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동양철학의 이해 (독서)/5.주역의세계

주역周易, 타이밍의 지혜 리더는 주역을 읽는다 (2023)

동방박사님 2023. 7. 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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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주역』을 터득한 자는 기다릴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자가 타이밍을 잡는다.
중국 언어학 전공자의 해석으로 만나는 『주역』의 이치
점술서가 아닌 예법의 경전으로, 그리고 오늘날 리더를 위한 타이밍의 처세로


『주역』의 해석은 어렵고 난해하다고 여겨져 왔다. 기록의 형성과 보존이 어려웠던 고대 문헌 자체의 특징과 고립어인 중국어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64개의 괘사를 지은 주나라 문왕이 당시 자신을 핍박하던 은나라 주왕의 검열을 피하고자 사용한 비유와 상징의 수사법은 해석에 곤란함을 더한다. 중국 언어학을 전공하고 여러 대학에서 가르쳐온 김근 역시 자신의 중국 문학 연구의 첫걸음부터 함께 했던 『주역』 독해를 돌아보며 해석의 편차를 느꼈던 경험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노년에 가까워가며 『주역』이 품은 넓은 의미의 폭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화려함보다는 궁극적인 이치에 다가가는 문장으로 주역을 해석한다.

이 책은 『주역』을 곁에 두고 살아온 저자가 주역의 원리와 고대 중국어의 속성 및 글쓰기 코드를 바탕으로 『주역』에 기록된 64개의 괘사와 384개의 효사를 납득할 만한 우리말로 해석하는 데 역점을 둔 책이다. 글자 하나하나의 뜻과 용례, 단어·구절·문장의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중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특징, 풍부한 고사, ‘십익十翼’을 비롯한 여러 문헌을 두루 살펴 이해의 폭을 넓혔다. 그리고 오늘날의 상황에 『주역』의 의미를 적용하여 그것이 현대인에게도 유용함을 보여 준다.

저자는 『주역』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다림이란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라고 요즘의 말로 환언한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는 변화의 국면이 있다. 그 국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좀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판단하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요구에 부응하여 성인들이 내놓은 게 『주역』이다. 따라서 주역을 익히면 올곧은 기다림 속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여 알맞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목차

머리말

Ⅰ. 『주역周易』 해제解題

1. 『주역周易』의 저자와 명칭 2. 괘효卦爻의 명칭
3. 『주역』 괘의 배열 순서 4. 서점筮占의 방법
5. 팔괘와 상수학으로의 발전 6. 점술에 대한 회의와 의리학으로의 발전
7. 경학으로서의 『주역』

Ⅱ. 주역 64괘 강해講解: 상경上經

1. 건괘乾卦 2. 곤괘坤卦 3. 준괘屯卦
4. 몽괘蒙卦 5. 수괘需卦 6. 송괘訟卦
7. 사괘師卦 8. 비괘比卦 9. 소축괘小畜卦
10. 이괘履卦 11. 태괘泰卦 12. 비괘否卦
13. 동인괘同人卦 14. 대유괘大有卦 15. 겸괘謙卦
16. 예괘豫卦 17. 수괘隨卦 18. 고괘蠱卦
19. 임괘臨卦 20. 관괘觀卦 21. 서합괘卦
22. 비괘賁卦 23. 박괘剝卦 24. 복괘復卦
25. 무망괘无妄卦 26. 대축괘大畜卦 27. 이괘卦
28. 대과괘大過卦 29. 감괘坎卦 30. 이괘離卦

Ⅲ. 주역 64괘 강해講解: 하경下經

31. 함괘咸卦 32. 항괘恒卦 33. 둔괘遯卦
34. 대장괘大壯卦 35. 진괘晉卦 36. 명이괘明夷卦
37. 가인괘家人卦 38. 규괘卦 39. 건괘蹇卦
40. 해괘解卦 41. 손괘損卦 42. 익괘益卦
43. 쾌괘卦 44. 구괘卦 45. 췌괘萃卦
46. 승괘升卦 47. 곤괘困卦 48. 정괘井卦
49. 혁괘革卦 50. 정괘鼎卦 51. 진괘震卦
52. 간괘艮卦 53. 점괘漸卦 54. 귀매괘歸妹卦
55. 풍괘卦 56. 여괘旅卦 57. 손괘巽卦
58. 태괘兌卦 59. 환괘渙卦 60. 절괘節卦
61. 중부괘中孚卦 62. 소과괘小過卦 63. 기제괘濟卦
64. 미제괘未濟卦
 

