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쟁연구 (책소개)/7.국가정보기관

남산의 부장들

동방박사님 2022. 2. 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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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앙정보부 18년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조명하는 책

이 책은 한국 중앙정보부(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사를 들추어낸다. 의미심장하게도 과거는 현재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MBC 경영권, 민청학련 등 과거사 문제는 ‘중앙정보부의 시대’에 씨가 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햇빛과 달빛 아래 움직였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빚어낸 신화적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가 떠난 지 33년이 흐른 오늘날, 박정희 시대라는 거대한 쓰나미의 여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의 그늘에 갇혀 있다. 그 박정희 시대는 중앙정보부가 열었다. 3선개헌, 유신, 정치공작, 이권배분, 심지어 여색관리까지. 그리고 마침내 10.26 암살로 그 시대를 닫아버린 것도 정보부였다.

이 책은 과거가 결코 죽지 않았음을,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의 미래까지 지배함을 웅변한다.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돼 한국으로 부임하는 외교관, 상사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20년 만의 개정 증보판을 위해 등장인물 176명에 대한 2012년 현재의 상태를 인명사전 형식으로 정리해 권말부록으로 담았다. 주요 사건과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2012년 현재 종합적으로 정리된 시각을 본문과 권말 부록에 반영했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 18년을, 1961년 5.16 쿠데타의 아침에 전두환 대위의 등장으로 펼쳐 보인다. 그리고 종국에 1979년 박정희가 살해되고 전두환 장군이 10번째 정보부장으로, 박정희의 후계자로 등장하는 팡파르로 끝을 맺는다. (중략)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옆에 있음을 웅변하는 과거사 백과, 정치인물 백과이기도 하다.

 

목차

화보
개정 증보판 서문
이 책의 의미
추천하는 글
프롤로그

[1부]

1장 김종필, 남산에 양산박 세우다

5·16 아침 전두환 나타나다
이후락의 핀치, 그리고 찬스
정보부법은 헌법보다 세다
혁명의 액션그룹-암행어사들

2장 전-노 11기의 63년 쿠데타 음모
‘45일 천하’ 장도영과 노태우 대위
JP 오히라 메모의 한일회담 진상
남산 ‘정치사령부’ 공화당 만들다
2대 부장 김용순 45일 겨우 재임에 끝나다
김재춘 3대 부장과 8기생 수난
육사 11기, “JP계 40명 잡아 가둔다”

3장 대통령의 칼, 김형욱 정보부
뚝심의 ‘돈까스’, 남산공화국 재편
김형욱·이후락의 김재춘 자민당 분쇄작전
한일협정 반대 6·3사태와 비극의 인혁당
윤보선 후보 당선되면 사살하라
윤필용 방첩부대의 ‘테러 충성’
피스톨 박의 완력과 도청 솜씨
김대중, 정보정치 폭로-남산과 맞서다
김형욱, 반 JP 칼을 뽑다
김재규와 손잡고 JP 밀어내다
“국회 똥 뿌린 김두한 배후는 JP” 모함
정보요원은 부장의 관심사 써 올린다

4장 피 묻은 3선 개헌, 대가는 해임
가자! 헌법 고쳐 3선 고지로!
후계 물망 JP 철저히 짓밟으라-복지회사건
권총 들고 관리한 군납이권의 행방
김영삼, 개헌 반대하다 초산 테러당해
세 야당의원 매수, 개헌대열 세우다
김형욱·이후락, 개헌의 희생양 되다
“오세응 죽여” 명패 들고 설친 김형욱
자리도 돈도 총도 뺏긴 불귀의 망명길

5장 남산골 샌님 김계원과 요화 정인숙
“김형욱처럼 안 패도 돼. 남산 맡아!”
진산 공략은 김계원도 김성곤도 떠맡아
3공의 요화 정인숙의 치맛자락
정인숙 수첩은 3공 요인 백서였다
‘대사’ 유진산 당수의 절묘한 폭로술
김상현 “정 여인, 대통령이 관계…” 대파란
애욕의 여인이 명시〈오적〉을 낳다

