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계국가의 이해 (독서)/5.중동이슬람

중동 이슬람 문화여행 (2024) - 편견과 오해를 넘어

동방박사님 2024. 3. 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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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진짜 중동과 이슬람을 찾아 나서는 여행
테러를 일으키는 종교와 분쟁 지역의 당사자가 아니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토대로 살아가는 이들을 발견하는 길


우리에게 중동과 이슬람은 생소하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오리엔탈리즘 같은 편견으로 인해 진짜 중동 사회와 이슬람 문명을 알기 어려웠다. 단순히 국제 정치와 종교의 관점이 아니라 문화와 생활 양식으로서 이슬람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그 안에 있는 사람과 문화가 보인다. 그를 위해 이슬람교를 태동시킨 중동 지역의 아랍인을 중심으로 이슬람 문화와 사회를 톺아 나간다.

이 책은 서구 중심적 사고에 매몰된 인식을 바로잡고, 아랍과 중동을 비롯해 이슬람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살펴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한다. 이로써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부터 히잡 쓴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 한류 콘텐츠를 즐기고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무슬림을 하나의 흐름에서 파악하고, 지금까지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아 중동 사회와 이슬람 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이 책을 읽기 전 유용한 지역 개념 정리

제1부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포비아
2 이슬람교와 무슬림 여성, 그리고 억압의 상징이 된 베일
3 이슬람이 극단적으로 비치는 이유, 이슬람주의와 정치이슬람

제2부 이슬람교와 이슬람 문명

4 이슬람교의 태동과 사도 무함마드의 삶
5 이슬람교의 수니와 시아, 그리고 다양한 믿음들
6 이슬람교와 예술 문화
7 이슬람의 문화유산과 세계사를 바꾼 이슬람 관련 상품들

제3부 이슬람교와 중동인의 일상생활 문화

8 이슬람교와 중동인의 가족 문화
9 이슬람교와 중동인의 일상생활 문화
10 중동인의 문화 코드와 관습

제4부 편견과 오해를 넘는 한국과 이슬람

11 한국과 이슬람, 그 관계의 시작
12 이슬람포비아를 넘어 시장의 관점에서 본 이슬람
13 한류, 이슬람 지역과 문화적으로 연결되는 길
 

저자 소개

저 : 엄익란
 
2004년 영국 엑서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에 소속되어 이슬람과 소비, 무슬림 젊은 세대, 걸프 지역과 중동 지역, 아랍의 여성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문제를 문화의 틀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 강연을 통해 이 지역 문화를 올바로 알리...

책 속으로

‘이슬람’, ‘중동’, 그리고 ‘아랍’의 지역 개념은 종종 혼용되어 사용된다. 각각의 지역에 속한 국가들 간 교집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맥락에 따라 각 용어들은 교차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들의 지역 개념은 서로 다르다. 간단히 구분하면 이슬람은 종교적 특징에서, 중동은 정치적 의미에서, 그리고 아랍은 민족적 차원에서 정의된 개념이다. 이 책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교를 탄생시킨 아랍인을 주인공으로 다루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유용한 지역 개념 정리」중에서

그렇다면 이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프레임은 무엇인가? 매 학기 학생들에게 하는 설문이 있다. ‘이슬람과 연관 지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의 대답은 대체적으로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고, ‘테러’, ‘전쟁’, ‘히잡과 여성 차별’, ‘종교적 광신도’, ‘석유’, ‘사막과 낙타’ 등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답변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슬람과 관련된 단어는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낭만적이거나 신비함과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강의를 선택하게 된 동기와 관련한 설문에서는 ‘이슬람에 대해 잘 몰라’,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떻게 우리는 이처럼 부정적인 단어들만 떠올릴까? 이러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게 되었을까? 제기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장에서는 우리가 이슬람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배경은 무엇인지 추적해 보고자 한다.
---「1장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포비아」중에서