저자 소개 

낭독 : 김근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그곳 대학원에서 창석蒼石 이병한 선생의 지도 아래 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계명대와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거쳐 서강대 중국문화 전공 교수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수 재직 시절에는 주로 언어와 이데올로기, 특히 권력으로서의 문화에 관한 논문을 많이 썼다. 지금은 노원교육복지재단 이사장으로 봉사...

책 속으로

『주역』은 중국의 전통 사상과 종교의 근간이 되는 경전 중의 하나로서,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따르면 이른바 삼성三聖이 책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삼성이란 복희伏羲, 문왕文王, 공자를 가리키는데, 여기에 주공周公을 넣어 사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팔괘를 처음 만든 이는 복희씨이고, 팔괘를 64괘로 연역한 이는 문왕, 각 효爻마다 효사를 붙인 이는 주공, 이른바 십익十翼이라 불리는 전傳을 쓴 이는 공자로 본다. 한나라가 정권을 수립한 후, 유학儒學을 정책적으로 장려하자 경전해석학經典解釋學, 즉 경학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이때 생겨난 것이 오경五經이고 그 첫째가 『역』이었으니, 이로부터 『역경易經』이라 불려 왔다. 그래서 『주역』은 『경經』과 『전傳』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경』은 64괘와 384효의 괘 · 효사로 이루어졌고, 『전』은 괘사와 효사를 해석하여 기록한 총 7가지 저작으로 이루어졌다. 공자가 편찬하였다고 전해지는 이 7가지 저작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단彖』(상 · 하), 『상象』(상 · 하), 『문언文言』, 『계사繫辭』(상 · 하), 『설괘說卦』, 『서괘序卦』, 『잡괘雜卦』 등이다. 이들은 총 10편으로 구성되므로 다른 말로 십익十翼이라고도 부른다.
--- p.17

『주역』에 괘를 배열한 순서에 대해서는 『서괘전序卦傳』에 상세히 나온다. 『주역』은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건乾괘부터 이離괘까지의 30괘, 후자는 함咸괘부터 미제未濟괘까지의 34괘를 각각 실었다. 상경은 건乾괘와 곤坤괘로 시작하는데, 이는 하늘과 땅이 생겨남으로부터 만물이 생성됨을 상징하고, 바로 뒤에 이어지는 준屯괘와 몽蒙괘는 탄생의 고통과 무지몽매함을 나타낸다. 이렇게 이어지면서 감坎괘와 이離괘로 마치는데 전자는 달을, 후자는 해를 각각 상징하므로, 이는 만물이 빛의 세상으로 나옴을 표상한다. 하경은 함咸괘와 항恒괘로 시작하는데, 이는 만물이 생성되어 나온 후, 남녀가 교감하여 짝을 짓고 변치 않는 윤리에 따라 살아가면서 번성함을 표상한다. 마지막은 기제旣濟괘와 미제未濟괘다. 전자는 변화와 발전이 완성에 이르렀음을, 후자는 완성 후에는 또 다른 변화와 발전의 순환 과정이 미완의 상태로 기다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 pp.19~20

