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대한민국사 이해 (독서)/2.한국현대사

그래도 봄은 오는데 (2024) - 35년만의 재출간, 김오랑 중령 아내 백영옥 여사 자전 에세이

동방박사님 2024. 2. 2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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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35년 만에 세상에 나온 참군인 김오랑 중령 아내 백영옥 자전 에세이
반란군에 남편을 잃고 실명한 그녀가 토해낸 남편과의 사랑과 12·12
12·12 반란 세력의 탄압으로 배포되지 못한 책, 35년 만의 재출간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분노를 생의 의지로 승화하는 희망의 메시지


12·12 군사 반란에 맞서다 반란군의 총탄에 쓰러진 김오랑 중령(당시 소령)의 아내 백영옥이 1988년 펴낸 자전 에세이집이다. 당시 12·12 반란 세력의 탄압으로 세상에 나올 수 없었던 책을 35년 만에 재출간했다. 남편 사망 충격으로 인한 실명에도 작가는 남편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헌신했고 당시 책 출간도 그 연장선이었다. 실명으로 글을 쓸 수 없었던 작가는 카세트테이프 20개에 달하는 분량의 구술로 아픔과 진실을 토해냈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책으로 나오게 됐다. 하지만 12·12 반란과 그에 맞선 김오랑 죽음의 진실이 두려웠던 노태우 정권은 책의 배포를 막았고 진실은 봉쇄됐다.

작가는 김오랑 중령과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12·12 당시의 상황과 자신이 아는 진실을 아픈 기억을 더듬으며 차근차근 밝히고 있다. 또 남편의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실명과 고통, 그런 아픔 후에 찾은 새로운 희망과 삶의 의지를 전해주고 있다. 저자는 돌이킬 수 없는 분노와 아픔에도 이 모두를 자신이 갖춘 문학적 소양과 깨달음을 통해 희망의 세계관으로 승화한다. 저자는 약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자신처럼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의 의지를 품을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주고 손을 내밀며 봄을 기다리자고 한다. 책 제목처럼 군부가 지배하던 얼어붙은 땅에도 그 가운데 고통받는 개개인의 삶에도 봄은 오고야 만다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목차

책 머리에

제1부 12월의 여인

12월의 여인
영주동 이야기
제비꽃처럼
베레모의 긍지와 경남여중
호박 구덩이 속의 교훈
유치환 교장 선생님
브리지다 수녀님
마음에 새겨진 좋은 친구
블랙
아버지의 딸
어린 날 유물 두 점

제2부 인생의 줄에 사랑을 묶고

사랑을 건진 낚시 미팅
영혼의 친숙
해인사 계곡에서의 추억
표충사에서의 일박
영천 장날과 곡마단
인생의 줄에 사랑을 묶고
그리움이 불씨 되어
메아리 같은 사랑
결혼
그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

제3부 끝나지 않는 연극

한밭에 펼쳐진 신혼일기
군인 가족들의 이사
벚꽃 속의 모범 부부
슈퍼마켓의 김 소동
조국의 하늘 아래 참 군인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님
사신의 그림자
끝나지 않는 연극
동작동에 남편을 묻던 날
숨겨진 진실들
12·12는 사고가 아닌 쿠데타

제4부 거듭나는 사람들

눈마저 빼앗기고
참회록
충격요법 카운슬링
환생을 인도하는 분들
희망의 절벽
네, 자비의 전화입니다 _자작시
종교 유감
산다는 일 고달프고 답답해도
양딸 수지
미더덕은 참미더덕으로
향기를 발하는 사람들
일은 나의 생명
독백 _자작시
돈보다 더 소중한 것
양의 탈을 쓴 늑대
스포츠 왕국
거듭나는 사람들
산사에서 _자작시
꿈속에서 만나는 그대

1988년 2월, 『그래도 봄은 오는데』 출간 이후 이야기 - 〈김해인물연구회〉
 

저자 소개

저 : 백영옥 (백수린)
 
1948년 12월 16일 평안남도 출생으로, 부산 봉래국민학교와 부산 경남여중·고등학교, 부산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12월 육사 25기 김오랑 중위와 결혼하였고, 결혼 7년 만인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으로 남편 김오랑 중령(당시 소령)이 전사하자 그 충격으로 실명의 위기를 맞았다. 억울하게 남편을 잃고 시력마저 잃은 통한으로 절망의 시간을 보냈지만, 남편의 명예 회복과 반란 세력...

책 속으로

내 나름대로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느낀 12·12는 촘촘히 기획된 쿠데타였으며, 잘못된 일부 정치군인들의 일방적인 공격 속에 내 남편은 무참히 죽어갔던 것이다. 남편이 죽기 몇 년 전 유‘ 신 사무관’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 그 작은 특혜마저 거부하고 참다운 군인의 길을 고집했던 김오랑 소령. 나는 그분의 죽음이 언젠가는 우리 군 역사에 깊은 의미를 던져 주리라 굳게 믿으며, 비 오는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그분을 위로한다.
--- p.162, 「끝나지 않는 연극」중에서

