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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평전 (2018) - 아홉 개의 사물을 통해 본 브론테 자매의 삶과 문학

동방박사님 2023. 10.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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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브론테 자매의 사물들을 통해
그들의 내밀한 삶과 글쓰기를 세심하게 그려낸 초상.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애그니스 그레이』를 쓴 샬럿·에밀리·앤.
세 자매가 한꺼번에 작가로 문학사에서 이름을 드높인 가문이 또 있을까? 빅토리아 시대 문학 연구가인 저자는 브론테 자매들이 생전에 함께했던 사물들을 통해 복합적이고 매혹적인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형제자매가 어린 시절에 만든 미니어처 책으로부터 황야로 고독한 산책을 떠나며 손에 들었던 자두나무 지팡이, 그리고 휴대용 책상까지, 각각의 개인적 사물들은 브론테 자매의 세계와 그들이 사랑했던 소설,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로 들어가는 창문과도 같다.

자매들 중 특히 동물을 사랑했던 에밀리가 키운 개 키퍼의 황동 목걸이에 대한 묘사는 브론테 가족이 키운 개들이 그들의 글쓰기에 미친 영향과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애완동물과 맺었던 관계를 흥미롭게 알려준다. 또한 샬럿이 착용했던, 앤과 에밀리의 머리칼로 만든 팔찌는 그녀가 동생들의 죽음으로 인해 겪은 깊은 상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저자는 히스가 무성한 황야의 세찬 바람 속을 고독하게 산책하며 작품의 영감을 키워낸 브론테 가의 세 여성의 물질적 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사물의 세계에 시대를 초월하는 문화적 가치가 깃들어 있음을 탁월하게 증명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8
1장 작은 책들 17
2장 깐 감자 한 알 59
3장 산책길의 세 사람 93
4장 키퍼, 그래스퍼, 그리고 집안의 다른 동물들 133
5장 덧없는 편지들 169
6장 책상의 연금술 213
7장 죽음으로 만든 물건 247
8장 기념 앨범 281
9장 유물의 이동 313

감사의 말 338
주석 344
삽화 출처 397
참고 문헌 398
찾아보기 402

저자 소개
저 : 데버러 러츠 (Deborah Lutz)
 
빅토리아 시대 연구가, 롱아일랜드 대학 영문학과 교수.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묶인 쾌락 : 빅토리아 시대 성적 반항과 새로운 에로티시즘Pleasure Bound: Victorian Sex Rebels and the New Eroticism』 『빅토리아 문학과 문화 속 죽음의 유물Relics of Death in Victorian Literature and Culture』 등이 있다.
 
역 : 박여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영화 원간지 『로드쇼』에서 기획 기사와 번역을 담당했고, 현재는 단행본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 이야기』, 『미스터 라떼』, 『오즈의 마법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파게티 수학』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사물은 말이 없으므로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는 것은 대부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이 책을 쓰듯이, 너무나 존경하는 작가들이 소유했던 물건에 대해 글을 쓸 때는 ‘과도 해석’의 위험이 가득할 수도 있다. 개인적 감정이 침묵 속에 지나치게 투영되어 역사를 개인의 향수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모든 전기傳記는 이런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에밀리의 지팡이처럼 사물의 내력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을 때는 더욱 그렇다. 루캐스타 밀러는 『브론테 신화』에서 브론테 자매가 각기 다른 의도와 다른 시대적 관심사에 의해 잘못 해석되어왔음을 탐구한다. --- p.14

“우리 가족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교제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우리는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오로지 우리끼리 서로 의지해 삶의 낙과 일거리를 찾았다.” --- p.56

자연과 바람이 에밀리를 일종의 영적 초월 상태로 데려갔다면, 황야의 마법은 그녀로 하여금 육신 안에 거하며 육신을 통해 느끼게 했다. 산책은 육신 안에 거하는 한 방식이었다. 쉼 없는 걷기와 움직임을 통해, 그녀는 동경을 언어로 가다듬어 소리 낼 수 있었다. 에밀리의 시에 등장하는 호흡, 자연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고동치는 가슴이나 떨리는 몸, 터져나오는 눈물 등은 에밀리가 자신이 다루는 주제와 신체적으로 얼마나 밀접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p.125

