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계국가의 이해 (책소개)/9.유럽연합 EU

유럽연합과 젠더 (2019) - 정책, 제도, 행위자적 고찰

동방박사님 2023. 6. 2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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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에서 가장 ‘성 평등’한 곳이 되기까지
유럽연합 젠더정책의 역사와 현재

유럽은 분명 세계에서 젠더평등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며, 그러한 점에서 유럽연합과 유럽 각국은 젠더정책의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젠더평등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과업이며, 이를 위한 정책은 온갖 힘에 밀려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가장 앞서 있지만 아직 갈 길 먼 젠더평등을 향한 길에서 유럽연합이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여 어떤 성과를 이루어왔는지 소개한다. 특히 유럽연합이라는 특수한 통치체계 속에서 유럽연합 차원의 젠더정책과 각 회원국의 젠더정책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비롯해, 노동시장에서의 젠더평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증진,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다문화 존중과 젠더평등 간의 갈등 등에 유럽연합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대응해왔는지 알아본다.

목차

제1부 젠더적 시각에서 본 유럽연합의 정책 결정 과정
_ 제1장 유럽에서의 젠더 불평등 현황 및 문제 제기
_ 제2장 유럽연합 젠더정책의 역사적 형성 과정
_ 제3장 유럽연합의 젠더정책 결정 과정: 젠더정책 행위자의 상호작용과 연계 구조
_ 제4장 유럽연합 내 성평등 및 반차별정책
_ 제5장 유럽연합 국가 내 성평등정책: 독일의 사례

제2부 유럽연합과 젠더: 정책 및 행위자에 대한 역동성
_ 제6장 유럽연합 성주류화정책의 제도화 과정
_ 제7장 유럽연합과 정치적 대표성
_ 제8장 유럽연합 일가족양립정책의 제도화 과정
_ 제9장 유럽연합과 여성 폭력
_ 제10장 다문화의 도전과 정체성의 위기: 유럽연합 내 헤드 스카프 논쟁
_ 제11장 확대된 유럽연합과 젠더화
 

저자 소개

저 : 박채복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럽정치와 다문화 및 이주 문제, 그리고 젠더 및 여성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럽연합과 젠더: 정책, 제도, 행위자적 고찰』(2019), 『저출산시대의 가족정책』(2019, 공저),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2017, 공저) 등이, 논문으로는 ?‘포스트팍티쉬...

책 속으로

유럽 통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은 젠더정책을 통해 고용과 관련된 여성의 경제활동의 참여를 증대시키고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공동체 내에 양성평등 원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젠더와 관련된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국제적 협력을 중시하며,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젠더와 관련된 국제적 규범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위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 p.19

유럽연합 내에 존재하는 젠더레짐의 차이는 국가의 젠더 상황을 반영한 결과이다. 즉,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보육 및 양육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북유럽 국가, 유럽연합으로의 가입 이후 유럽적 기준을 수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동유럽 국가, 국가의 복지 지원 수준이 낮고 개인 복지에서의 강력한 가족 의존주의와 강력한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가족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남유럽 국가 등 국가마다 젠더레짐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 p.57

젠더 관련 사회적 파트너와 시민단체들은 유럽연합의 젠더문제를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공동의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유럽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다양한 영역에서 제기되는 젠더이슈를 유럽연합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의제로 설정되도록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관료들과 실무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p.85

여성들의 사회적·경제적 진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과 동일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변적 노동자로서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유럽연합 젠더정책의 기본적인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동일한 노동을 하는 남녀 간에 적용되어 불평등을 일정 정도 해소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한계를 나타낸다. --- p.109

유럽연합의 차별금지 지침은 첫째로 인종 혹은 출신 민족의 차이 없는 동등대우법의 적용을 위한 권고안, 둘째로 고용과 직업에서 동등한 대우 원칙 이행을 위한 지침, 셋째로 고용과 직업에서의 남녀의 기회 균등 및 동등대우 원칙에 관한 지침, 넷째로 재화와 서비스에의 접근 및 공급에서 남녀 동등대우 원칙 이행을 위한 권고안을 일컫는다. 이러한 권고안은 회원국에 수용되어 입법 과정을 거쳐 실행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 회원국에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 --- p.136

독일의 일가족양립정책은 기존의 가족주의적 잔여적 복지정책에서 탈피하여 인구 구조상 변화와 가족 유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독일은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서 노동법 및 양육 관련 법제를 지속가능한 가족정책의 측면으로 개선하고, 보육 및 양육 시설을 확충하여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여성이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산율 하락이 경제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등장함에 따라 출산과 관련된 젠더이슈가 더 이상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국가가 개입하여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40

전통적인 남성 중심적 구조의 변화와 모든 정책 영역 및 입법 과정에서의 성주류화라는 새로운 접근은 유럽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유럽연합의 건설을 위한 다양한 입법 과정에 적용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유럽연합조약의 법적 강제력에 따라 성주류화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적인 기초를 마련해야 하며,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성주류화를 고려하여 성평등을 실현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 p.148

성주류화 전략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즉, 성주류화 전략은 새로운 정책 영역으로 여성 문제를 확산하는 데 기여한 반면, 여성 문제를 모든 사람의 책임이지만 누구의 일도 아닌 결과를 가져왔으며, 오히려 대다수 회원국의 경우 주류화 전략이 여성을 위한 특별 예산의 삭감과 적극적 조치의 축소 등으로 이어졌음을 지적하고 있다. --- p.169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공적 영역에서 보육시설의 여부는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면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고 일을 하는 여성이 늘어난다고 해서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럽 국가 중 여성의 경제활동율도 높고 출산율도 높은 국가가 있다는 점에서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는 기준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국가의 적극적인 여성 친화적인 정책의 유무에 있다는 점은 강조되어야 한다. 보육과 양육에 대한 국가 개입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남녀의 보육과 양육의 공동 책임의 정당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p.217