아무리 겨울이 길다기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을까? 연일 봄이 올 듯하면서 주춤대는 가운데서도 겨울은 그 기세가 꺾이고, 뜨거운 예감으로 봄이 문턱에까지 와 있음을 느낀다. 인간들이 사는 지구 어느 끝에까지 조물주의 힘은 모두 미치니, 우리는 그 인간 세계의 추위를 이기며 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리라.
--- p.171, 「거듭나는 사람들」중에서

내 가슴의 원망, 미움, 한의 뿌리를 뽑자. 남은 날이 언제인지 그 누구도 모르는데 내가 할 일, 당신이 할 일, 그것은 사랑뿐이니까. 사랑만이 이웃을, 친구를, 죄에 절은 나 자신을 구원해 주는 유일의 치료책이고 우리가 우리 인생에 진 많은 죄들을 속죄하는 꼭 하나의 해결책이리라.
--- p.174, 「거듭나는 사람들」중에서

‘복은 검소함에서 생기고 덕은 겸양에서 생기며 지혜는 고요히 생각하는 데서 생기느니라.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망에서 생기고 죄는 참지 못하는 데서 생기느니라. 눈을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움을 볼 것이며, 입을 조심하여 실없는 말을 하지 말고, 착한 말, 바른말, 부드럽고 고운 말을 언제나 할 것이며, 몸을 조심하여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하라.’
--- p.194, 「거듭나는 사람들」중에서

아까운 나이에 역사의 희생물이 되어 저세상으로 간 그이도 지금의 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내 길을 완전히 알았다. 더 이상의 방황이나 슬픔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계속 가는 일,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처럼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 p.208, 「거듭나는 사람들」중에서

나는 그대의 무덤가를 다녀오네/구름이 떠서 비가 내려 내 얼굴을 적시고/몇 송이의 꽃을 그이의 비석 앞에 바치고/나는 훌훌히 떠나는 파랑새가 되어/그대 곁을 떠나온다네/그대여 안녕, 안녕…/발길을 돌리기 어려운 그대의 무덤 앞에/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운다네(자작시)
--- p.240, 「거듭나는 사람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영화 [서울의 봄]이 보여주는 반란군과 참 군인

영화 [서울의 봄]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올곧아야 할 군인들이 국가와 국민은 팽개치고 일신의 안위만 쫓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이 권력을 쥐고 출세할 수만 있다면 반란도 서슴지 않는다. 동료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반란군들과 달리 불과 몇에 불과하지만 의로운 군인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김오랑 중령(당시 소위, 1990년 중령 추서)이다. 영화에서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는 반란군에 권총 한 자루로 맞서다 산화한 오진호 소령(정해인 분)이 바로 그다.

끝까지 군인의 본분을 다하다 반란군의 총탄에 쓰러진 김오랑 중령에게는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내 백영옥이 있었다.

신앙과도 같던 사랑을 반란군의 총탄에 잃은 아픔과 절망

“사랑은 신앙과 같은 것. 당신을 사랑하오.”
“생명이 다하도록 해도 못다 할 우리들의 사랑, 못다 한 노래, 당신을 간직할 이 행복.”
김오랑과 백영옥이 결혼 전 주고받은 편지 일부이다. 두 사람은 사랑을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생명을 다할 만큼 사랑했다. 그 사랑은 결혼 후에도 변함없었고 늘 부대의 금실 좋은 부부로 뽑힐 정도였다. 자신의 신앙과도 같은, 그것도 반란군으로 돌아선 동료의 총탄에 남편을 잃은 백영옥은 그 충격으로 실명 상태에 이르고 아무런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연명하길 몇 년, 억울하게 쓰러져간 남편을 떠올리고 잃어버린 시력 앞에서도 무너져내린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반란군에 맞선 김오랑만큼 꿋꿋했던 참 군인의 아내 백영옥

12?12 반란 세력의 억압이 여전하던 시절이었지만 억울한 남편의 죽음과 명백한 군사반란을 두고 백영옥은 무어라도 해야 했다. 그녀는 남편의 명예회복과 12?12 진상규명에 발 벗고 나섰다. 자신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부산불교자비원’이라는 단체를 설립, 봉사활동에도 매진했다. 그리고 시력을 잃어 글을 쓸 수 없는 처지에서 자신의 인생과 김오랑 중령과의 사랑, 봉사활동, 그리고 자신이 아는 남편의 죽음과 12?12의 진실마저도 가감 없이 담아 구술을 통해 이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12?12 세력이 여전히 권력의 핵심이었던 시절, 김오랑 죽음의 진실을 담은 책은 12?12가 명백한 쿠데타임을 보여주는 스모킹건이었다. 반란 세력이 이를 용인할 리 없었고 그들에 의해 책은 시중에 배포되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다.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김오랑의 참모습과 12?12의 또 다른 이야기

숨겨진 진실이 언젠가는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봉인된 책이 35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왔다. 재출간본은 김오랑 중령의 고향 경남 김해에서 발견된 한 권의 책을 ‘김해인물연구회’ 등 시민단체와 협업한 결과이다. 최대한 원문을 살리면서 당시 숨긴 반란군의 실명과 군사 지역 등을 밝히고 오늘에 맞게 새로 단장했다.

이렇게 나온 재출간본은 백영옥 여사의 아픔과 고뇌, 이를 승화해내는 희망과 생명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여주지 못한 김오랑 중령의 참모습과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12?12의 또 다른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