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역사이야기 (독서)/8.제주이야기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 음식 이야기 (2015)

동방박사님 2023. 3. 3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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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제주로 오라!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제주는 건강한 삶과 문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제주의 풍경과 맛은 할망 하르방의 기억 속에 있다. 그 베지근한 이야기 속에 자연과 건강이 하나 된 진정한 제주의 밥상을 만날 수 있다.

“전복도 암놈, 수놈이 있어. 남자들은 암놈을 먹고, 여자들은 수놈을 먹어. 수놈이 딱딱하긴 해도 죽 만들 때는 수놈이 좋아. 바닥이 검은 것은 수놈, 노란 것은 암놈이야. 그런데 노란 것 중에서도 특별이 노란 것이 있는데 그것이 진짜 약 전복이야. 그리고 그것은 가파도에서 많이 나. 여기도 성산과 우도 사이에서 많이 났었는데 이제는 없어.”

“콩국은 저으면 절대 안 되고, 콩죽은 잘 저어야 해, 옛날엔 콩국 끓이면서 배추놨는데, 지금은 배추부터 먼저 놓고 끓어가면 채소하고 간장을 놓지. 그러니까 절대 넘겨선 먹어볼 거 없어. 곁에 지켜서야 해. 콩국은 무큰(푹) 익어야 맛있다고 하즈. 옛날엔 멸치다시를 안 했어. 옛날에 멸치다시가 어디 있어?”

여기 제주를 대표하는 20가지의 음식이 있다.

메밀 / 콩 / 조 / 보리 / 돼지 / 말 / 닭 / 미역 / 톳 / ㅁㆍㅁ(모자반) / 전복 / 성게 / 보말 / 문어와 게 / 자리 / 멜(멸치) / 고사리 / 노루와 꿩

이 음식은 할망 하르방에게는 기억이자 삶이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맛은 더욱 진해지고, 마음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며, 제주의 풍경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화산섬 뜬땅, 농사와 음식 이야기

1장 씨멩텡이 ㅎㆍㄴ번 보카마씀!

1절 여신이 가져다준 효자 곡물, 메밀
2절 일상의 보양식, 콩
3절 술과 떡과 엿의 전생, 조
4절 바람이 빚어낸 양식, 보리

2장 농사는 인력만으로 안 되어마씀!
5절 신화의 조연이자 잔치의 주역, 돼지
6절 제주 목축의 상징, 말 그리고 테우리
7절 제주의 유월 스무 날엔 닭

2부 지픈 바당 야픈 바당, 바다 농사와 음식 이야기

1장 바당풀도 케멍 살앗수다!

8절 달빛 아래 추억, 미역
9절 바다밭의 선물, 톳
10절 돼지고기와의 환상적인 조화, ㅁㆍㅁ

2장 헛물에도 들엇수다
11절 해녀의 기쁨, 전복
12절 향긋하고 쌉싸름한 별미, 성게

3장 바릇잡이도 허엿수다
13절 아기자기한 작은 고둥, 보말
14절 놀잇감에서 보양식으로, 게와 문어

4장 궤기도 잡앗수다!
15절 작아도 돔, 자리
16절 원담 속의 은빛 풍경, 멜
17절 한 점 먹고 또 먹고, 제주 갈치
18절 생선 중의 생선, 옥돔

3부 백록이 놀던 한라산, 하늘이 내린 음식 이야기

1장 한라산엔 고사리 천지우다!