육아를 이유로 파트타임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스웨덴의 경우 탄력적 근무시간 단축제도는 부모휴가제도 외에 자녀양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제도라 할 수 있다. …… 파트타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비정규직화 및 남녀 임금 격차 문제 등 유연화 전략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화했고, ‘신남녀고용평등기회법’을 통해 성별 간, 고용 형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금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더 나아가 여성이 사회보장 수급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여 돌봄 영역에서 유급노동과 무급노동 사이의 선택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제도적으로 노력했다. --- p.235

프랑스는 스웨덴과는 달리 출산율이 높은 편이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강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로, 프랑스의 탈가족화 정책과 양육수당제도가 기본적으로 돌봄의 주체를 여성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보편적 공공 보육을 일정 수준으로 확대했고, 상대적으로 높은 돌봄의 탈가족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 p.248

유럽연합의 성평등정책이 고용정책이나 남녀기회균등정책에 기반하여 운영되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종교적·사회적·문화적 제도와 관습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내용을 가진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같이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나 여성의 특수한 환경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 p.254

여성의 성기 절제는 유럽에 이주해온 이주자 소수 집단에 의해 고수되는 특수한 관습의 하나로서 해당 여성들에게 여성 성기 절제가 가져다준 육체적 고통 외에 사회적 소수로서의 고립이 가져다주는 심각한 심리적 갈등과 자기 분열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과 그 회원국은 여성의 성기 절제를 여성 인권의 심각한 침해로 인식하고 이를 젠더에 근간한 폭력으로 간주하여 금지하고 있다. --- p.263

많은 이주 여성의 경우 유럽 사회의 주류 문화와 이주자 사회의 문화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 주류 사회와 이주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위계질서와 젠더적 위계질서가 존재하게 된다. 여성들 간의 차이와 위계질서에 따른 권력관계의 측면에서 약자의 위치에 처해 있는 이주 여성들은 다양성의 존중과 젠더평등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 p.285

유럽 사회는 무슬림 여성의 헤드 스카프에는 관용적인 반면, 얼굴과 전신을 다 가리는 부르카와 같은 베일은 유럽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다. 공공 영역에서 부르카의 착용을 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유럽인들에게 부르카는 여성 억압과 극단적 근본주의의 상징으로서 세속주의(정교 분리)와 성평등 원칙에 위배되므로 유럽 사회 전체가 거부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p.298

출판사 리뷰

더 평등한 사회를 향한 유럽연합의 ‘젠더정책 분투기’
유럽에서 젠더평등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유럽에서의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목표로 출발한 유럽연합은 오늘날 인권과 성평등, 민주주의를 가장 근본적인 유럽적 가치로 규정한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가치 실현의 중요한 과업으로서 젠더정책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철폐를 추구해왔다. 이는 젠더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유럽연합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 일가족양립정책,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의 참여 증진, 젠더에 기반한 폭력 및 인신매매 단절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성평등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오늘날 젠더정책에서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행위자로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성취한 성평등 수준은 분명 비교적 높은 곳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한 남녀 간 임금 격차는 물론, 유럽 내 무슬림의 헤드 스카프 착용을 둘러싼 논쟁, 정치권 내 인종 및 성 차별적 구호의 재등장 등 젠더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관한 유럽연합의 고민은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출간된 『유럽연합과 젠더』(박채복 지음, 한울엠플러스 펴냄)는 그동안 유럽연합이 젠더 문제에 대해 어떤 목표를 세워 어떤 정책으로 대응해왔는지, 그리고 오늘날 유럽이 직면한 과제에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먼저 이 책은 사회적 기반이 서로 다른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럽연합이 어떻게 젠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지 알아봄으로써 유럽연합의 젠더정책이 개별 회원국 수준에서 젠더정책의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다시 유럽 차원으로 확장되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유럽 차원의 젠더정책이 회원국 젠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또 회원국의 젠더정책이 다른 회원국의 젠더정책에 영향을 미쳐 유럽 차원의 젠더정책의 방향과 전개 양식을 바꾸는, 이른바 젠더정책의 유럽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펴온 성평등정책에 관해서도 알아본다. 이에 덧붙여 이 책은 노동시장 진입에서의 남녀평등 문제, 동일노동과 동일임금 원칙의 병행,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던 초기의 정책적 관심과 배려를 넘어, 점차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증진 문제, 성주류화정책,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다문화 등 유럽연합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젠더정책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짚어본다. 여기서 성주류화정책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넘어 남녀 모두에게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의 모든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이 책에서 필자가 분석한 그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일가족양립정책은 성평등 문제는 물론 오늘날 한국이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이 책에서는 유럽연합의 일가족양립정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아보는 한편, 사회 환경과 정책적 지향점이 서로 다른 스웨덴과 프랑스의 사례를 비교해 살펴봄으로써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또한 이 책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유럽연합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알아본다. 특히 일부 무슬림 이민자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성기 절제를 예로 들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것을 중요한 기반으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에서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이민자 증가와 이에 따라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는 젠더 문제를 유럽 내 헤드 스카프 착용을 둘러싼 논쟁을 예로 들어 짚어본다.

이 책에는 유럽연합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젠더 문제를 놓고 유럽 사회가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해온 과정이 담겨 있다. 오늘날 높은 수준의 젠더평등을 구가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유럽의 현실을 보다 보면, 우리의 눈은 자연스레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로 향한다. 이 책에 소개된 유럽연합의 시도를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일보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소모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에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