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이데올로기 연구 (책소개)/1.나치즘.파시즘

친절한 파시즘 - 민주주의적 폭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동방박사님 2022. 10. 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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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민주주의 사회에서 파시즘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갈 새로운 폭력에 관한 38년 전의 예견
트럼프 시대가 열리며 진보적 지식인들이 앞다퉈 소환한 용어, “친절한 파시즘”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파시즘이 나타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20세기 말 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관찰되는 전체주의의 전조를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등장하리라는 전망을 제시한 사회과학 명저 『친절한 파시즘』(1980)의 한국어판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미국 정부 관료 출신의 정치학자인 버트럼 그로스(1912~1997)는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거대기업과 거대정부가 점점 더 강하게 결탁하며 등장할 이른바 ‘친절한 파시즘’이 조용히, 교묘하게 시민적 자유와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미국 연방 정부 관료로서의 이력을 지녀 정책과 학문에 두루 정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날 파시즘적 경향을 도발적이며 독창적으로 분석해냈다고 평가된다. 특히 2016년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위협이 도래할 미래를 정확히 예견한 분석으로 재조명되며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엄 촘스키, 마이클 무어 등 여러 진보적 지식인들은 미국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도발할 때마다 이 책과 “친절한 파시즘”이라는 용어를 소환하고 있다.

1부 ‘친절한 파시즘의 뿌리’에서는 양차 세계대전과 전간기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파시즘 양상을 살핀 후, 제2차 세계대전 후 수습 과정에서 형성된 ‘자유세계’ 기득권의 속성을 자세히 분석한다. 2부 ‘친절한 파시즘이라는 유령’에서는 기득권이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상술된다. 각 장을 통해 저자는 미국 사회를 ‘친절한 파시즘’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군사, 치안,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우려스러운 면들을 찬찬히 훑고, 새로운 압제에 대한 시민들의 무기력한 반응을 부추기는 신화에 대해 다룬다. 3부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는 가속화되는 억압적 정치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주된 반응의 비합리성을 지적하고, 이미 존재하는 여러 저항 행동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강화할 대항 논리를 찾는다.

 

목차

1982년판 서문
들어가며: 애국적인 경고

1부 친절한 파시즘의 뿌리
1장 고전적인 파시즘의 부상과 몰락
2장 새로운 국가조합주의적 통제 사회로의 이륙
3장 미스터리에 싸인 기득권
4장 성공의 부작용
5장 축소되는 자본주의 세계가 맞닥뜨린 도전
6장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옛 위기

2부 친절한 파시즘이라는 유령
7장 전개되는 상황 논리
8장 삼각축의 제국이냐, 요새화된 미국이냐
9장 친절한 파시즘의 기득권
10장 친절한 파시즘의 경제학
11장 민주적 장치의 전복
12장 정보와 정신을 관리하는 법
13장 체제를 받아들이도록 회유하는 인센티브
14장 폭력의 사다리
15장 섹스, 마약, 광기, 컬트
16장 적응력 강한 히드라
17장 결정론의 신화

3부 진정한 민주주의
18장 그것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19장 민주주의의 장기 논리
20장 민주주의의 행동 논리
21장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감사의 글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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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버트럼 그로스 (Bertram Gross)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행정가. 뉴욕 시립대학교 헌터 칼리지 공공정책·도시계획학과 및 정치학과 교수, 시러큐스 대학교 맥스웰 행정대학원 교수,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교 방문교수 등을 역임하며 정치와 사회 분야에 많은 저술을 남겼다. 1938년부터 연방 정부에서 일하며 공공주택, 전시 가격통제, 전후 계획 등의 정책 수립에 관여했고, 1946~1952년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으로 일했다. 또 의회의 여러 위원회에서도 활...
 
역 : 김승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친절한 파시즘』, 『계몽주의 2.0』, 『그날 밤 체르노빌』,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20 vs 80의 사회』, 『앨버트 허시먼』, 『예언이 끝났을 때』, 『기울어진 교육』, 『불복종에 관하여』, 『우리는 실내형 인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제1세계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민족적·문화적 유산의 옷을 입고, 인종적·종교적 다양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 공식적인 정치 구조를 등에 업은 채, 지정학적 여건의 제약하에서 생겨날 것이다. 일본이나 독일의 파시즘은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많이 다를 것이고,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이스라엘과도 다를 것이다. 미국에서 생겨날 파시즘은 극히 현대적이고 다인종적인 종류일 것이다. 미국판 파시즘은 매디슨가의 광고 거리, 경영자들의 오찬 모임, 신용카드, 그리고 애플파이만큼이나 미국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소를 띤 파시즘일 것이다. (43쪽)

