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동양철학의 이해 (독서)/5.주역의세계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주역 심리학 (2023) - 변화의 길목에서 운명을 내 편으로

동방박사님 2024. 2. 1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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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양 최고의 고전과 정신의학의 만남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명리 심리학』의 작가
50만 독자의 마음을 위로한 양창순 박사의 3년 만의 신작

삶에서 길을 잃었을 때,
인간관계가 어긋날 때, 리더십이 흔들릴 때
인생에 길을 찾아주는 ‘주역’의 힘


변화의 길목에서 읽는 『주역』. “계속해서 잘나가기만 하는 인생도, 계속해서 꼬이기만 하는 인생도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양창순 박사가 『주역』에 담긴 통찰과 흥미로운 괘 풀이를 통해 삶의 고비에 처한 사람들에게 명쾌한 조언을 건넨다.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리더십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주역』에 따르면, 인생은 미완성의 세계이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때에 맞춰 나를 변화시키고, 과감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살아가는 실력이며, 진정한 인생 고수는 위태롭고 절망적인 순간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났던 다양한 내담자들의 사례가 풍부하게 실렸다.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려워진 성공한 사업가, 며느리의 외모를 비하하는 시어머니, 자립할 의지는 없이 돈만 쓰는 자식 때문에 끙끙 앓는 아버지, 자존심 때문에 능력 있는 직원을 내보내고 후회하는 회사 대표 등등. 저마다 쉽게 털어놓기 힘든 사연을 지닌, 불안과 분노, 좌절과 수치심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다. 『주역』의 정수에서 뽑아낸 이야기들과 정신의학의 풍부한 임상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매 순간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현명한 선택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목차

서문_변화의 길목에서 만난 ≪주역≫

1부 정신과 의사인 나는 왜 ≪주역≫에 빠졌나?

1 이야기로서의 삶, 그리고 ≪주역≫
2 ≪주역≫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읽어야 할까?
3 인간의 무의식과 자유의지를 통합시킨 ≪주역≫
4 ≪주역≫과 정신의학

2부 ≪주역≫과 자존감 연습: 인생의 주도권을 잡는 법

1 삶에서 완성이란 없다 | 수화기제(水火旣濟)·화수미제(火水未濟)
2 첫 시작이 가장 어렵다 | 수뢰둔(水雷屯)
3 지식의 틀에 나를 가두지 말라 | 산수몽(山水蒙)
4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라 | 수천수(水天需)
5 때로는 버티기보다 아름답게 부서지는 게 낫다 | 천산둔(天山遯)
6 행동하는 힘을 키우되 과시하지는 말라 | 뇌천대장(雷天大壯)·중뢰진(重雷震)
7 오늘의 치욕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아라 | 지화명이(地火明夷)
8 찰나의 아름다움을 경계하라 | 산화비(山火賁)
9 사람을 대할 때는 기쁘고 온화하게 | 중택태(重澤兌)
[심리 노트 1]

3부 ≪주역≫과 마음 경영: 공자의 자기 수양 비결을 담은 9가지 괘

1 호랑이 꼬리를 밟듯이 신중하되, 필요할 때는 결단하라 | 천택이(天澤履)
2 매사 겸손하되 허명에 빠지지는 말라 | 지산겸(地山謙)
3 마음이 무너질 때는 잠시 멈춰도 좋다 | 지뢰복(地雷復)
4 조용하고 소신 있게 가야 할 길을 간다 | 뇌풍항(雷風恒)
5 내 것을 내어주되, 검소하게 하라 | 산택손(山澤損)
6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며 때에 맞추어 행동하라 | 풍뇌익(風雷益)
7 역경과 고난은 형통으로 가는 문 | 택수곤(澤水困)
8 마르지 않는 우물물처럼 관대하라 | 수풍정(水風井)
9 바람이 그러하듯이 유연하게 적응하라 | 중풍손(重風巽)
[심리 노트 2]