히잡만큼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된 의상은 많지 않다. 히잡은 제국주의 시대 오리엔탈리즘 담론 속에서 서구에 의해 반문명의 상징으로 이용되었고, 중동 국가들이 서구로부터 독립 운동을 할 당시에는 민족주의 저항 담론과 반서구 담론으로 활용되었다. 그에 따라 히잡은 때로는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때로는 문화적 주체성과 도덕성의 상징으로 해석되었으며, 21세기 소비주의 시대에는 가치 소비와 패션의 도구로 표현되기도 했다.
----「2장 이슬람교와 무슬림 여성, 그리고 억압의 상징이 된 베일」중에서

이슬람주의는 사회를 이슬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으로, 중동에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부흥했다. 이슬람주의라는 용어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슬람 운동’, ‘이슬람 행동주의’, ‘이슬람 부흥 운동’ 등의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9·11 이후 언론과 학계에서는 ‘정치이슬람’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주의에 기반한 정치 세력과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득세해 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슬람주의와 정치이슬람이라는 두 용어가 종종 혼용되기도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그 의미는 다르다. 이슬람주의가 경전 코란에 제시된 이슬람의 교리와 가치를 사회 전반에 실현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회 운동의 성격을 띠는 반면, 정치이슬람은 특정 집단이 이슬람을 종교나 신학이 아닌 정치 이념으로 도구화해 이슬람 국가 설립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
----「3장 이슬람이 극단적으로 비치는 이유, 이슬람주의와 정치이슬람」중에서

그러나 이슬람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처음부터 사회 개혁을 외쳤기 때문에 사도는 이슬람교가 탄생한 메카에서 미움을 받았고, 생명도 위협받았다. 메카에서 야스립(메디나)으로 이주할 때도 사도는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다양한 아랍 부족들이 공존하는 야스립의 분쟁 해결 중재자로 초대되었다. 이슬람교는 사막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부족 문화에서 탄생한 종교였으며, 국가라는 실체가 없는 환경에서 탄생한 종교이다. 예배를 위해 신도를 조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동시에 움마에게는 신도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움마의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이자 곧 정치 지도자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슬람은 탄생 배경부터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장 이슬람교의 태동과 사도 무함마드의 삶」중에서

이슬람교의 종파는 크게 수니와 시아로 나뉜다. 수니는 전체 무슬림 인구수의 약 85~90%를, 시아는 약 10~15%를 차지한다. 소수의 시아 무슬림은 지리적으로 이란, 이라크,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지역을 포함해 페르시아 걸프만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수니와 시아가 갈리게 된 배경은 사도 무함마드 사망 이후 후계 자리를 놓고 시작되었다. 수니파는 당시 부족의 전통이던 선출제를 지지한 반면, 시아파는 선지자의 혈통을 후계자로 지지했다. 이후 이슬람의 역사는 수니와 시아 간 종파주의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다. 현대에 들어서도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서로 패권 다툼을 하면서 중동 지역 정치 지형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5장 이슬람교와 수니와 시아, 그리고 다양한 믿음들」중에서

이슬람 예술에서는 인물이나 동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꺼렸기 때문에 조각이나 회화보다 기하 문양이나 아랍어 서체가 발달했다. 그리고 서양 예술에서 부차적이고 장식적인 부분이 이슬람 예술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슬람 예술의 대표적 장식 요소로는 아랍어 서체, 기하 문양, 아라베스크 문양 등이 있다. 이들 요소는 직물뿐만 아니라 건축과 도자기를 포함해 이슬람 예술 전 분야에 등장하는 기본적인 요소로, 이슬람 예술을 ‘이슬람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한편 도자기, 유리, 세밀화, 카펫 등을 포함해 이슬람 지역 예술품에는 화려한 색깔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사막의 단순함을 극복하기 위한 환경적 요인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6장 이슬람교와 예술 문화」중에서