1. 건괘乾卦
乾爲天건위천: 건은 하늘에 해당한다.
건하건상乾下乾上

개관

건乾괘는 64괘 중의 제1괘로서, ‘乾’ 자는 ‘天천’, 즉 ‘하늘’을 뜻한다. 건괘는 상 · 하괘가 모두 건괘()로 이루어졌는데, ‘’은 ‘(기운 기)’ 자의 변형으로서 연기나 안개 같은 기운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모양이다. 하늘처럼 너무 큰 것은 개념화하기가 어려우므로, 신체에 빗대어 정수리로 비유하였다. 그래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는 ‘天’ 자를 “정수리로서 가장 높아서 그 위에 더 없다는 뜻이다. ‘一’ 자와 ‘大’ 자로 이루어졌다”(顚也, 至高無上, 一大)라고 해설하였다. 여기서 ‘大’ 자는 사람이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양이고, ‘一’ 자는 맨 위의 머리를 가리킨다. ‘乾’은 중국어로 ‘치엔qian’으로 읽는데, 이는 ‘天천’ · ‘顚전’ 등의 발음과 같다. 따라서 건괘는 지고至高 · 지대至大 · 지존至尊인 만물의 주재를 상징한다. 아울러, 덕과 재주를 겸비한 군자, 그리고 흥성興盛과 강건强健을 상징하기도 한다.

『서괘序卦』는 공자가 편찬했다고 알려진 『역전易傳』 십익十翼 중의 하나로서, 64괘의 배열 순서를 해설한 책인데, “하늘과 땅이 있고 난 다음에, 여기에서 만물이 생겨났다”(有天地,然後萬物生焉)라고 해설하였다. 이는 건괘가 하늘이고 곤괘가 땅이니, 건괘의 강건함과 곤괘의 공경함이 서로 어우러져서 만물이 생성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물이 하늘의 화신化身
은 아니고, 살아가는 데 갖춰야 할 덕은 스스로 쌓아야 한다. 그래서 본 괘의 여섯 효는 각기 그 단계에서 수양해야 할 덕을 기술한다.
--- pp.39~40

괘사 풀이

乾, 元亨利貞.
元: 으뜸 원. 亨: 형통할 형. 利: 이로울 리. 貞: 곧을 정.

‘元원 · 亨형 · 利리 · 貞정’은 건괘의 조짐을 예견한 괘사卦辭로서, ‘大吉大利대길대리’, 즉 크게 길하고 크게 이로운 괘다. 이 네 글자는 괘사에서 자주 나오는데, 조합 형식에 따라 의미가 약간씩 다르다. ‘元亨’과 ‘利貞’으로 각각 이어 쓸 때도 있고, 또는 ‘利~貞’으로 쓸 때도 있다. ‘元원 · 亨형 · 利리 · 貞정’의 의미는 대략 다음과 같다. ‘元’은 ‘처음’, ‘시작’ 또는 ‘크다’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하늘은 만물에 처음으로 생명을 주어 나오게 하는데, 그 힘은 바위도 뚫고 나올 만큼 강하므로 그 덕德, 즉 작용이 큼을 나타낸다. ‘亨’은 ‘通(뚫릴 통)’과 같은 글자로서 ‘형통하다’, ‘막힘이 없이 뚫리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만물을 낳았으면, 이들이 스스로 유有를 만들어 소통하며 살아가도록 길을 활짝 열어 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형통’이라고 부른다.

‘利’는 ‘이익’이나 ‘이윤’ 또는 ‘날카로운’ 등의 의미를 지니는데,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되고 형통하면 이익이 발생한다. 이익은 이로운 것이어서 모든 생명을 잘 성장하게 해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것이기도 해서 사람들 사이에 쟁송爭訟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진정한 이익이 되려면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설문해자』는 ‘利’ 자를 풀이하면서 “조화를 이룬 다음에라야 진정한 이로움이 된다. 『역』에 이르기를, ‘이로움이란 의로움 중에서 조화된 것이다’라고 하였다”(和然後利. 易曰: 利者, 義之和也)라고 부연하였다. 의로움은 자칫 남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조화를 갖추어야 진정한 이로움이 된다는 말이다.

‘貞’을 『설문해자』는 “점을 쳐서 묻는다는 뜻이다. ‘卜(점 복)’ 자와 ‘貝(자개 패)’ 자로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貝’ 자는 폐백을 나타낸다”(卜問也. 卜, 貝以爲贄)라고 풀이하였다. 점을 칠 때는 마음을 가다듬어 순정純正함을 유지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폐백을 드리는 것이다. 이로부터 ‘貞’ 자에 ‘바르다’, ‘곧다’, ‘단단하다’ 등의 의미가 생겨났다. 즉 앞서 말했듯이, 이로움이 있는 곳에는 다툼이 있게 마련인데, 이 다툼을 해결하려면 공정하고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利’ 뒤에 ‘貞’이 수반된 것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일에서 임금이나 지도자는 하늘에 해당하므로, 건괘의 괘사인 ‘元원 · 亨형 · 利리 · 貞정’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네 가지 덕을 상징한다.