4부 ≪주역≫과 인간관계론: ‘나 어때?’에서 ‘나 중심’으로의 관계 혁명

1 결국 소송을 해야 하나? | 천수송(天水訟)
2 쓸데없는 분노는 인간관계의 재앙이다 | 중수감(重水坎)
3 이 사람이 왜 날 도와주지? | 수지비(水地比)
4 화목한 가정을 이루려면 | 풍화가인(風火家人)
5 어떻게 진실한 관계를 맺을까? | 택산함(澤山咸)
6 갈등과 반목을 피하는 법 | 화택규(火澤睽)
7 고독만큼 훌륭한 파트너도 없다 | 화산여(火山旅)
8 함께 모여 성장하는 도리 | 택지췌(澤地萃)·지풍승(地風升)
9 진실한 태도에 관하여 | 풍택중부(風澤中孚)
[심리 노트 3]

5부 ≪주역≫과 리더십: 유튜브와 SNS, 메타버스 시대의 리더

1 강건한 리더의 성공법 | 중천건(重天乾)
2 포용의 리더십 갖추기 |중지곤(重地坤)
3 당신은 어떻게 직원들에 대해 그토록 잘 아는가? | 지천태(地天泰)
4 쥐굴 하나만 있어도 막아야 한다 | 천지비(天地否)
5 두 마음이 함께하면 예리함이 쇠도 끊는다 | 천화동인(天火同人)
6 영향력을 퍼뜨리는 기술 | 지택림(地澤臨)
7 해결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 | 뇌수해(雷解水)
8 지략과 덕망, 규율을 갖추기 |지수사(地水師)
9 행동이 투명하면 불가능한 변혁은 없다 | 택화혁(澤火革)
[심리 노트 4]
 

저자 소개

저 : 양창순
 
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의 정신의학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한계를 느껴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했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주역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의료원 연구강사, 미국 HARBOR UCLA 정신의학과 방문교수, 서울백제병원 부원장 등을 거쳐, 건강한 인간관...

책 속으로

명리학이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는 ‘존재being’의 학문이라면 ≪주역≫은 ‘행동acting’의 학문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절대적으로 변화와 맞닿아 있다.
--- p.9

융이 정립한 정신의학 이론인 내향성과 외향성, 아니마와 아니무스, 공시성(共時性), 페르소나와 그림자 등은 ≪주역≫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 이론들은 오늘날 일반인도 널리 사용하는 정신의학 용어가 되었다.
--- p.19-20

인간은 태어난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우린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33

융은 역을 통해 자신이 갈 길을 아는 능력이 바로 우리의 직관이라고 했다.
--- p.37

양과 음도 에너지이고 정신적 감정과 생각도 에너지이다. ≪주역≫에서 비롯한 사상인 오행설도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모든 기氣는 다섯 가지 기운으로 나뉘며 그것이 매 순간 변화함을 주장하고 있다. 정신의학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 즉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변화하고 성숙해간다는 것이 정신의학의 핵심이다.
--- p.44-45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 기미를 살피는 것이 나의 몸이라는 은유에서 나를 찾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 먼 길을 갈 때 내 주위에 있는 자연, 궁극적으로는 자기의 원형, 자기의 근본에서 기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주역≫이다.
--- p.45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 경영의 기본이다.
--- p.52

끝없는 변화의 과정에 놓여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고난을 가져오든 기쁨을 가져오든 간에 변화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 변화는 모든 창조성의 근원이기도 하다. 우린 오직 변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 p.60

미제괘는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임을 역설한다. 즉,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완벽한 마무리는 불가능하다는 깨달음. 우리가 영원한 미완성의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인생의 지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 p.62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매 순간 우리는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필요한 것이 ‘살아가는 실력’이다.
--- p.69

우리 주변에는 물러날 때를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그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러남에도 타이밍과 더불어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 p.84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올 때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따라 그의 품위가 달라진다. 늙은 나뭇가지처럼 버티기보다 물러날 때를 알고 아름답게 부러지는 선택이 나을 때가 있다.
--- p.87