6장 배꼽 아래 인격 있나? ‘궁정야화’
정 여인 사건, 끝없는 파문-겸직 파동까지
정인숙, 한일 간 2천억 소송 유발했다
궁정동 드나든 여인 백 명도 넘는다
1974년 육 여사 사후 ‘채홍 충성’ 불붙어
죽은 정인숙이 김대중 신변 지켰다

7장 정치공작 사령부와 선거판 여우
공작특명 “진산을 대권후보로 세우라”
DJ 돌연 후보로 ‘진산 후보’ 공작 물거품
김형욱, 권토중래 노려 DJ 밀었다
“선거판의 여우 엄창록을 포획하라”
정보부, ‘엄창록 선거전략’ 책 펴내
‘DJ의 제갈공명’엄창록, 투표 직전 사라져
‘반혁명’ 추방당한 강영훈·박정희의 화해
4성장군의 추락엔 날개도 없었다

8장 이후락·김재규·윤필용의 충성경쟁
청와대로 초밥 진상한 이후락 주일대사
HR 정보부의 3김 운명감정과 역학 판단
71년 대선자금 예산의 1할 600억 썼다
DJ ‘예비군 폐지’ 공약에 ‘안보 위기’ 맞불
박정희의 승부수 ‘마지막 출마’ 카드
김재규 보안사, 간첩 발표로 대선 거들어
윤필용과 김재규, 철천지원수 된 사연
정보부와 지역감정 딛고 3선 고지에

9장 HR의 괴력과 스위스 비밀구좌
야당 공천 주무른 HR 정보부의 괴력
“8대 국회, 이거 시끄러워 오래 갈까”
스위스 비밀은행 맡긴 정치자금은 얼마?
HR이 챙긴 ‘떡고물’ 194억 원

10장 “이부장 선생, 영웅이십니다”
HR 평양 밀행의 내막
청산가리 움켜쥐고 평양 3박 4일
“청와대 습격 뒤 정찰국장 철직시켰다”
김일성은 지금도 폭격 노이로제
4인 체제, HR 덫에 걸려들다
박정희-SK의 진검 승부, 4·8항명
공화당 의원 23명, 벌거벗고 매맞다

11장 암호 ‘풍년사업’ 밀실의 유신공작
궁정동 유신공작과 유기천의 폭로
8·3사채 동결과 김형욱의 손재
최형우의 폭로와 보안사의 고문
박정희 “유신헌법, 뼈 없는 어묵됐다” 불평
유신 지지 각서 쓴 야당 의원들
‘99.99% 찬성’한 유신 대통령
너무 높이 오른 용 HR의 후회
윤필용의 나락과 하나회의 시련
하나회 장교들의 반격과 강창성 함몰

[2부]

화보

12장 “김대중을 납치하라” 극비지령
동경 팔레스호텔의 6인조 납치범
납치 요원과 용금호의 비밀
그레그 대사 “나는 그를 두 번 살렸다.”
은폐 본부가 된 납치사건 수사본부
김동운의 지문과 한일외교 분쟁
하비브 대사 ‘HR 정보부의 납치’ 단정
납치사건이 육 여사 피격 불렀다

13장 HR의 삼십육계 줄행랑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의 미스터리
HR 목조른 가짜요원 구타사건
육 여사가 보낸 암행어사의 진상규명
바하마 휴양지서 박정희와 귀국 협상

14장 신직수 정보부, 유신수호 칼 뽑다
박정희 “난 경제, 안보는 정보부가 맡아”
긴급조치라는 이름의 미친 법
현상 붙은 사나이 이철·유인태의 도주
파출소장 이마에 권총 겨눈 중정 국장
검사 앞의 전기고문-인혁 8명 형장 이슬로
살인법정 ‘사형 14명, 무기15명’ 구형
강신옥 변호인, 피고석에 서다

15장 “일본과 외교 끊고 동경 폭격하라”
육영수 피격사건, ‘도쿄 폭격론’ 대두
경호실장 피스톨 박, 14년 세도 끝
박정희 사로잡은 정주영 그리고 차지철
김영삼, 차지철 실장 공작 이겨 총재 되다
기밀 누설로 지하실 끌려간 노신영
야당의원 10여 명의 고문폭로대회

