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동양철학의 이해 (독서)/1.동양철학사상

지눌의 선 사상

동방박사님 2022. 4. 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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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개인적인 구원을 위한 출가(出家)가 아닌 사회적 조화와 절대적 자유를 추구하는 떠남

길희성 교수의 “종교와 영성 연구” 전집 4번째 책이다. 지눌은 누구인가? 원효의 화쟁和諍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원효와 휴정 사이 근 1천 년 세월의 간격을 좁히고, 양자의 불교 세계를 매개해 주면서 한국 선불교의 이념을 제공해 준 스님이다. 지눌은 선의 입장에서 교敎를 수용하는 선주교종적禪主敎從的 선교회통론禪敎會通論을 전개하였으며, 이것은 지눌 이후 복잡한 역사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국 불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목차

머리말
일러두기

1장 지눌의 생애
I. 지눌 출현의 역사적 배경
II. 지눌 전기 연구의 역사적 자료
1. 첫째 시기: 지눌, 개경을 떠나다
2. 둘째 시기: 구도와 깨침
3. 셋째 시기: 정혜사를 결성하다
4. 넷째 시기: 또 한 번의 은둔과 수선사修禪社
2장 지눌知訥 선禪의 성격과 구조
I. 지눌 선의 지적 성격
II. 지눌 선 사상의 구조 문제
3장 심성론心性論
4장 돈오론頓悟論
5장 점수론漸修論
6장 간화론看話論
7장 지눌과 한국 불교 전통

I. 지눌, 수선사, 조선 시대의 불교
II. 지눌知訥, 휴정休靜, 조선 불교 전통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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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길희성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부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비교종교학)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주요 저서로 『종교 10강』, 『인도 철학사』, 『일본의 정토사상』, 『지눌의 선사상』, 『보살예수』,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사상』, 『인문학의...
 

책 속으로

첫 번째 출가로 그가 속세를 떠났다면, 두 번째 출가로 그는 ‘수도에 있는 무리들(京輩)’을 떠났다. 이제 뜻했던 정혜결사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그 운동을 더욱 확장하고 공고히 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려는 찰나에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한 또 하나의 영적 도약의 필요성에 봉착했던 것이다. 자신을 세상과 더욱 밀접하게 통합시키는 이 마지막 단계에서 그는 다시 한번 대중을 떠나 조용히 자신을 성찰할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이 제3의 은둔과 더불어 그의 삶의 제4기, 곧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보살행의 시기가 시작된다.
--- [1장 _ 지눌의 생애] 중에서

지눌 선은 지적일 뿐만 아니라 포용적이고 포괄적이었다. 오늘날 한국 선 불교에서 보는 것과 같은 화두 일변도의 치우친 선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정혜결사운동을 통해서 당시의 타락한 불교계를 정화하여 불교 본연의 길로 돌아가게 하고자 하는 웅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생각의 폭은 단지 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가 펼친 정혜결사운동은 초종파적인 것이었고, 심지어 불교 밖의 인사들로부터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따라서 지눌의 선은 매우 포괄적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다양한 근기를 지닌 사람들에게 알맞은 수행법들을 제시함으로써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선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 [2장 _ 지눌 선의 성격과 구조] 중에서

지눌은 진심眞心의 체體를 구성하고 있는 공적空寂과 영지靈知의 두 측면을 다시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해석한다. 다시 말해서 체 안의 체와 용이라는 것이다. 지눌에 따르면 진심의 공적한 측면은 인간의 본래적 성품, 즉 자성自性에 내재하는 정定(sam?dhi)이며, 영지는 자성의 혜慧(prajn?)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정定과 혜慧 사이의 관계는 불가분적 체용體用의 관계이다.
선이든 교이든 다른 문이 없는 것은 아니며, 어느 문을 택하든지 방법 자체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수全收와 전간全揀에 자유로워야 하고 성性과 상相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眞心을 지적知的으로만 이해하는 의해意解에 빠지지 말고 몸소 자기 마음을 반조返照하여 한 마음을 문득 깨닫는 체험이 필요하다고 지눌은 강조한다.
--- [3장 _ 심성론] 중에서

요컨대 반조返照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향한 추구여야 하며, 지눌에 따르면 자신의 마음이야말로 곧 진리를 만나는 장소이다. 그러나 빛을 되돌려 내면을 향하게 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반조의 행위를 통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지눌에 따르면 그것은 곧 마음을 깨닫는 것(悟心), 즉 돈오頓悟의 체험이다. 자기 자신의 본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며, 자신의 본래적 성품이 곧 부처의 성품(佛性)임을 깨닫는 일이다. 지눌에 따르면 이 돈오야말로 선禪의 출발이며, 그것에 의하여 우리는 진심眞心의 세계에 들어가고 ‘선의 근원’(禪源)으로 되돌아간다.
--- [4장 _ 돈오론] 중에서

