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폭력연구 (독서)/4.인종주의

백인의 역사

동방박사님 2022. 12. 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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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정치사, 과학사, 경제사, 문화사를 아우르며 역사를 종합하고 있는 논쟁의 여지 없는 걸작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피부색을 넘어 권력과 위신, 아름다움으로


누가 백인인가? 누가 미국인인가? 언뜻 보기에는 자명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자명하지 않은 이 질문에 답하는 넬 어빈 페인터의 연구는 서구 2천 년 역사를 가로질러 현재의 미국으로 당도한다. 『백인의 역사』는 비백인에 초점을 맞춘 역사 문헌 속의 거대한 빈틈을 메우며 백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많은 이론과 논란을 촘촘하게 분석하고 종합한다. 책에는 고비노와 골턴 같은 잘 알려진 인종주의 이론가들만이 아니라 카이사르에서 에머슨, 칼라일, 시어도어 루스벨트, 헨리 포드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앵글로색슨족, 북유럽인, 게르만 종족을 추켜세우며 때때로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인종, 특정 인종을 비난하고 혐오한다.

페인터는 인종 관념의 발명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목적에서 여러 백인종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온갖 시도를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백인과 백인성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모호하고 배타적이며 허구적인지 드러낸다. 백인은 단순히 피부색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권력과 위신, 아름다움의 표지로서 선택적으로 누구에게는 허용되고 누구에게는 거부되었다.

 

목차

머리말
1 그리스인과 스키타이인
2 로마인, 켈트인, 갈리아인, 게르만인
3 백인 노예
4 아름다움의 이상으로서의 백인 노예
5 과학으로서의 백인의 아름다움이라는 이상
6 블루멘바흐가 백인을‘ 캅카스인’이라고 이름 짓다
7 제르멘 드 스탈이 가르친 독일
8 미국 초창기 백인에 대한 관찰
9 외국인의 첫 번째 대규모 유입
10 랠프 월도 에머슨의 교육
11 잉글랜드인의 특성
12 미국 백인 역사 속의 에머슨
13 ‘미국학파’ 인류학
14 미국 백인성의 두 번째 확대
15 윌리엄 리플리와 『유럽의 인종』
16 프란츠 보아스, 이의를 제기하다
17 루스벨트, 로스, 인종 자살
18 퇴화한 가족의 발견
19 퇴화한 가족에서 강제불임시술로
20 새로운 이민자들의 지능검사
21 거대한 불안
22 도가니. 실패?
23 인류사회학: 외국인 인종을 연구한 학문
24 인종학에 대한 이의 제기
25 새로운 백인종 정치
26 미국 백인성의 세 번째 확대
27 흑인민족주의와 백인 소수민족
28 미국 백인성의 네 번째 확대
옮긴이의 말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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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넬 어빈 페인터 (Nell Irvin Painter)
 
프린스턴 대학교 미국사 명예교수. 미국역사가협회 및 미국남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미국과학아카데미 회원이다. 지은 책으로 『흑인 미국인 만들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그 의미, 1619년부터 현재까지Creating Black Americans: African-American History and Its meaning, 1619 to the Present』, 『서저너 트루스: 삶, 상징Sojourne...

역 : 조행복

1966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토니 주트, 티머시 스나이더, 브루스 커밍스, 존 키건, 애덤 투즈 등 걸출한 역사가들의 현대사 저술을 한국어로 옮겼다. 옮긴 책으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폭정』, 『나폴레옹』, 『20세기를 생각한다』, 『재평가』, 『세계 전쟁사 사전』, 『1차세계대전사』, 『독재자들』, 『블랙 어스』, 『전...
 
 

책 속으로

오늘날 우리는 인종을 생물학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인종의 의미는 곧 단순한 신체적 범주를 벗어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권의 책처럼 한계가 있는 공간에서도, 백인종의 의미는 인종 분석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노동과 젠더, 계급, 개인의 미적 이미지 같은 개념 안으로 침투한다. 노동은 인종 담론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노동하는 사람들은 고생스럽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게끔 타고났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계 어디에서나 노예제는 분명히 인종의 차이라는 토대에 근거한다는 잘못된 통념이 지속되고 있다. 상위 계급은 거듭 그들이 그러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최하층에 놓일 만한 이유가 그들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추론이 흑인종과 연관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시대에는 같은 논리가 백인에게 적용되었다. 특히 그들이 일자리를 찾는 빈곤한 이주민일 때 더욱 그랬다.
--- p.9∼10