19절 제사의 시작, 고사리

2장 진진헌 겨울, 재미삼아 사냥헷수다!
20절 겨울 한라산의 선물, 꿩과 노루

에필로그 _ 우영팟
 

저자 소개

저자 : 허남춘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주대학교 박물관장이다. 저서로 『제주의 음식문화』(공저), 『제주도 본풀이와 주변 신화』 외 다수가 있다.
저자 : 허영선
시인이자 제주대학교 강사이다. 저서로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 외 다수가 있다.
저자 : 강수경
제주대학교 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논저로 「제주지역 돼지고기 음식문화의 전통과 변화」, 「서순실 심방 본풀이」(공편)외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하늘 옥황에서는 자청비에게 하늘에서 살기를 권하지만, 자청비는 여러 가지 곡식 종자를 얻어서 땅으로 내려와 중세경이 된다. 농경신 이 된 자청비는 사람들이 풍년 농사를 짓도록 돕는다. 그러다 자청비 는 한 가지 잊고 온 오곡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늘에 다시 올라가 씨앗을 가져오니 바로 메밀이다.
제주도는 흔히 1만 8천 신들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신화가 풍부하 다. 그 신화는 본풀이라는 형태로 전해오는데, 그중 농경과 관련한 ‘세 경본풀이’가 있다. 자청비가 농경신으로 좌정하게 된 사연을 담은 세 경본풀이의 끝자락에 자청비가 뒤늦게 가져오면서 유일하게 이름이 언급되는 곡식이 바로 ‘메밀’이다. 메밀은 다른 잡곡보다 늦게 파종해 도 수확이 가능하다. 생육 기간이 90일 정도로 짧을 뿐만 아니라 이모 작이 가능한 잡곡이기 때문이다. 땅이 척박해 논농사가 거의 없는 제 주도는 자연스레 잡곡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빠르 게 잘 자라며 다양한 음식에 활용하기 좋은 메밀은 더 없는 효자 곡물 일 수밖에 없다. ---「메밀」중에서

“우리 앞 밭에 콩을 갈아. 콩을 갈면 요만한 바구니에야! 도시꼬야도 시꼬야, 나 딸아 가서 콩잎 따서 오라 해. 콩잎 못 따게 했어. 그러니까 난콩잎속에들어가면안보여.콩잎나무가이만하면난키작아서오 물락하게 들어가버리면 잘 몰랐어. 자꾸 콩잎만 따러 가니까 어린 때 친구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콩잎 잘 먹는 도리모 도시꼬야’ 하면서 나를약올려.
그렇게 하면 할망들은 ‘아고, 나 딸아, 도시꼬야. 콩잎 따와서 맛 좋아, 맛 좋아’ 하면 또 콩잎 따러 가고 했어. 그땐 콩잎에 집에서 담은 된장 찍어 먹으면 왜 그렇게 맛 좋은지. 아무 양념도 안해도. 고추 하나 놓고 할망들 콩잎 하나 먹고. 할망들 먹는 거 왜 그렇게 맛 좋은지.”

제주도의 국 중 육지부와 가장 다른 것은 된장냉국이다. 된장냉국은 물에 날된장을 풀 고 물오이나 미역, 우미, 청각 등을 넣어서 먹는 음식이다.
물회 또한 된장냉국 만드는 방식과 같다. 다만, 물회는 날생선을 사 용하므로 식초와 향신료인 제피가 더 첨가될 뿐이다. 바다에 가서 작 은 생선을 잡아 오면 그걸 썰어서 넣고 된장과 함께 물에 풀어먹던 것 이 지금은 제주 전통 음식이 되어 육지 사람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또 제주도에서는 웬만한 것은 전부 된장에 찍어 먹는다. 오이 등 채 소는 말할 것도 없고, 생선회, 돼지고기도 된장에 먹는 게 일반적이다. 날된장 그대로 섭취하는 게 육지부와 다른 제주만의 식습관 중 하나이 기도 하다. 또 된장을 만들 때 제주도에서는 콩을 완전히 으깨지 않는 다. 지금도 전통식 된장으로 양념을 한 생선국을 먹다보면 거의 온전 한 모양의 콩을 종종 볼 수 있다. ---「콩」중에서

고깃반은 누구나 1인 1반 원칙이다. 그러니 도감은 어떤 때는 고기 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야 한다. 준비한 돼지가 한 마리든 두 마리든 도감이 손님 수를 고려하면서 고기의 양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감의 책임이 크며, 손도 믿을 수 있어야 했다. 큰일을 하는 주인도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도감에게 맡기게 된다.
“도감은 막 옛날, 아무나 막 두텁게 툭툭 썰어도 안되고 몽탕 몽탕 썰어도 안 되고 얄픗하게 낭썹(나뭇잎) 모양으로 잘 써는 사람이 있어. 한 부락에 도감이라는 사람이 있어. 좀 와서 해달라고 하면, 그때는 돈으로 주는거면 돈 봐서 갈 수도 있지만 돈도 안 받았어. 하루 종일 가서 앉아서 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 그러니까 서로 인정 간에 해주는 거야. 아이고 도감이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고기 한 반 얻어 먹으려면 도감 무서워서 말 못하고 했어. 돼지고기 한 점이 얼마나 값 비쌌어. 이제는 비계 같은 거 다 던져버리고 해도 그때는 비계로 해도 그 돼지고기 석점.......” ---「돼지」중에서

