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서양사 입문 (독서)/1.로마제국사

로마 공화정 (2004)

동방박사님 2023. 9. 2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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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로마 공화정》은 기원전 753년경 전설적인 왕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의 일곱 언덕에 도시를 세운 뒤 기원전 510년 공화정이 수립되어 기원전 31년 공화정이 몰락할 때까지 약 500년의 로마사를 개관한다. 제례의식과 각종 제도 확립 등 도시국가의 기초를 마련한 초기 왕정시대를 지나 공화정의 초기, 중기, 말기에 걸쳐 주요 정치가들의 권력 쟁탈, 그에 따른 로마 사회문화의 지각변동, 국가의 융성과 쇠퇴 등 현실정치의 장(場)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역사의 장면 장면을 수많은 다양한 객관적 사료를 기반으로 재현해냈다.
이 책은 특히 알려지지 않은 각종 사료와 고고학 자료들을 바탕으로, 로마사를 몇몇 영웅에 의해 이루어진 역사가 아닌 공화정 로마에 밑바닥에 내재되어 있는 힘이 이루어낸 역사로 평가한다. 영웅주의적 사관을 철저히 거부하는 저자의 이러한 시각은 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나아가 로마의 역적으로 평가되어온 세르토리우스를 오히려 로마 공화정을 이끈 중요한 인물로 재평가하는 등 기존의 역사인식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로마사에 대한 전반적 개관과 더불어, 권력은 잡았으되 맨 먼저 전장에 나아가 국가를 수호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한 로마 정치가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정치의 현실과 나아갈 바에 대한 지혜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 로마 공화정의 미덕
서문 : 일어서는 로마

왕정시대
공화정 초기
공화정 중기
공화정 말기

저자 소개

저자 : 필립 마티작
필립 마티작은 옥스포드의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로마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에는 이 책 외에 《로마 공화정의 정치사회학―술라에서 아우구스투스까지The Political Sociology of the Roman Republic from Sulla to Augustus》가 있다.
역자 : 박기영
박기영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로마 공화정》을 통해 번역가로 처음 독자와 만난다. 지금은 갑인 크로니클 시리즈 4 《교황》 번역 중이다. 그는 우리말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쓸 수 있을 때 좋은 번역이 나온다고 믿으며 실력 있는 전문 번역가의 길을 닦는 중이다.

출판사 리뷰

1. 다양하고 객관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한 책
이 책은 영국의 Thames & Hudson사에서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던 크로니클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인 Chronicle of the Roman Republic을 번역한 것이다. 먼저 팔라티누스 언덕에서 작은 도시 국가를 설립한 전설적인 초대 왕 로물루스에서부터 제7대 왕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에 이르기까지 전설상의 일곱 왕들, 그리고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창시한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의 생애가 소개된다. 뒤이어 공화정 시대에 이름을 떨쳤던 걸출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라쿠스 형제, 폼페이우스, 술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브루투스와 같은 널리 알려진 인물들뿐 아니라, 세르토리우스나 메텔루스 피우스와 같이 비교적 생소한 인물들도 포함시켜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했다.
당대의 주요 인물들을 연대기 방식으로 소개하면서도 복잡한 정치적 변화와 관련 정황들을 놓치지 않고 생생히 전함으로써 자칫 연대기에서 느낄 수 있는 평면적인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수많은 도판과 희귀한 고고학적 자료, 그리고 디오 카시우스, 수에토니우스, 폴리비오스, 키케로 등 고대 로마 역사가들의 귀한 사료 인용문과 일화들, 연표와 인물 연보, 로마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부연 설명 등은 고대 로마사를 개관하고 이해하는 도구로 손색이 없다.

2. “브루투스 너 마저도.” 이 말을 카이사르가 정말 했을까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서 무려 두 권이나 할애해서 집필한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단적으로 이렇게 평가한다.

