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한국역사의 이해 (독서)/4.한국학연구

유길준의 사상세계 - 동아시아 문맥과 지적여정

동방박사님 2022. 12. 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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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한민국 역사의 선두에 선 유길준의 사상 세계
문명개화의 시기, 변화의 선두에 선 유길준의 뜨거운 분투


19세기 말 조선, 최초의 유학생 유길준은 변화의 선두에 서 있었다. 그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공존시키려는 분투 속에서, 피하기 어려운 불협화음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시대를 성실히 마주하려는 사람이었다. 이후 조선에서 서양 근대문명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은 그가 열어 놓은 길 위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유길준이 당대 조선인을 대표하여 서양 근대문명과 일본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했는지, 그리고 이는 이후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그가 남긴 저서와 사상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특히, 당시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근대를 함께 살피며 유길준의 배경을 톺아봄으로써 조선-한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데 유의미한 시점을 제시한다.

 

목차

서론: 지키는 일과 바꾸는 일 5

제1부 변화를 주도하다

1장: 유길준의 세계 이해와 조선의 좌표: 《세계대세론》과 근대적 개념들 - 이예안
1. 새로운 세계 속에서 조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23
2. 세계 각국에 고유ㆍ불변인 것: 종교 29
3. 고유한 것의 변화 가능성: 개화 35
4. 세계대세일반의 또 하나의 원리: 자유 44
5. 개항기 조선의 지형 57

2장: 유길준의 《정치학》을 통해 본 근대 동아시아 ‘정치학’의 수용 과정 - 김태진
1. 유길준은 어떤 학생, 어떤 번역자였나? 63
2. 유길준의 《정치학》 번역: 그는 무엇에 주목했는가? 69
3. 사라진 서론: 정치학은 어떤 학문인가? 78
4. 독일 국가학에서 일본 국법학으로, 그리고 조선 정치학으로 85
5. 블룬칠리와 라트겐의 사이: 유기체설의 삭제 97
6. 읽히지 못한 교과서 《정치학》 107

3장: 유길준의 7년전쟁사 저술에 나타난 국민 창출론 - 최정훈
1. 번역과 창작 사이 113
2. “교육”의 “개도”와 “법률의 보호”: 《서유견문》의 국민 창출론 119
3. “이탈리아의 통일” 혹은 “폴란드의 분열”: 《7년전사》의 저술 의도 126
4. 프로이센형 국민 창출론 137
5. 조선의 정치 공간에서의 《7년전사》 155

4장: 유길준의 《폴란드 쇠망전사》ㆍ《폴란드 말년전사》에 나타난 국민 창출론 - 최정훈
1. 저술로서의 번역 159
2. 유길준과 “만국전사”의 지적 조우 165
3. 폴란드 분할과 권력정치 176
4. 폴란드 귀족정치의 비판 184
5. 폴란드식 국민 창출 과정 194
6. 조선의 담론 공간 속 폴란드 멸망사 209

제2부 의도하지 않은 변화들

5장: 《서유견문》에서의 ‘양생/위생’ 개념: “양생하는 규칙”의 논리 구조 - 김태진
1. 유길준에게 양생이란 무엇인가 217
2. 양생/위생의 개념사: ‘번역어’로서 양생/위생 개념의 용례 221
3. “양생하는 규칙”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237
4. ‘서유-견문’이 전하는 목소리 260

6장: 《노동야학》에 나타난 국민 만들기 논리: 유길준이 본 대한제국의 ‘하등사회’ - 이새봄
1. 노동자의 탄생 265
2. 《노동야학》 집필 배경: 노동야학회와 노동자 교육 271
3. 《노동야학》의 근대성: ‘사회’와 노동자 280
4. 지식인이 본 ‘하등사회’: ‘스스로 도움’과 ‘직업’의식의 부재 287
5. 국가와 노동자를 연결하는 또 다른 고리, ‘임금’ 301
6. 《노동야학》이 바랐던 미래 309

7장: 유길준의 종교와 국가: 조선의 자유ㆍ독립을 향한 근본 가르침 - 이예안
1. 유길준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315
2. 정교일치의 세계: ‘근본 가르침’으로서의 ‘종교’ 320
3. 종교의 공통 속성의 발견: ‘신성’과 ‘도덕’ 326
4. ‘종교의 자유’론: ‘근본 가르침’과의 동거 333
5. ‘영혼의 교도’로서의 기독교 343
6. 통합의 기술 또는 구원의 신앙 357

