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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신약개발 개념입증(PoC)를 중심으로 (2023)

동방박사님 2023. 11. 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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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7년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가 출간되었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기자들이 주축을 이룬, 바이오제약 산업 분야 전문 매체 『바이오스펙테이터』의 첫 책이었다. 창간 1주년을 맞이해 1년 동안 한국의 신약개발 현장을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의 입장에서 해석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비전문 독자도 읽을 수 있게 풀어보려는 시도였다. 출간 이후 책은 바이오제약 산업을 둘러싼 업계와 학계를 비롯해, 이 분야에 관심을 둔 비전문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생명과학 부교재로도 쓰이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갓 2년이 지난 2019년, 9쇄를 마지막으로 절판을 결정했다. 불과 2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신약개발 현장의 과학은 빠르게 업그레이드되었고, 좀더 긴 호흡의 기획으로 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다시 4년의 준비와 기획, 집필과 편집을 거쳐 2023년 개정2판을 출간했다. 원래도 적지 않은 분량이었던 368페이지는 개정2판에서 648페이지로 늘어났다. 전 세계의 신약개발 연구의 동향과 트렌드를 실었으며, 규제기관으로부터 시판허가를 얻는 데 성공한 74개 의약품의 개념입증을 다루었다. 또한 2023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이 예정되어 있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논문을 비롯해 380여 개 데이터를 살펴보았으며, 바이오스펙테이터에 실은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기사의 내용을 다시 검증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초판이 한국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개정2판은 그 사이에 일어난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책이다. 이렇게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가 출간되었다.

목차

들어가는 말 005

1부 인공지능(AI)
01. 의료 AI(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al Diagnosis) 019
02. AI 신약개발(Artificial Intelligence Drug Discovery) 063

2부 항체 치료제
03.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091
04.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121
05.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159

3부 면역항암제
06.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191
07. CAR-T 세포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Therapy) 237

4부 RNA 치료제
08. mRNA(messenger RNA) 291
09. RNAi & ASO(RNA interference & Antisense Oligonucleotide) 323

5부 유전자 치료제
10. 아데노연관바이러스 & 렌티바이러스
(AAV[adeno-associatedvirus] & Lentivirus) 371
11.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411

6부 가능해진 개념
12. 비만(Obesity) 치료제 449
13.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치료제 483
14.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치료제 523

7부 그리고 탐색
15.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573
16.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609
17.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 631
 

저자 소개

바이오스펙테이터 선임기자. 『키트루다 스토리: 머크Merck & Co.는 어떻게 면역항암제를 성공시켰나』(바이오스펙테이터, 2022), 『진단이라는 신약: 조기진단, 동반진단, 전이암진단, 이미징마커』(바이오스펙테이터, 2020),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 알츠하이머 병 신약개발을 중심으로』(바이오스펙테이터, 2019) 지음 /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바이오스펙테이터,...
 
저 : 신창민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자
발생유전학 전공

책 속으로

폐암 진단에서도 AI의 활용은 충분한 도움이 된다. 폐암 진단에는 흉부 엑스레이 촬영법을 이용한다. 흉부 엑스레이 이미지는 폐암으로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활용되며, 질환의 전체적인 범위를 파악하거나 변화를 볼 때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루닛은 에든버러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폐렴, 폐섬유화, 기흉 등 10가지 주요 폐 질환이 관찰되는 총 1,960건의 흉부 엑스레이 데이터를 활용해, 영상 이미지로 폐암을 찾아내는 연구였다. 루닛의 AI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CXR(Lunit INSIGHT CXR) 판독 결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를 비교했는데, 루닛 인사이트 CXR의 판독 수준은 연구에 참여한 경력 20년 이상의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정확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 p.25~26

그런데 이중항체는 CAR-T 세포치료제가 가진 복잡함을 단순화해줄 수 있다. 이중항체의 한쪽이 암 환자 몸속에 있는 T세포를 붙잡고, 다른 쪽이 암세포를 붙잡아 T세포가 암세포를 없앤다면 환자에게 이중항체를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CAR-T 세포치료제가 이루려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CAR-T 세포치료제만큼 비싼 제작비를 쓸 필요는 없다. 이중항체 치료제를 만드는 공정이 단순한 것은 아니지만, CAR-T 세포치료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더 빠르게 생산해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약 35만 5,500달러에서 39만 5,000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의료진과 환자, 기업에 부담이 되는 비용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약품 형태로 곧바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면역력이 급격하게 저하된 암 환자의 혈액 안에서 CAR-T 세포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될 면역세포를 충분히 얻을 수 없을 경우에도 이중항체는 현실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 p.103~104