정신적 에너지가 다 고갈된 느낌이 들거나,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는 조짐이 보일 때는 반드시 그러한 멈춤과 돌아봄이 필요하다.
--- p.145

인간관계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거나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집착하고 추종하는 것은 나의 내면에 중심이 서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p.230

우리는 같은 것을 봐도 자신의 기질, 성격,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 등으로 인해 각기 다르게 받아들이도록 태어났다. 현재 지구 인구가 80억이라면 다른 말로는 80억 개의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
--- p.264

리더십의 핵심 요소는 변함이 없다.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것이다. 내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조직은 사람이 움직이고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그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는 때때로 일종의 심리학자가 될 필요도 있다.
--- p.271

리더는 거의 절대적으로 긍정주의자여야 한다. 확신을 품은 리더가 희망적인 시각으로 조직원들을 격려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만이 그 조직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다.
--- p.314

대인이 실행하는 변혁은 마치 호랑이 무늬가 찬란하게 빛나듯이 그 사리가 분명하다. 대인의 변혁을 민중이 믿고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점을 칠 필요도 없다. 오늘날에도 그와 같은 리더는 많은 사람의 인정받으며 혁신을 도모하므로 어떤 의구심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 p.351

시중은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삶의 방식이다. 특히 리더라면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알맞은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용기를 내야 할 때는 용기를, 후퇴해야 할 때는 후퇴를, 관용을 베풀어야 할 때는 관용을 보이고, 질타가 필요할 때는 질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p.358

출판사 리뷰

봉변을 피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법

종종 ≪주역≫을 사주팔자를 가지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명리학’과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역≫은 자연에서부터 인간사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64괘(각각 양과 음의 부호 6개로 구성, 본서 25~35쪽 참조)로 정리한 책이다. 공자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을 정도로 탐독한 책이자, 점서(占書)로 시작해 훗날 유교 경전의 지위까지 올라간 고전이다. 명리학의 기본 틀(음양오행)은 ≪주역≫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양창순 박사는 “명리학이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는 ‘존재being’의 학문이라면 ≪주역≫은 ‘행동acting’의 학문”이라며 둘의 차이를 확실하게 정의한다. 명리학이 인간의 정해진 운명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주역≫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 타이밍에 내가 취해야 할 최선의 행동을 알려주는 학문이라는 것.

예를 들어, ≪주역≫에 천수송(天水訟)이라는 괘가 있다. 소송에 관해 다룬 괘다. 저자의 지인 중에 억울한 일을 당해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변호사의 만류도 있었지만, 지인은 분한 마음에 한 번 더 저자에게 조언을 청했다. 마침 저자가 뽑아준 괘가 이 ‘송괘’였다. “송사에 휘말릴 일은 애초부터 없게 하고, 억울하더라도 웬만해선 피하고, 시작했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멈추는 것이 낫다”는 가르침이 담긴 괘다. 소송을 관두라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지인은 소송을 강행했다. 몇 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지인은 원하는 결과도 못 얻고 크게 후회했단다. 만약 그 지인이 송괘의 의미를 곱씹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봉변을 당하기 전에 위험을 예상하고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인생의 기술이다. 순간의 분노와 억울함에 휘둘림 없이 내 삶의 중심을 잡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을 가져가는 것이야말로 ≪주역≫이 전하려는 중요한 메시지다.

정신과 의사인 나는 왜 주역을 읽는가

≪주역≫이 놀라운 책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정신과 의사가 ≪주역≫이라니 이 절묘한 조합이 낯선 독자들도 있겠다. 양창순 박사는 수많은 사람과 상담하면서 정신의학만으로는 그들이 겪는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타고난 기질’ 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그때 새롭게 명리학을 공부하고, 명리학의 바탕이 되는 학문인 ≪주역≫을 공부하면서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었다고 밝힌다.

