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심리학 연구 (책소개)/1.심리학

전쟁의 심리학 (귀스타브 르 봉)

동방박사님 2021. 12. 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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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제1차 세계대전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식민지 쟁탈전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식민지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즈음 경제 발전을 크게 이룬 독일이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면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과연 그럴까? 식민지를 다른 나라에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나라로 정의한다면, 당시에 강국으로 여겨졌던 프랑스와 러시아까지도 독일의 식민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경제적으로 독일에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귀스타브 르 봉의 주장이다. 독일 수출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프랑스와 러시아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독일로서는 번영을 계속 구가할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전쟁을 벌이게 될 경우에 교전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전쟁은 이제 막 영국과 어깨를 겨루게 된 독일에게 어떤 면으로도 이로울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르 봉은 그래서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독일의 지도자들이 범게르만주의라는 사상에 빠져 세계 지배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망상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오류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전쟁의 원인은 절대로 이성적인 것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말하자면, 이성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도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사상이나 망상을 위해 인류가 겪었던 그 많은 전쟁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년 후였지만, 이 책의 결론은 제2차 세계대전에도 그대로 통했고, 앞으로 있을 모든 전쟁에도 그대로 통할 것이다.

목차


BOOK Ⅰ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심리학적 원리들

「서문」 전쟁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다
1장 정서적, 집단적, 신비주의적 힘들과 그 힘들이 국민들의 삶에서 하는 역할
2장 인격의 변형

BOOK Ⅱ 현대 독일의 진화

1장 독일 권력의 등장과 발달
2장 독일 철학자들이 말하는 국가 개념. 독일 철학자들의 역사 해석
3장 독일의 경제적 진화
4장 현대 독일의 사고방식

BOOK Ⅲ 전쟁의 간접적 원인들

1장 전쟁의 경제적, 정치적 원인들
2장 민족 간의 증오
3장 독일의 공격적 태도-보복 이론
4장 신비주의적 영향들이 전쟁의 기원에 끼친 영향. 헤게모니라는 이상

BOOK Ⅳ 전쟁의 직접적 원인들

1장 오스트리아의 최후통첩과 일주일의 외교적 대화
2장 영국이 처음에 이 전쟁에 대해 품었던 반감
3장 영국 내의 감정 변화
4장 외교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러시아, 프랑스가 한 역할
5장 대중의 감정이 전쟁의 기원에 끼친 영향
6장 3국 황제의 의지가 한 역할
7장 누가 전쟁을 원했는가?
8장 독일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에서 제시된, 전쟁 원인에 관한 의견

BOOK Ⅴ 전투에 작용하는 심리적 힘들

1장 전쟁 방식의 변화
2장 전쟁이 불러일으킨 감정들, 새로운 인격들의 출현
3장 군인들의 용기: 그 기원과 형태
4장 무력 충돌의 기원에 관한 통찰력 결여와 심리적 오류의 결과
5장 심리적 오류에서 비롯된 전략적 오류

BOOK Ⅵ 독일의 전쟁 방식에 나타난 심리적 요소들

1장 독일식 전쟁 방식의 심리적 바탕들
2장 독일군 참모본부가 정한 원칙의 적용. 방화와 살육, 약탈
3장 독일식 전쟁 방식이 중립국의 감정에 끼친 영향

BOOK Ⅶ 알려지지 않은 양적 수치들

1장 현대전의 즉각적 영향
2장 전투에 관한 묘사의 불명확성
3장 마른강 전투에 관한 가설들
4장 평화 문제

결론
 

 

저자 소개 (2명)

저 : 귀스타브 르 봉 (Gustave Le Bon)
 
프랑스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르봉은 의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다 사회심리학으로 영역을 넓혀간 학자이자 사상가이다. 일찍이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아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덕분인지 유럽·아프리카·아시아 각국을 수시로 여행했고, 이 해외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민속학·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의사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한 르봉은 파리 코뮌과 제3공화정의 혼란 속에서 대중사회의 문제를...
 

역 : 정명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부, 국제부, LA 중앙일보, 문화부 등을 거치며 20년 근무했다. 현재는 출판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타임: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노베르토 앤젤레티)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민족 간의 증오는 그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정서적일 뿐이고 합리적인 요소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국제적 충돌에서 그 힘이 극도로 강해진다. 이 증오 앞에서 다른 감정들은 맥을 못 춘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프랑스인들이 국내적으로 느끼고 있던 정치적, 종교적 증오는 침략자를 향한 증오에 묻혀 버렸다. 영국도 아일랜드와 내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갈등도 침략자를 향한 증오에 묻혀 버렸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나키스트와 혁명가들이 독일의 침략 앞에서 열렬한 왕권 지지자로 바뀌었다. 만약 독일인들이 이런 심리학적 원리를 알았더라면,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영국과 프랑스의 국내 불화를 성공의 요소로 꼽지 않았을 것이다.”

“이성은 집단적인 정신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집단적인 정신은 집단적 논리의 지배를 받으며, 이 논리는 엄격히 집단적인 정신에만 적용된다. 지적으로 보면, 집단적인 인간이 언제나 개인적인 인간보다 열등해 보이지만, 감정의 영역에서는 집단적인 인간이 개인적인 인간보다 탁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군중이 고마움 같은 일부 감정을 모를지라도 이타심과 공공복지에 대한 헌신, 심지어 영웅심처럼 실천하기 어려운 다른 감정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 합류하는 경우에 평균적인 인간의 힘은 커지는 반면에 탁월한 인간의 힘은 약해진다.”

“현재의 전쟁은 이성과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역사 속의 전쟁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전투는 이성의 도움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이성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이유는 이성이 단순히 신비주의적, 정서적 충동에서 비롯된 필연을 보완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이성은 주인이 아니고 노예이다.”

“집단적인 의견은 너무나 빨리 아주 강한 힘이 되고, 그렇게 되면 그 힘을 창조한 사람들마저도 더 이상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사건들을 근거로 논쟁을 벌이지 않고, 자신들이 사건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근거로 논쟁을 벌이며, 정치인들의 생각은 현실과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대체로 보면 단순히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전시에는 심리적인 요소들이 물리적인 요소들의 영혼이 된다. 말하자면, 모든 물리적인 요소들은 최종적으로 심리적인 힘들에 지배당하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문명의 진보가 인간의 지능을 발달시킴으로써 인간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우리의 큰 실수였다. 그런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억제가 일부 민족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야만성을 부분적으로 감추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위장일 뿐이다. 사회적 억제가 제거되기만 하면, 바로 그 순간에 야만성이 다시 나타난다.

그 야만성은 무식한 사람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은 계층에서도 다시 나타난다. 성격과 지능이 서로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고, 교육이 감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대단히 적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야만성이 모든 계층에 다시 나타나는 이유는 쉽게 이해된다.”

“합리적인 어떤 진리가 정서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기원을 가진 망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대량 살해와 파괴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십자군 운동에서부터 종교 전쟁까지, 오늘날 힘이나 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사상의 승리를 위해서 세상이 초토화되었다. 망상은 세월의 무게 외에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그것이 바로 망상이 언제나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게 되는 이유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