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3.글쓰기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동방박사님 2022. 9. 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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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첫 문장의 실마리부터 사건 전개를 거쳐 마침표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글쓰기와 삶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계간 [아시아]에 실린 산문들 중 작가들의 작품론, 작가론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국내 작가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권 대표 작가들의 산문도 만나볼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고통을 고백하면서 또한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대한 대답도 털어놓는다. 첫 문장을 시작하게 되는 실마리에서부터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는 방법,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작가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글을 써내려가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다.

목차

내 글쓰기의 영혼_오정희 7
나는 어떻게 쓰였는가_김인숙 19
내가 쓰는 이유_임철우 31
엉망으로 쓴다_구효서 43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쓰는지?_최 윤 55
나의 삶과 나의 상상력 옮기기_이순원 67
아무것도 없는 데서 도대체 어떻게_장강명 77
걷기와 경험의 노래_조경란 89
『군함도』, 27년을 바쳐 마침표를 찍으며_한수산 101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욕심으로_이혜경 113
사랑하기 때문에_백가흠 123
‘빈 문서 1’의 시작과 끝_조해진 139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소설의 인물에 대하여_박민정 151
작가는 한 마리 ‘소’다―소시민이 아닌, 어떤 시각_류전윈 159
글쓰기는 투쟁이다_푸투 위자야 169
나, 내 삶, 내 글_사하르 칼리파 183
나의 마을, 나의 이야기_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215
나는 왜 영어로 시 쓰기를 그만두었는가_호세 F. 라카바 227
일본 작가로서, 아시아 작가로서_오다 마코토 243
 

저자 소개

저 : 오정희 (吳貞姬)
 
1947년 서울 사직동에서 태어났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오정희의 기담』,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 등을 펴냈고, 다수의 작품들이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일찍이 한국 문학의 ...

저 : 김인숙 (金仁淑)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에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

저 : 임철우 (林哲佑)

 
1954년 전남 완도 출생.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 도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장편소설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
 

책 속으로

내게 있어 글쓰기란 엉클린 실꾸리에서 실마리를 찾는 일이고 문 없는 방에서 문고리를 찾는 일이고 대책 없는 혼란과 혼돈 속에서 길을 내는 일이다.
---「내 글쓰기의 영혼_오정희」중에서

소설은 자료가 아니다. 자료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것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어떻게 쓰였는가_김인숙」중에서

나는 그 암울한 시대나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이 세상에 소설이 필요하다면 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거기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이유_임철우」중에서

그동안 무슨 재미로 소설을 써왔던가. 변덕 부리는 재미가 아니었다면 계속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써봐야지, 다음에는 저렇게 써봐야지. 끝없이 소설을 쓰도록 유혹했던 게 있다면 그것이었을 것이다. 변덕의 심보 혹은 심술.
---「엉망으로 쓴다_구효서」중에서

글쓰기의 진정한 과정은 이미 겪은 일, 혹은 겪고 있는 사람이나 사건을 깊이 다시 한 번 살아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들’과 어울려 글이 쓰인다. 지나쳐간 작은 시간들이 새로운 부피와 깊이를 입고 현재로 재부상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쓰는지?_최 윤」중에서

문학 쪽 일을 하며 지금도 내가 그의 다음 세계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읽는 일을 등한히 하며 좋은 글을 쓰겠다고 덤비는 습작생들과 언제부턴가 읽는 일엔 거의 손을 놓고 자기 쓰는 일에만 바쁜, 때로는 ‘내 것 쓰기도 바쁜데 남의 것 읽을 시간이 어디 있나?’ 하는 말을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아니 그 ‘바쁨’이라는 이름의 게으름을 자랑처럼 말하는 기성작가들이다.
---「나의 삶과 나의 상상력 옮기기_이순원」중에서

나도 영감의 존재를 믿기는 한다. 그런데 영감을 불러일으키려면 먼저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고 본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뇌에 일정 시간 이상 압박을 줘야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목욕을 할 때 비로소 뒤늦게 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도대체 어떻게_장강명」중에서

나에게는 낯선 공간에서의 긴장과 호기심이 늘 필요하고 나는 그곳에서 내가 본 것, 느낀 것,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나를 더욱 삶 쪽으로 끌어당기게 된 것들에 관해 쓴다.
---「걷기와 경험의 노래_조경란」중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소설 속에 담는다 해도 한 시대와 진실을 ‘다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루어질 수도 없고, 이루어낼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이 꿈을 포기하기에는 각성에 가까운 고통이 뒤따라야 했습니다.
---「『군함도』, 27년을 바쳐 마침표를 찍으며_한수산」중에서

한 편의 이야기. 오가다 들은 한두 마디의 문장이 내 마음속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건 이야기로 풀어서 내보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돋는다. 그게 목 밑까지 치밀어 오르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다.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욕심으로_이혜경」중에서