중세 서구가 암흑기일 때 이슬람은 문명의 꽃을 피웠다. 중세 이슬람 제국의 수도였던 바그다드는 당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풍요로웠던 아바스 제국 시대 칼리프들은 과학, 문학, 예술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이트 히크마’로 불리는 ‘지혜의 집’이 있었다. 지혜의 집 기원은 칼리프 하룬 알라시드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수집했던 서적들을 보관하기 위해 도서관을 설립하고, 이를 학술 목적의 교육 기관으로 발전시키며 시작되었다. 이후 815년부터 20년간 통치했던 칼리프 알마문 시대 지혜의 집은 절정을 이루었다. 수집한 책들이 많아지자 그는 지혜의 집을 확장했고, 학자, 번역가, 문필가, 시인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대했다. 지혜의 집은 아바스 시대 이슬람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식인들이 지혜의 집에 매일같이 모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 의사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 등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식을 번역했고, 토론했다.
---「7장 이슬람의 문화유산과 세계사를 바꾼 이슬람 관련 상품들」중에서

중동 지역의 가족 문화는 가부장 제도에 기반한다.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는 개인이 아닌 가족이고, 집안의 남성 연장자가 가족을 대표하며 집안일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오늘날은 자녀의 학업과 취업 때문에 핵가족으로 바뀌었으나 과거에는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부모의 집 주변에 거주하며 확대 가족을 이루었다. 핵가족화되면서 자녀의 발언권과 결정권도 전보다 강해졌다. 가족 구성원 간에는 가부장을 중심으로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중되지만 가족 간 관계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 그리고 연대감으로 묶여 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은 또 다른 ‘나’로 인식되어 서로의 일에 개입하고 간섭한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한 사람의 결혼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이 되고, 따라서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는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
----「8장 이슬람교와 중동인의 가족 문화」중에서

이슬람교의 관점에서 먹는 행위는 종교적인 행위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알라를 올바로 섬기고 건강한 종교 생활을 유지하는 길로 여기고 있다. 즉, 종교적인 관점에서 무슬림의 먹는 행위는 건강한 무슬림으로서 올바른 종교 생활을 하도록 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슬람교의 음식에 대한 가르침은 코란 23장 51절의 “좋은 것을 먹고 올바로 행동하라”는 구절로 요약된다. 코란에 언급된 좋은 음식의 예로는 알라가 축복한 과실인 무화과, 올리브, 대추야자 열매, 포도, 꿀, 석류, 그리고 알라의 이름으로 무슬림이 도축한 동물 등이 있다. 무슬림에게 먹는 것이 종교적인 행위인 만큼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슬람교에서는 허용된 음식(할랄)과 금기된 음식(하람)을 명확하게 구분 짓고 있으며, 되도록 허용된 음식을 먹을 것을 권장한다.
----「9장 이슬람교와 중동인의 일상생활 문화」중에서

중동은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한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가족, 부족, 국가의 존재를 개인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중동의 문화 코드가 한국과 다른 점은 어떤 지역에서는 국가보다는 부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현대 들어 설립된 국가의 역사가 부족의 역사보다 짧기 때문이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추구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공동체 내 다른 구성원과 갈등 및 분쟁을 피하기 위해 이 문화권에서는 자연스럽게 협의와 합의 문화가 발달했다. 사람들 간 공개적인 논쟁도 꺼리는 편이다. 구성원의 갈등은 곧 집단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장 중동인의 문화 코드와 관습」중에서

1976년 이태원 사원이 건립되면서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무슬림은 이슬람 중앙 성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국땅에서도 자국의 물품이나 이슬람과 관련된 물품을 원활히 쓸 수 있도록 의류 및 기도 용품 판매점, 식품 판매점, 에스닉 음식점, 여행사, 잡화점 등을 운영했다. 외국인 무슬림들은 한국 문화에 동화되는 대신 자신들끼리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살았고, 그 결과 사원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슬람 거리가 형성되었다.
----「11장 한국과 이슬람, 그 관계의 시작」중에서

