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전쟁연구 (독서)/8.전쟁기억평화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동방박사님 2023. 1. 14. 18:08
728x90

책소개

 
우리 측 피해자만 해도 사망 5천, 부상자 1만여 명, 그리고 수만 명의 고엽제 피해자를 낳은 베트남 전쟁. 그러나 이 전쟁은 우리에겐 잊혀진 전쟁이었다. 이 잊혀진 전쟁이 최근 우리에게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처음 찾아 간 한 시민단체의 발걸음을 담고 있다.

≪한겨레 21≫이 베트남전에서의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처음 보도한 것은 우연히도 노근리 사건이 AP 통신에 의해 처음 보도되기 직전이었다. 베트남과 노근리. 15∼6년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었다. 이 책은 '가해자'가 된 참전용사들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전쟁에 젊은 어린 청년들을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보내면서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무얼 하는 곳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진실은 귀중한 것이지만 진실과 마주친다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다. 그러나 그 고통스런 일을 우리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학대받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파한다면, 우리가 노근리의 비극을 슬퍼한다면 '당혹스러움'에서 벗어나 그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바로 그 작은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목차

머리말
추천의 글 : 베트남 전쟁을 넘어 '근대'로(소설가 김남일)
들어가는 글

1장 상상의 영토 베트남
절멸에의 예감
'나와 우리' 만들기
피스보트
이상한 기류
베트남으로
베트남 전쟁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2장 다른 기억
릉 티 퍼이
증오하고 말고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
탕 티 카, 내 가난한 자매

3장 전선없는 전쟁, 반공주의, 이미지로의 공포
의심과 두려움
베트콩은 없었어
용안작전
전선 없는 전쟁, 몸 속에 내재된 반공 이데올로기

4장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배경
공모자 혹은 방관자

5장 퍼즐 맞추기
베트남 사람들의 증언
'파월한국군전사'에 나온 퐁니마을 기록
참전군인이 증언한 퐁니마을
미군보고서에 나온 퐁니마을
사건의 결과

6장 새로운 만남
위령비
합동위령제
과거를 닫고 미래를 보자. 그런데 어떻게 닫을 것인가
전쟁의 목적과 해석
새로운 기운

7장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소리의 마을 안칸
유배지에서 보낸 한 철
불꽃의 시인 이니
살아남은 자의 슬픔

8장 참전군인 그 혼돈의 절망
아빠의 훈장
아들과 함께 한 베트남 답사
짜빈동 가는 길
밀라이

9장 화해로 가는 먼 길
상처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하미마을 이야기
베트남과 친구되기

10장 저항하고 재해석하기
문화, 권력이 내재하는 이데올로기
일상의 폭력
거부할 수 없는 국가의 명령
저항하고 재해석하기

11장 맺는 글

베트남에서 온 편지
그들의 상처로 말하게 하라(한홍구 교수)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김현아
1967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했다.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 현재 '나와 우리'의 공동 대표이다. 지은 책에 『20세기 한국의 야만』이 있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지난 3년간 매해 베트남을 답사했던 '나와 우리'의 기록이다. 풍문처럼 떠도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알고자 찾아갔던 베트남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과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세대의 사람들. 전쟁 당시 북베트남 정규군 장교였던 사람들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대원들, 베트콩이 아니라 비무장민간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사람들. 촌로들과 인민위원회 간부들,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 교수, 대학생, 쌔옹 운전사, 호텔의 매니저, 씨클로 운전사, 라이따이한... 전쟁으로 인해 육체에 상처가 남겨진 사람들과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 이들은 모두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어제의 일처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한국 사회에 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베트남전 참전군인들도 만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때로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사이를 오가며 만났던 이들의 공통점은 아직도 전쟁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30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현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전쟁, 피해자로서든 가해자로서든 학살의 기억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었다. 누가 이들을 만나게 했을까. 아주 멀리 살고 있던 사람들, 서로에게 어떠한 원한도 증오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죽고 죽이게 만들었을까. 어떤 이유로. 어쨌든 우리는 베트남에서 이렇게 들었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차례다. 베트남의 작은 마을들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노근리 민간인 학살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윌리엄 코인 미국방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6.25전쟁 중에 미군의 피난민 대량학살 사건을 수사하고 결과로 어떤 일이 빚어지든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후의 과정에서 실지로 그렇게 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지금 우리 역시 그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 저자의 말
 

추천평

1. 한국 사회에서 잊혀지고 닫혀졌던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2. 이제껏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많은 지면을 나눠주고 있다.
3. 참전군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참전 후 그들의 고뇌와 혼란 속에서도 베트남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며 '베트남과 친구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모습이 돋보인다.
4. 단순히 피해자, 가해자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이 전쟁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참전군인의 아픈 기억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전장으로 내몬 배후세력의 책임이라고 분석을 통해 지적한다.
5. 마지막으로 단순히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3년 동안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그들과 함께 기록한 현장 기록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