글을 쓰면서 가장 행복하고 좋은 일은 글 쓰는 좋은 친구들을 얻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글을 쓰려는 많은 학생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허물 많은 나를 좋아할 수는 없었겠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게 문학의 숙명이라고 여긴다.
---「사랑하기 때문에_백가흠」중에서

문체도 조금씩 바뀌었고 플롯에 대한 개념이나 주제의식도 변화했지만, 한 가지 그대로인 것은 지금도 모든 새로운 작품이 하나의 장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빈 문서 1’의 시작과 끝_조해진」중에서

소설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현실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어떤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작품만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소설의 인물에 대하여_박민정」중에서

나는 작가다. 제 손으로는 닭 한 마리 잡을 힘조차 없는 나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아낼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리쉐롄이 속에 든 말들을 꺼내 넋두리를 할 때, 나는 그녀의 곁에 쪼그려 앉아 귀를 기울이는 경청자가 될 수 있다.
---「작가는 한 마리 ‘소’다─소시민이 아닌, 어떤 시각_류전윈」중에서

세상에 새로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려고 시도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는 투쟁이다_푸투 위자야」중에서

나는 파노라마를 통해 현실을 관찰하고, 대부분의 또는 모든 디테일을 포착했다. 독자 역시 파노라마를 통해 흙의 향기, 꽃의 꿀, 말똥 냄새, 저녁의 산들바람 냄새와 나무의 수향을 맡는다.
---「나, 내 삶, 내 글_사하르 칼리파」중에서

나도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자신의 삶, 특히 내 마을에서 보낸 유년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나의 마을, 나의 이야기_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중에서

필리핀어로 시를 쓴다고 해서 영어로 글쓰기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토속적인 감수성과 토속적인 언어를 필요로 하는 생각과 감정이 존재하고 있듯이, 국제적 담론의 언어로 표현해야 할 생각이나 감정 또한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영어로 시 쓰기를 그만두었는가_호세 F. 라카바」중에서
 

출판사 리뷰

첫 문장의 실마리부터 사건 전개를 거쳐 마침표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글쓰기와 삶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계간 『아시아』에 실린 산문들 중 작가들의 작품론, 작가론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국내 작가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권 대표 작가들의 산문도 만나볼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고통을 고백하면서 또한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대한 대답도 털어놓는다. 첫 문장을 시작하게 되는 실마리에서부터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는 방법,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작가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글을 써내려가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려고 시도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오정희 소설가의 작품은 습작생들이 교과서로 삼으며 필사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도 문학 수업을 받던 초심자 시절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위안이 된다. 그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세상의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그중 각 작가마다 다르게 충격을 주는 소재가 있으니 그걸 써야 한다”는 첫 문학 수업에서의 강의 내용을 떠올린다. 충격을 주는 소재라고 해서 늘 거창한 것은 아니다. “소소하고 하찮은” 것이 때로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쓸 때 필요한 덕목으로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작가 고유의 개성이 될 것이다. 구효서 소설가는 “내가 나를 보려면 나에게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푸투 위자야 역시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려고 시도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고 말하며 “늘 보이는 것의 이면”을 보려고 노력하면 “다른 경이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장강명 소설가는 소설을 쓸 때의 구상 방식을 ‘상향식’과 ‘하향식’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상향식은 “흥미로워 보이는 작은 조각에 계속 살을 붙이는 형태”다. 하향식은 ‘주제나 소재를 정해 놓고, 인물과 사건, 줄거리를 그에 맞춰 배열하는 것’이다. 때로는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보다 “먼저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글쓰기
‘문화적 기억’은 사라지는 과거를 끊임없이 현재의 것으로 되살려놓는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자다. 중국의 소설가 류전윈은 ‘작가는 한 마리 소’라고 말한다. 그의 소설에는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하나도 없어 소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 인물이 나오는데 작가야말로 그 소와 같다는 것이다. 소외된 한 인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소설로 써내면 그 이야기는 또 다른 많은 경청자(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되고 이야기는 힘을 갖게 된다.

임철우 소설가 역시 “이 세상에 가득 찬 침묵의 언어. 발설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도는 무수한 익명의 육성들. 천지간에 가득한 통곡과 탄식과 신음소리들. 소설 쓰기란 그것들을 이야기로 걸러내어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일”이라고 쓰고 있다. 한수산 소설가는 장편소설 『군함도』를 쓰게 된 이야기를 펼쳐놓으면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밝힌다. “이건 꼭 쓴다. 이건 재현이 아니라 복원이다. 이분들의 역사를 문학과 기억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작가로서의 사명감도 느낄 수 있다. 이혜경 소설가도 “기록하고 증언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신을 매일 책상 앞으로 등 떠미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창작과정의 즐거움과 고통…
작가로서의 치열한 삶에 대한 이야기


각 산문마다 작가마다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글쓰기를 향한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에 대한 고통스러운 감정이 묻어나기도 한다. 글을 쓰는 과정을 신비화하지 않고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과정을 거쳐서 그들의 모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