이슬람교와 시장의 인연은 특별하다. 사람들은 종종 이슬람교를 사막의 종교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하면 이슬람교는 비잔틴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이 충돌하던 당시 새로운 무역로로 떠올랐던 아라비아반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던 시장에서 그 싹을 틔웠다. 이슬람교를 태동시킨 사도 무함마드 본인 역시 아라비아반도에서 시리아를 오가는 상단을 이끌던 상인이었다. 이슬람교가 탄생한 지역은 상업 도시인 메카였으며, 그가 이슬람교의 교리와 가치를 설파한 장소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이슬람교는 도시와 시장의 산물인 셈이다. 중동의 구도시에서 시장은 항상 사원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지금도 중동 지역의 오래된 도시들을 방문해 보면 이슬람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사원의 벽을 따라 ‘세속적인’ 상업 활동을 대표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12장 이슬람포비아를 넘어 시장의 관점에서 본 이슬람」중에서

1990년대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한 한류가 중동까지 진출한 배경에는 2004년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이 있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중동인들이 미국에 갖고 있던 점령군의 이미지가 자이툰 부대에 전도되어 반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같은 인기 드라마를 중동 지역에 수출해 한국군 파병에 따른 중동인들의 한국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고자 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 중동의 젊은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에 매료되었고, 마니아 계층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하며 한류의 성장을 이끌었다. 중동에 한국 드라마가 특히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한국 드라마의 콘텐츠가 그들의 문화 코드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신선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3장 한류, 이슬람 지역과 문화적으로 연결되는 길」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슬람을 덮고 있는 프레임을 벗겨내고
오늘의 중동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 혐오이라는 강력한 두 가지 편견

무슬림 난민 수용 반대, 고용 허가제 송출국에서 이슬람 국가를 제외해 달라는 민원, 할랄식 도축장 건설 반대, 이슬람 사원과 첨탑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사회. 이 낯설지 않은 모습은 한국 사회의 이슬람 인식에 강력한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 강력한 편견은 길게는 19세기부터 짧게는 2001년 9·11 이후 만들어진 서구 중심적 세계관에 기반한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 혐오라는 프레임이다.

중동의 이미지는 ‘석유’, ‘낙타’, ‘사막’에서 두 프레임이 작동한 후로 ‘테러’, ‘극단주의’, ‘여성 차별’로 바뀌었을 뿐, 진짜 중동 사회와 이슬람 문화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수니와 시아의 분리 과정을 이슬람교의 탄생 배경을 바탕해 알게 된다면, 이슬람주의에서 파생된 극단주의와 시민이 주체가 된 시민 이슬람의 활동을 같은 선상에서 알게 된다면, 이슬람이 꽃피운 문명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무슬림의 문화 코드를 함께 알게 된다면, 지금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동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교류는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중동 사람들 이해하기 ①

이슬람주의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 이슬람으로

이슬람교가 태동하고 영향력을 가진 이래 이슬람 국가는 정교일치의 역사를 거쳐 왔다. 1970년대 이후로는 사회를 이슬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주의 운동이 부흥했고, 9·11 이후에는 극단주의적 정치 세력을 가리켜 정치이슬람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슬람주의는 중산층으로 확대되어 지역 사회로 깊이 파고들었고, 중동 사람들에게 익숙한 종교의 언어로 다가가 민족주의와 국가 정체성과 결합되자 이슬람주의는 더욱 강력해졌다. 이들은 곧 정치 세력화하는데 그 원조로는 탈레반이, 1990년대 이후로는 튀니지의 엔나흐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성장해 정권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은 무능한 독재 정권에 분노한 민중과 이슬람주의자가 연합한 자발적인 저항이었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사회의 이슬람화에 치중한 이슬람주의는 정치권력을 둘러싼 반목으로 시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렇다면 수니와 시아의 치열한 갈등,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현재까지도 계속되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중동의 평범한 사람들은 왜 이슬람주의를 지지하는 것일까? 이슬람주의 세력은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각종 사회 시설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 안정에 힘쓰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새로운 정치, 사회 환경 속에서 중동은 이데올로기로서 이슬람주의를 벗어나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이슬람에 기반한 사회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중동 사람들 이해하기 ②

