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미술의 이해 (독서)/3.서양미술사

나를 위로 주었던 95개의 명화 : 그림에 젖어

동방박사님 2022. 3. 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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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에게는 그런 그림이 있나요?
마음이 지치고 흔들릴 때 나를 위로해주었던 95개의 명화

그림은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
한 편의 그림이 당신의 지친 마음과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면….


마음이 지치고 흔들릴 때 그 순간을 넘기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힘이 되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을 본다. 그림을 보면서 일상에 녹아든 우울을 털고, 세상의 부조리에서 균형을 찾는다. 말 못 할 고백도 그림에 털어놓고 설렘과 고된 하루도 그림을 보며 얘기한다. 그에게 그림이란 슬픔을 넘어서게 하는‘위로’이자 다시 털고 일어서게 하는‘힘이 되는 존재’이다.

그림처럼 깊은 호흡으로 온전히 나에게 젖어 들게 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그림을 본다는 것은 내면의 깊은 곳까지 잠기어 천천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림은 마음의 문을 여는 안내자가 되어 우리를 쫓게 만든다. 어린 시절의 학교, 친구,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의 짧은 기억, 빡빡하게 굴러가는 현재까지 찬찬히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보러 간다. 그림에 기대어 위로를 찾는다.

이 책은 그림 속에 녹아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보는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림과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저자가 발견한 통찰을 나누며 삶의 방향과 바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슬픔을 넘길 자신만의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마음을 두드리는 그림을 찾아보면 어떨까?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더라도 그림 속 아이의 따뜻한 미소가 당신을 품어주고, 의자에 기대어 앉은 어떤 이의 뒷모습이 편안한 휴식을 줄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그림들이 오늘 수고한 당신에게 괜찮다고 어깨를 다독이며 지친 마음에 든든한 어깨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서문 ‥ 4

PART 1 인생이 막막하고 내 존재가 흔들릴 때
01 선과 면과 색은 고통을 오래 간직하지 말라고 말한다 ‥ 16
02 우리는 너무 시각에 의존해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 18
03 오전 11시 그녀는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 20
04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는 죽음과 같은 공포를 안겨준다 ‥ 22
05 인생이 비스킷처럼 팍팍할 때 찾아온 ‘열네 살’의 여운 ‥ 24
06 사랑과 예술의 완성은 100이 아니라 99와 100 사이 ‥ 27
07 간간이 느끼는 행복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 29
08 시간은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 31
09 과학은 세상의 비밀에 가까워지게 해줄까? ‥ 33
10 나의 이성이 잠들지 않도록 ‥ 36
11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 38
12 슬픔을 넘어서는 위로가 되기를 ‥ 40
13 슬픔과 절망의 순간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 43
14 따뜻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45
15 신이 인간에게 주는 시련은 이토록 잔인해도 되는 걸까? ‥ 47
16 사전은 빙빙 돌려 더 어렵게 말한다 ‥ 49
17 ‘GLOVE’에 담겨 보이지 않았던 말 ‘LOVE’ ‥ 51
18 오케스트라에서 조연인 바순의 중저음이 주는 울림 ‥ 55
19 아버지와 아들,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관계 ‥ 57
20 현실의 신기루와 왜곡들을 보여주는 전망대 ‥ 59
21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미술로 표현했을까? ‥ 61
22 철저한 사실적 묘사로 착각을 일으키는 눈속임 ‥ 63
23 인생은 얻어맞고도 움직이며 나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 66
24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 69
25 샤덴프로이데, 고약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말 ‥ 71
26 악마의 유혹, 파멸로 향하는 질주 ‥ 73
27 100점이나 90점이나 ‘같다’ ‥ 76
28 슬픔이 박제가 되어버린 순간 ‥ 78