민주주의의 약점에 대한 치료약은 더 많은 민주주의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파시즘’만큼이나 다양하고 상충되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공식적인 대의제도를 뜻하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이 격언은 의미 없는 클리셰가 된다. 그런 식으로 민주적 제도와 장치만 만지작거리는 것은 (그러면서 그것들을 향상시킨다 해도) ‘예속의 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권력을 탈중심화하고 분산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민주주의는 사회 자체를 재구성해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0~51쪽)

특히 미국에서는 거대기업-거대정부 연합이 한층 더 집중적이고 억압적이며 군사적이고 가차 없는 통제를 행사하게 되는 방향을 가리킨다. 울트라리치와 기업 실질 지배자, 그리고 정부(군 조직과 비군사 조직 모두) 핵심 인사들의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다른 이들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친절한 파시즘이다. (298쪽)

친절한 파시스트들은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자들이지만 절대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단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돈을 벌려고 노력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특권과 권력을 확장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그리고 기득권의 많은 이들이 자유, 해방, 민주, 인간적 가치, 인권 등의 화법을 사용한다. 과두제적 권력의 새로운 연합을 통해 자기들끼리의 이익을 추구하는 와중에 수많은 다른 이들이 오염, 물자 부족, 실업, 인플레, 전쟁의 피해를 입겠지만, 이것은 기득권층이 어떤 계획에 따라 달성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 이것은 모종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며, 이 손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299~300쪽)

기업인들은 돈과 권력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이론가까지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사실은 돈과 권력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지난 한 세기 넘게 경제 이론가들이 필요했다. 기득권의 군사주의자들이 파괴적인 폭력이 실제로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줄기차게 과장하는 동안, 동일한 기득권의 경제계 인사들은 실제로 몹시 파괴적인 경제정책을 권력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이 제시해왔다. (376~377쪽)

시스템의 제약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도 존재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연차가 올라가고, 이런저런 수완을 발휘하면 더 좋은 칸을 얻을 수 있다. 예속된 노동자도 착하게 행동하면 단순하고 지루한 일에서 벗어나 계층 상승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지출이 늘어나며, 서로 챙겨주는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는 감옥의 화사한 앞뜰로 갈 수 있다. 또 자신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 선택지들 모두 비인간적이고 비인간화하는 종류의 노동이지만 말이다. (494~495쪽)

기술이 더 완벽해져서 부작용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저항하는 사람을 감옥에 넣는 것보다 저항하는 사람의 뇌에 감옥을 넣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정신외과술이 당사자를 어딘가 나사가 풀리고 감정도 없는 ‘좀비’로 만드는 게 아니라 생기 있고 근면하고 그러면서도 유순하게 복종하는 ‘좋은 시민’으로 만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 (528쪽)

혐오는 그들의 게임이다. 그들은 국내외의 많은 사람을 혐오하며, 아마 자기 자신도 혐오할 것이다. 그들은 이 체제의 수혜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연민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에게는 응분의 벌도 필요하다. 공장에서, 농장에서, 사무실에서, 가게에서, 법정에서, 의회에서, 투표장에서, 교실에서, 거리에서, 신문에서, 방송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독창성을 십분 발휘해, 폭력과 전쟁이 아닌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657~658쪽)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옛 파시즘의 야만 뒤에 숨어 있던 거대기업과 거대정부의 결합
‘민주주의는 언제든 새로운 형태의 독재로 바뀔 수 있다’

연방 정부에서 공공정책 입법과 자문을 담당했던 경험 덕분에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과 기득권의 속성에 정통했던 저자는 민주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20세기 전반기에 나타나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갔던 파시즘이 가까운 미래에 다시 도래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한다.
양차 세계대전 전간기의 이탈리아, 독일, 일본으로 대표되는 고전적 형태의 파시즘과 달리, 저자가 예견하는 ‘친절한 파시즘’은 잔혹한 무력 대신 헌정 국가의 민주주의적 장치들을 통해 발생한다. 저자는 ‘파시즘’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비이성적인 거부감을 지적하면서, 파시즘을 나치의 수용소 등과 곧장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럴 경우 민주주의 정체(政體)를 갖춘 자본주의 사회 안에 교묘한 방식으로 가려져 있는 파시즘의 징후를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의 고전적인 파시즘의 핵심을 거대자본과 거대정부의 연합이라고 새로이 규정짓는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모두에서 거대 기업집단이 군과 정부 고위층과 밀접하게 결탁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번영을 약속했던 히틀러는 실제로 실업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노동자를 포함한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용을 보장받은 대신 정치적 자유를 잃었다.
이렇듯 우리가 아는 파시즘의 속성이 기업과 정부가 결탁해 기층민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면, 파시즘은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파시즘이 반드시 히틀러, 무솔리니, 일제의 체제처럼 물리적 폭력과 야만성을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저자가 앞으로 도래할 파시즘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사적인’ 모습으로 작동하는 ‘친절한 파시즘’이리라고 주장한 이유다.