이 ‘元원 · 亨형 · 利리 · 貞정’에 대하여 『단전彖傳』(이하 『단』)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해설하였다. “위대하도다, 하늘의 무한한 원천이여! 만물은 이를 바탕으로 움터서 하늘에 통괄된다. (그러면) 구름이 떠다니고 비가 흩뿌려져서 세상의 각종 사물별로 형체가 변이되어 정해진다. (이 형체로써) 처음과 끝의 순환을 명백히 밝혀 주고, 6효의 위치에 따라 그때마다 이루어
야 할 일이 있고, 또 그때마다 타야 할 여섯 마리의 용을 타고서 하늘의 덕을 실현한다. 하늘의 도리는 변화하므로 그때마다 본성과 생명을 바르게 하고, 하늘의 덕을 몸 안에 간직해서 실천하면, 이것이 이롭고 올바른 것이다. (이렇게 ‘원 · 형 · 리 · 정’을 갖추면) 머리가 뭇사람들로부터 튀어나와 (제왕이 되어) 만국이 모두 평안하게 된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雲行雨施, 流形品物. 大明終始, 六位時成, 時乘六龍以御天. 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太和, 乃
利貞. 首出庶物, 萬國咸寧)
--- pp.40~42

⑥ 上九, 亢龍有悔.
上: 위 상. 여기서는 제6효를 가리킴. 亢: 높을 항. 맨 끝에 있는 극점. 亢龍항룡: 최고 정점까지 올라간 권력자. 悔: 뉘우칠 회. 잘못.

제6효는 음의 자리에 양효가 있으므로 실위다. 제6효는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은퇴 또는 은거하는 사람의 자리를 상징한다. 그런데 여기에 양효가 있다는 것은, 은퇴하거나 은퇴할 시기에 아직도 권력이나 상승에 대한 욕망이 있음을 나타낸다.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은 더는 올라갈 데가 없어 쇠퇴의 길을 걸어야 하므로, 더 욕심을 부린다면 후회할 일밖에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亢龍有悔항룡유회’, 즉 ‘최고 정점에 올라간 용에게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라는 구절이다.

건괘의 강건剛健한 상황은 임금의 자리를 우뚝 솟게 함과 아울러 굳건하게 만든다. 그러나 본 효는 실위이므로, 정점의 자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혼자 있는 자리로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고독의 자리다. 왜냐하면 본 효는 제1효인 백성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무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도와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본 효에 있는 사람은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 이를테면 임금이 정사가 골치 아파서 왕위를 태자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올라앉았다면, 더는 권력에 연연하지 말고 노년을 즐기는 일에만 힘써야 한다.

이에 대하여 『상』은 “최고 정점에 올라간 용에게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은, 꽉 찬 상태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亢龍有悔, 盈不可久也)라고 해설하였다. 십익 중의 하나인 『문언文言』에서도 “‘亢항’ 자가 뜻하는 바는, 나아감은 알면서 물러남은 모르고, 살아남음은 알면서 멸망함은 모르며, 얻음은 알고 잃음은 모른다는 뜻이다. 오로지 성인뿐인가 나아감과 물러남, 살아남음과 멸망함을 알면서, 올바름을 잃지 않는 분, 그런 분은 오로지 성인뿐인가”(亢之爲言也, 知進而不知退, 知存而不知亡, 知得而不知喪. 其唯聖人乎, 知進退存亡, 而不失其正者, 其唯人乎)라고 부연하였다. 그런데도 굳이 정점의 자리를 누리려 하면 후회할 일이 생길 뿐이다.
[제6 양효. 최고 정점에 올라간 용에게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
--- pp.48~49
 

출판사 리뷰

『주역』을 터득한 자는 기다릴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자가 타이밍을 잡는다.

