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의 이해 (책소개)/1.국가권력

정치론 (스피노자)

동방박사님 2022. 11. 2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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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피노자 정치(철)학의 핵심: 국가의 목적은 인간의 ‘자유’에 있다

스피노자의 주요 저서들은 이미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하지만 비전공자에 의한 중역본(重譯本)이 대부분임을 감안할 때, 스피노자 전공자에 의한 라틴어 원전 번역본의 시급한 출판이 요구되어왔다.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는 스피노자 전공자 공진성 교수(조선대, 정치학)의 번역으로 스피노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집필했던 『정치론』을 라틴어 대역본으로 선보인다.

스피노자는 르네 데카르트, 토머스 홉스, 라이프니츠와 더불어 17세기의 대표적 철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유대 공동체 사회로부터 파문을 당하면서도 평생을 광학 렌즈 깎는 일로 생활을 영위했으며, 격변의 당대 네덜란드 정치 현실 속에서는 현실참여적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적 견해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콜로 마키아벨리, 토머스 홉스, 그리고 국제법의 대가인 휘호 그로티우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특히 스피노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정체(政體)의 유형 ―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 을 다루지만 단순히 주권자의 수(數)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다시 그것을 자의적 지배와 그렇지 않은 합리적 지배로 나누어 파악하고 있으며, 자의적 지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제도적 장치가 인간 본성(자연)의 법칙에 부합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스피노자의 관심은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우월함을 주장하는 데에 있지 않고, 어느 것이건 간에 그것을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만드는 데 있다. 그렇게 세워진 국가는 모두 공공의 이익과 개개인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며 시민이 어느 누구의 자의적 지배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국가이다. 이 점에서 『정치론』의 정신은 『신학정치론』 제20장에서 스피노자가 “국가의 목적은 자유”라고 말할 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목차

해제 : 지유를 위한 스피노자의 정치학적 구상 9
저자가 어느 친구에게 보낸 편지 41

정치론 45

제1장 : 서론 47
제2장 : 자연적 권리 59
제3장 : 정치공동체의 권리 93
제4장 : 정치공동체의 권리와 의무 121
제5장 : 최선의 국가 또는 국가의 목적 133
제6장 : 군주국가의 기초 145
제7장 : 군주국가의 기초에 대한 정당화 183
제8장 : 하나의 도시가 중심이 되는 귀족국가의 기초 239
제9장 : 여러 도시로 이루어진 귀족국가의 기초 319
제10장 : 귀족국가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 343
제11장 : 민주국가 365

부록 : 정부 구조 도식 374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연보 377
참고문헌 379
찾아보기 381
 

저자 소개

저 :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Benedictus de Spinoza)
 
포르투갈계 유대인으로서 1632년에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출생했다. 어릴 때부터 총명했던 스피노자는 위대한 랍비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는 유대 공동체가 설립한 학교에서 철저하게 유대적인 교육을 받고 종교적 관념과 신학적 이론으로 가득 찬 사상과 친숙해진다. 이에 따라 스피노자는 그의 사유와 삶의 모든 국면에 근본적으로 신이 존재한다는 유대인의 관습을 체화했지만, 당시의 학문 용어인 라틴어를 습득...

역 : 공진성

1973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스피노자의 정치사상에 대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9월부터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 「17세기 유럽 관용론의 두 유형: 스피노자와 로크」, 「스피노자, 관용, 그리고 종교적 불복종의 문제」, 「스피노자의 정치이...
 
 

출판사 리뷰

‘정서’(affectus): 스피노자 정치학의 핵심 개념

스피노자 정치학은 인간 정서의 동역학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이 책 본문의 첫 단어로서 ‘정서’(affectus)가 나오는 것도 그런 점에서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정서’는 스피노자 정치학의 핵심 개념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서를 그저 금지하거나 금기시하지 않고 긍정하면서 그 작용을 정확히 이해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기 보존을 해치지 않도록 통제할 것인지가 정치학의 연구 과제이자 목표라고 본다.

이 점에서 그의 정치학이 매우 ‘현대적’ 성격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둔다면 스피노자의 기본 전제는 인간이 이성보다 정서에 의해 더 많이 인도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저절로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이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정치적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의 사용조차 한 사람의 능력과 선의에 의존할 경우에 필연적으로 불안정해지므로 그 기술의 사용을 법제화하여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에게서는 이 기술의 법제화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사실상 주권의 형식적 보유자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의 선발된 사람인지, 시민 전체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제도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무작정 왕정 대신 귀족정이나 민주정을 추구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안녕에 이롭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생각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피노자는 사실상 모든 국가형태 -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 의 의미를 상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피노자는 민주주의자도 아니지만 군주주의자도, 귀족주의자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법치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디까지나 이성에 부합하는 법이 국가의 안정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는 법치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실정법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스피노자, 민주정을 일종의 근원적 국가형태로 간주하다

이 책에서 스피노자가 각각의 국가형태가 가진 의미를 어느 정도 상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학정치론』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 분명히 스피노자는 민주정을 일종의 근원적 국가형태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국가의 주권이 다중의 힘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주권의 외형이 어떤 것이건 간에 그것이 근본적으로 다중의 힘에 의존한다는 것이, 그러므로 결국 민주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생각이다(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정부의 운영에 시민 전체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스피노자는 역사적으로 국가형태가 민주정에서 귀족정으로, 그리고 귀족정에서 군주정으로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이 민주화를 왕정에서 시작하는 진보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과 다르게 스피노자는 이를테면 민주화를 체제의 타락을 막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는 과정으로 이해한다(이는 마키아벨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고대의 순환론적 역사관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황금의 시대가 은(銀)의 시대, 동(銅)의 시대, 철(鐵)의 시대로 퇴락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런 경향을 막고 다시 원래의 좋은 상태, 곧 평등한 민주정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후퇴를 막는 장치가 바로 법이고 그런 법을 제정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