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대한민국 현대사 (책소개)/5.대한민국대통령

박근혜의 권력 중독 (2016) - ‘의전 대통령’의 재앙

동방박사님 2023. 6. 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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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의전 대통령’의 재앙, 대한민국은 어떻게 침몰했는가?

국민감정에 폭격을 퍼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탄핵’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의 권력 중독: ‘의전 대통령’의 재앙』에서 박근혜의 패악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의 본질을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엄청난 범죄와 거짓을 일삼고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려는 박근혜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그녀가 얼마나 심각한 권력 중독에 빠져 있는지를 파헤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박근혜의 권력 중독과 집착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그녀에게 놀아난 대한민국은 급기야 비극의 나락으로 침몰했다.

이와 함께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에 대해 ‘의전 대통령’의 재앙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강준만 교수가 제시한 ‘의전 대통령’이란 ‘형식상 의전의 직을 갖는 대통령’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 없이 권력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상징 조작’을 뜻한다.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박근혜는 여성임에도 대통령답게 보이는 의전적 자질의 소유자였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18년간 청와대에 거주하면서 익힌 의전 감각, 어머니의 사후 5년간 의전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으면서 갈고 닦은 실력이 있었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비전과 컨텐츠 대신 외적인 ‘의전 자본’을 키우는 데에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의 ‘의료 스캔들’ 역시 ‘의전 자본’의 관점에서 봐야 의문이 풀린다고 말한다. 단순한 ‘약물 주사 중독’이 아니라 대통령답게 보이고자 하는 자신의 ‘의전 자본’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의전 본능’은 세월호 참사 때 대재앙을 맞게 된다.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 중 일부가 밝혀진 ‘올림머리 손질’이 그것이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 박근혜는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의전 대통령’의 대재앙이었다.

목차

머리말 : ‘선거의 여왕’이 어떻게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는가? · 4

제1장 :박근혜는 희귀한 유형의 ‘의전 대통령’ · 15
박근혜는 “나라를 구한 처녀 잔 다르크”
꼭두각시에게도 정치적 지능은 있다
박근혜의 ‘베이비 토크’와 트럼프의 ‘초딩’ 단어
‘박근혜 화법’에 대한 찬사를 기억하십니까?
‘의전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현대의 주술(呪術) 정치
‘상징의, 상징에 의한, 상징을 위한 정치’
“박근혜가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
“대통령답다”는 말의 17가지 용법
지도자가 되는 것과 키는 무관한가?
박근혜의 뛰어난 ‘의전 자본’
강용석이 예찬한 ‘섹시한 박근혜’
박근혜의 ‘의료 스캔들’은 ‘의전 자본’을 지키려는 몸부림
박근혜의 ‘정치 지능’ 또는 ‘권력 지능’
박근혜는 ‘리플리증후군’에 갇혀 있는가?
“박근혜에겐 거짓말을 할 능력조차 없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의전 강국’
외교통상부는 ‘의전 접대부’로 이름을 바꿔라
한국은 의전에 미친 ‘의전 사회’

제2장 : 박근혜는 권력 사유화를 당연하게 여긴 권력 중독자 · 81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
‘박근혜 게이트’는 사실 권력 중독에 관한 이야기
권력 중독자가 보이는 10가지 증상
“박근혜의 공주병은 큰 정치적 자산”
왜 박근혜는 비가 와도 우비 모자 하나 스스로 못 쓰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몸을 가진 박근혜?
“한국은 ‘아버지의 나라’이자 ‘나의 나라’”
공직자를 죽이는 박근혜의 잔인한 권력 행사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에 떤 새누리당 의원들
왜 최순실은 청담고 교사에게 30분 넘게 폭언을 퍼부었나?
최순실의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마에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
왜 최순실은 “묻어버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나?
‘권력 갑질’은 최순실 집안의 가풍이었나?

제3장 : 박근혜는‘1970년대의 청와대’에 유폐된 과거 중독자 · 123
“나의 생(生)의 목표는 오로지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열성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사랑하는 이유
보수 세력을 열광시킨 ‘아버지를 위하여’
박근혜는 어떤 식으로 ‘1970년대의 청와대’에 유폐되어 있나?
‘대면 보고’ 기피증은 ‘인간 혐오’ 성향 때문인가?
‘콘텐츠 부족’과 ‘문자와 말의 차이를 모르는 무지’ 때문인가?
왜 폴 크루그먼은 「우리가 몰랐던 나라」라는 글을 썼나?
자신이 노는 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가용성 편향’
“정치인들은 물론 노조도 노동계층의 사정을 모른다”
누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대통령의 가용성 편향을 악화시킨 청와대 구조

제4장 : 박근혜는 최순실 일가에 40년간 ‘포획’된 무기력자 · 161
‘박근혜 게이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세뇌 논쟁’
김재규·박근령·박지만도 실패한 ‘박근혜 구하기’
‘박근혜는 정신박약자?’ 논쟁
최태민의 최면술에 의한 세뇌인가?
최태민 이야기만 꺼내면 이성을 잃는 박근혜
“최태민, 최순실, 박근혜는 훗날 최고의 드라마 주제”
세뇌에서 출발한 ‘신경과학’의 전성시대
박근혜가 확인시킨“나서지 말라. 나서면 너만 죽는다.”