억압을 상징하는 베일에서 반히잡 시위로
전통적 역할을 벗어나는 중동의 여성들

무슬림 여성의 베일만큼 이슬람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불러오는 상징적인 물건이 있을까? 히잡 쓴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 성차별을 부추기는 종교로서 이슬람, 중동 침략을 정당화하는 도구로서 이용당한 베일을 둘러싼 논란은 종교적 신념을 나타내기 위한 무슬림 여성의 베일이 억압의 상징이 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베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 혐오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베일 착용을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이슬람 국가 권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중동 이슬람 세계의 여성 차별이 이슬람교의 종교관보다는 코란의 가부장제적 해석에서 시작해 현대에 이르러 성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일어난 중동 지역의 여성 운동(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보호자법 폐지 운동, 2018년 이집트에서 시작된 모스크 미투 운동, 2019년 가정 폭력 근절 온라인 캠페인으로 펼친 쿠웨이트의 여성 활동가에 이어, 2022년 이란의 반히잡 시위)을 소개하며 사회적, 문화적 문맥에서 그 원인과 사정을 살핀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피보호자로서 종속 관계에 놓였던 여성이 전통적 역할을 깨고 밖으로 나와, 높은 교육 수준과 다양한 취업 기회를 바탕으로 새로운 권력을 가진 온라인 인플루언서로, 소비문화의 새로운 주체로, 문화 콘텐츠의 적극적인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중동 사람들과 그 문화 이해하기 ③

이슬람은 성스러운 도시와 세속적인 시장의 산물
5대 의무 사항은 할랄, 성지 순례 관련 산업으로 발전

이슬람의 오랜 역사에서 성지 순례는 도시를 활성화시키고 사람들의 경제 활동을 권장해 왔다.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이슬람교가 탄생한 도시 메카를 방문하고 핫즈라고 불리는 성지 순례를 한다. 상업 도시 메카는 성스러운 사원의 벽을 따라 늘어선 상점에서는 세속적인 상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고유의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예부터 성지 순례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업 및 무역 행위는 성지로 통하는 거점 도시 카이로, 다마스쿠스, 바그다드를 각 시대의 경제 중심지로 만들었고, 사람과 물건의 교류가 이루어지며 이슬람 문명은 더욱 발전했다고도 한다.

성지 순례를 비롯한 이슬람의 5대 의무 사항, 신앙 고백, 기도, 종교 부금, 금식은 현대에 와서는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는 의미뿐 아니라, 할랄 산업과 관광업으로 발전하고 각종 분야의 무슬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중요 요소를 담당하고 있다. 이슬람이 꽃피운 찬란한 문명의 또 다른 토대를 제공한 수학과 천문학의 발전과 커피 문화의 전파, 세계사를 바꾼 석유의 발견을 비롯해, 무슬림의 일상생활 문화와 그 문화 코드에 대해서도 다룬다.

중동 전문 연구자 엄익란 교수는 『중동 이슬람 문화여행』을 통해 그동안 쌓여온 편견과 오해를 벗겨내고 중동 사회와 이슬람 문화에 흐르는 기본적인 정서와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중동의 역사와 이슬람교의 탄생 배경뿐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사회와 문화 영역 전반에서 다루면서, 중동에서 이슬람교를 탄생시킨 아랍인과 그들의 문화로서 중동 이슬람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있다. 먼저 제1부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자각하기 위해 그 근원인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포비아를 설명하고, 사례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무슬림 여성과 히잡 문제, 테러와 극단주의의 뿌리가 되는 이슬람주의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제2부 ‘이슬람교와 이슬람 문명’에서는 이슬람교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면서, 수니와 시아 이슬람의 분리 과정, 이슬람이 예술과 문명을 비롯해 인류사에 끼친 영향 등을 중세와 근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제3부 ‘이슬람교와 중동인의 일상생활 문화’에서는 현대 무슬림의 일상생활 문화를 비롯해 중동인의 문화 코드와 관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제4부 ‘편견과 오해를 넘는 한국과 이슬람’에서는 어떻게 이슬람 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 문화 교류와 시장의 관점에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