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전쟁연구 (독서)/3.국방군사안보

국경 전쟁 (2022)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동방박사님 2024. 4. 24. 06:25
728x90

책소개

세계적인 지정학 전문가가 말하는 국경의 미래
심해와 우주를 넘어 디지털 영역에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땅 따먹기” 전쟁


국경은 이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진다. 강대국들의 점유와 그들만의 협의로 그어버린 세계 곳곳의 국경선은 현재의 긴장과 분쟁을 몰고 왔다. 산맥과 강, 바다로 이루어진 천연 국경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의 감소, 물의 범람, 해수면 상승 등의 이유로 현재의 국경을 재설정하도록 압박한다. 국경을 맞대고 으르렁거리는 나라들은 땅을 벗어나 바다에서도 경계를 긋기에 바쁘며, 지구의 외계 공간에서도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지정학자가 들려주는 ‘국경 전쟁’의 양상은 국경이라는 주제로 현재의 세계를 둘러보게 만들며 현재 우리의 국경에 대해서도 숙고하는 기회를 준다.

목차

옮긴이의 글 _ 005
들어가며 _ 008

1장 국경은 중요하다 _ 041
2장 움직이는 국경 _ 091
3장 수중 국경 _ 119
4장 사라지는 국경 _ 165
5장 무인지대 _ 195
6장 승인되지 않은 국경 _ 233
7장 스마트 국경 _ 265
8장 우주 국경 _ 295
9장 바이러스 국경 _ 331

후기 _ 356
참고 문헌과 자료 _ 370

저자 소개

저 : 클라우스 도즈 (Klaus Dodds)
 
영국의 로열 홀러웨이, 런던대학교의 지정학 교수이자 사회과학 아카데미 연구원이다. 지정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BBC를 비롯한 각종 언론에 지정학 관련 이슈의 패널로 자주 초빙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저자로 참여하였으며 이밖에도 다수의 대중도서와 학술서를 집필하였다. 2006년부터 [지오그래피컬 매거진]에 매월 지정학 칼럼을 쓰고 있다...

역 : 함규진

지금도 수없이 발굴되고 새로이 해석되는 방대한 역사의 세계를 우리 삶에 와 닿는 언어로 맛깔스럽게 전하는 역사저술가. 지식으로서의 역사를 넘어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무궁무진한 탐구 주제를 가지고 방송, 집필,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약용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정치외교...

책 속으로

세계 곳곳에서 국경의 역사는 문명 및 제국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후, 16세기에서 17세기에 근대 국민국가가 탄생할 무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로마인들은 최초로 여권(passport)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의 숫자를 제한하는 권한은 시민적 특권을 근거로, 또는 유대인이나 그 밖의 소수집단을 제한하려는 일반 대중의 정서를, 또는 원거리 노예무역을 근거로 뒷받침되었다.
--- p.28

배타적 주권이라는 신화와 고정된 국경이라는 신화는 위험하다. 우리는 국경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도입해야 한다. 국경이란 살아 있는 것이며, 자연의 변화가 가져오는 복잡한 현실에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국제 갈등이 깊어지는 지역에서 일어나게 될 사람들의 집단 이주도 수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 p.36

우리는 국경을 단지 정적인 국경 장벽이나 지도상의 수동적인 경계선으로 여기기보다 어떤 ‘활동’(activity)으로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무슨 뜻일까? 실제로 국경 안보 투자의 배후에는 여러 중요 추진세력이 있다. 그리고 이와는 모순되게도, 굳이 그 방위력을 철통같이 만들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이유도 많다.

그런 추진세력은 문화적이거나 경제적이거나 정치적일 수 있다. 가령, 이민자들이 토착 문화를 말살해 버리지나 않을까, 갈등과 테러를 저지르지 않을까, 전염병을 퍼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또 자주 논의되지는 않지만, 재정적 문제도 있다. 국경 인프라와 안보시설을 둘러싼 유럽과 북미의 경험은 산업-법률-정치-군사 복합체가 번성하면서 방위 담당관, 국경 수비대원, 변호사, 정책결정자, 밀수꾼, 민간 위탁업체, 시민사회 단체와 정치 지도자들 같은 사람들이 활개를 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국경 안보와 통제는 아주 수익이 좋은 비즈니스가 된다. 2019년 3월에 나온 보고서에서, 경영분석 그룹인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and Sullivan)은 국경안보 관련 시장이 2025년에 1,68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았다. 새로운 투자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에 집중될 것이며, 국경 안보 기구는 이로써 사람과 물자의 비정규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고 예방하는 역량을 키울 것이다.
--- p.45