항체와 화학 항암제의 접합체는 암세포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internalization, 내재화). 항체가 세포막 수용체에 결합한 상태로 세포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이는 세포가 외부 물질을 받아들일 때 쓰는 방법이다. 항체와 화학 항암제의 결합체는 세포 안에서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리소좀(lysosome)을 만난다. 항체와 화학 항암제를 접합시키고 있던 링커(linker)는 펩타이드 구조를 가지는데, 리소좀 안에 있던 단백질분해효소(proteasome)가 펩타이드 링커를 분해하면 항체에 붙어 있던 화학 항암제, 즉 독성 물질(toxin, 톡신)이 방출된다. 그리고 이 독성 물질이 암세포를 없앤다. ADC가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 p.126

PD-1 면역관문억제제가 전이성 암 치료의 한 부분을 차지하자, 이제는 더 초기 암을 치료해보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초기 암이라고 하면, 환자가 수술로 암을 떼어낸 전후 시점을 얘기한다. 초기 암에서 PD-1과 PD-L1 면역관문억제제 효능을 테스트해보는 시도는 2010년 중반부터 시작되었지만, 몇십 건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2019년을 기점으로 179건, 2020년 249건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식도암, 흑색종 등에서 주로 테스트하며, 임상 현장에서 이점도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해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고, 더 다양한 암 항원을 인지하는 T세포를 늘리고,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장기 기억 면역을 만들어 재발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는 암을 예방하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다만 초기 암의 경우 수술만으로도 충분히 암이 제거될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술을 미루고 약을 투여하는 게 나을지 판단하는 문제가 있다. 약물 투여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 p.210

CAR-T 세포치료제는 혈액암 치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CAR-T 세포치료제라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는 80~90%에 가까운 완전관해(CR)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환자의 생존기간(OS)을 암 치료제 개발 역사상 유례없는 정도로 늘리고 있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암 덩어리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후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CAR-T 세포치료제는 제작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지만, 의료진은 환자에게 CAR-T 세포치료제를 투여하겠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 p.249

실질적인 의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은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의 mRNA 백신이었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항원을 발현하는 mRNA와 해당 mRNA를 인간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로 이루어진다. mRNA 의약품 개발에서 약물의 안정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mRNA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만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몸속으로 투여한 mRNA 의약품이 세포 안까지 무사히 전달되어야 한다. 필요한 물질을 목적지까지 전달하는 매개체를 캐리어(carrier)라고 부른다. 1978년 솔크 연구소의 로버트 말론이 캐리어로 리포좀을 골랐던 이유는, 리포좀이 실
제 사람의 세포막을 모방한 인지질 이중층(lipid bilayer)으로 이루어진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포좀보다 고도화된 형태를 띠며, 안정성이 높은 LNP가 개발되었다. 원래 LNP는 다른 종류의 RNA 의약품인 siRNA(small interfering RNA)를 전달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었다.
--- p.300

2021년 세마글루타이드는 위고비(WEGOVYⓡ)라는 이름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는데, 처방되기 시작한 지 5주 만에 삭센다의 처방 수를 넘어섰다. GLP-1 메커니즘을 이용한 비만 치료제가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만은 체중을 유지하는 항상성이 깨져서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그리고 만성질환 치료제는 항상성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즉 혈압약, 당뇨병 치료제처럼 오랫동안 복용해야 하며, 이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가 없어야 한다. 기존 비만 치료제들이 퇴출된 이유도 대부분 부작용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몸무게를 줄였는데, 혈관이 나빠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만 환자의 경우 대부분 환자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다. 따라서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위험요소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단순히 살 빼는 약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 p.468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ucagon-like peptide-1,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가지고 NASH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GLP-1은 음식물이 장으로 들어올 때, 장내분비세포의 하나인 L세포(enteroendocrine L-cell)가 분비하는 호르몬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인슐린은 체내 에너지원 저장을 촉진한다. 췌장의 베타세포(β cell)에서 인슐린이 나오면, 포도당과 지방산이 근육과 간, 지방세포 등에 저장되면서 혈당이 떨어진다. 또한 GLP-1은 글루카곤(glucagon, GCG) 분비를 억제하는데, GCG는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한다. GCG는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당을 높여준다. 이런 이유로 GLP-1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그리고 GLP-1의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GLP-1 수용체(GLP-1R) 작용제는 제2형 당뇨병, 비만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 p.497~498