실로 흑해 지역에서 시작된 이 노예무역(훗날 백인으로 알려지게 되는 자들의 매매)은 2천 년 넘게 지속되다가 20세기에 들어설 무렵 오스만제국의 근대화로 종식된다. 고대 그리스에서 많은 유럽인의 운명이 그러했다.
--- p.29

미국인이 지닌 백인성 관념의 핵심에는 자유 개념이 놓여 있다. 따라서 노예제 개념은 언제든 어느 사회에서든 인종의 차이를 상기시키며, 자유인과 노예 사이에 영원한 인종의 간극을 만들어 놓는다. 좋은 도서관이라면 이러한 논리를 구현하는 아프리카 노예에 관한 문헌이 서가를 몇 미터에 이를 정도로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문헌은 백인 노예에 관한 문헌에 비하면 거의 끝도 없을 것만 같다. 미국에 이어져 내려온 노예제가 백인 노예라는 주제를 덮어 가렸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의 노예제는 주로 영화와 역사소설을 통해 되살아나지만, 중세의 바이킹은 실제로 뛰어난 노예 상인이었음에도 전혀 그렇게 기억되지 않는다. 민족들이 대대적으로 혼합된 유럽의 주민 정착 과정을 이해하려면, 인간의 이동을 촉발한 큰 동인인 바이킹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p.53

인간의 아름다움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인종의 특징이라는 관념이 등장하면서 백인의 역사는 결정적인 전환점에 도달했다. 이제 블루멘바흐는 ‘캅카스인’을 확고히 아름다움과 연결하면서 마음이 분열했다. 그의 분류법에서 첫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언제나 두개골의 과학적 측정이었다. 그러나 인간 변종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신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었는데, 이는 두개골의 아름다움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인종 사고에서 강력한 낱말을 탄생시켰다. “캅카스인 변종. 나는 이 변종의 이름을 캅카스산맥에서 따왔다. 그 주변 지역, 특히 남쪽 사면이 가장 아름다운 종족 즉 조지아인을 배태했기 때문이다.”
--- p.111-112

피부색의 차이를 인종의 차이로 보는 이데올로기에서 성장한 오늘날의 미국인은 자신들이 역사적으로 아일랜드 가톨릭교도를 백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심히 증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반가톨릭 역사는 길고도 때로 잔인했다. 그 역사는 오늘날 피부색을 인종과 동일시하는 편협한 태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종주의적 언어와 폭력으로 표출되었다. (…) 흑인을 혐오한다고 해서 다른 백인을(다르고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혐오하지 않는다거나 낙인이 찍힌 백인에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 p.172-173

에머슨이 ‘미국인’이라고 말할 때 그가 의미한 것은 일정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춘 백인 남성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비기독교인과 거의 모든 가난한 백인은 그가 정의한 미국인에서 배제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미국인에 들지 못했다. 에머슨은 ??잉글랜드인의 특성??에서 미국 인구를 계산할 때 분명히 노예를 제외하고 원주민을 완전히 건너뛴다.
--- p.240쪽

고비노는 산스크리트어 같은 사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의 모호한 연구로부터 아리아 ‘인종’이라는 개념을 뽑아내 결국 이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 그렇게 19세기의 인종을 향한 열광은 언어를 민족으로 바꿔놓았고, 산스크리트어로 ‘고귀한’이나 ‘영적인’을 뜻하는 ‘아리아arya’는 상상 속의 우월한 인종 ‘아리아인’에 적용되었다.
--- p.253
 

