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서양사 입문 (독서)/3.서양근현대사

근대 용어의 탄생 (2024)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동방박사님 2024. 4. 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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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대문명의 키워드, 말의 역사를 다루다
민주주의, 경쟁, 비즈니스, 진보, 혁명, 대학···
우리가 쓰는 용어들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도착했는가?
지성사, 문학사, 사료를 통해 탐사·수집한 근대 용어의 계보

역사를 건너뛴 채 진리를 말하지 않는 비코식 탐구의 이정표
특정 시간들 속에서 특정 방식으로 탄생된 말의 역사


이 책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즉 문명을 구성하고 사는 모든 일반인이 자주 쓰는 말,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말의 역사를 다룬다. 이를테면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에 자리잡은 비즈니스, 프로젝트, 리뷰 등의 외래어와 대통령, 자유, 헌법, 민주주의 등 흔히 사용하고 접하는 말들을 소개한다. 이 말들은 근대문명의 내력과 내면을 살펴보고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이 책은 각 키워드에 따라 여러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걸쳐 있는 역사 이야기를 조사하고 수집했다. 주로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활발히 쓰인 말들이 ‘근원지’에서 어떻게 생겨났고 달라졌는지 아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삶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근대문명’이라는 용어가 포괄적으로 뜻하는 체제, 제도, 문화, 가치, 정서 등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유지되는 현실을 전제로 한다

목차

머리말

a~c
America(아메리카) | business(비즈니스) | capitalism(자본주의) | competition(경쟁) |
constitution(헌법) | consumption(소비) | currency(통화)

d~m
democracy(민주주의) | empire(제국) | enlightenment(계몽) | freedom/liberty(자유) |
industry(산업) | law/justice/equity(법) | machine/engine(기계)

p~u
president(대통령) | progress(진보) | project(프로젝트) | reasonable(합리적) |
reform/reformation(개혁) | review(리뷰) | revolution(혁명) | transportation/traffic(교통) |
university/college(대학) | utopia(유토피아)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프랑스어 부전공)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를 거쳐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기준 전공분야는 19세기 영국소설이지만, 근래에는 주로 18세기 영국지성사와 비교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하며 문학과 함께 역...

책 속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나라 미국의 공식 영어 명칭은 ‘United States of America’다. 이 이름이 ‘미국’으로 변환된 것은 청나라 시절 중국어 표기를 그대로 따른 결과다. ‘아름다울 미(美)’ 자를 중국인들이 택한 것은 딱히 이 거대한 대륙국가가 세계에서 유독 아름다운 나라여서가 아니다. ‘아메리카’의 ‘메이’ 소리를 이 글자가 내었기 때문이다.
--- 「America(아메리카)」 중에서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도 그렇지만 ‘비즈니스’의 의미와 맥락을 바꾸어놓는 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 애덤 스미스는 “노동의 분화(division of labour:분업)”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명제를 예시하기 위해 핀 제조공장을 묘사한다. 애덤 스미스는 이 대목에서 핀 제조업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지칭한다.
--- 「business(비즈니스)」 중에서

에드먼드 버크가 생각하는 ‘constitution’은 인간의 성향과 속성부터 역사, 전통, 풍습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용한 종합적인 ‘구성’과 ‘체질’을 고려하는 ‘정교한’ 예술이다. 짧은 공화정 역사에도 불구하고 벌써 ‘헌법’ 문서를 수차례 뜯어고친 대한민국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일 듯하다.
--- 「constitution(헌법)」 중에서

서구 언어에서 화폐를 뜻하는 단어들은 중세, 나아가 고대문명에서부터 이어졌다. 이 말들은 모두 예외 없이 단단한 금속 화폐를 가리킨다. 고대 로마의 직접적 후손인 이탈리아의 경우 돈을 의미하는 두 단어 ‘soldi’와 ’denaro’는 각기 로마제국의 금화 ‘solidus’와 은화 ‘denarius’의 형태만 살짝 바꾼 것이다. 프랑스어 ‘argent’은 라틴어 ‘argentum(은)’에서 비롯되었다. 영국의 화폐단위인 ‘실링’이나 ‘파운드’는 모두 은의 함량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돈의 물질성은 영어에서 ‘현찰’을 뜻하는 ‘cash’의 어원에도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이 말은 프랑스어 ‘caissier(회계담당자)’가 관리하는 ‘caisse(돈 궤짝)’에서 유래했다.
--- 「currency(통화)」 중에서

