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한일관계사 연구 (독서)/1.조선통신사

부산에서 부활한 조선통신사 (2022 강남주)

동방박사님 2022. 10. 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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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400년을 넘어 운명처럼 마주한 조선통신사
20년 여정의 소중한 기록


학자이자 교수, 조사연구가로서 일본과 부산을 오가던 강남주 부산문화재단 초대 대표가 우연히 인생 후반전을 완전히 바꿀 귀인(貴人)을 만나며 조선통신사 역사 부활의 20년 여정이 시작된다. 이 책은 역사를 마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하고, 실천을 위한 작은 날갯짓이 얼마나 큰 태풍을 일으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우리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원 발굴을 위한 적극성과 소명 의식을 품고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온 국내 조선통신사 선구자들이다. 이들은 조선통신사 문화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국격을 드높이는 전통 행사를 펼치며, 종국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까지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한다.

2002년 여름, 한일 공동 주최 월드컵 축구대회 축하행사가 400년의 세월을 압축하며 조선통신사 행렬재현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이 작은 행사가 조선통신사 부활의 기폭제가 됐다. 비록 그 출발은 미미했으나 성과는 눈부셨고 조선통신사 바로 알기의 텃밭이 되었다. 그 현장에는 우연하게도 내가 서 있었다. 행운이었다.
-저자의 말 중에서

목차

Intro
- 저자의 말
- 책을 펴내며
- 축사

1부 조선통신사 400년 만에 부활하다

뜻밖에도 외국에서 만난 조선통신사
쓰시마에서 처음 본 조선통신사 행렬재현
조선통신사에 새롭게 눈뜨다
불씨를 살려낸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축구대회
조선통신사 행렬재현 위원회 설치로 정례화
정중하면서 화려했던 본격적인 행렬 재현
국제도시 부산항이 조선통신사 행사로 들썩
일본 행사 실행을 위해 두 도시를 방문하다
요란한 취타대를 선두로 통신 3사 일본을 누비다
조선통신사들 숨결 여기저기에 배이다
경계인 60년의 할머니들에게 고국 방문의 길 열어주다

2부 조선통신사 여정 따라 동경으로 향하다

해신제 끝내고 일본에 이르면 환영 인파가 길을 가득 메우고
호수 같은 바다 지나 산도 돌고 강도 건너
오사카의 가장 큰 절이 사행원들의 숙소가 되고
지식에 반하고 묵향에 취하고
다시 에도를 향한 긴 행렬 이어지다
기록유산의 보고인 세이켄지에 들르다
드디어 도쿄 복판에서 영(令)기 휘날린 행렬

3부 조선통신사 세계무대에 서다

연구실적도 없는데도 조선통신사 학회장 되다
현창회 탄생 산파와 사업회의 일몰, 재생
부산문화재단 출범과 다양한 활동들
조직 통합과 세계의 중심 미국 진출
세계의 중심 뉴욕 중심가는 인산인해 CBS는 현장 방송중계도
고전무용과 B-boy가 다이내믹 부산 과시

4부 조선통신사 세계유산으로 인정받다

동아줄 같았던 인연에 묶여 끊지 못했던 조선통신사 사업
공동등재를 위해 거듭된 합동회의
등재 대상 확정작업 서로 이견도 드러나
세계적 문화유산 등극 위해 드디어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
파리 한복판에 펼쳐진 조선통신사 인형 행렬
단잠을 깨운 심야의 전화벨 소리
활발했던 한일교류행사에 등장한 장애물
등재 추진 관계자들만의 축하 행사 참가를 끝으로
 

저자 소개

저 : 강남주
 
경남 하동 출생. 부산수산대(現 부경대)를 졸업하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수산대 교수, 부경대 총장을 거쳐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공동 등재 한국 측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문학] 추천이 완료되어 시인으로 활동했으며, 2013년 [문예연구] 신인 소설상에 당선되었다. 저서로는 『반응의 시론』 등 20여 권이 있다. 근정훈장 청조장,...
 

책 속으로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라고 한자로 옆으로 길게 쓴 판자를 든 남자가 행렬의 맨 앞에서 길을 인도했다. 이 행렬이조선통신사 행렬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무사 복장을 한 사람이 말을 타고 행렬 앞에서 길을 틔웠다. 이어서 소북과 장구를 두드리는 취타대(악대)가 노란 색깔의 연주복을 입고 행렬을 따랐다. 조선통신사 행렬임을 알리는 형형색색의 깃발이 펄럭거렸다.
---「쓰시마에서 처음 본 조선통신사 행렬재현」중에서

“우리도 언젠가 일본의 거리 한복판에서 우리 춤을 출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문화도 일본을 징검다리로 더 넓게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그들을 초청해야 합니다. 조선통신사도 일본의 침략이라는 끔찍한 비극이 있은 뒤 일본에 가서 우리나라 궁중아악도 연주하지 않았습니까?”
---「국제도시 부산항이 조선통신사 행사로 들썩」중에서

사람들은 전쟁의 재발을 막고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외교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때까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사행원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일본 땅에 상륙하게 되면 비로소 사경을 넘은 보람과 평화의 소중함을 뼈가 저리게 느끼게 된다. 행렬이 시작되면 환영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거리가 비좁아 밖으로 나올 수가 없으면 담장 안에서까지 머리를 내밀고 화려한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겼다.
---「해신제 끝내고 일본에 이르면 환영 인파가 길을 가득 메우고」중에서

그러던 10월 31일 새벽, 한잠이 들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1시가 좀 지나서였다. 서일본신문 다케스구 기자의 목소리였다. 첫마디에 “선생님 축하합니다.”라고 했다. 잠이 확 달아났다. 파리에 있는 일본 유네스코 대표부에서 알려진 소식인데 오늘 등록 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그는 유네스코 공식 홈페이지에 확정 소식이 발표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밤잠을 깨운 심야의 전화벨 소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