16장 김영삼, 함정에 빠지다
광고주 목 졸라 저항신문 못 내게 해라
공산주의자로 ‘개조’된 시인 김지하
남산의 박선호 감찰팀 도청하다 파면
김옥선 파동과 함정 빠진 YS 위기
사설 정보대장 이규광, 정보부장 노렸다

17장 “개성 뺏고 연백평야까지 민다”
포항석유 시추 맡은 정보부와 산유국 꿈
두 4성 장군, 박희도 준장 찾아가 특공 밀명
공수단 특공대 도박과 스틸웰 분노
김형욱 피해자 임선하장군의 한많은 사연
김형욱 골프 스승 김성윤 프로의 역경

18장 코리아게이트와 ‘시한폭탄 김형욱’
이후락 업고 박종규 뒤엎은 장사꾼 박동선
꼬리 잡힌 박동선과 로비스트 김한조
요원 김상근 망명과 8대 부장 김재규 취임
내분, 배신, 밀고, 흔들리는 중정
김재규와 김형욱의 회고록 협상

19장 혁명도 유신도 총성에 쓰러지다
김재규의 청구동 JP 가택수색
차지철 하기식 제병 지휘한 전두환 차장보
국회 요직은 차 경호실장이 배치했다
차 실장이 남산 3국장 일을 다 하고 있다
롯데호텔 낮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미 정상회담 중간에 보따리 싼 카터
김재규 태운 차 멎고 뒤집힌 괴변

20장 전두환 인사과장, 부장 되어 돌아오다
풍비박산 남산간부 서빙고 갇히다
권위지 ‘노랑 신문’ 끊기다
전두환 소장의 김상현 위협
정승화가 잡으면 10년이나 기다려야…
이희성 “군이 정권 잡으면 역적”
전두환 ‘대권각본’ 밀어붙이다

10대사건
인명사전
후기
 

저자 소개 

저 : 김충식
가천대학교 교수(언론영상광고학과)로 일본 게이오대학(慶應大學)에서 법학박사학위(미디어 저널리즘 전공)를 받았다. 1977년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30년간 뛰었으며,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 정당, 청와대, 외무부를 출입했다. 현장기자로서 금단의 성역이었던 중앙정보부, 즉 KCIA(Korea 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심층 해부한 《남산의 부장들》을 펴내 큰 반향을 ...

책 속으로

우리에게 박정희는 진정 무엇인가?

스마트 미디어, SNS시대에 박정희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반세기도 지나버린 1961년의 군사쿠데타로 시작된 그의 18년 통치는 1979년에 끝났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3년이 흐른 오늘날, 박정희 시대라는 거대한 쓰나미의 여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기도 하고, 한편으로 과거사에서는 ‘최악의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듣는다.

그러한 박정희의 ‘빛과 그림자’는 다시금 반세기가 가버린 오늘 2012년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좌우하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삶을 이끌어갈 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여러 권위 있는 언론들이 그렇게 보도하고 있다.

박정희의 장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여권의 대선주자로 질주하고 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의 후광이 가장 크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친박연합’이라는 정치결사는 박정희의 사진을 내걸고 분전했다. 새누리당에서 한사코 무관하다고 손사래 치는데도, 옛 추억의 정치자산을 놓고 적손과 서얼이 갈려서 다툰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의 그림자가 넓고 두텁다는 증거일 터이다.

나는 정확히 20년 전, 이 《남산의 부장들》 서문 첫 줄에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의 그늘에 갇혀 있다”고 적었다. 앞 부분만 다시 그대로 옮겨본다.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
좋든 궂든 그것은 1990년대를 살며 다음 21세기를 내다보는 우리의 숙명이요, 제약일 것이다. 박정희의 경호실을 거친 전두환, 노태우 장군은 12년째 후계 대통령이다. 5.16 동지인 김종필 씨는 지금 집권 민주자유당의 대표 최고위원이다. 박이 배척했던 김영삼, 박이 미워한 김대중은 모진 박해를 뚫고 살아남아 1990년대까지 여야를 이끌고 대권을 겨룬다. 그가 키운 사업가 정주영은 대통령후보로 나서 ‘정권창업’을 노리고 있다.