“제1세계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민족적·문화적 유산의 옷을 입고, 인종적·종교적 다양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 공식적인 정치 구조를 등에 업은 채, 지정학적 여건의 제약하에서 생겨날 것이다. (…) 치장된 겉모습, 교묘한 관리와 조작, 강철 주먹을 가린 벨벳 장갑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아, 나는 이것을 ‘친절한 파시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43쪽)

친절한 파시즘의 권력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적 장치를 통해 억압적 지배를 추동하는 기득권의 상황 논리

‘친절한 파시즘’이 20세기 초의 고전적 파시즘과 다른 점(312쪽 표 17 참조)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민주적 장치를 훼손하기보다 그것을 활용해 “교묘하고 섬세한 형태”로 복종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희생양을 만들어 물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직접적인 프로파간다를 사용하는 방식이 줄고, 대신 전문화된 사회 위기관리 시스템이 자리 잡아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고도의 과학기술, 미디어, 소비주의, 하위문화 등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 대중을 파편화한다.
‘친절한 파시즘’은 카리스마 있는 독재자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연합한 기득권이 자신들이 맞닥뜨린 위기에 대응하느라 만들어내는 결과에 가깝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오직 돈을 벌려고 노력할 뿐인 자들과 특권과 권력을 확장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자들 등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것은 발생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제국들이 해체되면서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한 자본주의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업-정부 연합 구조를 만든 것 또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쟁기를 거치며 고위 기업인, 정치인, 군 장교, 과학자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국내외 사안에 대해 협력하는 방식을 학습한 미국의 기득권은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맞서기 위한 단합을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되었다.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기득권은 거부, 기업 경영자, 정치인, 및 과학자를 비롯한 전문가 등이 복잡하게 계층화된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으며(133쪽 표 2 참조), 이 네트워크는 국제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자본과 권력을 계속해서 축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기득권은 정치체제와 경제가 상호 의존하는 방식으로 엮여 있으며, 미국 사회는 ‘울트라리치’, 기업 실질 지배자, 행정부 최고 통수권자가 상층부를 차지하는 과두제이다. 이를 떠받치는 과학기술 산업계, 대학과 연구 기관, 재단 등이 기득권의 하층을 구성하는데, 이들은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점점 더 기득권의 상층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에 복무하며 조건부로 이득을 얻는다.
목적과 계획이 아니라 상황 논리를 따른 결과이더라도 친절한 파시즘을 추동하는 기득권 세력은 권력을 특정 소수에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자들”(299쪽)이다. 기득권의 많은 이들은 자유, 해방, 민주, 인간적 가치, 인권 등의 화법을 사용하면서 연합을 통해 권력을 확장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와중에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환경오염, 물자 부족, 실업, 인플레, 전쟁의 피해를 전가한다. 또 저비용 고효율을 위한 단계적 폭력 가동 체제를 제도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생각을 조작하고, 약물과 광신적 종교 등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정신을 관리한다. 그럼으로써 ‘친절한 파시즘’이 가져올 중요한 변화(590쪽 표 21 참조) 중 하나는 “경제 불균형이 심화”되고 “저항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저자는 도래할 ‘친절한 파시즘’의 사회에서 예속된 인간의 유형을 “욥, 프로메테우스, 파우스트”(494쪽)로 분류한다. ‘욥’은 일반적인 노동자로, 무기력함이 특징적 속성이며, 안전하고 손쉬운 아랫사람에게 공격성을 배출하면서 자신의 운명에 제 나름으로 순응한다. ‘프로메테우스’는 과학기술 전문가로, 기득권을 위한 시스템 유지에 꼭 필요한 전문 기술을 생산한다. 그는 끝없이 의심하는 존재이지만, 자신의 기술은 세분화된 영역에 한정돼 있어 인류를 해방시키는 데 사용할 수 없다. ‘파우스트’는 기득권의 규범을 내면화해 스스로 규율하는 자다. 조건부의 보상을 제공받으며 끝없이 돌아가는 쳇바퀴를 굴리기 위해 기꺼이 영혼을 판 그는 무한 증식하는 업무량이 자신의 시간과 건강과 꿈을 잠식하게 둔다. 그로스가 설명한 친절한 파시즘 사회의 인간 유형은 2018년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트럼프 시대, 세계가 ‘불친절한 미래’를 피하도록 도와줄 강력한 무기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당신이 꿈에서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한 일들을 실천하고 있다”