“예전에는 바다 밑 15미터쯤 들어가다보면 바위 밑에 전복이 많이 있어서 땄어. 전복이 보이면 소라나 다른 것들을 채취했다가도 다 내버리고 전복을 따지. 감태를 걷고 그걸 채취해 오는데, 숨이 짧은 사람은 감태 속에 있는 소라만 잡고 올라오고, 숨이 긴 사람은 그 주위를 한바퀴 뱅그르르 돌다보면 바위 밑에 딱 붙어 있는 전복을 발견할 수 있어. 그 러면 잔뜩 잡았던 소라는 그냥 내버리고 빗창을 꺼내 들고 그 전복을 바위에서 떼어내고 올라와.
올라오고 나면 힘이 탁 풀리고 숨이 막 가빠서 테왁을 의지하고 그 위에 엎어져서 ‘호이호이’ 숨을 몰아쉬지. 그때는 그렇게 채취해서 하루에 2~3 킬로그램 정도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잡을 수가 없어.”

사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성산읍의 강인자 할망의 기억으로 1985년경까지 제주 앞바다에서는 그렇게 많은 전복을 잡을 수 있었 다. 일출봉 뒤쪽 바다에 가면 평지처럼 평평한 곳 사이에 밭고랑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바위에 전복이 잘 붙어 있었다.
--- 「전복」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연이 살아 있는 제주 밥상!
“할망 하르방이 멘도롱 또똣 들려주는 건강하고 질박한 제주 전통 음식의 만찬!”

할망하르방의 음식 이야기에서 미래를 찾다!


2만 불 소득이 넘자 TV에는 온통 음식 프로그램 일색이다.
현대인은 먹는 것으로 문명의 허기를 달래고 있다. 이 부풀려진 욕망은 지구를 모두 뜯어 먹고 사막화시킨다. 종말이 눈앞에 있는데 그칠 줄 모른다.

이제 소박하게 먹고 굶는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 지구를 파탄에서 구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여기 할망하르방 밥상 이야기에는 소박한 식단이 있다. 물론 장수의 섬 제주의 식단이다. 거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먹는 문화가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미래가 거기 있다.

제주로 오라!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제주는 건강한 삶과 문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제주의 풍경과 맛은 할망 하르방의 기억 속에 있다. 그 베지근한 이야기 속에 자연과 건강이 하나 된 진정한 제주의 밥상을 만날 수 있다.

“전복도 암놈, 수놈이 있어. 남자들은 암놈을 먹고, 여자들은 수놈을 먹어. 수놈이 딱딱하긴 해도 죽 만들 때는 수놈이 좋아. 바닥이 검은 것은 수놈, 노란 것은 암놈이야. 그런데 노란 것 중에서도 특별이 노란 것이 있는데 그것이 진짜 약 전복이야. 그리고 그것은 가파도에서 많이 나. 여기도 성산과 우도 사이에서 많이 났었는데 이제는 없어.”

“콩국은 저으면 절대 안 되고, 콩죽은 잘 저어야 해, 옛날엔 콩국 끓이면서 배추놨는데, 지금은 배추부터 먼저 놓고 끓어가면 채소하고 간장을 놓지. 그러니까 절대 넘겨선 먹어볼 거 없어. 곁에 지켜서야 해. 콩국은 무큰(푹) 익어야 맛있다고 하즈. 옛날엔 멸치다시를 안 했어. 옛날에 멸치다시가 어디 있어?”

여기 제주를 대표하는 20가지의 음식이 있다.

메밀 / 콩 / 조 / 보리 / 돼지 / 말 / 닭 / 미역 / 톳 / ㅁㆍㅁ(모자반) / 전복 / 성게 / 보말 / 문어와 게 / 자리 / 멜(멸치) / 고사리 / 노루와 꿩

이 음식은 할망 하르방에게는 기억이자 삶이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맛은 더욱 진해지고, 마음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며, 제주의 풍경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