그 박정희 시대는 중앙정보부가 열었다. 3선 개헌, 유신개헌의 견인차도 정보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10?26암살로 그 시대를 닫아버린 것도 정보부였다. 안보파수꾼·외교주역에서부터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징수, 미행, 도청, 고문 납치, 문학·예술의 사상평가, 심지어 여색 관리, 밀수, 암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올마이티(almighty)의 권력중추였다.
그래서 중앙정보부의 역할에 눈감은 채 박정희 시대를 말하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또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3 군벌과 재벌의 정치적 영향력의 본질을 설명할 길도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나는 2년 2개월 동안 매주 나 자신과 싸우며 《남산의 부장들》을 써왔다.
(1992년 11월11일)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둔 그 시절에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이 겨루었다. 두 김씨는 박정희의 라이벌, 그리고 정주영은 박이 키워낸 재벌 대표. 1992년에 김영삼이 먼저 이겼고, 뒤이어 김대중도 천신만고 끝에 1997년 대통령이 되었다. 정주영은 뜻을 펴지 못하고 운명했다. 두 김씨 휘하에서 자란 노무현이 2002년 대권을 차지했고, 그리고 정주영 문하의 이명박이, 박정희 시대에 청와대 구내 토목공사를 진두지휘하던 건설업자 이명박이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이제 다시 박정희의 딸이 맨 앞줄 번호표를 움켜쥐고 2013년 청와대 입성을 벼르고 있고, 노무현의 운명적 친구 문재인이 안철수와 손잡고 거기에 맞서고 있다.

우리 정치는 실로 박정희로부터 몇 발자국이나 전진한 것인가?
개정 증보판 서문을 적는 이 순간, 나는 기이한 역사의 인과와 섬뜩한 데자부에 전율한다. 2012년에 명멸한 파워엘리트들도 이 책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에 대항했던 이재오, 김문수는 ‘박정희 정권 타도’를 외치던 재야투사들이었다. 역시 박근혜에 예선 도전장을 던졌던 정몽준은 정주영의 아들, 그리고 임태희는 박정권, 군사정권시대의 ‘양아들’이자 총아인 하나회 출신 권익현의 사위이다.
민주당 후보 문재인도 유신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제적당했던 경희대 학생, 그리고 ‘반항 정객’ 노무현의 막역지우로 정치에 데뷔했다. 민주당 대표인 이해찬은 박정희 유신정권에 반기를 들고, 박정권의 계승자인 전두환 정권 때는 육군교도소에 갇혔던 열혈투사였다. 손학규도 반유신의 기수로 도피생활을 했던 대권주자이다.

나의 《남산의 부장들》기획을 1990년에 채택한 분은 동아일보의 김중배 편집국장(1991년 동아일보를 떠나 한겨레신문 사장, 문화방송(MBC) 사장 역임)이다. 엄혹한 환경에서도, KCIA를 파헤친 이 책이 빛을 보게 된 것은 한마디로 그 분의 결단 덕분이다. 그 김중배 선배는 얼마 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문명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박정희의 딸, 새누리당 후보가 앞장서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대단한 역사의 아이러니다”고 하셨다. 나는 피맺힌 과거사 논쟁이 뜨거운 대선 국면, 이 서문을 적는 이 순간에, 다시금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던 E. H. 카(영국 역사가)의 말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 대부분은 내가 햇수로 30년을 몸담았던 일터, 동아일보사의 김재호 사장이 흔쾌히 게재를 도와 준 것이다. 지면을 빌어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이 개정 증보판은 교보문고 김성룡 사장(현 이사회의장)이 지난 5월, “《남산의 부장들》은 언론사적인 자산인 만큼, 전자책으로 되살려보자”고 권유한 데 힘을 얻어 내게 되었다. 그리고 “전자책만으로는 부족하니, 페이퍼북을 내겠다”고 선뜻 나선 폴리티쿠스의 김현종 사장, 그리고 정소연 팀장을 비롯한 편집진의 정성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소설가 장정일 선생은 1993년에 그분의 역저 《독서일기》에 쓴 독후감을 기꺼이 이 책의 개정증보판 추천의 글로 쓰도록 허락해 주셨다.