- 긴장과 이완, 생장과 소멸 등 국면의 변화를 담은 『주역』, 다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국면의 고리가 순환한다는 변화의 원리!
- 화려하지 않더라도, 본질적인 이치를 분명히 전달하는 해석으로 만나는 『주역』
- 처음 접하는 독자는 명료하게, 이미 읽었던 독자는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주역』

중국 언어학 전공자의 해석으로 만나는 『주역』의 이치
점술서가 아닌 예법의 경전으로, 그리고 오늘날 리더를 위한 타이밍의 처세로


『주역』의 해석은 어렵고 난해하다고 여겨져 왔다. 기록의 형성과 보존이 어려웠던 고대 문헌 자체의 특징과 고립어인 중국어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64개의 괘사를 지은 주나라 문왕이 당시 자신을 핍박하던 은나라 주왕의 검열을 피하고자 사용한 비유와 상징의 수사법은 해석에 곤란함을 더한다.
중국 언어학을 전공하고 여러 대학에서 가르쳐온 김근 역시 자신의 중국 문학 연구의 첫걸음부터 함께 했던 『주역』 독해를 돌아보며 해석의 편차를 느꼈던 경험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노년에 가까워가며 『주역』이 품은 넓은 의미의 폭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화려함보다는 궁극적인 이치에 다가가는 문장으로 주역을 해석한다.

“나는 『주역』을 읽으면서 역이란 무엇인지 나름대로 정의해 보았다. 역이란, 한마디로 ‘기다림’이다. (…) 하나의 사건이 전개될 때는 분명히 국면의 변화가 발생한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각자는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이치를 갖고 있겠지만, 그래도 좀 더 보편적이면서 윤리적으로 옳은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인간의 이러한 근본적인 요구에 부응해서 성인이 내놓은 게 『주역』이다. 그러므로 『주역』을 터득한 자는 기다릴 줄 안다.” ― 「머리말」에서

『주역』을 구성하는 64괘는 삶의 여러 국면의 연쇄와 변주를 담고 있다. 생장과 소멸이라는 큰 고리를 순환하는 세상의 이치, 64괘와 각각의 괘마다 가진 6개의 효는 우리가 그 연쇄와 변주 가운데 어느 국면에 서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국가와 정치부터 저마다의 역할까지 논하는 이 보편적이고 윤리적인 저작은, 지침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요구가 존재하는 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제, 다시 주역을 읽어볼 타이밍이다.

이 책은 『주역』을 곁에 두고 살아온 저자가 주역의 원리와 고대 중국어의 속성 및 글쓰기 코드를 바탕으로 『주역』에 기록된 64개의 괘사와 384개의 효사를 납득할 만한 우리말로 해석하는 데 역점을 둔 책이다. 글자 하나하나의 뜻과 용례, 단어·구절·문장의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중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특징, 풍부한 고사, ‘십익十翼’을 비롯한 여러 문헌을 두루 살펴 이해의 폭을 넓혔다. 그리고 오늘날의 상황에 『주역』의 의미를 적용하여 그것이 현대인에게도 유용함을 보여 준다.
저자는 『주역』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다림이란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라고 요즘의 말로 환언한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는 변화의 국면이 있다. 그 국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좀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판단하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요구에 부응하여 성인들이 내놓은 게 『주역』이다. 따라서 주역을 익히면 올곧은 기다림 속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여 알맞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실을 꿰뚫는 혜안으로 『주역』 해석의 기틀을 닦다

