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문화예술 입문 (책소개)/1.건축문화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

동방박사님 2022. 7. 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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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과 건축의 관계를 읽다

서양 건축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우리 전통의 건축 정신을 되살리고 옛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담았다. 나무 하나에도 의미를 새기고 풍경을 벗 삼은 옛사람들의 지혜,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장구한 옛 건축 정신을 여덟 개의 강의로 만나볼 수 있다. 건축은 인간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건축, 도시, 조경이라는 인공적인 조영물을 만들어내는데, 이 안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주위 환경을 바라보는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므로 건축이란 단순한 주거 공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외부세계(우주)를 축소시킨 하나의 소우주인 것이다.

나무는 인간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신성한 장소로 인식되곤 했다. 옛사람들은 나무나 숲을 신과 인간이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이자 우주의 중심으로 여겼던 것이다. 시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숭상의 형태는 바뀌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나무를 중요하게 여긴 것을 사실이다. 종교적인 상징성을 가진 나무도 있었고, 왕권을 의미하는 나무도 있었다. 이제까지 식물을 가꾸고 심는 옛 전통과 숭목사상을 연관시킨 연구가 없었던 만큼 최종현 교수의 강의는 옛사람의 조경 및 건축 정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교양이라 할 수 있다.

목차

머리말

1강
옛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나무들
신단수와 숭목사상│고대 기록에 나타난 나무
역사 기록에 나타난 나무│ 궁중 그림에 나타난 나무
유교와 관련된 나무와 그 기록│불교와 관련 깊은 나무

2강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나무들
고구려 고분의 특징│고구려 고분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나
고분벽화와 나무, 신목과 당목│고분벽화 속 나무, 생활과 종교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나무를 가꾸고 심는 법
차례

3강
우리 옛사람들은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었을까
나무를 가리키는 몇 가지 표현│나무를 심는 우리 전통 형식
삼국 시대에는 나무를 어떻게 심었나│고려 시대의 나무 심기
조선 시대 기록 속 나무 심기│ 나무, 우주의 중심

4강
도산서당의 원림과 나무
퇴계, 서당을 짓기 위해 노력하다│ 도산서당의 원림 요소
성리학과 도산서당의 원림 요소│도산의 시에 나오는 식물

5강
도산서당을 지은 생각들
퇴계가 도산으로 옮기기까지│도산서당은 어떻게 지어졌나
도산서당의 입지와 공간│그림 속에 나타난 도산서당
이념을 구현한 도산서당의 공간

6강
풍경의 발견과 관동 지방
안축의 관동 지방│ 풍경의 분류, 경물과 경색
관동을 다룬 글들│ 「관동별곡」과 관동 지역
지도와 회화 속에 나타난 관동 지역

7강
조선 이전의 누정과 그 이름들
신라 시대의 누정│백제 시대의 원림과 누정
삼국 시대의 불교 전래와 누정│고려 시대의 원림과 누정
기문 속에 나타난 누정의 명칭과 의미

8강
조선 성리학자들이 취락을 만들다?봉화 닭실의 경우
충재 권벌, 귀향하여 마을을 만들다
사대부들은 왜 귀향했는가│ 새로운 입지관의 등장
안동부 지역의 새로운 복거지│ 권벌과 유곡
유곡의 공간적 특징│유곡의 경치와 나무들

보론
역사문화도시와 경제중심도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도시를 만드는 자연과 인공 요소
도시와 역사│ 보존인가 개발인가│도시를 어떻게 재건해야 할까
역사도시로 가는 길, 그 어귀에 서서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최종현
 
1945년 중국 심양 출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우리나라의 도시 및 취락 역사를 필생의 연구분야로 설정하고 전국을 발로 뛰며 눈에 담고 기록으로 남겼다. 자연히 땅-도시-건축-인간의 유기적 관계가 시야에 들어오면서 지금껏 이를 정식화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2011년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직한 뒤 오히려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자신이 설립한 ...
 

출판사 리뷰

서양과는 근본부터 다른 ‘우리’ 건축 정신
나무와 풍경을 통해 인간과 건축의 관계를 읽는다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은 서양 건축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우리 전통의 건축 정신을 되살리고 옛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과연 주심포 양식, 팔작지붕을 읊는다고 해서 부석사 무량수전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딱딱한 건축양식이나 뿌리 없는 풍수지리, 짤막한 역사이야기만으로 우리 건축을 온전히 헤아릴 수 있을까요? 나무 하나에도 의미를 새기고 풍경을 벗 삼은 옛사람들의 지혜,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장구한 옛 건축 정신을 최종현 교수의 여덟 개의 강의로 만나봅니다.
왜 나무와 풍경으로 보아야만 우리 옛 건축과 건축 정신이 새롭게 보일까요? 서양과 달리 우리 옛사람들에게 건축이란 자연과 일체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서양 건축에서는 인간이 마주하는 건축, 사람과 분리된 건축물이 전제됩니다. 자아와 타자, 주체와 객체의 분리가 전제된 사고방식이지요. 하지만 중화문화권의 옛 건축에서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건축이 분리되지 않는 관계이며, 인간과 건축이 한 몸이 되어 사방의 외부 자연과 관계한다는 ‘물아일체’ 정신이 전제되었습니다. 자연이란 정신적, 육체적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에 산과 바다, 물과 구름을 떼어놓고 집과 서원, 누각과 정자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수목과 원림은 건축물에 곁들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건축은 인간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건축, 도시, 조경이라는 인공적인 조영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안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주위 환경을 바라보는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축이란 단순한 주거 공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외부세계(우주)를 축소시킨 하나의 소우주였습니다. 『옛사람의 발길을 따라가는 우리 건축 답사 1, 2』와 『남경에서 서울까지』로 평생 연구의 결실을 맺고 있는 도시학자 최종현 교수가 신간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을 통해 자연과 하나됨을 추구했던 전통의 건축 정신을 바라봅니다.

