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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종말 : 사랑.섹스.연애 결혼에 대한사유 (한중섭)

동방박사님 2022. 8. 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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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결혼의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
무관심했던, 하지만 알아야 하는
사랑, 섹스, 연애, 결혼의 본질적인 이야기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다. 도대체 결혼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모호한 명제가 진실처럼 존재할까? 저자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결혼의 본질과 변화를 탐구하고 기록했다. 프랑스 소설가 에밀졸라는 결혼에 대해 “두 개의 다른 세상이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예견하며 서로 만난다”고 정의했다. 저자 역시 이 말에 공감하며 환상을 갖고 맹목적으로 결혼하는 것을 경고한다. ‘결혼을 잘하는 방법’보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랑, 섹스, 연애, 결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남녀 모두에게 ‘사랑의 인문학’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혼자에게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기혼자에게는 결혼생활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먼저, 시대에 따른 결혼의 역사를 살펴보고, 결혼이 어떻게 낭만적인 사랑과 결부되었는지를 밝힌다. 또, 인간의 성적 본능과 일부일처제가 근본적으로 결혼과 상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현대인의 사랑, 연애, 결혼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결혼이 사라질 미래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룬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보며 ‘현대인들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인지’ ‘결혼의 종말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하게 한다. 특히,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린 요즘,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 ‘결혼을 하면 정말 행복한가?’ ‘과거의 결혼 제도가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가?’ ‘결혼의 대안은 없는 것인가?’에 대해 독자들 스스로 현명한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목차

프롤로그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섹스·연애·결혼의 변천사

1장 진화하는 결혼

결혼의 발명
농업혁명과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
일부일처제, 섹스를 통제하다
결혼은 최고의 비즈니스다

2장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의 결합

로맨스의 대중화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이 되다
데이트의 탄생, 사랑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다
피임법의 발전, 섹스 혁명을 야기하다
코르셋을 던져버린 여성들

3장 섹스와 결혼의 충돌

호모 사피엔스, 가장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
남녀 짝짓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섹스를 좋아한다
멀쩡한 사람들이 불륜을 저지르는 이유
폴리아모리, 아내가 결혼했다

4장 현대인의 사랑과 연애와 결혼

사랑한다면 소비하라
낭만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지다
아날로그 사랑 vs. 디지털 사랑
참을 수 없는 썸의 가벼움
현대인들이 결혼에 심드렁한 이유

5장 결혼의 종말

유동하는 결혼
결혼을 불공정 거래로 여기는 건어물녀와 초식남
결혼의 양극화, 돈 없으면 결혼 못한다
신인류의 디지털 사랑, 러브 로봇과 사랑을 나누다
배우자를 임대하는 시대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다

에필로그 결혼의 종말, 그 이후
출처 및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한중섭
 
생각하고 기록하는 사람. 인문학과 신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잡다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다. 저서로는 『비트코인 제국주의』, 『결혼의 종말』 등이 있다. 유튜브와 SNS에서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이라는 채널을 운영한다.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결혼의 진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향후 이십 년간의 변화가 과거 이백 년간의 변화보다 더욱 급진적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유추를 해볼 수 있다. 사실 오늘날 결혼은 이미 변화의 파고를 넘는 중이다. 현대인들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세대는 결혼을 더 이상 삶의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며 황혼이혼과 졸혼은 기성세대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비혼과 이혼은 더 이상 유별난 사례가 아니다.
---「프롤로그」중에서

오랜 시기에 걸쳐 인간의 짝짓기와 가족의 형성은 종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적 욕구에 충실한 생물학적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날 강력히 금기시되는 근친상간과 난교가 과거에는 일상적이었다. 그러다 인지 혁명이 태동한 이후 인간은 세를 불리면서 결혼이라는 사회문화적 제도를 발명했다. 결혼은 외부 집단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동맹 관계를 강화하며 사람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매개체였다. 이때 결혼이 성사되는데 있어서 당사자들의 의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결혼의 발명」중에서

