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동양철학의 이해 (책소개)/7.동양철학이해

제자백가, 사상을 논하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 (2007)

동방박사님 2023. 9. 1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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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공자와 그의 제자들 2 - 제자백가, 사상을 논하다』는 『춘추좌전』을 번역하는 등 꾸준히 동양고전에 대한 저서와 번역서를 내온 신동준저자가 역사적 사실과의 관련성을 기반으로 치평학(治平學)의 관점에서 공자사상을 고찰하며 공자 및 유가사상, 제자백가사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치철학서이다.

제2권은 유가를 비롯한 제자백가의 사상투쟁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함으로써 제자백가 사상의 연원이 과연 어디에 있고 공학의 정맥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확연히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자사상의 면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은 물론 제자백가 시대의 사상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으며, 특히 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나 제자백가의 사상을 섭렵한 뒤 맹자에 의해 왜곡된 ‘치평학’으로서의 공학을 본래의 모습에 가장 가깝게 되돌려놓은 순자사상을 유의깊게 주목하고 있다.

목차


1. 제자들이 공자사상을 사방에 전하다
70여 제자와 '4과10철'
자로, 치평의 으뜸
자공, 언변이 뛰어난 유세가
노나라를 지켜낸 자공의 활약
공자의 애제자 안회
안회와 장자사상의 연관성

2. 유가학단이 사상계를 지배하다
초기 유가학단의 협사정신
사상 최초의 사립 사관학교
공자 이전, 고대의 학교 개념
공자의 사민 개념
공자사상을 둘러싼 인성 논쟁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과 다산의 『논어고금주』
혁명적 발상 '유교무류'

3. 다양한 학파가 등장해 적통을 다투다
후기제자들의 활약
미화된 증자와 자사
증자, 수제파의 거두
자하, 치평파의 비조

4. 약육강식의 전국시대가 도래하다
동양의 제왕정 체제와 '멸국치현'
'멸국치현'의 파급효과
임협관계의 대표주자 위문후
'대의멸친'과 '효친자자'

5. 묵가가 처음으로 유가에 도전장을 내밀다
묵가사상의 탄생
묵가와 유가의 천인관
유가사상의 반작용으로서의 묵가사상
'의'를 중시한 묵가

6. 도가가 무위자연을 내세워 유가를 공격하다
도척설화와 문례설화
출세간의 문제를 천착한 장자의 구도사상
노자에 대한 오해
『도덕경』을 둘러싼 논란

7. 법가가 부국강병을 기치로 유가에 도전하다
법가사상의 등장
상앙과 진효공의 만남
상앙의 변법개혁
한비자의 법·술·세 이론
법가와 유가의 공통점

8. 맹자가 적통을 자처하며 천하를 주유하다
맹자의 생애
성선설, 맹자사상의 출발점
서양 전래의 도덕철학과 성선설의 비교
맹자의 왕도설
'귀민경군' 사상

9. 순자가 모든 사상을 하나로 융합하다
맹자의 '내성'과 순자의 '외왕'
'속유' 비판
춘신군과의 일화
순자의 병법 지식

10. 순자의 사상통합으로 유가사상이 부활하다
공자사상의 화석화를 시도한 맹자
도가로 둔갑한 공자
춘추전국시대 사상을 종합한 순자
군자학은 치평학이다

공자의 주요 제자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학자들
춘추전국시대 연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신동준 (申東埈)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에 열정이 더해져 고전을 현대화하는 새롭고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의 일부를 정리해 책으로 펴내고 있다. 100여 권에 달하는 그의 책은 출간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에게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6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출판사 리뷰

