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본학 연구 (독서)/3.일본근대사

철학과 국가 (2024) - 제국대 교수의 근대일본 만들기

동방박사님 2024. 3. 21. 22:25
728x90

책소개

근대 서양의 제국에게 국권을 위협받으면서 군사기술이든 정치체제든 서둘러 배워야 했던 동아시아의 나라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이른바 ‘구국’이 ‘계몽’을 압도하는 근대화 시기를 지나왔다. 일본도 침략자가 되기 전까지 침략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를 느끼며 근대화 과정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노우에 데쓰지로는 가장 극단적인 민족주의자 중 하나였다. 메이지 초기에는 저들을 배워야 한다는 서구화 노선이 강했고 메이로쿠 잡지 등으로 대표되는 개화 논설이 세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은 서구화 노선을 비판하며 민족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고 메이지 정부는 국가주의와 유교주의를 기조로 하는 ‘제국헌법’(1889)과 함께 그 정신을 교육에 뿌리내리게 하는 ‘교육칙어’(1890)를 발포했다. 그 흐름의 중앙에 이노우에가 있었다. ‘교육칙어’가 발포된 이듬해 공인 해설서 『칙어연의』(1891)를 발간하고 기독교를 비국가주의로 낙인찍은『교육과 종교의 충돌』(1893)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데올로그로서의 이력은 국내외 정세의 변화 속에서 변주되며 쇼와 초기까지 평생 이어진다.

그것뿐이었다면 이노우에 데쓰지로가 이렇게까지 지속적으로 읽히는 인물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일본 최초의 철학 사전 철학자휘를 집필했고, 에도시대 유학사를 체계적으로 읽어낸 첫 연구자였으며 현상즉실재론이라는 독특한 해석체계를 마련한 철학자였다. 그가 길러낸 제국대학의 제자들은 경성제대의 교수가 되어 식민지 조선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인물이 실제로 어떤 글을 써왔는지 우리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이 선집으로 최소한 이노우에에 대해 제대로 읽어보고 비판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목차

차 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9

제 1 장 종교와 교육 . . . . . . . . . . . . . . . . . . . . . 11

1.1 교육과 종교의 충돌 . . . . . . . . . . . . (1893) 11
1.2 종교의 장래에 관한 의견 . . . . . . . . . (1899) 126
1.3 독립자존주의의 도덕을 비판함 . . . . . . (1901) 166

제 2 장 현상즉실재론 . . . . . . . . . . . . . . . . . . . . 191

2.1 내 세계관의 먼지 한 톨 . . . . . . . . . . (1894) 191
2.2 현상즉실재론의 요령 . . . . . . . . . . . (1894) 214
2.3 유물론과 유심론에 대한 실재론의 철학적 가치. . (1910) 258

제 3 장 동양철학 . . . . . . . . . . . . . . . . . . . . . . . 295

3.1 동양의 철학사상에 대하여 . . . . . . . . (1894) 295
3.2 에도유학 삼부작: 서론과 결론 . . . (1900~1905) 313

제 4 장 국민도덕과 신도 . . . . . . . . . . . . . . . . . . 363

4.1 국민도덕개론 . . . . . . . . . . . . . . . (1912) 363
4.2 신도와 세계종교 . . . . . . . . . . . . . . (1915) 402
4.3 우리 국체와 국민도덕 . . . . . . . . . . . (1925) 426

제 5 장 철학 . . . . . . . . . . . . . . . . . . . . . . . . . 477

5.1 철학의 요구 및 장래 . . . . . . . . . . . . (1915) 477
5.2 철학적으로 본 진화론 . . . . . . . . . . . (1910) 501
5.3 메이지 철학계의 회고 . . . . . . . . . . . (1932) 530

이노우에 데쓰지로와 일본주의의 시대 . . (이혜경) . . . 563
연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595
찾아보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601
 

저자 소개

저 : 이노우에 데쓰지로 (井上哲次?,井上哲次?,井上哲次?)
 