프로토피브릴(protofibril, 75~5,000kDa)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전구체다. 끈적끈적한 단량체(monomer) 상태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치면 독성이 있는 작은 올리고머(oligomer, 9~75kDa) 응집체(aggregates)가 만들어진다. 이 올리고머가 합쳐지면서 프로토피브릴이 된다. 이 단계까지는 혈액에 녹는 용해성(soluble)이 있는 상태다.
여기서 더 뭉치게 되면 불용해성(insoluble)을 띠는 피브릴(fibril)을 거쳐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된다. 아두카두맙은 단량체는 인식하지 않지만, 독성을 띄는 올리고머 단계부터 플라크 형태까지 선택성을 가진다. 즉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서로 뭉쳐 플라크를 형성하는 것을 막는다. 그런데 여러 가지 형태에 모두 결합하기보다,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특정 아밀로이드를 더 잘 인식한다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 p.540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인공지능(AI)’, ‘항체 치료제’, ‘면역 항암제’, ‘RNA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가능해진 개념’, ‘그리고 탐색’이라는 7개의 대주제 아래, 의료 AI(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al Diagnosis), AI 신약개발(Artificial Intelligence Drug Discovery),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CAR-T 세포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Therapy), mRNA(messenger RNA), RNAi & ASO(RNA interference & Antisense Oligonucleotide), 아데노연관바이러스 & 렌티바이러스(AAV[adeno-associatedvirus] & Lentivirus),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비만(Obesity) 치료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치료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치료제,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의 17개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2023년 기준 신약개발로 가기 위한 개념입증의 단계를 넘었거나, 곧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들이다.

가장 뜨거운 주제
의료 AI, 항체 치료제, 면역 항암제


1부에서는 늘어가는 의료 수요와 부족해지는 의료 인력, 점점 늘어나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에 직면한 신약개발 현장의 문제와, 더 많은 환자를 빨리 찾아 정확히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가고 있는 현장의 기회가 겹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의료 AI를 살펴보았다. 의료 AI를 투입해 영상의학과 의사 2명이 하던 일을 의사 1명이면 충분한 일로 바꿔낸 현장, 첨단 신약 처방의 판단이 엇갈렸던 환자군을 좀더 명확하게 나눠주어 더 많은 환자에게 첨단 신약을 처방할 수 있게 돕는 의료 AI,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개발비와 길었던 개발 기간을 의료 AI로 줄여나가는 시도 등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삶의 모든 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AI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2부에서는 첨단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손에 잡히는 치료제가 된 항체 치료제의 다음 단계를 살펴본다. 오래된 아이디어였으나 개념입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중항체. 개념을 입증하기까지 필요했던 기술 개발 과정과, 개념이 입증되면서부터 열리기 시작한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이 이중항체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도 마찬가지다. 치료하려는 부위에 정확하게 결합하는 항체 의약품의 장점과, 강한 독성으로 효과적 치료가 가능한 케미컬 의약품의 장점을 결합한 항체-약물 접합체도 개념입증까지 오래 걸렸다. 그런데 많은 항체-약물접합체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항체 개발이 아닌 약물 개발에서 활로가 열렸고, 이는 선입견 없는 과학이 개념입증에서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바이오시밀러는 한국이 개념을 입증하고, 시장을 개척해, 분야를 확립한 성공적인 한국형 신약개발 모델이었다. 치열해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개념입증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오테크들을 살펴본다.

암 치료에 있어 점점 상수가 되어가고 있는 면역 항암제. 사람의 면역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개념입증에 성공한 미국 머크(Merck & Co.)의 키트루다는 항암제의 개념을 바꿔가고 있다. 더 이상 대안이 없다고 여겨졌던 혈액암 환자들을 치료해내고 있는 CAR-T 세포치료제도 마찬가지다. 3부 면역 항암제에서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가 어떻게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 세포치료제의 개념입증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따라가본다. 그리고 ‘감히 한국에서는 해볼 수 없는 도전’이라고 여기기도 했던 면역 항암제 신약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가 어떤 개념입증을 더하는 방식으로 뛰어들 수 있을지 모색해본다.