질투와 일부일처제는 문명의 발명품이다. 실제로 포유류 중에서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또한 인간이라는 종을 놓고 봤을 때도, 인간 사회에 일부일처제가 자리 잡은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600만 년 인류 역사에서 일부일처제가 정착된 시기는 고작 1%도 되지 않는다.
---「일부일처제, 섹스를 통제하다」중에서

피임의 대중화는 여성 해방 운동에 불을 지폈다. 여성들은 투쟁을 통해 정치적 권리를 획득했던 것처럼 성적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출산 도구가 아니다” “내 자궁은 나의 것이다” 와 같은 시위 구호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확산되었다. 사유재산의 탄생과 남성의 강박적인 부성 확실성에 기인한, 여성의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전근대적인 인습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피임법의 발전, 섹스 혁명을 야기하다」중에서

단언컨대, 호모 사피엔스만큼 섹스를 좋아하고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은 없다. 다른 동물들의 경우 섹스의 목적은 대개 ‘생식’이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생식뿐 아니라 쾌락을 즐기기 위해 섹스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피임법이 만연한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섹스를 하는 주된 동기가 생식이 아닌 쾌락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호모 사피엔스, 가장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중에서

진화심리학은 성적으로 문란한 남성은 일부다처제를 지향하고, 성적으로 소극적인 여성은 일부일처제를 지향하는 것이 태생적이라고 주장한다. 번식상의 이득을 위해 남성은 항상 되도록 많은 여성과의 섹스에 굶주린 상태이고, 여성은 자신과 자녀에게 자원을 꾸준하고도 독점적으로 제공할 남성의 능력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화심리학을 지지하는 자들이 대체로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섹스를 좋아한다」중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부부간의 성생활과 결혼 생활의 만족도를 결부시키지 않을 정도로 현명했다. 그러나 17-18세기 들어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이 결합되고, 20세기 들어 피임이 발전하고 섹스 혁명이 발발하면서 부부간의 성생활은 결혼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직 한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정열적인 애정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한 성생활을 지속해야 한다는 놀라운 개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요되기 시작했다.
---「멀쩡한 사람들이 불륜을 저지르는 이유」중에서

자본주의는 사랑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근대 후기부터 대중화된 낭만적인 사랑은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한 자본주의적인 사랑에 밀려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 자본주의적인 사랑은 인간을 짝짓기 시장의 상품으로 만들고 개인의 고유성을 단순한 교환가치로 환원해 버린다. 사랑을 체험하려는 현대인들은 짝짓기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되기 위해, 동시에 최적의 상품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사랑한다면 소비하라」중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내야 할 인생의 과업으로 여겼던 조상들과는 달리 왜 현대인들은 결혼에 대해 심드렁한 것일까? 도시화 및 산업화, 경제 성장, 기술 발전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인간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고, 이는 결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중에서도 특히 1)여성의 지위 향상; 2)경제적 불안감; 3)개인주의의 확산; 4)배우자에 대한 높은 기대와 같은 요인들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결혼을 회피하게 만든다.
---「현대인들이 결혼에 심드렁한 이유」중에서

결혼의 종말 시기를 2030년으로 설정한 것이 다소 빠른 감이 있어 보이지만, 나는 자크 아탈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결혼이라는 견고한 제도가 급격히 유동하는 것을 넘어 종국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결혼 제도가 존재하지 않던 역사적 표준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기가 이십 년 후가 되든, 이백 년 후가 되든지 간에 결혼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유동하는 결혼」중에서

불과 수십 년 전 사람들이 오늘날 온라인 데이팅의 대중화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는 현재의 기준으로 미래의 사랑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예술작품의 힘을 빌려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영화 [그녀]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묘사한 것처럼, AI와 가상현실이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신(新) 인류는 러브로봇과 가상현실 사랑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사랑을 경험할 것이고, 이것이 대중화된다면 결혼은 고지식한 아날로그 사랑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신인류의 디지털 사랑, 러브 로봇과 사랑을 나누다」중에서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사랑에 대하여, 섹스에 대하여, 연애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과도한 질투와 소유욕을 열렬한 사랑의 증거로 착각하거나, 자본주의적인 사랑에 세뇌돼 소비와 애정 표현을 동일시 여기거나, 낭만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져 완벽한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는 헛된 환상을 품거나, 디지털 사랑이 조장하는 과잉 연결을 진심 어린 소통으로 오해하거나, 자기 자신과 타인을 기만하고 성급하게 결혼한 뒤 평생을 후회하거나,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자식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으로 벌충하려 하거나, 결혼 생활의 만성적인 권태를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불륜으로 극복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에필로그」중에서
 