‘민주주의’를 이 이념 내지는 제도의 발원지인 영국이나 그 밖의 유럽 나라들의 언어로 바꾸면 ‘democracy’(영어), ‘democratie’(프랑스어), ‘Demokratie’(독일어), ‘democrazia’(이탈리아어), ‘democracia’(에스파냐어)다. 형태만 다를 뿐 사실상 모두 같은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그 말들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어 ‘demokratia’는 ‘demos(평민, 인민)’와 ‘kratia(지배, 통치)’가 결합된 형태다. 말의 형태 그대로의 뜻은 ‘평민/인민의 지배’다.
--- 「democracy(민주주의)」 중에서

영어에서 ‘자유’를 뜻하는 말은 라틴어 계열 단어 ‘liberty’와 게르만 계열 단어 ‘freedom’이 함께 쓰인다. 두 단어의 의미가 뚜렷이 다르지는 않지만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널리 사용된다. 형용사로 ‘free’는 영어에서 매우 빈번하게 여러 맥락과 용도에 쓰인다.
--- 「freedom/ liberty(자유)」 중에서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은 윌리엄 호가스의 〈근면과 게으름〉이 대변하는 ‘industry’의 도덕적이며 심지어 종교적인 권위를 완전히 파괴한 언어의 ‘혁명’이기도 했다. ‘근면’이 개인의 성향이나 행위가 아니라 기계화된 생산과정으로 전환되자 ‘industry’에 내포되어 있던 인간적 요소도 점차 제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말은 비개인적 조직·제도·체제로서 ‘산업’을 의미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은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급작스러운 반전은 아니었다. 의미 변화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 「industry(산업)」 중에서

미국 헌법이 규정한 ‘아메리카의 주 연합 의장’을 ‘미합중국 대통령’이라 부르는 순간 삼권분립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해낸 온갖 거추장스러운 제약과 견제 장치들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이러한 오역의 과정을 거쳐 통용되는 ‘대통령’이라는 말에는 ‘대권(大權)’을 휘두르는 권력자의 모습이 중첩되어 보이기 마련이다.
--- 「president(대통령)」 중에서

‘리뷰’의 역사는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당시 ‘리뷰’ 대상이 된 상품은 인쇄 출판물이었다는 점에서 인터넷시대 소비자의 ‘리뷰’와는 그 규모나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시장의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들어 상품에 대한 평가 그 자체를 공적인 매체에 발표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 「review(리뷰)」 중에서

책 제목에 나오는 ‘유토피아(Utopia)’는 고전 희랍어를 아는 유식한 지식인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말장난이었다. ‘Utopia’는 ‘없다’라는 뜻의 접두사 ‘ou’와 ‘topos(장소)’를 결합하고 라틴어식으로 ‘-ia’를 붙인 신조어였다. 이 단어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로 의역할 수 있다. 아니면 ‘행복하다’는 뜻의 접두사 ‘eu’로 앞의 첫 글자를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영어로 ‘Eutopia’의 발음은 ‘Utopia’와 같다. 이렇듯 ‘없는’과 ‘행복한’을 동시에 뜻하는 이중성을 토머스 모어는 충분히 의도했을 법하다.
--- 「utopia(유토피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책에서 다루는
근대의 공간적·시대적 배경


이 책에서 다루는 키워드의 시대는 영국이 근대로 이행할 준비 단계인 17세기부터 제국주의 전성시대인 19세기까지다. 하지만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18세기다. 그에 따라 공간적 배경도 영국이다. ‘근대문명’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중요한 요소인 의회정치, 시장경제, 자유출판시장, 제국주의 등이 모두 18세기 영국에서 발원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주요 사상가인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윌리엄 셰익스피어, 존 밀턴 등을 소환, 인용하여 키워드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근대 영국 외에도 다른 시대와 다른 나라, 영어 외에 다른 언어가 필요할 경우 함께 다루었다.

‘문화’나 ‘사회’가 아니라
왜 ‘문명’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키워드들이 실생활에서 활발히 사용된 빈도, 즉 화려한 현실 참여를 반영하기 위해 문화나 사회에 해당하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명이라는 포괄적 말을 택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말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변천되었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가나다순이 아니라 알파벳순으로 차례를 구성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산업화를 거쳐 세상이 점점 더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들의 의미가 근대 이전 시대에 말속에 담겨 있던 지혜와 가치가 손상되어 단순하고 경직된 의미에 제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말들의 내력을 ‘역사’를 무기로 하는 잠바티스타 비코를 소환하여 설명한다. 인간들이 남긴 흔적을 탐구함으로써 특정 시간과 특정 공간에서 표현되고 기록된 된 바를 해당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또한 그렇게 탄생된 원문을 소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근대문명의 키워드’를 비코식 탐구의 이정표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