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한반도평화 연구 (독서)/6.남북관계 DMZ

비대칭 탈냉전 1990-2020 (2023) - 평화로 가는 좁은 회랑에 새긴 남북관계 30년

동방박사님 2024. 1. 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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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소수교에서 하노이 노딜까지,
UN 동시가입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42개 장면으로 보는 남북관계사 1990-2020


우리가 사는 ‘한반도의 질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질문을 조금 연장해보자. 남과 북의 관계가 냉온탕을 끝없이 오가며 풀릴 듯, 도무지 풀리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은 ‘비대칭 탈냉전’이라는 렌즈로 1990-2020년의 남북관계사를 돌아본다. 1990년은 ‘탈냉전’이라는 이름의 대전환, 즉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 냉전질서와 그 위에 놓인 한반도 분단체제에 일대 격변이 벌어진 때다. 이 해를 전후로 동·서독이 통일하고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연쇄적 체제전환을 맞았다.

반면 한반도에서의 탈냉전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소련·중국(사회주의 진영)과 국교를 맺은 한국 대 미국·일본(자유주의 진영)과 수교에 실패하며 홀로 고립된 북한’이라는 비대칭적 탈냉전이 그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기울어진 탈냉전’을 바느실로 1990-2020년 남북 사이의 결정적 사건 42개를 한데 엮는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30년을 한눈에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에 숨은 맥락(남북의 불신과 북미 간 적대, 북핵문제의 근원과 해법,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의 본심)을 포착해 한반도 분단사를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안목을 선사한다.

당대 최고의 군사전략가인 동시에 노태우 정부(1988-1993) 시기 남북회담의 주역이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1998-2008, 2017-2022)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설계자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이 책을 ‘남북실록’으로 평가한다. 실록의 집필자 이제훈은 남북관계의 현장을 빠짐없이 목격하고 기록해온 30년차 저널리스트이자 그 관심과 고민을 학문의 영역으로 확장해온 북한학자다.

그의 시각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다. 남북 공존과 평화라는 이상을 위해 무엇보다 사실과 현실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어떤 보수보다 보수적이며, 어렵사리 움튼 평화가 매번 뿌리내리지 못하고 짓밟히는 역사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진보적이다. 이런 균형에 힘입어 이 책은 신실한 민족주의자가 아니어도 남북통일에 동의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재에 밝은 시장주의자일수록 남북경협의 적극적 지지자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남북관계 30년을 먹기 좋게 정리한 역사교양서인 동시에, 좌우 이념과 무관하게 평화로운 일상을 바라는 한반도 주민 모두를 위한 공존의 길잡이다.

목차

천사
여는 글: 정전 70년, 다섯 번째 ‘평화의 파도’를 기다리며

1부 비대칭 탈냉전과 한 민족 두 국가의 시작 1990-1997

1 한소수교와 사라진 핵우산
2 남북한 UN 동시·분리 가입
3 하나와 둘 사이의 희비극, 남북기본합의서 ①
4 김일성은 만세 부르고 김영철이 투덜거린 까닭은? 남북기본합의서 ②
5 남북교류협력법, 분단사의 분수령
깊이 읽기 1989년 평양의 문익환과 황석영, 그리고 임수경
6 1992년 대선과 ‘훈령 조작 사건’
7 북핵문제, 미국이 남북관계에 심은 트로이목마
8 “한반도에 미군 있어야” 김정일의 파격 제안 걷어찬 미국
9 북일관계 정상화, 미국은 왜 두 차례나 틀어막았나?
10 한중수교, 동북아의 근본을 재편하다
11 북한이 던진 90일 시한의 ‘핵폭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12 벼랑에서 추는 춤, 공갈과 협상의 앙상블
깊이 읽기 푸에블로호 사건, 북미관계 이상한 공식의 기원
13 벼랑 끝에서 열린 공존의 문,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14 김일성의 죽음, 근친증오의 폭발
깊이 읽기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 ‘귀동냥 외교’의 악몽