깨달음, 즉 돈오頓悟의 세례를 받지 않은 점수漸修는 지눌에 따르면 올바른 수행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억압(伏捺)’일 뿐이고, 처음부터 진 싸움이나 다름없다. 수행을 이렇게 억압적 행위로 보는 관점은 북종北宗뿐만 아니라 모든 방편적 가르침에서도 발견되며, 지눌은 선禪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수행을 하지 말고, ‘닦되 닦지 않고’, 번뇌를 ‘끊되 끊지 않는’ 진정한 수행을 하도록 촉구한다.
--- [5장 _ 점수론] 중에서

수행자는 교에 의거해 자신의 마음을 반조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그것으로써 자만하거나 수행을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미 고찰한 바와 같이, 부단한 점수의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증오證悟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눌에게는 이렇게 여실언교에 근거한 돈오점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증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파격적인 길이 열려 있다. 곧 화두話頭를 참구參究하는 간화선看話禪의 길이다. 곧바로 질러 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하여 경절문徑截門으로 불린다.
--- [6장 _ 간화론]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개인적인 구원을 위한 출가(出家)가 아닌 사회적 조화와 절대적 자유를 추구하는 떠남

길희성 교수의 “종교와 영성 연구” 전집 4번째 책이다. 지눌은 누구인가? 원효의 화쟁和諍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원효와 휴정 사이 근 1천 년 세월의 간격을 좁히고, 양자의 불교 세계를 매개해 주면서 한국 선불교의 이념을 제공해 준 스님이다. 지눌은 선의 입장에서 교敎를 수용하는 선주교종적禪主敎從的 선교회통론禪敎會通論을 전개하였으며, 이것은 지눌 이후 복잡한 역사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국 불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선은 부처님의 뜻(마음)이요, 교는 부처님의 입(말씀)이라”는 지눌의 선교일치禪敎一致 정신은 조선 중기 서산 대사에 의해 그대로 수용되고 매개되어 오늘날까지 한국 불교를 주도하고 있다. 지눌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 불교의 이해는 불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한국 선불교는 지눌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으며 선을 위주로 하되 여타의 불교 사상과 수행을 포용하는 하나의 총체적인 불교, 동아시아적인 불교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눌 사상을 평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본서를 통하여 “고려 중기 지눌에 의해 전개된 새로운 선불교 운동은 이미 오늘날 한국 불교가 보이고 있는 수행 형태와 사상적 방향을 예고하고 있었으며 현재 한국 불교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현 조계종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로서, 지눌에 의해 정초된 선불교의 전통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길희성 교수의 저서는 오늘 한국 불교의 본래 모습을 이해하는 길라잡이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지눌과 오늘 한국인 마음에 대다수로 자리 잡고 있는 불교적 배경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지눌이 마음공부를 하는 후학들을 위해 많은 저작을 남겼다고 말한다. 지눌 자신이 일정한 스승 없이 구도의 길에서 숱한 방황을 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수행자들을 위한 확실한 지침이 있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눌은 많은 수행자가 불법에 대한 분명한 이해나 수행을 위한 아무런 지적 기반 없이 불교를 믿는 당시 불자들의 병폐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선 수행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지눌의 선은 지적 성격을 강조하는데, 이는 지눌 선의 약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강점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눌은 이론이 결코 실천을 대체할 수 없으며, 지적 이해가 자심自心의 반조返照를 통한 깨달음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수행자들이 견고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수행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낫다는 확신이 있어 많은 이론서를 남기게 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불교계와 종교계 일반에도 의미 있는 일이다.
본서를 통하여 우리는 지눌의 사상체계와 그의 불교적 실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선의 세계에 직접 뛰어들기 전에 무언가를 먼저 명쾌하게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내서가 되기 때문이다. 지눌은 위대한 선사였을 뿐만 아니라, 명쾌한 분석력을 지닌 학승이었으며, 자신의 이러한 능력을 후학들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고 수행의 정도正道로 나아가도록 아낌없이 사용했다.
저자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지눌의 포괄적인 불교 사상 내지 선 사상을 전체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1장에서는 지눌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으면 2장에서는 지눌 선禪의 성격과 구조를 다룬다. 3장부터 6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지눌 사상의 핵심인 심성론心性論, 돈오론頓悟論, 점수론漸修論과 간화론看話論을 차례로 다룬다. 우리는 지눌의 사상을 통하여 오늘의 불교를 이해하기에 이를 것이다. 이 책은 단지 불교도들만이 아닌 오늘의 삶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모두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