2012년 11월11일 광화문에서
김 충 식
---「서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중앙정보부 18년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조명하다
전두환 대위가 중정 인사과장에서 부장, 대통령되기까지
1992년 출간 즉시 52만 부 판매, 2012년 개정 증보판 [화보 30페이지 삽입]


작가 이병주(작고)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이 책은 한국 중앙정보부(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을 파헤친 정사이다. 의미심장하게도 과거는 현재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12월의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MBC 경영권, 그리고 인혁당 8명의 비극적인 죽음과 민청학련 등 과거사 문제는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그 씨를 뿌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옛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우리 삶의 구조와 그 내력을 밝히고 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박정희와 김종필은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본떠 한국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의 아이디어와 권유에 힘입은 것이긴 했지만, 운용은 전혀 달랐다. 한국의 중앙정보부는 북한동향을 감시하고, 국내의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차단, 탄압, 단속하는 것을 주요 업무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 징수, 미행, 도청, 고문, 납치 심지어 대통령의 여자관리까지 도맡아서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한 저널리스의 목숨 건, 집요한 추적기다.

책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의 첫날 전두환 대위가 육군본부에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울대 ROTC 교관으로 있던 전두환은 군사쿠데타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뚜막에 오르는 고양이처럼 홀연히 사태의 한복판에 등장한다. 전두환은 육사생도를 이끌고 5.16쿠데타 지지의 선봉에 선 이후, 18년 동안 박정희의 돈독한 신임을 바탕으로 대위에서 소장으로 승진하고 군부의 최대사조직인 하나회의 회장으로 군림했다. 선배 별들로부터 예우를 받고, 심지어 사단장시절에는 여당 국회의원조차 그의 승용차에 굽실거리며 경례 하기도 했다.

전두환 장군은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사망하던 1979년에는 국군 보안사령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리고 시해범 김재규를 처단하고, 중앙정보부장을 스스로 꿰어 차고, 박정희의 후계 대통령으로 나아간다. 박정희는 총으로 집권했고, 전두환은 그의 ‘양아들’로 통했다. 박정희가 1979년 10.26 총으로 암살당하고, 전두환은 유신정권의 ‘양아들 정권’인 5공을 열게 되는 역사의 수미상응을 조명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이다.

친박 박근혜 vs 반독재투사 과거사의 뜨거운 충돌과 반목

박정희 18년의 정치와 사회가 어떤 운동법칙으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움직였는지를 증언하는 이 책은 흘러간 현대사의 그림자가 아니다.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는 숱한 간첩단 사건, 반국가단체 사건을 발표했는데 실상 그 중 상당수는 정권 도전 세력, 민주주의 회복 세력을 탄압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주역들, 가해자와 피해자는 지금도 이 땅에 충혈된 눈으로 갈등하며, 반목하고 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예로 들자면, 이해찬(전 국무총리)은 민주화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문재인은 1975년 경희대 법대학생(총학생회 총무부장)으로 유신반대 데모를 주동하다 제적당하고, 공수부대에 복무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노무현(전 대통령)의 친구가 되고, 오늘날 정치일선에 나서게 되었다. 민청사건으로, 정동영(전 대통령후보, 통일부장관역임)은 두 달간 구속영장도 없이 수감돼 있다가 기소유예, 김근태(전 보건복지부장관)는 배후조종 혐의로 수배됐다. 손학규(전 경기지사) 역시 마찬가지. 장영달(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7년 선고에 7년 복역, 유인태(전 정무수석)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4년 복역 후 출소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전 문화재청장)은 7년 선고에 1년 복역, 이강철(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가장 무거웠다. 15년 선고에 8년을 복역했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 초기부터 정보부와 격돌하며 선거에서 승리해나가더니 결국은 중앙정보부의 오판 속에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결국 그는 이후락 정보부장의 지시에 따라 일본 도쿄에서 납치된다. 김영삼도 마찬가지. 정보부는 일찌감치 대찬 야당의원 김영삼의 승용차에 초산을 끼얹는 테러를 했다. 1979년에는 야당 총재 김영삼에 대한 ‘처리’ 방안을 놓고 김재규의 정보부와 차지철의 경호실이 치열하게 다투더니, 마침내 10.26박정희 암살로 폭발하고 말았다.