맺는말 : ‘박근혜법’과 ‘박근혜 기금’을 만들자 · 187
‘박근혜를 위한 변명’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베스트 10’
“근데 너무 길어서 희망이 없어. 싸워서 이길 수가 없어”
“자유로운 시민제보자들의 사회”를 만들자
우리는 공익제보자들을 어떻게 대해왔나?
우리는 정녕 ‘부패와의 전쟁’을 할 뜻이 있는가?
‘불감사회: 9인의 공익제보자가 겪은 사회적 스트레스’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의도적 눈감기’와 ‘사회적 지지의 환상’을 넘어서

저자 소개
저 : 강준만 (康俊晩)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책 속으로

박근혜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거니와 권력 행사를 즐겼다. 우리는 여기서 박근혜의 모든 권력 행사가 최순실의 지시나 조언에 따른 게 아니냐는 식의 과장을 범해서는 안 된다. 권력에 대한 동물적 본능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은 박근혜에게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것만으로도 박근혜는 결코 의전 대통령일 수 없지만, ‘유권자의 인식’이라고 하는 변수를 가미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유권자들은 어떤 지도자나 정치인의 권력에 대한 동물적 본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표를 주진 않는 법이다. 나는 박근혜가 많은 유권자를 사로잡은 비결은 그녀의 뛰어난 의전에 있으며, 권력 행사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이 없이 권력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는 점에서 그녀를 의전 대통령으로 부르고자 한다. 의전은 단순한 세리모니(ceremony)나 프로토콜(protocol)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 p. 28~29

‘올림머리’사건은 박근혜의 ‘의전 자본’에 대한 집착이 병적 수준임을 잘 말해준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급박한 순간에 박근혜가 서울 강남의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하느라 90분을 날렸다는 『한겨레』 12월 7일자 1면 머리기사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시간만 지나면 거짓말이거나 반거짓말임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90분이 아니라 20분이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믿어야 하나? 아니다. 그게 아니다. 90분이냐 20분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침몰하는 배에 315명이 갇혀 있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미용사를 부를 수 있는 그 정신 상태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박근혜가 과거에 지지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의전 자본’ 운운하는 나의 이런 시도마저 한심하게 여겨질 정도다.
--- p. 53~54

‘견제와 균형’이야말로 권력의 타락에 대한 유일한 안전장치건만, ‘박근혜 게이트’는 그 안전장치마저 농락했다는 점에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나마 언론이라도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가? 쉽진 않을망정 전 국민이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말하는 자들에겐 “몰라!”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는 것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박근혜 게이트’는 사실 권력 중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력 중독자가 자신의 권력 중독을 깨달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자신의 자동차만큼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p. 88

‘아버지를 위하여’가 박근혜의 힘이었던 걸 어이하랴. 박근혜는 9세 때부터 27세가 될 때까지 내내 대통령의 딸이었다. 게다가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총탄으로 잃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비장미를 풍길 수 있는 그런 조건에 더하여 그의 발언도 늘 비장미로 가득했다. 박근혜는 2004년 3월 23일 한나라당의 새 대표가 되어 한 연설에서도 “저는 오늘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았다’고 했던 충무공의 비장한 각오를 되새기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저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더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한나라당의 미래와 국운을 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p. 127

박근혜의 주변엔 박정희를 존경하고 박근혜를 아끼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그들은 왜 박근혜에게 최태민 일가를 멀리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걸까? 김재규·박근령·박지만도 ‘박근혜 구하기’에 실패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을까? 게다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박근혜의 눈에선 얼음처럼 싸늘한 분노의 기운이 감돌았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1970년대부터 그랬다. 김종필은 이렇게 말한다. “오죽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정보부장 김재규에게 ‘그 최태민이란 놈 조사 좀해봐. 뭐하는 놈인지’ 그랬을까. 김재규가 ‘아버지가 조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더니 ‘근혜’ 는 ‘맘대로 해보라’며 고함을 지르고 야단을 쳤어요. 아버지한테 찾아가서 울고불고 난리를 부렸지.” 「제4장 박근혜는 최순실 일가에 40년간 ‘포획’된 무기력자」
--- p. 175
 

출판사 리뷰

‘의전 대통령’의 재앙, 대한민국은 어떻게 침몰했는가?