8장: ‘직분’ 개념으로 보는 유길준의 주권의 원천: 후쿠자와 유키치와의 비교를 통해 - 이혜경
1. 유길준에게 ‘권리’와 ‘의무’는 어떤 것이었나 365
2. 한자어 ‘직분’ 개념의 근대 이전 용례 373
3. 후쿠자와의 “인생의 통의와 직분” 378
4. 유길준의 권리, 그리고 직분 386
5. 나라의 권리와 정부의 직분: 인민의 직분은 어디로? 391
6. 직업군의 직분들: 사농공상의 직분 399
7. 유길준의 문명의 길 404

유길준 연보 409
찾아보기 413
저자소개 425
 

저자 소개

저 : 이혜경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 교토(京都)대학에서 철학박사로 있었으며 중국근대사상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윤리관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천하관과 근대화론 : 양계초를 중심으로』, 『량치차오 : 문명과 유학에 얽힌 애증의...

저 : 김태진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외국인 연구원, 서울대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등을 거쳤다. 현재 동국대 일본학과에 재직 중이다. 정치사상 전공으로, 근대 일본의 신체정치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 근대 동아시아의 정치서사를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 논저로 「근대 동아시아의 신체정치: 일본의 바디폴리틱 구성과 동아시아」(2016), 「근대 담론의 형성과 지식장의 전환」(공...
 
저 : 이새봄
 
일본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ㆍ서울대에 출강했으며, 현재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근대 일본의 정치사상과 역사를 동아시아 및 서양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특히, ‘문명개화’를 둘러싼 메이지 초기 지식인의 논의와 그 후속 세대 논자들의 문제의식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를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 논저로 『 ‘문명개화’와 《메이로쿠(明六) 잡지》』(2...
 
 
 

출판사 리뷰

유길준, 근대 역사의 선두에 서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뼈대로 한 국가를 세우고 운영해 온 것은 100년이 안 되지만, 그 이전부터 그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길준(兪吉濬, 1856~1914)은 그 역사의 선두에 선 사람이다. 이른 시기에 일본 유학과 미국 유학을 경험한 그는 서양 근대문명과 당시 아시아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던 일본을 최대한 보고 배우고자 했다. 배운 것을 조국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뜻대로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후 조선에서 서양 근대문명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은 그가 일찍 열어 놓은 길 위에서 출발했다.
유길준이 서양 근대문명을 이해한 방향은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유길준 자신이 보여 준 이해의 양상은 그대로 당대 조선인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중요성 때문에 현대 한국의 전사(前史)로서 근대사를 연구하는 영역에서 유길준은 매우 중요한 인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유길준 연구는 대부분 한국사나 한국문학, 한국정치사상사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다섯 명의 연구자는 일본과 중국의 근대사상 분야에서 연구 이력을 시작한 젊은 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 책은 동아시아의 근대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유길준의 사상을 바라본다. 이는 조선-한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데 또 하나의 유의미한 시점을 제시할 것이다.

유길준과 개화(開化) 사상

이 책은 2부, 8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세계대세론》, 《정치학》, 《폴란드 쇠망전사》, 《폴란드 말년전사》 등의 초기 저서를 중심으로 유길준이 달라진 세상을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도모했던 이야기들을 모았다. 제2부에서는 후기 저작인《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사상을 분석하고, 유길준의 종교관과 ‘직분’ 개념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새로운 근대문명과 국제관계 속에서 그가 조선을 어떠한 모습으로 재정비하고자 노력했는지를 보여 준다.

유길준은 조선이 더는 중화주의적 질서가 지배하는 천하가 아니라 독립된 국가가 국제관계를 맺는 세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세계에서 조선을 재정비하여 독립국가로 살아남는 길을 모색했다. 유길준은 ‘문명화’를 주로 ‘개화(開化)’라는 말로 불렀는데, 그에게 개화란 “온갖 일과 온갖 사물이 지극한 선, 지극한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다. 즉, 개화는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였다. 그러므로 서양 근대문명은 개화의 표준이 아니었다. 그는 개화가 반드시 서양을 배움으로써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개화가 유학적 세계와 모순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듯하다.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공존시키려는 노력, 그 노력 속에서 피하기 어려운 불협화음은 자신의 시대를 성실히 마주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어느 시대든 변화는 늘 일어나고 있으며,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은 일상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이질적인 문명을 수용하면서 유길준이 보여 준 특수한 논리 혹은 독해는 한국 근대사에 면면하게 흐르는 것이면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표층의 바로 아래에서 여전히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유길준 연구는 유길준의 공과(功過)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자아성찰의 성격을 갖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