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2.일본문화

문명을 논하다 (나쓰메 소세기)

동방박사님 2022. 9. 8. 09:19
728x90

책소개

일본의 국민 작가이자 근대 문명개화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나쓰메 소세키의 신랄한 근대와 문명 비판론!


『나쓰메 소세키, 문명을 논하다』은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사상적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값진 자료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 유학을 통해 서양 근대 사회를 몸소 체험함으로써 서양과 일본의 근대에 대해 누구보다 폭넓은 이해를 보여준다. 소세키는 서양을 이념으로 삼아 이룬 일본 근대화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사실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동시에 근대화 과정의 한계를 통찰하며 근대화 과정의 일본인 운명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한다. 다시 말해, 서양 문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본인의 생활과 심정에서 ‘무엇이’ 상실되었는지도 간파했다. 이 책은 소설 이외에 강연, 평론, 편지, 일기, 단편(斷片)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소세키의 문명 비판론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글을 뽑아 만들어진 책이다.

목차

Ⅰ부
현대 일본의 개화
내용과 형식
문예와 도덕
나의 개인주의
모방과 독립
무제
교육과 문예
*
『동양미술도보』
‘이즘’의 공과
박사 문제와 머독 선생님과 나
머독 선생님의 『일본 역사』
박사 문제의 경과(전말)
문예위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학자와 명예
*
유리문 안에서(초)

Ⅱ부
런던 소식(초)
우견수칙
인생

Ⅲ부
일기
1901년(메이지 34년) 1월 25일
1901년(메이지 34년) 3월 15일
1901년(메이지 34년) 3월 16일
1901년(메이지 34년) 3월 21일
단편
1901년(메이지 34년) 4월경
1905년(메이지 38년)·1906년(메이지 39년)
1906년(메이지 39년)
1910년(메이지 43년)
일기
1912년(메이지 45년) 6월 10일
1912년(메이지 45년) 7월 20일
편지(서간)
1900년(메이지 33년) 12월 26일
나쓰메 교코에게 보낸 편지(초)
1902년(메이지 35년) 3월 15일
나카네 시게카즈에게 보낸 편지(초)
1902년(메이지 35년) 12월 1일
다카하마 기요시에게 보낸 편지
1906년(메이지 39년) 10월 23일
가노 고키치에게 보낸 편지(초)
1914년(다이쇼 3년) 11월 14일
하야시바라(당시 오카다) 고조에게 보낸 편지(초)
1915년(다이쇼 4년) 7월(?) 《야마토신문》에 보낸 편지
1916년(다이쇼 5년) 8월 21일
구메 마사오·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 보낸 편지

해설-미요시 유키오
옮긴이 후기
 

저자 소개

저 : 미요시 유키오 (三好行雄)
 
1926년에 태어나 도쿄대학 문학부 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동 대학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였다. 1959년 릿쿄대학 조교수가 되었고, 1962년 도쿄대학 국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1972년에 동 대학 교수를 지냈다. 국문학자로서, 근대문학을 폭넓게 연구하였다. 1989년 야마나시 현립문학관의 초대 관장을 역임하였으며, 재임 중에 1990년 별세하였다. 저서로는 『일본 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근대문학연구란 무엇인가』 『...

역 : 김수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일어일문학과 문학사, 동 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일본어일본문화 석사, 동 대학 대학원 일본어일본문화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번역서에 『조용한 생활』, 『음악의 기초』, 『논문 잘 쓰는 법』,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외국어 잘 하는 법』, 『고민의 정체』, 『책이 너무 많아』 등이 있다. 저서로는 『일본 문학 속의 여성』, 『겐지모노가...
 

책 속으로

지금 일본의 개화는 착실하게 천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기합을 넣어 깡충깡충 뛰어가는 형국입니다. 개화의 모든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나갈 여유가 없어서 최대한 커다란 바늘로 듬성듬성 꿰매듯 지나가는 것입니다.
--- p.32

수천만이 될 만한 인간의 집합인 국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물눈으로 각 개인, 말하자면 각 원소가 연결되어있다. 법률, 경제, 습관, 도덕, …… 등의 여러 관계로 각 개인은 서로 관계하고 있으며, 또한 하나의 국가는 지방이나 직업, 계급 같은 소구분으로 나뉘어있다. 구체적인 국가는 대개 이러한데, 이런 상호관계의 그물눈을 모두 무시하고 인구만 남겨서 생각하는 방식이 집합론의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41

