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4.한국고전문학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동방박사님 2023. 1. 2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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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꽃에서부터 호랑이까지, 가려뽑은 열 가지 키워드로 열어보는 고전문학

우리는 이런 책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다. 소설과 시조를 넘나들고, 산문과 운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통섭형 고전문학 도서를. 한국에 수많은 고전문학 전공자가 있다지만 모두 자기 전공을 세분하여 자리 잡은 터라, 국문문학과 한문문학,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을 아우르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흩어져 있는 많은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아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였건만. 실은 도리어 우리 같은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라면 그물코 얽히듯 전체를 엮어 낸 책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질 법하다.

오랫동안 교양서 집필을 통해 고전문학의 대중화에 힘써 온 이강엽 교수가 이 책을 준비했다. 주제론적 서술이 가능한 키워드를 선별하여 작품별, 갈래별, 작가별, 시대별로 그려 내는 다양한 양상을 살펴서 펼쳐보았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어 줄 선조들의 지혜를 배움은 물론이고, 우리 문화의 원형을 탐색하여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발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고전을 읽는 키워드 · 12

제1장 꽃: 빛깔과 향기, 그리고 그 너머 · 23

꽃, 풍경, 사람 / 꽃 피니 즐겁고―꽃놀이와 꽃노래 / 빛깔과 향기 너머―꽃의 정신과 이념 / 두어라, 꽃은 그냥 꽃이다 / 이야기로 피어난 꽃

제2장 가난: 나랏님도 구제 못한 가난이지만 · 61

‘가난’의 여러 얼굴들 / 깨끗한 가난―청빈 / 가난을 편안히 여기며―안빈 /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은 끝이 없고―망빈 / 적수공권―적빈

제3장 선악: 선과 악, 혹은 선악의 변주 · 91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나? / 선악의 경계 짓기와 넘나들기 / 타협은 없다―절대악 / 위선의 폭로 혹은 선악의 교차 / 악에서 선의로, 개과천선 혹은 전화위복

제4장 변신: 이쪽에서 저쪽으로, 욕망의 다른 이름 · 127

변신의 욕망―이쪽에서 저쪽으로 / 통합―두 세계의 만남 / 경쟁―힘의 과시와 둔갑 / 귀환―다시 제자리로 / 원한―복수와 불귀

제5장 사랑: 그리움에서 정욕까지 · 165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 그리워도 함께할 수 없는 임 / 사랑노래, 사랑놀음 / 비련의 애정소설 / 사랑을 넘어, 성 혹은 정욕

제6장 자연: 전원, 땅, 풍경, 그리고 이상세계 · 203

인간과 자연 / 전원, 혹은 속세의 탈피 / 땅에서 살고, 일하며 흘리는 땀 / 산수에서 도학까지 / 사방팔방, 팔경, 구곡

제7장 죽음: 삶의 끝인가, 완성인가? · 239

삶의 끝, 혹은 완성 / 저승, 저승여행, 삶의 고양 / 죽음의 거부, 혹은 죽음 이후 / 멈추지 않는 눈물 / 이제 다 이루었다

제8장 하늘: 푸른 하늘에서 천도 사이 · 275

창천에서 천도까지 / 하늘, 높고 크고 넓은 공간 / 하늘-아버지, 땅-어머니 / 하늘, 도의 세계 / 사람과 하늘의 상호작용

제9장 복: 제 복을 찾아, 혹은 운명을 넘어 · 309

복과 운명 사이 / 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 내 복에 산다, 어디 가도 내 복 / 운명대로 혹은 운명을 거슬러 / 소박한, 그래서 가장 얻기 힘든 복

제10장 호랑이: 신령스럽고, 욕심 많고, 어리숙한 · 343

천의 얼굴, 호랑이 / 산군, 신령스러운 호랑이 / 포악함, 혹은 탐욕의 상징 / 어리숙한 호랑이와 호랑이 잡기 / 호랑이 이야기의 총화, 〈호질〉

자료 및 참고문헌 · 378

미주 · 388

찾아보기 · 402
 

저자 소개

저 : 이강엽
 
한문을 익히기 위해 처음 『논어』를 읽었던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이후 30여 년 넘게 『논어』를 읽고 가르쳐 오고 있다. 지금도 어려운 일을 만나면 가장 먼저 찾는 책이 『논어』이다. 청춘의 시기, 마음속에 불평불만이 이글댈 때 “不怨天, 不尤人(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이라는 『논어』 문구로 마음을 다독였고, 어렵사리 학위 과정을 밟아 나가던 시기도 “行有餘力, 則以學文(행하고도 남는 ...
 