출판사 리뷰

백인은 자유롭고 노예는 흑인이라는 관념은 허구다

이 책의 이야기는 백인이라는 관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한다. 당연히 인종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대였다. 사람들을 구분하게 하는 것은 지리, 즉 어디에 사는가뿐이었다. 백인은 자유로운 존재이고 노예는 흑인이라는 관념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당시에 노예들은 대부분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당대에 노예제는 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제도였다. 이민족에 정복당한 사람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었고, 흑해에서 시작된 이 노예무역은 20세기에 오스만제국이 종식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바이킹은 뛰어난 노예상인이었다. 그들은 5세기에서 11세기까지 북부 유럽과 러시아를 수백 차례 습격하여 가는 곳마다 약탈하고 수천 명씩 노예를 잡아들였다. 노브고로트 같은 정착지 주변과 브리스틀과 더블린에 상설 시장이 섰다. 더블린은 11세기에 유럽 최대의 노예 시장이었다. 1300년대 중반 흑사병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동부 지중해의 기독교도 십자군 왕국들이 발칸반도에서 사람들을 잡아들이면서 ‘슬라브Slav’란 낱말이 ‘노예slave’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백인 노예에 관한 이야기는 고대와 중세로 끝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영국과 포르투갈은 부랑아, 기결수, 가난한 여성들을 아메리카로 보내 사실상 노예나 다를 바 없이 일하게 했다. 그들은 주인의 완벽한 통제 속에 언제라도 가재도구처럼 팔릴 수 있었다. “17세기의 그 시점에 브리튼인 남녀는 미국 담배 농장에서 아프리카인보다 많았다. 버지니아의 정착민 숫자가 약 1만 천 명이었던 17세기 중반에도 아프리카인은 대략 300명뿐이었다. 아프리카인, 잉글랜드인, 스코틀랜드인, 아일랜드인 가릴 것 없이 이들 중 계약 기간을 마치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1619년에서 1622년 사이에 브리튼에서 배를 타고 넘어온 300명의 아이 중 고작 12명만이 1624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었다.” 18세기에 아프리카인 노예무역이 호황을 이루기 전에 서반구의 영국 식민지로 이주한 초기 백인 이주민은 절반 내지 3분의 2가 부자유한 노동자로, 그 수는 30만에서 40만에 달했다.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이 아니다

인종주의적 사고는 고비노나 골턴 같은 인종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넬 페인터는 지성사의 거물들조차 얼마나 인종주의적으로 사고하고, 가난한 종족을 얼마나 열등한 종족으로 경멸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백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백인이 아니었다. 우월한 인종에 대한 열망은 백인 안에서도 위계를 나누었다. 『유럽의 인종』에서 윌리엄 Z. 리플리는 유럽의 인종을 머리지수를 기준으로 튜턴인, 알프스인, 지중해인으로 나누고 순서대로 위계를 부여했다.

넬 페인터는 인종의 도가니인 미국에서 일어난 일들에 주목한다. 앵글로색슨족으로 구성된 옛 이민자들은 나중에 들어온 이민자들과 자신들을 구별하려 했다. 특히 기근으로 미국으로 엄청나게 많은 수가 이민을 온 가난한 가톨릭교도 아일랜드인들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19세기 미국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1829년에 이렇게 말한다. “솔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아프리카 인종이 인간 집단에서 아주 높은 자리를 차지한 적이 있다거나 그럴 가망이 있다고 주장할 수 없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의 현재 상태가 그럴 수 없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아일랜드인도, 아메리카 인디언도, 중국인도 그럴 수 없다. 코케이션 인종의 에너지 앞에서 다른 모든 인종은 기가 죽어 복종했다.” 에머슨은 사실상 아일랜드인을 코케이션 인종 즉 백인에서 배제하고 있다.

1852년에 쓴 다음과 같은 에머슨의 글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충격적이다. “박애가 가진 최악의 측면은 우리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생명들이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하층민은 재난이다. 나는 어떤 하층민도 원하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들만, 재능 있는 사람들만, 사랑스럽고 친절하며 교양 있는 여성만 원할 뿐, 거친 손을 가진 아일랜드인이나 파이브포인츠, 성 자일스 같은 이들, 술 취한 패거리, 양말 짜는 이들, 200만 명의 구호 대상 극빈층과 궁핍한 공장 노동자들, 라차로니 따위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 에머슨과 많은 지식인이 앵글로색슨족의 우월함을 찬양하고 그렇지 못한 종족을 경멸했다. 에머슨과 앵글로색슨족의 위대함을 공유한 칼라일은 아일랜드인을 “인간 돼지”라고 불렀다. 19세기 미국에서 아일랜드인은 흑인과 막상막하의 존재였다. 에머슨이 ‘미국인’이라고 말할 때 그가 의미한 것은 일정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춘 백인 남성이었다. ‘미국인’이 되려면 흰 피부색이 필요했지만, 흰 피부색이 충분조건은 되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정복당한 적이 없는 옛 정복자인 강인한 게르만인-스칸디나비아인 혈통에 뿌리를 둔 튜턴인, 색슨족, 앵글로색슨족이어야 했다.

하지만 남북전쟁을 계기로 상황은 바뀌기 시작한다. 이민자들이 연방군에 참여해 남부 연합과 싸우면서 아일랜드인들은 서서히 외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일랜드 노동자들은 새롭게 얻은 자신들의 백인성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타자에 맞서는 무기로 휘둘렀다. 넬 페인터는 이렇게 말한다. “‘인종’ 폭력은 경제적 경쟁과 관련된 문제였다.” 1870년대와 18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치는 미국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아일랜드인과 독일인 이민자의 경제적 이익에 봉사했다.