실제로 ≪주역≫과 정신의학은 여러 점에서 닮았다. 두 학문 모두 나를 알고 이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학문이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과 조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융은 정신의학적으로 서로 배치되는 성향인 내향성과 외향성, 사고형과 감정형, 여성성과 남성성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하는데, ≪주역≫도 우리 세계를 이루는 음양의 조화로움과 균형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또한 두 학문 모두 대상 뒤에 숨겨진 은유를 읽어내는 일이 필수적인데, 정신의학이 내담자의 말과 몸짓 속에 담긴 은유로 마음을 읽는 것이라면, ≪주역≫은 내 안의 원형, 근본 속에 감추어진 변화의 기미를 읽어내는 작업이다.

한편 ≪주역≫과 정신의학은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인간으로 성숙해나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학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힘겨운 세상살이에서 지혜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역≫이 꽤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젊은 날에는 “인생 쉽다”라고 자신만만하던 이들, 또는 “나처럼 긍정적인 사람들만 있으면 정신과 의사는 굶어죽을 거야”라고 큰소리치던 지인이 언제부터인가 그에게 “왜 이렇게 삶이 힘들지?”라고 하소연하면서 조언을 청해 왔다. 그는 때때로 ≪주역≫의 괘를 뽑아 조언해주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주역≫이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물론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지, 어디까지가 내 욕심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심리로 풀어 쓴 주역 이야기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 ≪주역≫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과 ≪주역≫과 정신의학과의 관계를 다룬다면, 2~4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서 참조할 수 있는 ≪주역≫의 대표적인 괘들이 소개된다. 심리학의 인기 있는 주제인 자존감과 인간관계에 관한 괘는 물론, 공자가 뽑은 최고의 괘와 조직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리더에게 도움이 되는 괘들이 알차게 실렸다.
그중 흥미로운 몇 가지 괘만 소개한다.

강박에 빠진 완벽주의자라면, 화수미제(火水未濟)
잘나가던 사업가가 상담소를 찾았다. 언제부터인가 미팅 약속만 잡으면 불안증을 앓는다는 것. 그는 일 중독에 빠진 완벽주의자였다. 완벽주의자의 특징은 최고가 될 거라는 확신이 없으면, 또는 모든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매사 불안하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강박증으로 진행된다. ≪주역≫의 맨 마지막 괘인 미제괘는 ‘우리 인생에 완성이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범한 인생조차 학교-졸업-직장-결혼-출산-육아-은퇴로 이어지는 완결과 미결의 반복이다. 미제괘는 무엇이 되었건 완벽한 마무리는 불가능하며, 우리는 이 세계가 미완임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성실히 노력해가는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부족한 상태로 시행착오를 거치고, 실패를 만회해가면서 원하는 목표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슬럼프를 겪는 사람이라면, 지뢰복(地雷復)
잘나가던 인생도 종종 내면의 위기가 찾아온다. 이때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알코올이나 약물과 같은 도피처를 찾는 사람이 있다. 심하면 인간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커지면서 주변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복괘는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의지가 생겨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는 모양새이다. 복괘에 따르면, 정신적 에너지가 다 고갈된 느낌이 들거나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는 조짐이 보일 때는 내면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조급한 마음에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모아 새로운 일을 벌이다가는 오히려 탈이 난다. 슬럼프가 찾아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기를 회복하면서’ 멈춤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는 기다림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