나무, 우주의 중심이자 삶의 원천
옛사람들은 어떤 나무를 심고 가꿨나


나무는 생명의 연원이며, 인간 삶에 원천이 되는 존재입니다. 모든 정령들이 살고 있는 고향이며 신화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인간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신성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환웅이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신시(神市)라는 도시를 세웠다는 우리 단군신화 속에서도 나무를 숭상하는 숭목사상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나무나 숲을 신과 인간이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이자 우주의 중심으로 여겼던 것이지요. 시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숭상의 형태는 바뀌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시대건 나무를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종교적인 상징성을 가진 나무도 있었고, 왕권을 의미하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식물을 가꾸고 심는 옛 전통과 숭목사상을 연관시킨 연구가 없었던 만큼 최종현 교수의 강의는 옛사람의 조경 및 건축 정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교양입니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들 속에서 1500년 전 옛사람의 나무관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그 영혼은 남는다는 믿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왕족이나 지배계급은 살아생전의 생활환경을 무덤 속 벽화로 남겼지요. 고분벽화가 당시의 일상생활과 신앙을 보여주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15개의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 어떤 나무들이 어떤 의미로 그려져 있는지를 고분벽화 속 그림과 함께 보여줍니다.
〈수렵도〉로 유명한 무용총 고분벽화가 사실은 나무를 중심으로 〈수렵도〉와 〈우교차도〉로 나뉜다는 사실은 무용총 고분벽화를 익히 알고 있는 우리에게도 생소하기만 합니다. 〈수렵도〉와 〈우교차도〉를 분할하는 산과 나무는 국가나 부족 간의 활동 영역 경계를 표시하는 장치였으며,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중심목이자 신목이라고 합니다. 또한 단군신화 속 신단수는 자작나무과의 박달나무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의 무덤에는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심겨 있습니다. 내리 1호분(6세기 말)에는 달 안에 계수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가 어릴 적 부르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동요 〈반달〉을 고구려 아이들도 흥얼거렸을 법한 대목입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나무 심기는 옛사람의 사고방식과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우리 선조들에게 나무는 그저 보기 좋으라고 심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한 그루 한 그루의 의미와 기능이 분명히 있었고 그만큼 나무를 귀히 여겼습니다. 모든 것이 흔해지면서 나무 역시 실용적인 차원에서만 이해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전통 나무와 배식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옛사람은 어떻게 집과 마을을 지었을까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 짓기, 충재 권벌의 닭실마을 조성기


저자는 성리학이 바탕이 된 건축 정신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이 지은 도산서당과 충재 권벌 선생이 지은 닭실마을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자들이 어떤 지형을 골라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건축에 심으려 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성리학이라는 이념이 건축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먼저, 4강과 5강에서 도산서당에 대한 퇴계의 구상을 시작으로 도산서당의 입지와 공간, 원림 요소들을 둘러보고, 퇴계의 이념이 구현된 도산서당의 공간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뜰을 꾸미거나 나무를 심어도 그냥 심는 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물며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퇴계가 인생의 늦은 시기에 여러 해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조성한 도산서당의 경우에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퇴계는 도산의 주변을 단순한 외부의 환경이나 풍경으로 본 것이 아니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풍경 속 경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항상 자기 수양과 학문 연마의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자 했습니다.
8강에서 다루고 있는 닭실마을(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유곡 1리)에서도 성리학의 바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봉화에 위치한 닭실마을은 조선 중종 때의 학자 충재 권벌이 형성해 자손 대대로 살아왔던 마을이다. 이 강의에서는 성리학이 새롭게 발달했던 농업 기술을 바탕으로 성립된 철학이라는 점에서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의 취락 조성을 이런 농법과 기술의 발달이라는 배경과 연관 짓고, 닭실마을의 입지와 조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성리학자의 사상과 그 물질적 기반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가운데 이러한 시도는 성리학뿐만 아니라 사상과 철학이 어떻게 현실을 만나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풍경을 담은 건축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옛 건축 정신


이처럼 옛사람들은 풍경을 건축에 끌어들였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습니다. 아름다운 관동 지방을 유람하고 자연과 풍광을 즐기면서도 이와 조화를 이루는 누각과 정자를 지어 후대에 남겼습니다. 아지랑이, 연무, 저녁노을, 밤비 등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고려했고, 바위, 물, 모래,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담아 정자와 누각, 마을 등 건축물들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도록 했습니다. 옛사람의 건축 정신이 오늘날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최종현 교수는 여덟 개의 강의 끝에 ‘보론’을 달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따져 묻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인 종묘는 주변 환경과 이질적으로 분리되어 험악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은 과연 역사중심도시이자 경제중심도시로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저자가 제시하는 최소원칙을 되새겨봄 직합니다.

: 책의 내용과 구성 :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는 풍경을 건축에 담았던 옛 건축 정신을 되새기는 여덟 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1강에서부터 4강까지는 옛사람들이 심고 가꾸었던 나무들에 관한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불교, 유교, 성리학 등 우리 전통사상이 옛사람들의 나무 배식에 끼친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5강에서부터 8강까지는 풍경을 담은 옛사람들의 건축관에 대한 글이다. 고려시대에 관동지방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안축의 ?관동별곡?을 비롯해 옛 문헌들을 바탕으로 옛사람의 세계관을 살펴보고, 조선 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을 지으면서 반영하고자 했던 사상을, 그리고 충재 권벌이 낙향 후 만든 지은 봉화 유곡마을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