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새로운 위계질서가 구축되었다. 앵글로색슨족이 맨 위에 있고, 그 바로 아래의 아일랜드인은 조만간 북서 유럽인으로 이루어진 상층에 통합되어 ‘북유럽인Nordic’이 된다. 19세기 중반에 아일랜드인은 ‘옛’ 이민자인 잉글랜드 출신 앵글로색슨족과 대비되는 ‘새로운’ 이민자였지만, 20세기에 들어설 무렵이면 아일랜드인 가톨릭교도와 독일인은 ‘옛’ 이민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남유럽과 동유럽에서 온 ‘새로운’ 이민자들이 원래 아일랜드인들이 차지하던 자리로 들어서며 힘든 노동을 하게 되고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퇴화한 가족에서 강제불임시술, 이민자들에 대한 지능검사까지

앵글로색슨족을 진정한 미국인으로 추켜세우는 데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앵글로색슨족이 우월하다면, 가난한 백인, 본토 태생인 수백만 명의 불쾌한 앵글로색슨족 백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남부의 떠돌이나 사냥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농민들과 도시 언저리에서 간신히 생계를 꾸리는 자들 말이다. 앵글로색슨족에 속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열등한 이들에 대해 뭔가 다른 식의 설명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개념이 ‘퇴화한 가족’이다. 즉 이들은 유전적으로 퇴화한 존재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원래부터 떠돌이, 빈민, 범죄자의 혈통을 가진 자들이 백인종에 지울 수 없는 결함을 물려주는 상황을 가만히 두고볼 수는 없었다. 단호한 조치, 단호한 과학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들로부터 사회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자들을 격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마침내 강제불임시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1924년 버지니아주에서 강제불임법이 처음으로 통과되었다. 이 법에 따라 열여덟 살의 캐리 벅이 처음으로 불임시술을 받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버지니아주 강제불임법 제8조 1항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대법관 올리버 웬들 홈스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퇴화한 자들의 자손을 범죄를 이유로 처형하거나 저능함을 이유로 그들이 굶어 죽기를 기다리는 대신, 사회가 명백히 건강하지 않은 자들이 자기 부류를 존속시키지 못하도록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온 세상에 더 좋다.” “백치는 삼 대로 충분하다”는 그의 결론은 이후 수없이 인용된다. 그 결과 강제불임시술은 여러 주에서 법률로 안착했다. 1968년까지 약 6만 5천 명의 미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불임시술을 받았다. 나치는 1933년 권력을 잡자마자 신속히 유전질환을 가진 아이의 출생을 예방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다. 캐리 벅은 가난한 백인을 악마로 취급하는 퇴화한 가족 연구가 낳은 최초의 희생자들 중 한 명이었다.

1890년대 이래로, 미국 연방법은 ‘미치광이’, ‘백치’, 정부의 구호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정신이상자, 간질환자, 거지, 무정부주의자, ‘치우, 정신박약자, 신체나 정신에 결함이 있어서 생계를 꾸릴 능력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배제하고자 했다. 1917년 매일 5천 명의 이민자들이 엘리스섬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이민국은 입국 거부 절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능검사법을 미국에 도입한 헨리 고더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임무을 수행한 고더드 보고서의 몇 가지 결론 중 하나는 이렇다. “유대인의 83퍼센트, 헝가리인의 80퍼센트, 이탈리아인의 79퍼센트, 러시아인의 87퍼센트가 정신박약자다. 유대인의 60퍼센트는 노둔이다.” 요컨대 최근에 들어온 이민자 대부분이 정신박약자라는 얘기였다. 1922년 로스럽 스토더드는 『문명에 맞선 반란: 하등 인간의 위협』에서 계급과 인종에 따른 지능검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사회적 지위에 따라 미국인의 IQ는 125에서 92 사이, 평균은 106, 이탈리아인은 84, 유색인은 83(본문 406쪽 도표 23.2 참조). 우월함의 비율은 잉글랜드인 19.7, 아일랜드인 4.1, 이탈리아인 0.8, 폴란드인 0.4(본문 407쪽 도표 23.3 참조).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이러한 결론이 당대에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고, 그 과학은 이민 제한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봉사했다.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