국경 안보산업이 발달한 국가는 그 안보 기술과 디지털 감시 역량을 수출하고 싶어 한다. 가령, 군사용 드론의 세계시장은 2020년대에 계속 성장하여 매년 5억 달러씩 가치를 늘려갈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유럽과 북미 같은 이민자들이 많이 몰려드는 지역에서 수익이 쏠쏠할 것이며, 그 밖에 국경 분쟁이 ‘실제 상황’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아메리카에서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사이의 분쟁 지역 같은 곳에 고정익 드론을 그 어느 때보다 대량으로배치했다. 고정익 드론은 분쟁 지역을 폭넓게 오래 감시할 수 있으며, 국경 감시 임무에도 뛰어나다. 드론 산업은 매우 잘 나가는 중이며, 스위스 같은 나라는 스스로 ‘드론의 나라’라 부를 정도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 p.46

기후변화 때문에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려 알프스 국경이 바뀌고 있다는 뉴스는 입법 대응을 부추겼다. 2006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정부는 ‘움직이는 국경’ 개념을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09년, 스위스와의 비슷한 협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움직이는 국경’은 지정학적 논쟁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기후변화의 장기적 영향에 따라, 더 국가주의적이거나 포퓰리즘적인 정부는 “빙하를 구해야 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 영토 손실 이야기는 “우리 땅이 이웃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실존적 고뇌로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앞으로 국가들이 다가올 스키 시즌에 대비해 눈과 얼음을 지키려 스키 리조트 등에 많은 기계설비를 투자하리라고 예상된다. 국가가 그야말로 빙하를 융단처럼 깔고(이미 스위스는 론 빙하에 그렇게 하고 있다) 인공 눈을 살포해서 빙하의 후퇴나 소멸을 방지하려는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 그것이 군사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자원이 많은 나라는 그 빙하지대를 열공학(thermal engineering)의, 심지어 군사적 보호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
--- p.110

세계사를 통틀어 제국과 국민국가는 ‘국경을 만드는 하천’, 산맥, 해안선 같은 천연의 장벽들을 찾아내어 그것을 국경으로 삼는 것이 매우 유용하고 영토를 표시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장치라는 점을 깨달았다. 두 제국이 서로 마주쳤을 때, 그 경계선은 대개 강, 호수, 해안, 산길 등이었다.

지난 200년 동안 지형 조사, 지도 제작, 국경 협정, 국제사법재판소에의 제소 등 국가 간에 땅과 바다를 나누는 일에 전례 없는 노력이 기울여졌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지배했던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지도를 작성하면서 하천의 흐름을 국경으로 삼곤 했다. 그런 하천의 구획은 정확히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하천, 호수, 바다 등은 제국주의 통치권의 눈에 보이는 경계선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했다.
--- p.124

대수층은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을 말한다. 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수자원은 국경 간 협력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600곳 이상의 대수층이 하나 이상의 국토에 걸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주 최근까지, 그 규모나 범위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지하 지형의 지도화와 지리 시각화(geo-visualisation)는 지하 세계에서 흐르고, 저장되어 있는 물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를 현격히 높였다. 광산 개발이 (18세기와 19세기에 그랬듯) 국가의 ‘수직적 영토’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한다면, 이후에는 탄화수소와 수자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하 공간에서 흐르는 물은 더욱 그런데, 이는 규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 p.147

수 세기 동안, 세계의 해양과 대양을 ‘관리’하는 원칙은 ‘자유’ 뿐이었다. 가령, 최소한의 간섭을 받으면서 세계 각지로 항해할 자유 같은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 자유에 근거해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국 같은 강대국은 항행의 자유를 관철하고자 힘을 행사했으며, 항해의 주요 길목을 배타적으로 지키려는 자국의 의도를 (국제법상 선박은 간첩 행위, 쓰레기 투기, 밀수, 군사적 행동 등을 하지 않는 한 타국의 영해를 항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들면서) 문제가 없다거나 (바다와 바다, 또는 대양과 대양을 오가는 흐름을 지속하여 보장해야 한다면서) 항해에 필요하다고 변명했다.