책 속으로

“10년 공부에 쫄쫄이 문자가 처음”이라는 옛말이 있다. 10년을 열심히 공부하여 막상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데 정작 터져 나온 소리는 뱃속에서 만들어진 쪼르륵 쫄쫄 소리라는 말이다. 배를 곯아가며 공부한 효용을 희화화한 말로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으나,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뜨끔한 말이기도 하다. 눈을 돌려보면 활자를 읽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즐길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텍스트를 읽어내는 번거로움을 피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게 있다는데 굳이 문학을 들이대면서 고유의 효용을 강조하기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으레 소설이 꼽히던 시절이 기억마저 가물거리게 되고 보면, 현대문학도 아닌 고전문학에서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게 만만치 않다.
---「책머리에」중에서

“문학은 변하는가?”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백이면 백 모두 “그렇다.”라고 할 것이다. 어제의 문학이 오늘의 문학과 다르고, 오늘의 문학은 내일의 문학과 다르다.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그걸 쓴 사람이 다르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학은 발전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달라진다. 어제의 문학보다 오늘의 문학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꼭 그럴 수는 없으며, 내가 보기에 나은 것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는 글. 고전을 읽는 키워드」중에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천년 전의 문학이라고 지금의 문학보다 뒤떨어졌다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 어떤 경우는 도리어 ‘고전’으로 공인된 작품이 현대 작품보다 더 월등할 수도 있고, 문학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학적 주제나 모티프들은 동서고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마치 오래된 신화에서 천지창조를 설명하는 방식은 전 세계가 유사하지만, 천지창조의 재료로 내세우는 것은 각 지역마다 흔한 것들로 채워두는 것처럼 약간의 변이를 보일 뿐이라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여는 글. 고전을 읽는 키워드」중에서

백성들 사이에서는 한을 표출하는 이야기들이 회자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의 전설이 대체로 구슬픈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꽃 유래담은 특히 심한 편이다. 〈며느리밥풀꽃 전설〉중에서을 보자. 이 이야기의 주된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고부갈등으로,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어떤 마음씨 고운 며느리가 살았는데 시어머니가 포악했다. 며느리가 밥을 짓다가 밥이 잘 되었는지 보려고 밥알을 몇 개 입에 넣었는데 시어머니는 밥을 먼저 먹는다고 트집을 잡아 두들겨 팼다. 며느리가 죽어서 그 무덤에 꽃이 피었는데, 그것이 바로 며느리밥풀꽃이다. 밥을 먼저 먹었다는 게 사람을 때릴만한 일인가 황당하기도 하고, 더러는 훔쳐 먹었다며 때리기도 하는데 자기 집 쌀로 자기가 지은 밥을 먹으면서 그런 오명을 뒤집어쓰는 게 억울함을 증폭시킨다.
---「제1장 꽃. 빛깔과 향기, 그리고 그 너머」중에서

반대로 아무리 애를 써도 늘 가난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흔히 〈고만이〉중에서로 알려진 이야기가 그 예인데, 가난을 면하고자 추수한 곡식을 항아리에 넣어둔 채 온 가족이 걸인으로 지내며 한 해 겨울을 나고 다시 모여보지만 항아리는 텅 비고 그 안에는 고만이라는 괴물만 있었다. 그 사람은 고만이를 장에 내다 팔고 다시 한 해 겨울을 걸인으로 보냈는데 장터에서 고만이를 사갔던 사람을 만났다. 그 고만이가 엄청 많이 먹지만 금똥을 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 주인이 그걸 되가져갔는데 그냥 똥만 쌀 뿐이었다. 이야기를 좀 더 파고들어가 보면, 복이 없음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마음가짐이 복을 가른다. 한 사람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그 괴물을 남에게 판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그 괴물이 부자로 만들어주는 복덩이임을 알고 되돌려주려 한 사람이어서 어디로 복이 가야한다고 믿는지 너무도 분명하다.
---「제2장 가난. 나랏님도 구제 못한 가난이지만」중에서

자명한 권선징악론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과연 선과 악이 무엇인가 하는 데 있다. 선한 인물은 늘 선하고, 악한 인물은 늘 악하기도 어렵지만 실제로 더욱 어려운 것은 그 선악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하는 점이다. 현실에서 어떤 노망난 할아버지가 자기 손주를 삶아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실행은커녕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옛이야기에서는 아이의 부모가 서슴없이 손주를 솥에 넣는다. 물론, 나중에 솥뚜껑을 열어보았더니 동자삼이더라는 뒷이야기가 붙어서 제의적인 죽음에 그치지만, 그런 식의 맹목적인 효가 과연 선인가 반문할 수 있다. 선이라고 자부하는 마음속에 악이 도사리고 있는 사례는 아주 흔하며, 역으로 악한 일로 치부되던 것이 선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제3장 선악. 선과 악, 혹은 선악의 변주」중에서