지금도 흔적이 뚜렷한 공작정치,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

박정희를 제외하고는 권력자라 해도 정보부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정보부는 이 기관의 설계사이고 건축가였던 김종필에게도 가혹했다. 김종필은 박정희 임기 중 세 번이나 가택수색을 당했다. 미행과 도청도 당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은 퇴임 후 1979년 파리에서 중정에 의해 살해되었다. 2012년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인 박근혜도,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시절에는, 중앙정보부와 사정권에 놓여 있었다. 박근혜는 어머니 육영수여사가 피격된 이후 목사를 자처하는 최태민 문제로 중정의 보고 대상이 되었다. 대통령 박정희는 이 스캔들의 조사를 중앙정보부에 지시했고 나중에는 조사 담당자, 최태민 등 관계자들을 '친히' 대질신문했다. 정보부가 강압으로 빼앗아 만든 것이 정수장학회 뿌리이며, 정보부가 인혁당 8명의 사법적 살해를 주도했지만, 2012년 오늘날 대통령 후보 박근혜에게 따라다니는, 결코 과거가 아닌 현재적 명제들이다.

정보부의 파워는 경제계 재계에도 절대적이었다. 미8군 군납이권은 정보부가 관리했고, 차관업체 선정에도 힘을 발휘했다. 박정희의 경제계 프리토리언(친위대)인, 현대그룹의 창시자 정주영은 권력 실세나 장군들에게 ‘집 한 채 지어주겠다’며 접근해 요인들을 함락시키고 말았다. 정경유착의 인연은 훗날 경제인 정주영의 대통령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쌍용그룹의 창업주인 김성곤은 박정희에게 대들었다가 정보부에 끌려가 콧수염이 뽑히고 매질을 당하는 치욕을 겪었고, 한화그룹의 창시자인 김종희와 동생 김종철 또한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앙정보부는 외교, 안보도 주물렀다. 김종필 1대 부장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회담을 주도했다. 일본 외상 오히라와의 비밀메모로 한일협정을 타결해 냈던 것이다. 이후락은 현역 중정부장으로서, 1953년 휴전이후 최초로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고 김일성과 회담했다. 남북 양측의 국력이 팽팽하던 시절에 시작된 남북대화는 인도차이나가 공산화되면서 내부 체제 강화 경쟁으로 이어지다가 파탄이 났다. 70년대 중반의 적화위협에 맞서 주한미군 철수를 막아보자고 나선 대미 로비스트 박동선과 김한조의 배후도 중앙정보부였다.

이 책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여색 행각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 경호실장 등과 갖던 ‘밤의 연회’에 그 당시 달력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던 중앙정보부 과장은 가정 분란이 생겼고, 또 한 사람은 결국 10,26과 함께 총살당했다. 이 책은 저자의 3년여 취재결과이기도 하지만 박정희 정권 당시 동아일보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록해놓은 미공개 취재노트에도 힘입은 바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동아일보는 양심적 비판 언론으로 인정받았다. 저자는 말미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H 카의 말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밝힌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집권여당의 박근혜 후보에 맞서 단일화 동맹을 맺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176명에 이르는 정치파워엘리트 인명사전, 주요 사건일지 신규 수록

이 책은 과거(역사)가 결코 죽어 사라지지 않음을,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의 오늘과 미래까지 지배함을 웅변한다. 1992년 출간 당시 52만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다. 일본에서도 최대의 출판사인 강담사에서 1994년에 번역 출간돼 한국으로 부임하는 주한대사 및 외교관, 특파원 상사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20년 만의 개정 증보판을 위해 등장인물 176명에 대한 2012년 현재의 시점에서 인맥사전으로 정리해 권말부록으로 담았다. 박정희시대 18년의 10대 사건과 쟁점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정리된 시각을 본문과 권말 부록에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