캐나다는 대서양에서 북아메리카 북쪽 해안을 따라 태평양에 이르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를 “우리 영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기타 국가들은 이를 자유항행에 필요한 길목이라 보았다. 그 차이는 컸다. 어떤 바다가 필수 항로의 일부라면, 제3국은 그 연안 국가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그 영해를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 p.149

몰디브는 해수면 변화와 그것이 국경들과 주권국가의 승인에 미칠 영향에 관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나라의 산호초가 사라지고 사람 살 곳이 없어진다면, 다른 나라들이 그곳에는 이제 누군가의 영토권도 없다고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1993년의 몬테비데오 협정은 ‘승인 가능한 국가’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국가 승인을 받으려면,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인구, 확실한 영토, 제 기능을 하는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영토의 상실은 일부 국가들이 범람에 희생된 국가를 승인하지 않는 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것으로 그 국가는 타국과 관계 맺는 능력도 부정될 것이다.
--- p.181

조국 땅을 포기하는 일이 다른 부유한 나라들에 기회를 주는 것임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남중국해를 보면 앞으로 환초들과 저지대 섬나라들이 어찌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 같은 나라들은 일부 섬 국가가 포기한 땅을 활용하기로 하고, 준설선 함대를 동원해 수몰된 땅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내려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불행이 다른 나라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수몰된 영토는 제3자에게 두 가지 기본 선택지를 준다. 문제의 나라를 도와서 주거지구와 사회 인프라를 고지로 올려 주든가, 한때 그런 나라의 영토였던 곳을 점거하여 ‘우리 영토’라고 주장하든가. 인도적 개입이 끝나면, 제3자가 영토를 빼앗아 군사 또는 전략적 우위를 얻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몰디브가 중국에 거액의 빚을 지고 있으며, 국채 비중만 약 3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p.191

1908년 이래, 남극 영유권을 주장한 나라는 아르헨티나, 칠레, 노르웨이,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영국으로 모두 7개국이었다. 이 극지에 대한 영토권을 처음 주장한 나라는 영국이었으며 가장 규모가 큰 주장자는 호주였다. 두 남미 국가들,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남극은 자국의 영토가 뻗어나간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하는 동안,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영토권 주장자들은 그들이 옛날 수행한 탐험과 발견, 자원 채취 그리고 과학 탐구 목적으로 계속해서 자국민이남극에 정주해온 사실을 내세웠다. 남극을 춥고, 바람이 매섭고, 말라붙었으며 머나먼 곳에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제 정책결정자들의 상상 속의 남극은 유달리 자원이 넘쳐나는 변방이었다.
--- p.249

1979년의 달 조약은 달이 국제 불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으며, 그것은 앞서 1959년의 남극 조약과 1967년의 우주 조약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이었다. 달 조약의 제11조 개요는 다음과 같다. “달과 그 부존자원은 인류의 공동 유산이다. 달은 어떤 주권 주장에 따르든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다. 달의 표면도, 지하도 어떤 국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
--- p.315

몇 년 전, 중국 달 탐사 계획의 수장인 예페이젠(葉培建)은 이런 말을 했다. “우주는 대양이다. 달은 댜오위다오(釣魚島)이며, 화성은 황옌다오(黃岩島)다. 우리가 갈 힘이 있는데도 지금 그리로 가지 않으면, 후손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그리로 가면, 그곳들을 차지할 것이며,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가 우주로 진출할 이유는 충분하다.”
--- p.329

출판사 리뷰

국경이란 무엇인가? 국토의 3면이 바다이고 위로는 휴전선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면서 국경을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비자와 여권을 들고 배나 비행기로 다른 나라의 항만 혹은 공항에 도착하면 그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국경을 마주한다. 이렇듯 국경은 우리 삶과 멀리 있다. 하지만 매일 국경을 마주하고 국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때로는 국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국경을 넘다가 숨지는 사람들이 있다.