젊은 시절 버지니아 울프는 하워스와 브론테 자매들은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결합된 관계”라고 썼다. 열렬한 황야 예찬론자이자 일요 산책자인 레슬리 스티븐의 딸이었던 버지니아 울프는 1904년에 하워스로 순례를 떠났다. “하워스는 브론테 자매를 나타내주고, 브론테 자매는 하워스를 나타내준다. 그들은 껍데기 안의 달팽이처럼 서로 꼭 들어맞는다.” 에밀리의 캐서린 언쇼가 교회도 가족묘지도 아닌 “담장이 낮아 히스와 월귤나무가 황야에서 타고 올라와 자라고 온통 토탄질로 뒤덮인 교회 부지 구석의 푸른 언덕”에 묻혔듯이, 브론테 자매 역시 토탄질의 황야 흙 속에 잠들었고, 따라서 많은 작가들이 말하듯 이들이 하워스 풍경의 일부라는 개념은 설득력이 있다. --- p.128

『커러·엘리스·액턴 벨의 시집』이라는 그 얇은 책은 1846년 5월 세상에 나왔다. (…) 책은 딱 두 권 팔렸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제 요란하지는 않아도 어엿한 저자가 된 그들은 시집이 출간될 당시 집필한 장편소설을 출판사에 보낼 자신이 생겼다. 샬럿이 밀어붙이고 에밀리는 저항했던 이 일은 아마도 책을 출간하는 행위, 그리고 심지어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행위에 진정한 추동력을 보탰을 것이다. 분노와 싸움이 결합된 이런 복잡한 협력 과정이 없었다면, 그들의 걸작은 출간되지도, 혹은 아예 쓰이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 p.231

많은 사람들에게 브론테 가의 인물들은 속세의 성자나 다름없다. 그들이 만졌을지도 모를 물건들은 그들의 개인적 마법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한다. 물론 이런 강렬한 감정 없이도 이 사물들은 중요하게 취급되고, 출처의 불확실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물질적 잔재를 통해 삶을 소환할 수 있고, 사랑했던 이들의 움직임이 시간 속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만은 아니라는 우리의 믿음을 반영한다. 브론테 가 이야기는 그들이 어루만지고 간 사물에 독특한 불멸성을 부여해준다.
--- p.333
 

출판사 리뷰

아일랜드 출신 성직자인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 영국 남부 지방 출신으로 학식 있는 여성이었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여섯 아이들로 구성된 브론테 가문. 1820년에 아버지 패트릭이 영국 요크셔 주 하워스에서 종신직을 얻자 그들 가족은 거친 황야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한 목사관으로 이사 왔다. 18세기에 지은 그 2층집은 그때부터 부모와 여섯 형제, 그리고 붙박이 하인 두 명까지 총 열 명이 복닥거렸다.
샬럿·에밀리·앤…. 우리가 익히 아는 세 자매 외에 브론테 가문에는 브랜웰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형제가 있었다. 그는 샬럿과 에밀리 사이에서 위아래로 한 살 터울이었으나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로 문학사에서 이름을 드높인 세 자매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묘사한 어릴 적 재주와 감수성으로 미루어보아 브랜웰이 좀 더 살았다면 그는 또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빅토리아 시대 문학 연구가인 데버러 러츠가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브론테 가 관련 자료와 유품 들을 연구하여 쓴 이 책은 자매들과 일상을 함께한 아홉 개의 사물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학을 새롭게 분석한 흔치 않은 평전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각각의 사물들을 원래의 문화적 배경과 브론테 일가가 영위한 일상의 순간에 갖다두는 것이다. 나는 그 사물들이 무엇을 ‘목격’했는지, 그것들이 사람의 환경 속에서 어떤 색채를 발했는지 말하게 하고 싶다. - 15p“