세 딸이 차례로 구렁이 아들을 만나는데, 위의 두 딸은 징그럽다며 도망하고, 셋째 딸만이 “구렁덩덩 신선비구나.”라며 호의를 보인다. 이리하여 막내딸과 혼인하는데, 첫날밤 구렁이는 간장, 밀가루, 물을 한 항아리씩 준비해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구렁이가 각 독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오더니 허물을 벗고 멋진 귀남자로 변신하였다. 신랑은 신부더러 구렁이 허물을 잘 간수하라고 일렀는데, 이를 몰래 엿본 신부의 언니들이 구렁이 허물을 태워 신랑은 집을 나가버린다. 그 뒤로 신부가 다시 신랑을 찾아나서서 몇 차례 시험을 거쳐 재결합한다는 줄거리인데, 여기에서의 핵심 또한 그 변신과정이 곧 고통과 시련이라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 만남으로써 도리어 참된 인간됨의 의미를 부각한다. 구렁이를 견디지 못하면 구렁이 탈을 벗은 훌륭한 신랑감을 놓치고 또 오래 함께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변신의 과정으로 담아냈다.
---「제4장 변신. 이쪽에서 저쪽으로, 욕망의 다른 이름」중에서

설화와 고소설 같은 서사문학에서는 사랑이 빠지면 도리어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절절한 사랑을 담아냈다. 〈운영전〉중에서이나 〈이생규장전〉중에서처럼 아예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물론, 영웅이 등장하여 국란을 바로잡는 서사로 전개되는 군담소설에서조차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이별과 만남이 펼쳐진다. 여기에 덧붙여 야담 등의 문헌설화에서 남녀의 정욕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많았고 사랑과 외설의 경계가 애매한 음담에, 사랑은 아예 빼버리고 성에 집중한 〈변강쇠가〉중에서나 바람둥이를 풍자한 〈이춘풍전〉중에서 같은 특수한 경우도 있다. 〈주장군전〉중에서이나 〈관부인전〉중에서 같은 가전은 현대문학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성기에 집중하기도 한다.
---「제5장 사랑. 그리움에서 정욕까지」중에서

전통사회에서의 자연은 불변하는 외경의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생활의 터전으로서의 자연으로 양분할 수 있다. 물론 그 둘이 정확하게 배타적인 영역을 설정할 수는 없겠지만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그렇게 나누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둘은 사실은 전통사회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어쩌면 동서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두 방향이다. 그런데 고전문학에서 자연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 둘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단순히 멀리 있는 외경의 대상이거나 가까이 함께하는 생활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자연에서 천도 같은 것을 추구하는 도학적 접근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6장 자연. 전원, 땅, 풍경, 그리고 이상세계」중에서

15살에 장가들어 16살에 죽어나갈 기이한 운명을 가진 집안에 태어난 아들이 혼인을 거부하고 저승길을 자처하여 저승에 갔다가, 잘못 죽은 정승집 딸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는 다시 이승에 돌아와 정승집 딸과 결혼하는 서사가 진행된다. 자원하여 저승행을 택한다는 게 특이하다. 어차피 죽을 운명으로 점지된 바에야 운명을 피하려 애쓰지 않고 대적하는 것인데, 결과는 주인공의 승리이다. 저승의 심판관인 최판관을 만나 자신의 운명이 실제 그러한가 따져 묻고는 최판관으로부터 잘못된 판결임을 실토하게 한다. 이렇게 저승의 잘못이 드러나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못 다한 수명을 누리라는 판결을 받기 마련인데, 주인공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특별한 행위를 한다.
---「제7장 죽음. 삶의 끝인가, 완성인가?」중에서

〈나무꾼과 선녀〉중에서의 여러 이야기 가운데 특히 하늘 세상 부분이 자세히 서술되는 부분에서 옥황상제가 나무꾼을 순순히 사위로 인정하지 않고 시험하는 대목이 나온다. 말 타고 달리기나 씨름, 윷놀이, 숨기, 천도 따기, 옥새 찾아오기, 화살촉 찾기 등등이 그 종목인데 땅의 존재인 나무꾼으로서는 어떻게 하든 시합에 이길 수가 없었다. 하늘/땅의 대결은 애초에 불평등한, 그래서 불공정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선녀가 나서서 도와주거나 자신의 선행에 대한 보답으로 이길 방안을 마련하여 위기를 벗어난다. 나무꾼에게 하늘은 오르기도 어렵지만, 올라갔다고 해서 다 제 마음대로 되는 천국은 아니었다.
---「제8장 하늘. 푸른 하늘에서 천도 사이」중에서