국경은 왜 중요할까? 원론적인 대답이지만,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경은 한 나라의 영토를 승인해주기 때문이다. 국제 협정에 따라 어떤 지역이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영토’다. 그리고 그 영토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국경선이다.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은 소식이 들렸다. 태평양의 해저 화산이 폭발하면서 그 충격파가 태평양 연안 일대를 휩쓸고 일본까지 쓰나미 공포에 떨었다. 직격탄을 맞은 통가는 국토의 대부분이 화산재에 덮여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 복구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통가는 더욱 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섬이 됐다. 국경이 사라진다면 통가의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도 국제 사회를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한때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조지아도 과거의 국경선을 되찾고자 하는 러시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러 민족과 인종, 종교까지 얽히면서 분리와 통합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이는 내전으로 격화되기도 한다.

해방 후 지금까지 우리의 국경은 늘 그대로였다. 물론 북한과 오랜 대치 상태에 있고 간혹 휴전선을 넘는 일이 뉴스에 대서특필되긴 하지만 우리에게 국경 문제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1년 365일, 평생을 국경문제와 씨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금 살고 있는 땅이 누구의 영토인지 확정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생활한다. 이스라엘과 분명한 국경선을 나누는 일은 매우 요원하며 국경은 끊임없는 긴장 상태를 낳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대를 두고도 각국 정부는 서로 으르렁댄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표적인 예다. 해발 고도 수천 미터의 히말라야 빙하지대에 있는 국경선을 지키느라 양국 군대는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함은 물론이고 무기를 동원해 전투까지 벌인다. 물론 사상자도 발생한다. 지중해의 키프로스를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 그리고 EU의 갈등,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베트남의 충돌, 트럼프의 장벽 공약으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급수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더스강과 나일강 유역의 나라들......이렇듯 국경 분쟁은 한 나라의 국정 운영에 중대한 부분을 차지하며 그 나라의 국민들도 일상에서 늘 국경 문제와 마주한다.

한편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국경도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대부분이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 키리바티 같은 태평양의 섬나라들이다. 이들의 땅이 점점 바닷물에 잠식될 경우, 수만 명의 기후 난민은 어디론가 안전한 지대로 이동해야 할 테지만 국제사회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발한 제안을 했는데, 거대한 준설 프로젝트를 통해 땅을 메우고 인공섬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제안을? 대륙붕과 영해의 잠재 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접한 연안국은 200해리(370킬로미터)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는데, 태평양 섬나라의 경우는 그 넓이가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섬나라의 영토를 지켜주는 대신 영토 주도권을 행사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렇듯 바다도 중요하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 공동의, 모든 나라가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대로 항해하고 어업을 하고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연안국들이 누리고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 외의 모든 바다는 사실 공해(high sea)이며 이는 어느 나라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공해의 문제는 바로 ‘공유지의 비극’을 보여준다. 약탈에 가까운 어획량과 무자비한 해저 자원 채굴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 같은 특정 국가의 움직임을 제어하거나 막을 방도가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협약과 논의는 늘 탁상공론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남극을 놓고 벌어지는 국경 분쟁에서도 중국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원 쟁탈전의 단면일 뿐이다.

우주 공간도 국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달 식민지와 화성 여행, 수많은 인공위성들은 저마다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며 무주공산인 우주에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우주군을 창설했으며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테슬라를 비롯하여 각국의 민간 사업자들이 정부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이는 물론 지구상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우주 자원 채굴이 그 목적이다. 현재 110개국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우주 조약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하는 외계 공간은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우주 패권’의 시대에 어떤 국가도 이 조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국경은 나와 우리를 나누는 선이며, 누군가를 보호하고, 누군가를 배척하며,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이며, 그 결정의 배경은 무엇인가? 오늘도 세계 어디선가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다가 목숨을 잃는다. 이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오늘날 비자와 여권을 가진 부유국의 시민들은 국경을 넘어 자유로이 이동을 하지만, 빈국과 분쟁 지역의 사람들은 국경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국경 없는 세상은 단지 존 레논의 노래에 나오는 공상일 뿐일까? 정치적인 문제에 골똘해 있는 동안 기후 위기와 극단적인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길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미 환경주의자들이 50년 전에 경고했듯이, 우리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전체 생태계와 우리의 집단적 관계에 대해 엄혹한 선택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