“공화정 몰락에 한니발과 피루스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몫을 한” 인물인 카이사르에게 “지금껏 역사가들은 지나친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이사르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행정관들을 군사 독재관으로 대체했다. 게다가 단지 자신의 야심을 위해 100만이 넘는 갈리아인을 죽였고, 그만큼의 수를 노예로 팔았다. 카이사르가 죽은 후 로마는 또 한 차례의 내전을 겪었고, 이어서 제정 시대로 넘어갔다. 카이사르가 죽은 지 100년 뒤에 그의 전기를 집필한 수에토니우스는 ‘카이사르는 암살될 만한 인물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용맹한 장군으로 알려져 있는 ‘대장군’ 폼페이우스에 대해서도 저자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다.

“폼페이우스는 정면 대결에 약했다. 과거 스페인 전선에서 세르토리우스를 물리쳤을 때도 메텔루스 피우스가 이미 전쟁을 거의 끝낸 상태에서 투입되었으며, 소아시아에서 미트라다테스를 격파했을 때 역시 루쿨루스가 다 이겨놓은 전쟁을 마무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그는 겁에 질렸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로마의 숙적으로 평가되어온 세르토리우스를 공화정의 주요 인물로 포함시켰다. 공화정 말기 정권 쟁탈전의 희생자인 세라토리우스라는 인물을 통해 로마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자신의 조국인 로마를 향해 칼을 겨눈 그의 일대기를 소개함으로써, 당시 로마 관리들이 속주에서 자행한 폭정을 고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저자는 영웅주의적, 전체주의적 사관을 가차없이 차버림으로써 적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미화되고 과장, 강조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3. 로마 공화정의 미덕
고대 로마인은 현대의 법학자들도 감탄할 만한 훌륭한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법과 제도의 기틀이 마련된 때는 바로 공화정 시대다.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오스의 말처럼 로마 공화정의 미덕은 “집정관이 대변하는 군주주의, 원로원이 대변하는 귀족주의, 그리고 호민관이 대변하는 민주주의가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 있다. 세 권력의 추(錘)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 균형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는 공명정대한 법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제정된 법은 시민의 권리를 확실히 보장했다. 예를 들어 시민의 권익을 수호하는 호민관직을 따로 두고, 호민관에게 신체 불가침권을 부여해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호민관들은 여느 행정관 못지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로마의 법은 노예의 권리까지도 보장했다. 한 예로, 유능한 인재로 구성된 시찰단을 선진국인 아테네에 보내 그곳의 성문법을 배워 오게 한 뒤 제정한 12표법에는, 노예에게 골절상을 입힌 경우에 주화 150개로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모든 행정관은 시민들로 구성된 민회에서 해마다 선거로 뽑았으며, 집정관, 법무관, 조영관, 호민관 등 주요 행정관들은 각각 두 명씩 선출하도록 해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을 미연에 방지했다.

4. 로마를 움직이는 내재적인 힘
《로마 공화정》을 이끌어간 귀족 권력층의 다양한 면모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는 온화한 아버지이자 다정한 남편이지만, 동시에 수천 명의 노예를 십자가형에 처한 잔인한 인물이었고, 공명정대하고 청렴결백하기로 이름난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대카토)는 노예나 적에게는 무자비했으며, 여성 차별이 지독했다고 한다. 수많은 인물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로 큉크티우스 킨킨나투스와 가이우스 마리우스를 들 수 있다. 밭일을 하다 독재관으로 뽑힌 그는 로마를 위기에서 구한 후 권력을 미련없이 내놓고 다시 가난한 농부의 삶으로 돌아간 반면, 마리우스는 치밀한 정략을 구사하며 집정관을 7차례나 지냈다.
하지만 로마의 권력층 귀족들의 삶은 편안하거나 안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전쟁이 나면 항상 전투의 선두에 서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워야 했다. 국가를 수호하고 로마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책임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권력자들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국가 수호의 직접적인 책임을 지우는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 귀족층들을 굳건하게 받치고 있던 기둥은 로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평민이었다. 로마 평민, 즉 ‘플레브스 로마나plebs romana’는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수동적인 민중이 아니었다. 그들은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권리를 주장했으며, 정치가들을 견제했고, 정치 논쟁과 입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책은 로마를 내재적으로 받치고 있는 힘은 바로 이러한 권력 귀족층과 평민의 조화로운 관계, 나아가 피정복민과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이지 않은 개방적인 대외 정책이며, 이러한 포용 정책을 포기한 순간 로마는 곧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