사성(四聖)이라 불리는 복희씨·문왕·공자·주공이 『주역』을 완성한 이후, 수많은 학자가 이를 읽고 해석해 왔다. 저자 역시 젊은 시절부터 『주역』을 탐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중국 문학 연구의 첫걸음을 문자학으로 디뎠는데, 문자학의 기초 텍스트는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로, 『주역』의 구절이 빈번하게 인용될 뿐만 아니라, 표제자의 배열이 주역의 원리를 모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문해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주역』의 이해가 필수였다. 이렇게 『주역』의 문장에 익숙해진 저자는 오래전부터 주역을 해석해 보려 하였다. 그가 읽은 수많은 해석과 주석에 편차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의미의 폭이 넓어져 그 일을 후일로 미루어 왔다. 일찍이 왕안석은 『주역』을 일컬어 단란조보(斷爛朝報), 즉 너덜너덜한 공문 쪼가리라고 비아냥거렸다고 전해진다. 기록의 형성과 보존이 완전치 않아 『주역』을 해석하려면 갖가지 상상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따라서 『주역』을 해석하려면 본질을 가리는 허상을 걷어 내고 사물의 진실에 접근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것을 노년에 이르러 얻었다고 하였다.

“여기서 진실이란 꾸밈의 뒤에 감춰진 세상 이치를 의미할 터인즉, 앞서 말한 노인의 속성은 이 이치를 들여다보고 터득하는 데 유리하다는 말이다. 노인의 지혜는 여기서 나오는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주역』을 보는 자세도 이와 같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주역』이 읽히기 시작한 이후로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해석이 나타나 수많은 사람을 현혹하였지만, ‘일언이폐지왈一言以蔽之曰’, 즉 한마디로 다 덮어 말하자면 세상은 궁극적으로 이치대로 움직이니까 이치에 순종하라는 거다.” (‘머리말’ 중에서)

그러니까 이 책은 진실을 꿰뚫는 혜안으로 『주역』의 불완전한 괘사와 효사를 해석하여, 우리말로 문장의 뼈대를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인생을 더 많이 고뇌한 사람들이 여기에 살을 붙여 더 근사한 모양으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주역』을 곁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주역』 해석의 공론장으로 제시한 셈이다.


왜가리의 사냥법에서 얻은 『주역』의 정의,
주역은 기다림이다!


한편, 이 책의 부제는 ‘리더는 주역을 읽는다’이다. 리더는 왜 주역을 읽어야 할까! 이는 저자가 내린 『주역』의 정의와 관련된다. 저자는 주역을 한마디로 ‘기다림’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왜가리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이 같은 정의를 얻었다고 밝힌다.

“역이란, 한마디로 ‘기다림’이다. 나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왜가리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 같은 정의를 내렸다. 나는 집 앞 봉선사천에서 왜가리의 사냥을 자주 목격하는데, 이게 하도 신기해서 가끔은 한가하게 앉아서 그 녀석이 먹이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곤 하였다. 그의 사냥 기술은 기실 별것 아니었다. 그냥 꼼짝하지 않고 서서 기다리다가 물고기가 다가오면 순식간에 부리로 잡아채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부동자세로 끈질기게 기다리는 게 사냥의 핵심인데, 그 원리는 다름 아닌 동물의 긴장과 이완의 반복적인 사이클에 올라타서는 이완기라는 국면이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역』의 원리도 기본적으로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을 미시적으로 보면 각기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높은 차원에서 보면 거의 다 ‘거기서 거기’인 삶을 산다. 그리고 속된 말로 아무리 ‘잘나가도’ ‘열흘 가는 꽃은 없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생장과 소멸의 큰 고리를 돌고 돌면서 변화하기에 ‘좀 튀어 보려 해도’ 절대로 이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머리말’ 중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변화의 순환 고리를 64개의 패턴으로 나누어 형상화한 것이 바로 64괘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나의 사건은 64번의 국면 전환을 통해 일단 완결되었다가 다시 시작되므로, 사건의 어느 국면에서 개입할지를 정하는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세인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성인들이 내놓은 것이 『주역』이므로, 『주역』을 반복해서 읽고 그 뜻을 터득하면 변화의 국면에서 좀 더 보편적이면서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늘의 도리에서부터 인간의 도리에 이르기까지 두루 설명한 『주역』의 원리, 이 원리를 터득하여 기다려야 할 순간과 움직여야 할 순간을 구별하고, 움직여야 할 순간에 올바른 행동을 할 줄 아는 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물고기가 다가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낚아채는 왜가리처럼 “『주역』을 터득한 자는 기다릴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자가 타이밍을 잡는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