PART 2 세상의 어둠과 슬픔을 바라볼 때
29 호시탐탐 노리는 간악한 이들을 미워하련다 ‥ 81
30 사회는 과거의 인물이나 성취를 잣대로 삼곤 한다 ‥ 83
31 우리는 댓글이라는 곤봉을 휘두르며 결투를 벌인다 ‥ 85
32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 88
33 마음속 정의가 흔들릴 때마다 그 눈빛을 기억한다면 ‥ 90
34 보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더 눈이 먼 사람은 없다 ‥ 92
35 스포츠, 변형된 검투장 ‥ 94
36 사회와 시스템은 죽음 앞에서 너무도 쉽게 멈춰 선다 ‥ 97
37 빼앗긴 문화재, 제국주의의 유령 ‥ 99
38 선전의 도구, 상징의 언어가 된 그림 ‥ 102
39 매트릭스, 관조해보거나 그것을 깨뜨리고 나오거나 ‥ 104
40 어쩌면 그림이 글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 107
41 사람들은 진실이 아닌 확신에 대한 환상을 원한다 ‥ 109
42 거장이 소년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교훈 ‥ 112
43 키스의 이면과 이분법적 논리 ‥ 114
44 사회적 무책임과 허무를 생각하며 ‥ 117
45 그림 속 아들의 귀환을 생각하며 ‥ 119
46 사진처럼 순간을 포착해서 더 생생한 그림 ‥ 122
47 프랑스 군대의 폭력을 고발하는 ‘전쟁의 참화’ ‥ 124
48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 127
49 자신이 누리는 행복을 들여다 보세요 ‥ 129
50 어느 집이든 그림 같은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 132
51 소풍 바구니 속에는 슬픈 현실이 없기를 ‥ 134
52 나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 136
53 미국 사회에 깊게 내재해 있는 인종 간의 편견 ‥ 139
54 가족의 슬픔을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에게 ‥ 141

PART 3 잃어버린 꿈과 희망이 그리운 순간에
55 이상과 현실 무엇을 좇아야 할까? ‥ 144
56 때때로 행복한 순간에 차오르는 불안한 생각 ‥ 146
57 어떤 편지는 휴식과도 같음을 믿는다 ‥ 149
58 움켜쥔 사랑과 행복을 놓지 말기를 ‥ 153
59 연대, 희망의 다른 이름 ‥ 156
60 같은 날 입대한 친구에게 ‥ 158
61 나의 두 조카를 생각하며 ‥ 161
62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히 자라기를 바라며 ‥ 163
63 당신을 설레게 만드는 그녀의 초상 ‥ 165
64 눈물, 어쩌면 약간의 손짓만으로도 ‥ 168
65 이 그림이 더 사랑스러운 이유 ‥ 170
66 그는 그녀에게 원하는 대답을 들었을까? ‥ 172
67 바흐의 집착은 인정할만하다 ‥ 175
68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렬하게 연인들의 영혼을 결합시키다 ‥ 177
69 삶은 희망이 끝나는 곳에서도 다시 이어진다 ‥ 180
70 간절했기에 너무나 역설적으로 보여준 귀환의 순간 ‥ 183
71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 186

PART 4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림이 전하는 우주
72 우리는 보이지 않는 빨간 실로 연결되어 있다 ‥ 190
73 인생의 회전목마는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 192
74 기억에서 사라질 때 완전한 죽음을 맞는다 ‥ 196
75 영화관보다 극장이란 단어를 더 좋아한다 ‥ 199
76 어떤 날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 201
77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은 잠든 채로 있다 ‥ 203
78 음식을 통해 인연을 가꾸고 마음을 더하다 ‥ 207
79 서양화 속 일본풍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 211
80 사랑하는 나의 조카에게 ‥ 213
81 출근길에 마주치는 그녀를 떠올리며 ‥ 216
82 신윤복이 현대 화가로서 미인도를 그린다면 ‥ 218
83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었다 ‥ 221
84 그로테스크한 형상 때문에 수모를 겪어야 했던 작품 ‥ 224
85 동심의 세계를 들여다 보다 ‥ 226
86 하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230
87 그분들의 거룩한 삶을 알게 되었다 ‥ 233
88 ‘하얀거탑’의 장준혁 과장에게 ‥ 235
89 아름답고 평화로웠다고 말하고 싶다 ‥ 238
90 친구의 아내이자 그림 속 모델과 결혼한 화가 ‥ 240
91 저랑 같이 미술관에 가실래요? ‥ 243
92 그녀를 아니 나의 삼촌을 응원하며 ‥ 246
93 우리나라의 화가들, 카탈로그 레조네가 필요하다 ‥ 249
94 사랑에 갇힌 천재 조각가의 삶 ‥ 251
95 나의 검정이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면 정말 좋겠다 ‥ 253

 

저자 소개

저 : 손수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중에 ‘성경이 있는 정물’이란 게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화가의 자화상이나 풍경화가 아니라서 그리 유명한 작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그저 스쳐봤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빈센트 반 고흐에 관련된 책을 읽었을 때 그 그림의 유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목사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조용히 아버지의 방에 들어간 화가는 아버지가 내내 읽으셨던 성경을 그린 것이라고요. 부모의 기대...
 

