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한일관계사 연구 (책소개)/3.재일조선인

우리가 외면한 동포

동방박사님 2022. 4. 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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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가 외면한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다룬 교양 만화. 일본에 살지만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자이니치(在日), 즉 일본에 머무는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들여다본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차별들에서 시작해 남북의 대립으로 인한 피해까지 고스란히 껴안은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묵묵히 되짚었다. 또한 현재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 위기를 겪는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우리의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김한조 작가가 수백 컷의 자료 사진을 하나하나 옮겨 그린 그림이, 지난 역사를 반성하는 뜻으로 『재일조선인』에 담은 우리의 진심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 자이니치(在日), 일본에 머물다 -재일조선인사 -

우리는 ‘조선 사람’이오 | 대일본 제국 2등 신민으로 -조선인들의 일본 이주와 징용- | ‘조선'이라는 이름의 무국적자 난민 | 조센진이라는 낙인, 조선인이라는 울타리 | 총련과 민단 | 밀항자들 | 한일 협정 | 눈물의 북송선 | ‘자영업’이라는 세 글자 -파친코 가게, 불고기집, 그리고 야쿠자- | 소송 -제도적 차별에 저항하다-

2. 큰할아버지

큰할아버지에 관한 기억 수집하기 | 재일제주인

3. 경계인

조선인, 한국인, 그리고 귀화 일본인 | 나는 누구인가? | 한국인으로 재일조선인 이해하기 | ‘조선족’이라 불리우는 사람들 | 한국 사회의 재일조선인 화교(華僑) | ‘조선’이라는 이름의 민족은 분화되고 있는 것일까?

에필로그
 

 

 

저자 소개

글그림 : 김한조
 
본적은 제주이며, 1974년에 태어났다.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만화가가 되었다. 지금은 파주에서 어른 만화도 그리고 어린이 만화도 그리며 살아간다.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수수께끼 소년 서동」을 연재하고 있으 『어린이의 미래를 여는 역사』(전3권), 『김깡깡이 나타났다!』,『소년의 밤』등의 만화를 그렸다. 대표작으로는 『기억의 촉감』,『밍기민기』 등이 출간되었다.
 
 

출판사 리뷰

선 하나하나에 담긴 진심

“내 짧은 지식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은 관련된 수백 컷의 자료 사진을 하나하나 옮겨 그리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그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업인 셈인데, 그림쟁이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재일 동포라고 부르는 재일조선인은 일본에 살지만 한국인도 일본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이니치(在日), 즉 일본에 머무는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그들을 단순히 외국에 사는 동포로만 여기기에는 만만치 않은 역사가 있다. 과거에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외면했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해방 후 모질게 살아온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되돌아보기 위한 책을 김한조 작가가 7년간의 노력 끝에 내놓는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주제를 다루려고 누구보다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섣부른 판단은 지양하며 수백 컷의 자료 사진을 하나하나 옮겨 그렸다. 기존의 재일조선인에 관한 책과 다른 가장 큰 차별성은 바로 이 그림들의 선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진심일 것이다.

우리와 이어지는 그들의 평화

“일본에 머무르는 외국인이 조선인만 있는 것은 아닐진대 왜 ‘자이니치’가 조선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을까? ‘재일’ 다음에 따라오는 이름인 조선인, 한국인 등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기에는 눈앞에 주어진 현실이 너무나 혼란스럽고 모호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북 정상 회담과 북미 정상 회담으로 기억되는 2018년은, 아직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냉전 체제가 해소되는 첫걸음으로 보인다. 그런데 글로벌화한 시대에 맞춰 전 세계로 나아가 살고 있는 한민족 중 여전히 분단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포들이 있다. 민단과 총련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재일조선인 사회다. 흔히 ‘한국적’을 가진 민단 계열은 한국 사람, ‘조선적’을 가진 총련 계열은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으로 일본에 건너갔기에 조선인으로 남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및 협력이 재일조선인 사회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하는 문제다.

고국이라 더욱 아픈 차별

“재일조선인들은 일본의 차별에 더해 남북 정부로부터 버려지거나 이용당했고 고국이라 불리는 곳에 돌아가서도 이질적인 존재로 또 다른 차별에 직면해야만 했다. 그것이 ‘동포’라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가해진 차별이라 더욱 아팠을지도 모른다.”

재일조선인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방기하고 외국인으로 차별 대우한 것은 일본의 크나큰 잘못이지만, 남북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우선 북한 정부는 해방 직후부터 총련계 민족 학교를 지원하고 북송 사업을 벌여 도움을 손길을 내밀었으나, 근래에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각종 지원을 요구하고 귀국 동포를 차별했다. 그에 비해 남한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한일 협정'으로 과거사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과오가 있다. 우리가 당장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는 재일조선인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안에서의 차별을 철폐하는 일에도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우리가 은근히 선입견을 가지고 냉대했던 점도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책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누구인가?

“과거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일본 정부와 사회의 차별에 대항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면, 현재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 대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조선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분명했던 재일조선인 1세대와 달리 세대가 거듭될수록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커진다. 우리가 재일조선인에 대한 바른 시각을 확립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 때, 그들이 겪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 위기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우리가 재일조선인의 고통을 덜어주기커녕 그들을 외면함으로써 오히려 고통을 더한 잘못이 있다면,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독자들의 흥미도, 출판 시장의 트렌드에도 맞지 않을 것 같은 이 책을 묵묵히 세상에 내놓은 것은, 더 이상 그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작은 몸부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