 필요한 의견들을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시민의 헌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시민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추천평

이 책의 원고를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있었던 보도국은 최순실 씨 사건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 와중에 잠시 정신을 차리고 원고를 읽어보니 이 책의 진가가 새삼스러웠다. 서문의 첫 문장은 ‘헌법은 왜 읽어야 하는가?’로 시작되며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쉽지 않다’고 되어 있다. 뭐가 쉽지 않은가? 적어도 지금 나는 그 첫 문장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 책은 쉽게 읽힌다는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헌법 조문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한 수많은 사례들 덕분이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헌법의 이해는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는 여기에 더해 헌법은 시민을 위한 ‘교양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 손석희 (언론인)

법률 실무자들은 법과 관련한 교과서를 통독할 기회가 적다. 주석서라면 더욱 그렇다. 보통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해당 부분만을 펼쳐볼 뿐이다. 내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1978년 이후로 두 차례나 헌법이 바뀌었는데, 현재의 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기억이 없다. 바뀐 부분이 무엇인지만 알고 넘어간 탓이다. 이 책 덕분에 헌법뿐 아니라 헌법 주석서를 통독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저자들은 헌법의 개별 조문들마다 그 뜻과 배경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논쟁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견해도 밝혀두고 있다. 간결한 문체와 쉬운 말로 주석을 붙여주어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되고 있는지를 알기위해서는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 김영란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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