공자는 학자라기보다는 현실 정치가였다
공자만큼 유명한 인물도 없지만 그만큼 왜곡된 인물도 없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라고 불렸을 만큼 성리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자사상도 주희가 정비한 성리학에 기댄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성리학은 제자백가 중에서도 맹자사상을 이어받은 분파이다. 전국시대 후기에 공학을 대표한 사람은 단연 맹자와 순자였는데 두 사람은 각기 ‘수제파’와 ‘치평파’를 대표하며 치열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수제’(修齊)가 개인적인 도덕수양을 뜻한다면 ‘치평’(治平)은 군자가 위정자가 되어 국가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후대의 성리학은 ‘수제’를 ‘치평’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선결요건으로 간주했다. 이는 유학을 삼강오륜으로 상징되는 강상명교(綱常名敎)의 윤리도덕철학으로 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공자가 평생 정리한 ‘군자학’은 통치대상인 일반 백성의 안녕과 복리를 증진하고 자아실현을 돕는 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각국의 위정자를 만나 유세(遊說)를 펼쳤던 공자의 행보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공자는 노정공 10년에 있었던 협곡회동에서 집정대부인 계씨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열국 제후들로부터 크게 주목받기에 이른다. 지은이는 공자가 협곡회동 이후 높아진 국내외의 신망을 배경으로 하대부의 자격으로 집정대부 계씨를 수반으로 하는 노나라 조정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추정한다. 이때부터 3환세력을 상대로 한 싸움에 승부수를 띄우는데 오랫동안 ‘군자의 치평’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해온 공자가 아니면 취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공자는 우직한 자로를 계씨의 가신으로 보내 3환을 안심시킨 뒤 이들을 유인해 3환의 근거지인 3도를 허물게 만드는 계책을 세웠다. 비록 3도도괴 계책은 실패했지만 공자의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치평의 입장에서 살피는 새로운 해석
치평의 입장에서 공자사상과 제자백가사상을 살피면 그동안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얻게 된다.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진 진시황을 공자의 이상을 최초로 구현한 인물로 평가하거나 『도덕경』이 『장자』보다는 오히려 『논어』의 자매서에 가깝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진시황은 비록 학문을 제한하기는 했으나 일정한 수준의 ‘치평학’을 습득한 ‘법관’(法官)을 내세워 나라를 통치한 점에서 공자의 이상을 최초로 구현한 위대한 인물로 볼 수 있다.

흔히 노자사상과 장자사상을 같은 것으로 보아 ‘노장사상’ 또는 ‘노장학’으로 부르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도덕경』은 『장자』와 달리 ‘출세간’의 얘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도덕경』과 『장자』는 비록 ‘무위지치’에서 그 맥을 같이하고 있으나 주요관심사와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노자와 장자가 하나로 묶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이상국가의 모형으로 언급한 ‘소국과민’(小國寡民)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작은 나라의 적은 주민은 결코 단순히 원시사회로의 복귀를 주창한 것이 아니었다. 통치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인위적인 통치의 내용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노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와 일체가 되어 마침내 통치자의 인위적인 개입이 불필요하게 되는 상황을 이상적인 상태로 상정했다. 이는 유가가 내세우는 인위적인 덕목으로는 궁극적인 이상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는 깊은 통찰에서 나온 것이다.

공자의 직제자 가운데 안회보다는 자로를 높이 평가하는 것도 치평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자연스럽다. 안회는 치평 차원에서는 아무런 족적을 남겨놓지 못했다. 안회는 실천이 독실해 덕행에 능한 제자로, 자로는 재주가 많아 정치에 능한 제자로 불리고 있다. 자로는 염유와 함께 차례로 계씨의 가재가 되어 공자의 3환 타도 계책을 앞장 서 실천에 옮겼다. 천하유세 기간 동고동락하는 등 가장 가까이에서 공자의 정치행보를 함께한 자로야말로 공자의 사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으뜸제자라 할 수 있다.

사서, 제자백가서, 동서양 사상가를 넘나드는 폭넓은 궤적
공자 당시의 고의를 좇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사실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는 주희의 주석을 놓고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지식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했을 정도로 역사적인 사실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를 위해 『사기』 『국어』 『전국책』 『오월춘추』 『춘추좌전』 『춘추곡량전』 『춘추공양전』 등 여러 사서들을 면밀히 검토했다. 『춘추』에 대한 주석서, 춘추3전 중에서도 가장 역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다룬 『춘추좌전』(한길사, 2006)을 번역한 이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역사서뿐이 아니다. 제자백가들의 사상을 다룬 제자백가서도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순자』『맹자』『장자』『한비자』『묵자』『도덕경』『관자』 등은 공자의 면모를 보완하거나 당시의 복잡했던 역사적·사상적 지도를 그려 보여준다. 이처럼 폭넓게 여러 자료들을 섭렵한 지은이가 『논어』『대학』『중용』『예경』『시경』『서경』 등 공자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코스도 게을리 했을 리 없다.

후대 사상가들의 해석을 꿰고 깁는 솜씨도 뛰어나다. 주희나 정약용, 최술 등 선현들의 공자관에서부터 오규 소라이, 시라카와 시즈카, 기무라 에이이치, 이토 진사이, 와쓰지 데쓰로, 요시카와 고지로 등의 일본학자와 강유위, 곽말약, 풍우란 등 중국학자들의 견해까지 폭넓은 시야에서 고찰한다. 정치사상 일반을 논하는 대목에서는 공자와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한나 아렌트까지 호출된다. 서양 연구자 크릴이나 줄리앙의 사상을 통해 서양과 동양 철학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보여주며 비교문화적인 관점을 확보한 것도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