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2.일본문화

근대 일본군의 기이한 변용 : 역설의 군대

동방박사님 2022. 8. 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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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주의와 합리성의 사이에서

옛 일본군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비슷하다. 비합리적이고 광신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 도베 료이치는 그러한 점을 인정하면서 물음을 던진다. “과연 일본군은 처음부터 비합리적이고 광신적이었을까?” 저자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처음에는 합리적인 그리고 근대화를 선도한 조직이었지만, 나중에 크게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저자는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 육군이 탄생할 때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일본 육군이 무너지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 해체
1. 8월 15일
2. 시점

제1장 / 탄생

1. 국군의 창설
2. 봉건제의 극복
3. 군기의 확립

제2장 / 성장

1. 전문직으로의 길
2. 국토방위
3. 대외 전쟁

제3장 / 난숙

1. 정당의 도전
2. 사회의 도전
3. 총력전의 도전

제4장 / 변용

1. 국가 개조
2. 막료 정치
3. 대소 군비

에필로그 / 자멸

1. 전쟁의 파탄
2. 군기의 붕괴
참고문헌
역자 후기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도베 료이치 (Tobe Ryoichi,?部良一)
 
1948년 일본 미야기현(宮城縣)에서 출생했으며 교토대학 대학원 법학 연구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76년부터 2009년까지 방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국제일본문화 연구센터 교수를 거쳐 현재 데이쿄(帝京)대학 교수이다. 전공은 일본 근현대사이며 주요 연구 주제는 중일관계, 근대 일본의 군대, 일본의 정군(政軍)관계이다. 주요 저서로 『역설의 군대(逆?の軍隊)』(1998), 『일본 육군과 중국(日本陸軍と中...

역 : 윤현명

 
인하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일본의 히토쓰바시대학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전공은 일본 근현대사의 정치사이며, 주요 연구 주제는 의회와 군사비이다. 논문으로 「근대 일본의 임시군사비에 대한 일고찰」, 「중일전쟁기 일본 제국의회의 임시군사비 심의」, 역서로 『일본, 군비확장의 역사』, 『폭격의 역사』(공역),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공역) 등이 있다.
 
역 : 이승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대학원 일본학과에서 일본사회문화를 전공했으며, 히토쓰바시대학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공은 교육사회학이며 주요 연구 주제는 다문화사회화와 다문화교육이다. 논문으로 〈James A. Banks의 다문화교육론의 전개과정〉, 옮긴 책으로 『폭격의 역사(』공역)가 있다. 전공 외에 일본학 관련 책도 번역하고 있다.
 
 

책 속으로

어쨌든 일본의 군인들(특히 장교들)이 천황에 대해 강하게, 심지어 광신적으로 충성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군은 종종 ‘국민의 군대’가 아닌 ‘천황의 군대’로 불린다. 심지어 ‘천황제 군대’와 같은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이 꼭 부적절한 것만은 아니다. 군인들의 충성은 명백히 천황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단, 천황에 대한 충성을 이유로 일본군을 무조건 전(前)근대적인 군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천황은 다른 나라로 치면 ‘국왕’을 의미한다. 즉, 천황에 대한 충성은 국왕에 대한 충성과 같은 셈이다.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충성의 대상이 봉건 영주에서 중앙집권제 국가의 중심인 국왕으로 바뀌는 것은 상당히 근대적인 현상이다. 그렇게 근대적인 국왕에 대한 충성 앞에, 어느 사이엔가 근대성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광신적인 천황 숭배(앞서 언급한 쿠데타 장교들과 같은)가 등장했다. 이 또한 역설적이라 할 수 있다.
--- p.16~17

무릇 군대라는 것은,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비합리적인 ‘전쟁’이라는 행위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조직이다. 따라서 ‘전쟁’이라는 극도로 비합리적인 상황에 내몰려 개개의 군인이 종종 비합리적인 행위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청일전쟁에서도, 러일전쟁에서도 일본군의 광신적인 행동이 완전히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의 광신적인 행동은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쇼와기의 군대에서는 광신적인 행동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과도 같았다.
(…중략…)
아마도 그 원인은 일본군의 근대화와 성장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근대화와 성장의 과정에서 군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도전에 대응하는 사이 조금씩 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대화와 성장이 비합리성과 광신주의를 낳았다고 한다면 이것도 일본군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 p.19~20
 

출판사 리뷰

“무릇 군대라는 것은,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비합리적인 ‘전쟁’이라는 행위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조직이다.”

일본이 근대화를 추진하고 육군을 건설·발전시켰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은 세계적으로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격변의 시대였다. 이때 일본 육군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근대화를 이끌었다. 새로운 시대는 대규모 공업화를 위해 규격화된 인재를 원했고, 강력한 군사력을 위해 징병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응해 일본 육군은 장병들에게 규격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상당한 반발을 무릎 쓰고 신분제로 편성된 군 인력을 정리했다. 또 무기 산업의 육성을 통해 공업 발전을 선도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건설·유지했다. 그 결과 일본 육군은 방대한 조직으로 발전하며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승리를 주도했다. 이것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던 초기 일본 육군의 모습이다.

그러나 성공에 도취하고 조직이 커지자 일본 육군은 점차 완고하고 이기적인 조직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진행된 전쟁 방식의 변화, 범세계적인 민주주의 흐름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가 하면, 정치적 중립을 방패삼아 정부의 통제로부터 조직을 독립시켜 나갔다. 나아가 그들은 국가 방위를 내세우며, 국정 전반의 각종 문제에 개입했다. 정치적 중립을 가장 엄정하게 지켜야 할 조직이 오히려 최대의 정치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러한 일본 육군의 대외 강경책은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전쟁이 온전히 육군 때문에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육군이 각 전쟁의 발발에 최대의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전쟁은 일본 육군을 피폐하게 했다. 특히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일본 육군의 군사력은 점차 무너져 갔다. 그러나 군대가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일본 육군은 대외 강경책, 결사 항전, 정신주의 등을 끝까지 고집하며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대로서, 조직으로서 광신적인 행태마저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후 일본 육군의 폭주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천황이 정식으로 항복한 이후에야 멈추었다. 조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나서야 폭주가 멈추었을 정도로 자정 작용이 미약했던 셈이다. 이후 일본 육군은 해체되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결국, 초기에 변화와 혁신을 선도했던 일본 육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고하고 이기적인 조직으로 바뀌었으며, 나중에는 가장 과격하고 광신적인 조직으로 변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역설의 군대』는 위와 같은 극적인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낸 책이다. 일본 육군이 주도한 일본의 제국주의에 그 누구보다 커다란 피해를 받았던 대한민국에 번역됨으로써, 일본을 비판적으로 이해하여 그들의 과오를 짚어내고 나아가 우리 스스로 경계할 타산지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