책 속으로

초등학교 1학년 첫 미술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내 그림에 검정을 너무 많이 칠했다고 하시며 그러면 칙칙해져서 안 좋다고 말씀하셨다. 내 얼굴은 점점 빨갛게 익어가다가 스케치북 속의 검정처럼 변했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검정을 칠했을 뿐인데 말이다. (…) 세월이 흘러 이런 나를 위로해준 것은 피에트 몬드리안이었다. 그의 추상화는 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어루만져줬다. 그림의 선과 면과 색은 내게 말했다. 고통을 너무 오래 간직하지 말라고. 그리고 세상은 다 그러하니 그저 쉽게 살라고. 그림을 보는 내내 검정의 네모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 p.17, 피에트 몬드리안 「구성 A: 검정, 빨강, 회색, 노랑, 그리고 파랑의 구성」 중에서

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바다에서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산을 오른 이 방랑자는 대자연을 앞에 두고 당당한 뒷모습을 보이지만 다소 고독해 보인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 선택의 순간이 떠오른다. 매사 많은 선택을 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아주 큰 두 갈래의 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말이다. 그럴 때는 그림 속 남자처럼 고독해진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바다 위에서 어떠한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 p.39,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중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는 조연이나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일 것이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내가 연출하는 연극은 스스로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사람의 연극에서는 그저 등장인물 1이나 22일뿐인지도 모른다. (…) 바순 연주자 또한 자기만의 인생이나 음악에서는 주인공인데 관람자들은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바순 연주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악기의 연주자들도 자신의 인생과 음악에 임하며 주인공으로서 진지하게 연주하고 있다. 앞에 놓여있어 이목을 끄는 화려한 악기든 뒤에서 묵묵히 받쳐 주는 악기든 오케스트라의 모든 선율이 조화를 이루어야 음악이 완성되듯이 인생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싶다.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조연혹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따름인 인생이란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의 중저음을 주의 깊게 들어본다.
--- p.56, 에드가 드가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중에서

조지 벨로스가 그린 이 작품은 역동적인 순간을 포착해 역사상 가장 유명한 권투 그림으로 남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빌 콘티의 그 유명한 음악 ‘Going The Distance’가 흘러나오면 권투선수처럼 주먹을 움켜쥐게 되더라. 음악의 제목은 권투에서 마지막 라운드까지 싸운다는 뜻으로 그야말로 승패를 떠나 권투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록키’의 명대사처럼 말이다. ‘인생은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릴 수 있느냐가 아니다. 얻어맞고도 계속 움직이며 나아갈 수 있느냐다.’ 조지 벨로스의 그림을 다시 보니 이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 p.67-68, 조지 벨로스 「뎀시와 피르포」 중에서

초등학교 때 첫 받아쓰기 시험이 생각난다. 선생님께서는 열 문제를 내셨는데 열 번째 문제가 ‘갔다’였다. 아마도 선생님은 받침 부분에 쌍시옷의 활용을 제대로 구사하라는 취지에서 시험 문제로 내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같다’라고 답을 적었고 결국 그 문제를 틀려 90점을 받았다. 지금 같으면 선생님의 발음이 ‘갔다’와 ‘같다’가 같지 않냐고 따져라도 봤으련만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담임선생님은 얼마나 지엄한 존재였겠나. 9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하굣길의 기분이 지금도 또렷하다. (…)
같다’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소환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인 어린 나에게 가만히 속삭여주겠다. 90점도 잘한 거라고, 100점이나 90점이나 ‘같다’라고.
--- p.77, 얀 스테인 「학교 선생님」 중에서

사무엘 페피는 자신의 일기에 흑사병이 휩쓸고 있는 1665년의 런던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안에는 마지막 남은 딸을 살리기 위해 창문 밖의 다른 이에게 딸을 건네는 슬픈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는 다른 자식들을 잃은 집 안이 더는 안전하지 않고 자신들 또한 병균에 전염됐다고 생각한 것일 테다. 200년도 더 지나 프랭크 톱햄은 그 일기를 토대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순간적으로 영원하다. 슬픔의 순간이 이렇게 박제되 어버리는 것이야말로 그림이 가지는 위대함이자 동시에 저주일 것이다.
--- p.79, 프랭크 톱햄 「1665년 런던에서 흑사병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다」 중에서