초판 출간 2년 뒤인 1982년에 이 책의 페이퍼백판을 내며 덧붙인 서문에서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파시즘을 향해 진격하는 “다섯 개의 대열”(17쪽)을 언급하면서 반동적인 요인들이 득세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광신적 집단, 파괴적 대량살상 무기를 제조하는 방산기업과 군 당국,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혜택을 받으며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업과 경영자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파괴하는 감시 시스템과 사법 책임자들, 그리고 개개인의 정신 속에 파고들어 앞의 네 가지를 정당화하고 독려하고 위장하는 신화들이 그것이다. 한국어판 옮긴이는 후기에서 이 “다섯 개의 대열을 체크리스트 삼아”(697쪽) 오늘날을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혐오를 바탕으로 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미국의 군사 지출과 무기 거래는 지난 20년간 증가 추세이며, 지금의 경제 불평등에 비하면 그로스가 이 책을 펴낸 1980년대는 평등해 보일 지경이고, 30여 년간 엄청나게 발달한 테크놀로지와 함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했듯 CIA는 전 세계 시민을 감시하게 됐으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정당화하는 신화는 훨씬 진화하는 등 친절한 파시즘의 추세는 지난 40년간 전혀 약화되지 않았다.
도입부에서 선언하듯, 이 책은 ‘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책이다. ‘친절한 파시즘’이 등장하고 작동하는 상황 논리를 분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파시즘을 피할 ‘더 진정한’ 민주주의를 배양하는 저항적 흐름을 주의 깊게 살피고,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짚는 것이다. 21세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파시즘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우려하는 대로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 과도한 비관주의나 낙관주의를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친절한 파시즘에 대항하는 흐름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다음과 같은 노력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전운동과 환경운동, 여성운동,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수그러들 기세 없이 더 활발해지고 있고, 노조의 조직과 활동 및 내부 고발자들의 등장이 늘고 있으며, 기득권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40년에 가까운 시차를 둔 현재에도 그로스가 꼽은 사회운동들은 더욱 성장하고 있으며, 옮긴이의 지적처럼 그리스, 스페인 등에 “강성 좌파 정당”이 부상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에서는 진보적 정치인이 대중적 호소력을 얻고 있다. “친절한 파시즘 쪽으로 몰고 가는 지배적인 논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쪽으로 몰고 가는 대안 논리를 촉발”(27쪽)한다는 진리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폭력과 전쟁이 아닌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 이런 대안 논리를 지원하고 확장하고 성장시키는 일일 것이다.

“혐오는 그들의 게임이다. 그들은 국내외의 많은 사람을 혐오하며, 아마 자기 자신도 혐오할 것이다. (…) 공장에서, 농장에서, 사무실에서, 가게에서, 법정에서, 의회에서, 투표장에서, 교실에서, 거리에서, 신문에서, 방송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독창성을 십분 발휘해, 폭력과 전쟁이 아닌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657~658쪽)
 

추천평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전체주의적 요소들이 또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 하는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가 ‘매우 불친절한 미래’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강력한 도구, 아니 강력한 무기다.”
- 앨빈 토플러(『미래 쇼크』 저자)

“흥미롭고 도발적이며 널리 읽힐 가치가 있는, 실로 중요하고 훌륭한 책.”
- 마이클 해링턴(『오래된 희망, 사회주의』 저자)

“미국이 민주적으로 파시즘을 향해 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훌륭하게 분석한 책을 이제까지 나는 보지 못했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여기에 오게 됐는지를 매우 명료하게 설명한다.”
- 윌리엄 샤이러(『제3제국의 흥망』 저자)

“1980년에 그로스가 ‘친절한 파시즘’이라고 부른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 노엄 촘스키(언어학자·사회비평가, 트럼프 시대에 대한 논평에서)

“다음번 파시즘의 물결은 가축 운반차나 수용소 대신 친절한 얼굴과 함께 올 것이다.”
- 마이클 무어(영화감독, 트럼프 시대에 대한 논평에서 그로스의 말을 환언하며)

“우리는 1980년보다 한층 더 ‘친절한 파시즘’에 다가서고 있다.”
- 찰스 헨리(정치학자, 트럼프 시대에 대한 논평에서)

“그로스가 30여 년 전에 ‘친절한 파시즘’을 예견한 이래 국가의 상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 존 화이트헤드(러더퍼드연구소 소장, 2011년 ‘점령하라’ 시위에 대한 논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