지은이 이노우에 데쓰지로(井上哲次?, 1855~1944). 지금의 후쿠오카현에 해당하는 지쿠젠노쿠니(築前國)의 다자이후(太宰府)라는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의사의 3남으로 태어났다. 간코(菅公)신사로 알려진 곳으로 후에 이노우에는 간코에 관한 글도 남긴다. 동네에서의 한학교육을 통해 사서삼경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으로 교육이력을 시작했고, 이어 나가사키의 관립영어학교, 도쿄의 가이세이(開成)학교를 거쳐, 도쿄대학이...
 
역 : 이혜경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 교토(京都)대학에서 철학박사로 있었으며 중국근대사상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윤리관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천하관과 근대화론 : 양계초를 중심으로』, 『량치차오 : 문명과 유학에 얽힌 애증의...

역 : 김정희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철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석사.박사.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번역서로 폴 스완슨의 『천태불교의철학적 토대: 이제론의 중국적 전개』(씨아이알, 2015)가 있다. 주요 연구물로 『지의, 마하지관』(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편, 2006) 등이 있으며, 『天台智.의 불교수행론 연구』(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사학위논문, 2002), 「백용성의 대각교의 근대성에 대한...

책 속으로

예수는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고 너를 증오하는 자에게 잘 해주고 너를 학대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의 기독교도는 이 가르침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는 단지 국가적이고 교육적인 문제를 해석하는데 그들이 오로지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성실한 변론으로 시비를 다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격으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한다는 것은 시비를 다투는 데 패배한 증거이다.
--- p.125, 「교육과 종교의 충돌」중에서

본래 종교의 본체는 인류의 행위를 규정하는 원리로서, 실천윤리의 근본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종교의 본체는 상주불멸하고 광대무변하며 모든 인간사의 관건이다. 이를 종교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반드시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종교라는 명칭은 애매할 뿐만 아니라 너무나 협소하다. 종교의 본체는 종교라는 이름이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광대한 것이다.
--- p.162, 「종교의 장래에 관한 의견」중에서

그 정신은 바로 독립자존이다. 특히 맹자의 설과 루소 씨의 설은 자연스럽게 암합하는 바가 있는 것은 기이한 점이라고 할 만하다.『에밀』을 보라.『사회계약설』을 보라. 동양의 옛 학자라고 해도 어떻게 독립자존 주의를 모르겠는가! ... 오직 권리사상만 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뿐, 평등 관념과 독립자존의 정신은 이미 있다. 그러나 여기에 치우치지 않았을 뿐이다. 요컨대 독립자존주의는 동양에서는 수천 년 동안 행해졌다. 이제 와 루소 씨 무리의 찌꺼기를 핥으면서 독립자존을 서양에서 수입하는 일은 참으로 ‘요동의 돼지’라 할 만하다. 또 진리는 동서에 의해 나뉘는 것이 아니므로 서양의 독립자존만이 옳고 동양의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과연 그렇다면, 이제 와서 독립자존을 제창해서 동양 고대의 도덕을 변하게 한다고 할 수 없다. 하물며 동양 고래의 독립자존은 한층 심원한 취지를 가짐에랴.
--- p.185, 「독립자존주의의 도덕을 비판함」중에서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일본의 신을 기독교의 God과 같은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이란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죽으면 반드시 신이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뛰어난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이미 신이다... 뛰어난 사람은 모두 신이다. 살아있는 신이다. 기독교에서 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신도의 말을 빌려 쓴 것이다. 기독교의 God으로 통용하려고 해도 일본에서는 알지 못하므로 일본 신도의 언어를 빌린 것이다. 신이라고 하면 일본 신도에서의 신들의 의미가 아니면 안된다. 요컨대 일본에서는 신대도 인대도 엄밀한 구별이 없다.
--- p.412, 「신도와 세계종교」중에서

또 우리 국체는 결코 권력적 국체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도 증거를 들어 해명하고 싶지만, 지금은 생략하고 사람들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 즉 우리 국체는 공리적 동기에 의해 성립한 것도 아니며 권력적 동기에 의해 성립한 것도 아니다. 완전히 정신주의, 희생주의, 몰아주의에 의해 성립한 것이며 거기에 일종의 특색이 있다. 공리주의도 도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주의와 비교하면 저급한 도덕이다. 따라서 공리적 국체는 그 시초의 공리적 동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므로 점차 전진하여 정신주의를 향하는 것이다.
--- p.460, 「우리 국체와 국민도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