2부 좁디좁은 평화의 회랑으로 1998-2007

1 김대중, ‘고난의 행군’ 북에 손을 내밀다
2 금강산관광, 어느 실향민의 수구초심
3 “김정일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오시오”
4 적대에서 악수를 거쳐 포옹으로,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①
5 김대중-김정일의 합창, “통일은 과정이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②
6 개성공단, 남북협력의 가장 높고 넓은 고원
7 조선인민군 서열 1위, 워싱턴에 가다
8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김정일-클린턴 북미정상회담 좌초
9 “북한은 악의 축” 부시와 네오콘의 도발
10 미국은 왜 2차 핵위기를 만들었나?
11 6자회담, 미국의 회피와 중재자 중국의 출현
12 9·19 공동성명, 한중 협력외교와 동북아 탈냉전 청사진
13 네오콘의 BDA 제재, 핵실험을 부르다
깊이 읽기 미국의 대북정책, 민주당과 공화당은 얼마나 다를까?
14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노무현-김정일이 벼린 평화번영의 꿈
15 포기할 수 없는 꿈, 한반도 종단 철도·도로
깊이 읽기 미국은 왜 남북연결사업에 비협조적일까?

3부 10년의 겨울과 2년의 봄 2008-2020

1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북한붕괴론
2 금강산관광 10년과 멈춰 선 미래
3 김정일의 죽음, 관계회복 기회를 걷어찬 한국
4 서해 북방한계선(NLL), 한반도의 화약고
5 개성공단의 성민과 숙희들
6 누가 통일을 만드는 공장을 살해했나? 개성공단 폐쇄
7 김정은의 병진노선, 핵실험과 제재의 악순환
8 김정은의 ‘평양시간’과 우리 국가제일주의
9 전쟁위기에서 피어난 평화의 꽃, 평창올림픽
깊이 읽기 남북 화해·협력의 마중물, TEAM KOREA
10 문재인·김정은의 외침, “이제 전쟁은 없다” 2018 남북정상회담 ①
11 6·12 북미공동성명, 김정은·트럼프+문재인의 탈냉전 설계도
12 트럼프의 변심, 하노이의 저주
깊이 읽기 북한에도 강경파-온건파 갈등이 있을까?
13 희망은 절망보다 힘이 세다, 2018 남북정상회담 ②

닫는 글: 남북미중 4자회담으로 ‘평화체제’의 문을 열자

저자 소개

저 : 이제훈
 
한국과 일본이 다시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한국군이 베트남에 돈 벌러 가서 죽고 죽이던 1965년 가을 세상에 나왔다. 1993년 가을 《한겨레신문》 기자가 됐다. 1998년 11월 첫 금강산관광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에서 ‘분단 한반도’ 취재·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았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의 시작과 중단, 다섯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여섯 차례의 북한 핵실험, 김정일의 죽음과 김정은의 ‘3세 승계’, ...

출판사 리뷰

두 개의 한국에 평화·공존을 묻다
정전 70년―
‘절망하지 않는 희망’을 위한 남북관계 이야기


총 3시즌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남과 북 사이로 끊길 듯 말 듯 좁다랗게 난 평화의 회랑을 따라간다. 1부(1990-1997)에서는 노태우 정부~김영삼 정부에서 일어난 비대칭 탈냉전 초기의 주요 사건(남북한 UN공동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한국의 탈냉전과 북한의 고립, 1차 북핵위기 등)을 다룬다. 백미는 남북 평화·공존의 두 수레바퀴(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함을 국제사회가 승인한 UN공동가입과 남북이 ‘통일지향 특수관계’임을 규정함으로써 이후 모든 남북합의와 화해·협력의 초석이 되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통일 전 동서독이 체결한 ‘기본조약’과의 비교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에 내포된 ‘적대’를 감지해낸 것은 이후의 남북관계를 내다본 듯 씁쓸한 복선으로 읽힌다.