오늘날과는 달리,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죽은 자의 육신을 특별히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 임종이 이루어지면, 그 후엔 산 자들이 죽은 자의 방과 침상을 정리한 후 바로 사용했다. 죽은 자의 데스마스크를 만들고, 시신을 사진 찍기도 하고, 시신에서 잘라낸 머리타래를 기념으로 간직했다. 그렇듯, 죽은 자의 사물에서 그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오감을 열고 그들의 사물을 마주하며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고 추억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이제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브론테 가의 자매들에 대해 마찬가지의 애도를 경험한다.
언덕 위 외딴 집에서 30여 년을 함께한 형제들 중 브랜웰·에밀리·앤이 일 년 반 사이에 연달아 죽자 혼자 남은 샬럿은 깊은 슬픔 속에서 그들의 유품을 정리한다. 브렌웰이 산책할 때마다 들었던 지팡이, 지극히 내성적이고 자신의 세계를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에밀리의 일기장, 앤이 쓰다 만 원고들, 그리고 그녀들의 머리타래까지…. 그들의 모든 것은 샬럿이 있었기에 새롭게 빛을 보고 재평가되고 지인들에게 전해졌으나, 정작 샬럿이 죽은 후 그녀의 유품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듯하다.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못 되어 아내의 죽음을 맞닥뜨린 남편은 그럴 경황이 없었고, 샬럿의 흔적을 추스를 가족이라곤 여섯 자식과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 패트릭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샬럿이 생전에 친구와 지인 들에게 써보냈던 수많은 편지들이 연구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그녀가 남긴 물건들이 여러 손을 거쳐 오늘날 전세계 박물관과 자료관에 보관된 덕택에, 우리는 200여 년 동안 독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브론테 가족의 생애에 관한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다. 당시에 책은 귀하고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기에 책벌레였던 형제들은 어려서부터 함께 깨알 같은 손글씨로 쓰고 꿰매고 붙여서 책을 만들었다. 종이가 워낙 귀했던 터라 책의 여백은 온통 시와 산문으로 다시 채워졌고, 가로로 쓴 종이는 행간을 요령 있게 활용하며 세로쓰기로 재활용되었다. 그들은 그 모든 경험을 훗날 자신의 소설 속에 담았다. 특히 에밀리가 키운 개 키퍼의 황동 목걸이에 대한 묘사는 브론테 가족이 키운 개들이 그들의 글쓰기에 미친 영향과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애완동물과 맺었던 관계를 알려준다. 편지를 담는 봉투가 탄생한 배경과 우표의 등장, 그리고 다양한 수수께끼들이 담긴 봉함인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느낄 수 있고, 샬럿이 열정적으로 써내려간 편지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연상의 교수와 맺은 순수하면서도 부적절한 관계도 들여다본다. 그리고 샬럿이 착용했던, 앤과 에밀리의 머리칼로 만든 팔찌는 그녀가 동생들의 죽음으로 인해 겪은 깊은 상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샬럿이 에밀리의 책상을 뒤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첫 책과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은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소유자들은 세상을 떠났어도 사물은 남는다. 사물들은 저마다 사적인 삶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그 물건들을 통해 소유주를 느끼고 이해하고 기억한다. 히스가 무성한 요크셔 황야의 세찬 바람 속을 고독하게 산책하며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경의 장소인 고향의 가혹한 환경은 영원함을, 늘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했고, 이것이 에밀리의 작품 속 위대한 테마가 되었다. 샬럿이 느낀 대로, 그런 감성적 성향은 이미 그녀의 천성에 깃들어 있었고 고향 땅으로 인해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샬럿은 에밀리가 꽃피는 히스의 “보라색 빛”과 “거무스름한 언덕 중턱, 음울한 동굴”의 그림자를 가슴속에 품은 “황야의 아이”라고 여겼다. 무한함을 동경하는 이런 사고는 외부에 그에 걸맞은 대상을 두게 마련인데, 에밀리의 경우 그 대상은 바람이었다. - 123p“

이렇듯 정교한 문장과 디테일한 시각으로 세 자매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세심하게 연구한 저자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삶이 세 자매의 소설에 얼마나 깊이 반영되었는지 새삼 알게 되고, 소설이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옴을 느낀다. 요크셔의 황야, 히스로 뒤덮인 언덕, 그리고 바람은 특히 에밀리에게 어울리는 풍경이라는 것도.
 

추천평

열정적이고 지적이며 스타일리시한 책. 저자는 브론테 자매들의 사물에 마법을 불어넣어 그들의 삶과 작업, 유산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브론테 애호가라면 모두 읽고 싶어 할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연구이다.
- 클레어 허먼 (『제인 에어의 명성』의 저자)

가장 흔한 사물 속에는 평생의 경험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일상의 삶과 사물에 귀를 기울이면 그들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데버러 러츠는 브론테 자매의 물건들이 말한 것을 듣고 우리에게 전하며, 이 독창적이고 선구적이며 명민한 여성들의 글쓰기를 독창적이고 선구적이며 명민하게 읽어냈다.
- 주디스 플랜더스 (『빅토리아 시대의 도시, 디킨스의 런던의 일상』의 저자
)

거미줄 같은 인상적인 디테일, 작고 정교한 문장으로 가득한 집과 같은 책! 보석과도 같은 이 책은 브론테 자매를 둘러싼 사물을 마법처럼 탐구하여 그들을 되살려냈다. 저자는 놀랄 만한 엄격함과 박식함, 깊은 감성, 그리고 죽은 사물과의 신비로운 교감을 통해 지층과 유적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평전 쓰기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웨인 쾨스턴바움 (『나의 1980년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