1875년에 그려진 아름다운 초상화의 주인공은 여덟 살의 아델핀 르그랑이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화가를 약간 비스듬히 보는 시선이 사랑스럽다.(…) 나는 예쁜 아이를 그린 그림을 보면 이 아이가 큰 시련 없이 잘 컸을지 걱정되곤 하더라. 화가의 위대한 필치로 캔버스에 박제되어버린 아이의 아름다움이 왠지 불행한 미래의 전조 같아서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내 불길한 예감과 달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93년에 아델핀 르그랑의 결혼식에까지 참석했다는 기록을 보아 그녀는 큰 어려움 없이 잘 성장했고 그녀의 가족 또한 화가와 계속해서 친하게 지낸 듯하다. 괜히 안도감이 들어서 나는 이 그림이 더 사랑스럽다.
--- p.171,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르그랑 양의 초상」 중에서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죄수들을 실은 기차가 간이역에서 잠깐 정차한 사이 아이가 빵조각을 비둘기에게 주고 있다. 그 빵은 죄수들에게 목숨과도 같은 것이겠지만 사람들이 흐뭇하게 보는 게 인상적이다. 니콜라이 야로센코는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그림을 보니 제목을 정말 잘 붙인 것 같다. 삶은 춥고 배고픈 곳에서도, 그리고 희망이 끝나는 곳에서도 어디에서나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반대쪽 쇠창살을 바라보는 남자가 되어 마음속으로 작게 다짐해본다. 춥고 배고픈 시베리아에서 내 마지막 빵을 이 아이에게 양보하겠다고. 다 떨어진 구두라도 더 헐벗은 소녀에게 건네겠다고. 그렇게 한다면 내 삶이 어디에 있더라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그 가치로, 그리고 사랑으로 살아간다.
--- p.181-182, 니콜라이 야로센코 「삶은 어디에나」 중에서

운전석 옆자리에 있는 장미 꽃다발을 바라보며 찢어지는 가슴을 살짝 어루만져본다. 나무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찍어봐야겠지만 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니얼 월리스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에서 이완 맥그리거는 한눈에 반한 여자가 황수선화를 좋아한다는 말을듣고 그녀에게 청혼하려고 하룻밤 만에 황수선화 밭을 만드는 환상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르크 샤갈의 생일인 7월 7일에 황수선화를 사이에 두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볼까 한다. ‘시간이 괜찮으면 저랑 같이 미술관에 가실래요?’
--- p.245, 마르크 샤갈 「생일」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하는 책

그림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삶에 관한 질문들이 담겨있다. 결국 그림을 본다는 것은 삶에 대한 관찰이자, 나에 대한 관찰이기도 하다. 커다란 액자 속에 담겨있는 그림들은 우리의 생각과 말문을 틔워주고 오롯이 나에게 잠길 수 있게 하는 안내자이다.

저자는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림을 보러 간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95개의 그림과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저자가 명화 속에서 얻었던 위로와 감동, 삶의 발견을 전하고, 그가 그랬듯 지친 누군가에게 한 점의 그림이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 주기를 바라고 있다.

〈1장 마음이 막막하고 내 존재가 흔들릴 때〉에서는 나, 삶,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에 관한 질문과 철학적 고민을 전한다. 〈제2장 세상의 어둠과 슬픔을 바라볼 때〉에서는 사회와 현실의 부조리를 앞에서 차올랐던 분노와 다짐을 전한다. 〈제3장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지켜주고 싶은 순간〉에서는 명화 속의 행복한 순간들이 실제의 삶 속에서 이어지길 바라며 기쁨과 긍정의 마음을 나눈다. 〈4장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림이 전하는 우주〉에서는 명화에 담긴 무한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일상의 단면, 인문학적 지식, 교양을 전하고 있다.


그림은 위로를 주는 존재

이 책은 그림 속에 녹아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보는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림과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저자가 발견한 통찰을 나누며 삶의 방향과 바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슬픔을 넘길 자신만의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아보면 어떨까?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더라도 그림 속 아이의 따뜻한 미소가 당신을 품어주고, 의자에 기대어 앉은 어떤 이의 뒷모습이 편안한 휴식을 줄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그림들은 오늘 수고한 당신에게 괜찮다고 어깨를 다독이며 지친 마음의 든든한 어깨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누군가‘같이 미술관에 가실래요?’하고 말을 건넨다면 기꺼이 따라나서고 싶다. 그림이 몽땅 우울을 덜어내 주지 못할지라도 그림은 마르지 않도록 우리를 계속해서 채워주고 일깨워줄 테니까. 《그림에 젖어》에서 마주한 시선들, 이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그 약속이 기다려질 것 같다. 그림을 만나러 미술관에 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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