출판사 리뷰

군혼(群婚)에서 비즈니스적 결혼까지
시대에 따라 진화하다


“결혼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책의 내용은 결혼의 역사부터 시작된다. 우리 인류에게 최초의 결혼이 언제였는지 불분명하지만 수렵시대에 가족을 구성하는 군혼을 결혼의 시초로 본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군혼에서는 가족을 비롯해 집단구성원끼리 자유로운 성관계가 허용되었다. 이후 농업혁명을 거치며 혈족 간 성관계를 금하고 남녀가 한 사람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대우혼(對偶婚)이 자리 잡았고, 다시 일부일처제로 진화했다. 하지만 농업혁명, 계급사회, 부계사회로의 전환, 여성의 지휘하락 등의 변화를 거치며 결혼을 둘러싼 소유욕과 질투, 비즈니스적인 이해관계가 드러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의 만남
결혼의 조건이 바뀌다


남녀 당사자들 간의 애정이 결혼조건의 우선순위가 되면서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 문화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계몽주의가 확산된 17-18세기 즈음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개인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이 붐을 이루면서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사랑이 삶과 결혼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었다. 가문 간 비즈니스였던 결혼이 사랑을 전제로 한 개인 간 약속으로 변화되면서 결혼의 당사자들이 결혼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트’라는 연애문화를 창조했고, 페미니즘 운동은 남성과 여성 간 사랑의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쾌락을 즐기는 인간
섹스와 결혼의 충돌


저자는 호모사피엔스, 즉 현생 인류는 ‘가장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동물은 섹스의 목적이 ‘생식’인데 반해, 호모사피엔스는 섹스의 주된 동기가 쾌락이라는 것이다. 또한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금기'와 '수치심'이 인간의 성생활에는 존재한다. 이처럼 섹스에 대한 쾌락적 욕구가 강한 인간이 사회규범 때문에 도덕적인 성생활과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며, 결혼생활에서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일부일처제를 반대하거나 정상적인 부부들의 성생활을 부정할 의도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 에로티즘, 폴리아모리 등의 개념을 소개하며 낭만적인 사랑, 정열적인 섹스, 가정의 안정감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결혼이라는 '올인원 패키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현대인의 사랑, 연애, 결혼
새로운 문화를 만들다


사랑도 문화다. 저자는 사랑과 연애, 심지어 결혼까지도 시대의 흐름에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자본주의가 '사랑한다면 소비하라'는 원칙하에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며 사랑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디어는 사랑의 긍정성만을 편향적으로 다루고 범람하는 낭만의 합성 이미지는 '낭만 인플레이션'을 낳아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에 대해 터무니없는 환상을 갖게 만든다. 또한 러브스타그램, 온라인 데이팅과 같은 디지털 사랑 양식이 생겨나면서 사랑과 연애와 결혼에 관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고 밝힌다. 만남과 연애의 중간 단계인 '썸'도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현대인의 사랑 방식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문화적 변화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비혼, 동거, 이혼, 졸혼, 로봇과의 사랑, 가상현실 사랑
결혼의 종말이 다가오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030년쯤이면 결혼제도가 사라진다.’고 예측하며 ‘이혼이 간편해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이제 결혼은 고체가 아닌 액체의 속성으로 변했다며 결혼의 종말을 예고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 경제적 불안,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지금의 결혼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변해가고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고, 로봇과 사랑을 나누고, 배우자를 임대하는 시대까지 예고하며 결혼의 미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연 결혼의 종말은 디스토피아일까? 분명한 것은 과거의 사람들이 오늘날 사랑과 연애와 섹스와 결혼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미래의 후손들은 현재의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연애하고 섹스하고 불륜을 저지르며 잘 살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제는 그 누구도 결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그럭저럭 받아들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