가장 첨단의 영역
RNA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4부 RNA 치료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 세계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는 RNA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한 백신 개발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RNA 치료제는 개념입증에 성공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덕분(?)에 전격적으로 개념입증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RNA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하는 신약개발에 개념입증을 위한 연구와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기에,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발생하자 개념입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암 백신으로 개념입증의 폭을 넓혀가는 mRNA 치료제, 신약개발의 고비를 앞당겨 넘고 있는 RNAi & ASO 치료제 모두 개념입증을 위해 어떤 과학에 집중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유전자에 생긴 문제로 인한 질병이라면 유전자를 고쳐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도 직관적이고 강력한 아이디어지만 역시나 개념입증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현장으로 가지 못하고 연구실에 남아야 한다. 5부에서는 유전자 치료제와 관련 있는 개념입증 사례를 점검한다. 치료제는 질병을 치료할 곳으로 정확하게 찾아가고, 찾아가는 길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며, 도착한 치료 부위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유전자 치료제에서 이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데노연관바이러스와 렌티바이러스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유전자 치료제가 의약품으로 가능해지기 위해 필요한 아데노연관바이러스와 렌티바이러스를 살펴보는 것과 함께, 이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개념입증의 노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유전자 편집에서는 실제 유전자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 가위, 염기편집 등의 개념을 살펴보고, 마찬가지로 다음 단계 개념입증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가능해진 개념
그리고 모색


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는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초판이 나올 당시만 해도 치료제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신약개발에 필요한 개념입증 가능성을 증명해가고 있다.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질환 신약개발에 활로까지 열고 있는 비만 치료제, 정확한 발병 원인도 마땅한 치료 대안도 없었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개발 과정 내내 부침을 겪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6부에서는 이제는 신약개발이 좀더 가능해진 개념들을 살펴본다.

가능해진 개념이 있다면, 앞으로 꽤 가까운 미래에 가능해질 개념도 있을 것이다. 병리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특정 부위를 찾고 해당 부위에서 작용할 물질을 찾는 것이 아닌, 병리 단백질의 어느 곳에나 결합해 단백질 자체를 분해시켜버리는 표적 단백질 분해는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몰두하고 있는 과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절해 질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디지털 기기와 IT 환경을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입증을 위한 가능성도 7부에서 탐색해본다.

개념입증

개념입증(Proof of Concept)은 과학이 산업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자, 가장 넘기 힘든 산 가운데 하나다. 많은 것들을 통제할 수 있는 연구실에서 과학적 가설을 입증하는 것과, 통제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 현장에서 과학이 실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실험 환경을 통제하는 생명과학 연구실에서 암세포를 없앴던 물질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변수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의료 현장에서 암 환자를 치료한다는 보장은 희박하다. 오히려 부작용으로 환자에게 해로운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개념입증은 연구실 과학의 단계를 넘어, 현장에서 구체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내는 것이다. 신약개발에서 개념입증은 그래서 중요하고, 무거우며, 이제 본격적으로 손에 잡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개정2판은 신약개발 개념입증(PoC)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신약개발을 위한 첨단의 과학을 다루되,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들을 골라냈다. 또한 신약개발과 관련 있는 여러 분야의 과학을 들여다보되, 아이디어와 가설에서 시작해 개념입증 단계까지 끌고 온, 전 세계적 규모의 제약기업들과 바이오테크들 그리고 한국의 바이오테크들의 여정도 살펴보았다. 이들의 여정은 자신의 연구는 물론 다른 이들의 연구를 들여다보는 데 게을리하지 않고,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직면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과학에 대한 믿음으로 투자자와 시장과 스스로를 설득해가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과학 앞에 지나치게 솔직하고 투박하며 우직한 사람들의 여정이었다. 덕분에 신약개발에서 전략이라는 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AI)’, ‘항체 치료제’, ‘면역 항암제’, ‘RNA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가능해진 개념’, ‘그리고 탐색’이라는 7개의 대주제 아래, 의료 AI(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al Diagnosis), AI 신약개발(Artificial Intelligence Drug Discovery),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CAR-T 세포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Therapy), mRNA(messenger RNA), RNAi & ASO(RNA interference & Antisense Oligonucleotide), 아데노연관바이러스 & 렌티바이러스(AAV[adeno-associatedvirus] & Lentivirus),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비만(Obesity) 치료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치료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치료제,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의 17개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2023년 기준 신약개발로 가기 위한 개념입증의 단계를 넘었거나, 곧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