백인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이론들은 모두 과거의 유물에 불과한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최근까지도 인종 혐오에 바탕을 둔 공권력의 폭력과 백인우월주의자의 테러가 종종 뉴스를 탄다.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주의적 발언을 일삼으며 백인우월주의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저 미국의 일인가. 우리는 인종주의와 무관한가. 많은 외국인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과연 백인과 비백인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백인이 아님에도 우리는 백인을 더 우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반면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혹시 그들을 앵글로색슨족 ‘옛’ 이민자들이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신세계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을 바라보듯이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추천평

넬 어빈 페인터는 이렇게 말한다. ‘인종은 사실이 아니라 관념이다.’ …이 멋진 책은 ‘미국인의 백인성’이라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혹적이면서도 위험한 관념이다. 『백인의 역사』는 백인성 관념이 끼친 해악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그 배후의 광증을 밝게 조명한다. 추악한 역사를 밝히는 책을 이토록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페인터는 사료가 그토록 기괴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신랄하게 백인성의 허구적인 성격을 비꼰다.
- 케이트 터틀, [보스턴 선데이 글로브]

정치사와 과학사, 경제사, 문화사를 아우르며 역사를 폭넓게 종합하고 있는 논쟁의 여지 없는 걸작 학술서. 『백인의 역사』는 또한 여러 흥미로운 이미지와 길을 잘못 든 학문의 오점투성이 도표, 유감스러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우울한 것들로 가득한 훌륭한 시각적 기록이다.
- 폴 데블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넬 어빈 페인터는 피부색을 편리한 역사적 인종 개념들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된 일종의 증거로 만든 논리를 추적한다. …페인터는 롤랑 바르트가 ‘어디서나 벌어지는 역사와 자연의 혼동’에 분개하며 알린 지적 기획에 매력적으로 중요한 기여를 했다.
- 앨런 나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인상적이다. …페인터는 자극적인 주제를 편안하고 침착하게 다룬다.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주며 학문의 흠결을 들춰내고 진실이 저절로 드러나게 한다.
- 자바리 아심, [북 포럼]

‘백인’ 인종이 있다는 관념의 사회적 해석에 관한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
- [티쿤Tikkun]

에머슨을 비롯하여 수십 명의 유명인과 무명 인사를 심리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며 그들 간의 관계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페인터의 서술은 인종 범주의 변동성을(그리고 분명코 그 무용성을) 설득력 있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매력적이고 정교한 지성사로서도 성공했다.
- 브렌던 드리스콜, [북리스트]

페인터는 얼마나 많은 백인이 분명한 ‘백인성의 확대’ 속에서 성장했는지 흥미롭고도 선명하게 제시했다. …훌륭한 역사가의 이 작품은 백인 미국인들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외부인들을 끌어안으면서 자신들의 국민적 정체성을 유지한 혼란스러운 과정을 정리한다.
- 에드먼드 모건 & 머리 모건,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이 책은 백인성 연구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 추가된 중요한 연구로, 특히 미국사에 주목하여 백인성의 사회적 형성을 고찰한다. 역사가뿐만 아니라 문화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에이프릴 영러브, [라이브러리 저널]

변화하는, 때로 쉽게 변하는 백인성의 다양한 정의에 관하여 페인터는 만화경 같은 시각을 제공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인종 왜곡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페인터는 세련되게, 효율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뛰어나게 노예제와 백인성의 창조를, 인종 범주들이 왜 거짓이고 파괴적인지를 밝혀낸다. 최고의 스토리텔링이다.
- 엘런 굿맨, [워싱턴 포스트]

지적으로 풍부하고 놀랍도록 상식적인 이 치밀한 연구는 선구적인 책이다. 이른바 ‘탈인종주의’ 사회로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인종이 현재 있는 자리를 찾아주며, 최근에 그것이 어떻게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를 밝혀준다.
- 러셀 뱅크스 (The Sweet Hereafter와 Affliction 저자)

[백인의 역사]는 미국의 영혼이 어떻게 앵글로색슨족의 우월함이라는 거짓 위에 세워졌는지를 훌륭하게 서술한 용감하고 선구적인 연구이다.
-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 대학교 역사학 교수)

인류가 만인의 인권과 존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 깊이 있는 이 뛰어난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 블랑시 비젠 쿡 (Eleanor Roosevelt의 저자)

인종과 피부색에 이상하게 몰두한 미국의 이야기를 읽기 쉽게 쓴 기념비적인 연구.
- 다이앤 맥워터 (Carry Me Home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