대감이 외동아들의 관상을 보았더니 영 나쁘게 나왔다. 관상으로는 자신이 있던지라, 외동아들이 평생 빌어먹을 관상이라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대감은 산지사방으로 며느릿감을 물색하러 다녔다. 그러다가 하나 발견한 사람이 백정의 딸이었다. 대감의 지체로 볼 때 천민 중에서도 가장 낮은 백정 딸이라니 가당치 않았지만, 대감은 지체 없이 그녀를 며느리로 점찍었다. 복 있는 관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 전개만으로 보아도, 복이 없는 인물과 복이 있는 인물의 대립이 선명하다. 그것도 더욱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 복이 없는 인물은 대감집 자식, 복이 있는 인물은 백정집 자식으로 해놓았다. 예전 법도로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맡는 법이어서 대감집 자식은 백정의 딸을 배필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제9장 복. 제 복을 찾아, 혹은 운명을 넘어」중에서

〈미련한 자가 범 잡다〉중에서는 이야기를 보자. 지금도 북한 지역에서는 “미련한 놈이 범 잡는다.”는 속담이 쓰이고있는 모양인데, 이 이야기는 그 속담의 유래담이다. 한 마을에 바보가 등장한다. 사람들마다 바보라고 무시하고, 집에서는 하는 일 없이 논다며 내쫓는다. 분한 나머지 집을 나와 산을 넘어가는데 웬 짐승이 자꾸 쫓아오는 것이었다. 화가 폭발했다. 그렇잖아도 사람들이 무시하는데 짐승마저도 무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쥐고 있던 작대기로 그 짐승을 팼더니 이내 죽고말았다. 그 짐승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오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가 잡아온 짐승이 바로 호랑이였기 때문이다.
---「제10장 호랑이. 신령스럽고, 욕심 많고, 어리숙한」중에서
 

출판사 리뷰

고전문학의 통섭,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어떤 독자가 관심을 좀 가지고 고전문학을 읽어 보려고 하면 우선 부딪치는 것이 텍스트 자체의 해독이다. 어찌어찌해서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평범한 독자는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게 되는데, 세상에 나온 모든 책이 서정과 서사, 한글과 한문, 이도 아니라면 고대와 중세 등으로 모두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는 까닭이다.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다. 우리는 왜 한정된 주제나 시대에 얽매이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을 접하지 못한 것일까.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는 바로 이런 세상의 부름에 대한 저자의 응답이다.

꽃·가난·선악·변신·사랑·자연·죽음·하늘·복·호랑이…

저자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60여 개의 키워드를 먼저 꼽았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하게 여겨 관심을 가지고 집필한 대상 10가지가 바로 이 책의 10개 장이다. 지은이가 엄선한 10가지의 키워드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주제로, 이 책에서는 여러 고전문학에서 그 주제들이 어떻게 서술되고 펼쳐져 나가는지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서 깊이 있게 조감해 보고 있다.

통섭형 도서답게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에는 끝이 없다. 고대로부터 구전되어 온 전설과 민담에서부터 근세에 창작으로 기록된 소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최고 지배층이 지은 한시나 시조에 관심을 둘 것 같으면 또 한편으로는 가장 천대받았던 노비나 백정의 이야기까지 싣고 있다. 산문과 운문, 기록과 구비, 국문과 한문의 경계를 뛰어넘음은 물론이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의 창작자나 향유층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한계를 짓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이 책은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넘어 우리 한국문화로 들어서는 문을 여는 새로운 열쇠가 된다.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가교

10개나 되는 주제와 너무 많은 작품, 고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대상까지 처음 고전을 접하는 독자라면 어쩌면 이 책을 읽어 내는 게 힘에 부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는 교양서가 가볍고 작다는 편견을 벗어던지고 무게감을 가지고 두텁게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저자의 새로운 시도임을 이해한다면 이 책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힘겹더라도 한 장 한 장 이 책을 넘겨 나간다면 어느 순간 당신은 갈래와 시대와 작품과 향유층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전문학을 사회적으로, 종합적으로, 그리고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통섭하여 이해한 세상 드문 독자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