방황하는 사춘기를 둔 부모라면, 산수몽(山水蒙)
부모들이 자녀에 관해 상담할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통제해야 할까요?” 몽괘는 자식의 훈육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는 독특한 괘이다. “몽매함을 깨우치되 지나침은 이롭지 않으며 엄격히 막음은 이롭다.” 자식을 훈육할 때는 엄격함에 그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그 정도가 적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이 상식적으로 들리지만, 여전히 부모 중에는 아이의 기질에 대해 알기 전에 이미 “내 아이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라는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식의 모습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들은 아예 외면하거나 나쁘다고 평가하곤 한다. 부모와 사이가 나쁜 아이일수록 부모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가면서 자기를 파괴하고자 하는 수동공격성을 띠게 된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라면, 샘물과 같은 열린 마음으로 자녀를 이해하기 위한 배움에도 충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리더로서의 위치가 불편하다면, 지택림(地澤臨)
개인 역량은 뛰어난데, 리더 위치에 오르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부하직원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하거나, 자신이 모든 일을 끌어안고 해치우는 식으로 자기희생을 선택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괘가 임괘이다. 임괘는 지도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밑으로까지 고르게 미치게 하는 ‘통치의 기술’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아랫사람들의 헌신과 충성에서 나온다. 그럼 리더는 아랫사람들의 믿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인간은 모두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나르시시즘’적 존재이다. 권위 있는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아 ‘나르시시즘’이 충족된다면, 그는 그 리더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른다. ≪주역≫에서는 이를 “돈독하고 신실한 애정”으로 “감동을 주어 자기 영향력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쯤 되면, 좋은 리더는 심리학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늘 손해만 본다면, 산택손(山澤損)
상담을 청하는 많은 이들이 동료나 친구, 또는 애인이나 배우자, 자녀에게 내가 준 만큼 받은 기억이 없어서 억울해한다. 실제로 인간관계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내가 상대에게 해준 만큼 대접받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손괘에 담겼다. 손괘는 무언가를 잃거나 다른 이에게 내어준다는 의미를 지녔다. 표면적으로 보면 좋지 않은 괘로 여겨질 수 있지만, 공자가 꼽은 ≪주역≫ 최고의 괘(총 9개) 중 하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살다 보면 자기 것을 내주어서 남을 도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내어줄 것인가’이다. ≪주역≫은 기꺼운 마음으로 내어주되, 분수에 넘치게 않고 정성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핵심은 원망하는 마음 없이 상대가 부담을 갖지 않게 검소하게 주라는 것이다. 당장은 내 것을 내어주는 일이 마이너스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우환을 없애는 플러스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손괘의 핵심이다. 인간관계에서 아군을 늘리고 적군을 줄이는 것보다 남는 장사는 없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고 자만에 빠졌다면, 지산겸(地山謙)
인간관계에서 자만심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은 아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 무시당하던 기존 직원들이 새 대표와 임원들을 따르지 않으면서 발생한 혼란이었다. 인생의 많은 어려움이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겸괘는 다른 모든 덕의 바탕이 된다고 해서 ‘덕의 자루(손잡이)’라는 별명이 붙은 괘다(손잡이 없이는 도끼는 휘두를 수 없기 때문). “겸허한 처신으로 (내 존재를) 더욱 빛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겸손할수록 더욱 빛이 나고, 낮출수록 더욱 높아져 그를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역≫의 백미는 그다음 괘 풀이다. 겸손을 통해 얻은 허명(헛되고 공허한 명성)마저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모든 허명은 ‘가득 찼다 싶은 순간에 어느새 말라버리는 한여름 빗물’”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니까 허명에 빠진 겸손은 가짜 겸손이고, ‘페티시’일 뿐이다. 뼛속까지 내려가 겸손해지고, 그 겸손한 마음마저 내려놓을 때 그 존재가 더욱 빛날 것이라는 놀라운 조언이다.

지금 소개한 것 말고도, 독자들은 이 책에서 삶의 고비에서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괘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나 은퇴를 앞둔 직장인 등 삶의 전환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통찰과 위로를 주는 내용들이 풍부하게 실렸다.
많은 이들이 예기치 못한 시련을 마주하면 “내 팔자가 그렇지” 하며 운명을 탓하지만, “계속해서 잘나가기만 하는 인생도, 계속해서 꼬이기만 하는 인생도 없다.” 인생은 어떤 면에서 보면 장기전이다. 잘나갈 때는 일이 잘 안될 때를 대비하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언젠가는 잘될 것이라고 믿고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올바른 선택으로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작은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빛과 어둠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게 총체적인 관점으로 사안들을 바라본다면, 바위처럼 흔들림 없이 내 인생을 내 의지대로 천천히 밀고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삶, 이것이 ≪주역≫과 이 책이 전하려는 희망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