2부(1998-2007)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2차 북핵위기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펼쳐진 대북포용정책(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6자회담 등)이 중심이다. 1-2부를 통틀어 중요한 발견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본심’이다. 성사 직전의 북일수교(1992, 2002)를 두 차례나 막아서고 북핵문제 해결의 분수령이었던 6자회담 합의(9·19공동성명)에 재를 뿌린 행위 등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좌우하는 것이 동맹국의 평화가 아니라 오로지 미국의 패권유지 전략임을 드러낸다.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발견은 ‘정치인의 역할’이다. 흔히 남북관계의 관건으로 동북아 국제관계의 역학을 들지만,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일치시킬 줄 아는 정치인의 가치에 주목한다. 남북기본합의서와 북방정책이라는 역사적 성취를 이루고서도 ‘비대칭 탈냉전’의 유혹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성과를 깎아내린 노태우,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의 불쏘시개로만 동원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인 김영삼과 온갖 내우외환 속에서도 화해·협력정책을 밀어붙이며 협력과 평화의 선순환, 즉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해낸 김대중·노무현의 대립항이 그것이다.

3부(2008-2020)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 그리고 해빙과 동결을 거듭 오간 문재인 정부의 3년이 묶어 전개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북제재를 명분으로 내지른 금강산관광·개성공단 등의 교류협력 중단이 사실상 한국의 자해행위였음을 밝히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냉정히 회고한다. 김정은의 표준시 변경(‘평양시간’) 해프닝과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통해, 2023년 수면 위로 떠오른 북한의 ‘투 코리아’ 노선을 한발 앞서 진단한 대목도 눈에 띈다. 결론에서는 한반도 문제(남북 화해-한반도 비핵화-북미관계 정상화-평화체제 구축)의 해법으로 그간 시도해온 양자(남북·북미)-3자(남북미)-6자(남북미중일러) 협상이 아닌 남·북·미·중의 ‘4자 평화회담 테이블’을 제시한다. 이는 미국-중국의 패권다툼이 치열할수록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의 합의가 필수조건이 되는 역설적 역학과, 70년 전 조인된 한반도 정전체제 4개 당사국의 결자해지라는 역사적 흐름 모두에서 주목할 만한 제안이다.

추천평

이 책이 되돌아보는 시간대는 제가 정부에 몸담으면서 남과 북의 협상에 참여하고, 대북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애쓴 시기와 적잖이 겹칩니다. 그런 인연으로 저는 책의 바탕이 된 연재를 탐독하면서 늘 다음 편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긴 안목에서 재해석하는 심층기사에 탄복하며 이 기록이 책으로 묶여 더 많은 독자에게 공유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 바람이 이루어져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은 격동의 현장을 빠짐없이 지켜본 저자가 기자의 안목과 학자의 통찰로 정리한 ‘남북관계실록’입니다.
- 임동원 (제25·27대 통일부장관)
남북관계사에 대한 저술은 많이 있다. 그러나 세 가지 면에서 이 책이 돋보인다. 첫째, ‘강대국 결정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여타 저술과 다르게 남북관계 역동성의 주요 변수로 국내정치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둘째, 남북관계의 주요 변곡점마다 미국이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해왔다는 지적 또한 새롭다. 결정적 순간에 늘 미국은 패착을 두었고, 그 후과는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는 것이다. 셋째, 이 책은 간결한 필치로, 과장 없이 경험적 사실 재현에 충실하다. 그렇게 42개나 되는 각기 다른 사건·현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남북관계 30년이라는 큰 얼개를 완성해낸다. 읽는 데 박진감마저 느끼게 한다. 한반도 문제를 이해하는 최고의 길잡이라 할 만하다.
- 문정인 (정치학자,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50년간 남북관계와 국제정치를 연구해온 내가 볼 때 참으로 잘 쓴 책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탈냉전 이후 남북관계는 미국이 제기한 북핵문제와 얽히고설키면서 30년 넘도록 풀릴 듯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북핵문제의 불편한 진실을 촌철살인으로 정리한다. 압권이다.
- 정세현 (제29·30대 통일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