현재 일본의 사회 상태가 어떤지를 살펴보면 현재 대단한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동반되어 우리의 내면 역시 시시각각 대단한 기세로 변하고 있습니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운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날의 사회 상태와 20년 전, 30년 전의 사회 상태는 매우 그 분위기가 다릅니다. 다르므로 우리의 내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내면이 달라지고 있다면 그것을 통일하는 형식이라는 것도 자연히 이와 조금은 어긋나야 합니다. 만약 그 형식을 약간이라도 변형시키지 않은 채 원래대로 고정해둔다면, 그 상태로 계속해서 그 형식 안에 끊임없이 변화할 우리 삶의 내용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면, 결국 실패할 것임이 뻔히 눈에 보입니다.
--- p.78

이때 저는 처음으로 문학이 과연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해 자신이 직접 근본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스스로가 자신을 구제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완전히 ‘타인 본위’로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정처 없이 여기저기를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타인 본위’라는 것은, 예컨대 자신이 직접 자신의 술을 마시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술을 대신 마신 다른 사람의 품평을 듣고 설령 그것이 이치에 맞지 않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야말로 ‘타인 흉내 내기’를 가리킵니다.
--- p.137

저는 이 ‘자기 본위’라는 말을 포착하게 된 후 무척 강해졌습니다. ‘그들은 뭐지’라며 그들에 대해서도 당당한 기개가 생겨났습니다. 그때까지 망연자실해 있던 제가 어디에 서서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알게 해준, 제 길잡이가 되어준 것은, 실은 이 ‘자기 본위’라는 네 글자였습니다.
--- p.140-141

현재의 내 머리를 지배하고 미래의 나의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애석하게도 내 조상이 선사한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나와는 다른 인종이 바다 저편에서 가져다주었던 사상이다. 어느 날 나는 내 서재에 앉아 사방에 꽂혀있는 책장을 바라보았다. 그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금박으로 된 이름이 하나같이 서양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중략)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것들은 모두 외국인들이 작성한 사상을 파란색이나 빨간색 표지로 철해 완성시킨 책들에 불과했다. 단순히 그런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아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 남의 집 양자로 들어가 낯선 이에게 얻게 된 재산이었다.
--- p.247

눈앞의 신박한 경물에 온통 현혹되어 일시적인 충동적 호기심으로 백 년의 관습을 버린다면, 이것은 나쁜 의미에서 미련이 없다는 의미다. 침착하게 결단하면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며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역시 퇴보할 일이 생길 것이다. 일본인은 일시적인 충동으로 모든 풍속을 버린 후, 다시금 내버렸던 것들을 주워 모으는 중이다. 하이쿠는 버려졌다가 부활했다. 다도는 배척당했다가 부활했다.
--- p.357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메이지 40년이 유신의 위업을 대성한 시일이라고 생각해 자신이야말로 공신이든 모범이라고 한다면, 이른바 자만심과 광기를 겸비한 바보이자 병자일 것이다. 40년이 흐른 오늘까지, 모범이 되어야 마땅할 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너희를 모범으로 삼을 정도로 자잘한 인간이 아니다.
--- p.375

공부하고 있습니까? 글은 쓰고 있습니까? 두 사람은 새로운 시대의 작가가 될 생각이겠지요? 나도 그런 생각으로 두 사람의 앞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하지만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소처럼 초연하게(넉살 좋게)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문단에 좀 더 기분 좋고 유쾌한 분위기가 유입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턱대고 외래어에 납작 엎드리는 버릇은 버렸으면 합니다.
--- p.408
 

출판사 리뷰

나쓰메 소세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약 100년 전 활동했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유의미하게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에서도 근대 일본 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이다. ‘언문일치’를 통해 현대의 우리가 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작품을 써서 단숨에 당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소세키의 작품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일본 작가들뿐 아니라 중국의 루쉰, 한국의 이광수, 염상섭 등 다른 나라의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소세키는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본격 소설가로 활동한 시기는 길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 지폐의 주인공(1984~2004)이 될 만큼 국민 작가가 된 까닭은 그의 작품들뿐 아니라, 『나쓰메 소세키, 문명을 논하다』에서 볼 수 있듯,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고뇌하던 비평가로서의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 곳곳에 맹목적으로 서양식 근대화를 추종하는 우스꽝스러움과 위험성을 지적하며, ‘독립된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의 자율적 입장 즉 ‘자기 본위’를 강조한다. 서양과 마주하며 ‘개인’을 인식하는 지점의 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찰로 인해 그는 일본 문학의 아버지라는 평가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나쓰메 소세키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그의 소설들뿐 아니라 이 책까지 함께 읽어야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겠다.


한국 독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소세키를 이해하거나 일본의 근대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독자 입장에서 서양이 아닌 다른 문화권의 근대 문명에 대한 자아 성찰적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는 데 큰 가치가 있겠다. 이 책은 여전히 서구 지향적으로 모든 기술과 문화가 발달하는 시기에 짧은 시간에 이뤄낸 근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