국민감정에 폭격을 퍼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탄핵’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의 권력 중독: ‘의전 대통령’의 재앙』에서 박근혜의 패악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의 본질을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엄청난 범죄와 거짓을 일삼고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려는 박근혜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그녀가 얼마나 심각한 권력 중독에 빠져 있는지를 파헤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박근혜의 권력 중독과 집착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그녀에게 놀아난 대한민국은 급기야 비극의 나락으로 침몰했다.

이와 함께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에 대해 ‘의전 대통령’의 재앙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강준만 교수가 제시한 ‘의전 대통령’이란 ‘형식상 의전의 직을 갖는 대통령’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 없이 권력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상징 조작’을 뜻한다.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박근혜는 여성임에도 대통령답게 보이는 의전적 자질의 소유자였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18년간 청와대에 거주하면서 익힌 의전 감각, 어머니의 사후 5년간 의전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으면서 갈고 닦은 실력이 있었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비전과 컨텐츠 대신 외적인 ‘의전 자본’을 키우는 데에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의 ‘의료 스캔들’ 역시 ‘의전 자본’의 관점에서 봐야 의문이 풀린다고 말한다. 단순한 ‘약물 주사 중독’이 아니라 대통령답게 보이고자 하는 자신의 ‘의전 자본’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의전 본능’은 세월호 참사 때 대재앙을 맞게 된다.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 중 일부가 밝혀진 ‘올림머리 손질’이 그것이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 박근혜는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의전 대통령’의 대재앙이었다.

강준만의 제언, ‘박근혜법’과 ‘박근혜 기금’을 만들자

우리는 2년 전 정윤회 문건 폭로 당시 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그걸 놓치고 말았다. 물론 그 실패는 박근혜의 적반하장(賊反荷杖) 공세 때문이었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우리를 가슴 아프게 만든 최경락 경위의 말에 그 답이 있다. “너무 길어서 희망이 없어. 싸워서 이길 수가 없어.” 최 경위가 죽기 전 형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박근혜의 임기가 1~2년만 남았어도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고 경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는데, 3년은 너무 길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남은 기간이 너무 길었다! 정권 출범 당시부터 박근혜 정권에 내장되어 있던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언론과 검찰이 그간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유도 남은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언론과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를 열심히 파헤치는 것도 임기 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언론과 검찰을 포함해 그 누구건 임기 초냐 임기 말이냐 하는 것에 관계 없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모든 걸 법대로 투명하게 할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하기 위해 기존 국가운영 패러다임이나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옳겠지만, 실천의 구체적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 바로 ‘자유로운 시민 제보자들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 그 누구건 공익을 위해 자유롭게 제보할 수 있는 사회라면 ‘박근혜 게이트’는 오래전에 발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결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언론과 검찰조차 겁을 먹는 대통령 권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제보했다간 신세 망치기 십상이라는 게 현실이다.

우선 이렇게 하자. 재벌 총수들은 박근혜의 요청에 부응해 미르(486억원)·K스포츠재단(288억원)에 모두 774억원을 냈다. 그 돈으로 다른 엉뚱한 일 하지 말고 가칭 ‘공익 제보자 보호기금’을 만들고 ‘박근혜 기금’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민관(民官)을 막론하고 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튼튼히 하는 일련의 법 개정과 더불어 필요하다면 추가 법률을 만들고 이것들에 ‘박근혜법’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이런 법과 기금이 만들어져 그야말로 자유로운 시민 제보자들의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그 최대 공로자는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자극을 준 박근혜이며, 이 점에서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비록 시작은 불명예에서 비롯된 작명일지라도 궁극적으로 ‘박근혜법’은 ‘김영란법’ 이상 가는 애국이 될 것이며, ‘박근혜 기금’은 한국에 존재했던 그 어떤 재단보다 애국에 기여하는 재단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박근혜라는 이름의 명예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명심하자. 의로운 공익제보로 인해 고초를 겪은 공익제보자들에 대해 토로한 ‘사회적 지지의 환상’을 말이다. “진정한 용기라고 칭송하다가도 곧 식는다. 대부분 안타까워하거나 자책하는 정도이며, 그마저도 잠깐인 경우가 많다”는 말을 새기자. 우리 자신은 물론 전 세계를 감동시킨 역사적인 촛불집회 역시 그런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박근혜법’과 ‘박근혜 기금’을 만드는 것은 패러다임 전환이나 개헌처럼 어렵거나 갈등을 빚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이 역사적인 절호의 기회를 맞아 우리의 ‘비겁한 뇌’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일조차 하지 못한다면, 불명예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