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기독교-개신교 (독서)/3.종교개혁의시대

루터 -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2019)

동방박사님 2023. 11. 2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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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바티칸 문서고에서 발굴한 기록으로 재구성한 종교개혁사
종교개혁의 또 다른 주인공, 교황을 역사적 재판정에 소환하다

1500년 기독교 체제의 결정적 단절을 이끈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필연적이었는가? 이 책은 바티칸 문서고에 잠들어 있던 당대 교황청의 기록을 발굴해, 부패하고 무능한 교황에 맞선 신실한 믿음의 수도사 루터라는 프로테스탄트 측의 신화를 반박한다. 신의 대리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교황과 루터의 전략과 치열한 논쟁, 그리고 권력을 향한 정치세력들의 합종연횡이 어떻게 의도치 않은 종교개혁을 탄생시켰는지 드러낸다.

목차

들어가며_ 로마 그리고 종교개혁


1장 루터, 수도사 (1483~1517)
신화와 아동기의 본보기
교육과정과 수도원 생활
로마와 르네상스 시대의 교황제도
인맥 형성과 구원에 대한 불안
루터의 교황: 레오 10세
권력정치와 족벌정치
교회 개혁의 문제
독일 문제

2장 루터, 비판자 (1517~1520)
면벌부 논쟁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논쟁의 시작: 레오 10세에게 보낸 루터의 편지
프리에리아스와의 난타전
로마에서 시작된 소송
아우크스부르크의 심문
1519년의 긴 막간극
라이프치히 논쟁
파문위협칙서
이단자의 이미지
종교개혁가와 새로운 교회
루터의 적수
소돔과 고모라: 레오 10세의 최후

3장 루터, 야만인 (1521~1523)
파문칙서와 그 결과들
알레안드로, 독일인들 그리고 다른 적들
보름스 제국의회를 둘러싼 줄다리기
보름스로 향하는 루터: 실제 사실들
보름스에서의 루터: 알레안드로의 관점
루터의 보름스 등장: 루터의 관점
보름스 칙령과 그 결과들
로마에서의 세력교체
성경 번역과 교회의 새로운 규정
죄의 고백

4장 루터, 잊힌 자 (1523~1534)
클레멘스 7세와 루터 사건
로마의 줄타기 정치
농민전쟁과 루터의 결혼
로마의 착각
대참사와 교착상태
황제와 교황의 화친
1530년 아우크스부르크 제국의회
논쟁적인 복습: 1530년의 루터와 교황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저항
죽음을 향한 긴 고통
잃어버린 지위

5장 루터, 이단자 (1534~1546)
제국과 로마의 결단
루터와 새로운 교회규칙
베르게리오, 루터를 만나다
루터, 베르게리오를 만나다
교황제도에 대한 루터의 독백
외교정책과 교회개혁
가스파로 콘타리니와 스피리투알리
1541년 레겐스부르크 종교회의
공의회를 앞두고
루터의 마지막 싸움

마치며_ 문화의 충돌

옮긴이의 말
연대표
저자 주
참고문헌
사진 출처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폴커 라인하르트 (Volker Reinhardt)
1954년생.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근대사 교수.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다. 주요 저서로는 《알렉산데르 6세 보르자》, 《비오 2세 피콜로미니》, 《드 사드 또는 악의 측량》, 《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등이 있다. 권력을 얻는 법을 설파한 마키아벨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환멸감이다. 도덕, 법, 종교는 군주가 정적에게 그릇된 안도감을 주려고 내세우는 겉치레일 뿐이다. ...
 
역 : 이미선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대학교에서 독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1세대 목사 가정 이야기』, 『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소송』, 『수레바퀴 아래서』, 『세 편의 동화』, 『유대인의 너도밤나무』, 『존넨알레』, 『별을 향해 가는 개』, 『불의 비밀』, 『막스 플랑크 평전』, 『불순종의 아이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 ...

출판사 리뷰

기독교 역사의 결정적 분기점, 루터의 종교개혁은 필연적이었는가?
교황과 루터 양측에 동등한 발언기회를 부여하는 종교개혁사의 재구성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마르틴 루터와 그가 이끈 종교개혁의 의미를 살펴보는 도서들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하지만 이들 도서는 ‘신실한 믿음의 사도인 루터’ 대 ‘부패하고 무능한 교황’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기 교황제도에 관한 세계적 연구자 폴커 라인하르트는 그 이유가 종교개혁사를 살펴보는 기본적인 사료로 루터가 남긴 글만을 다뤄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전히 프로테스탄트 측의 일방적인 해석에 근거한 종교개혁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로마 바티칸이 종교개혁 동안 루터에 맞서며 펼친 주장, 판단, 그 속에 담긴 가치관과 선입견은 당시 역사적 상황과 종교개혁의 전개를 예리하게 반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적절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변방의 수도사가 일약 종교개혁의 아이콘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또 다른 주인공, 로마 바티칸을 역사적 재판정 위에 등장시킨다. 바티칸 문서고에 잠들어 있던 당시 교황청의 회의록, 칙서, 외교관들의 보고서를 발굴하고, 마르틴 루터의 그 지지자들의 글과 교차검토하면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종교개혁의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제국에 저항하는 피억압자들의 대변가, 루터
종교개혁이란 이름 아래 권력자와 소외당한 자가 격돌하다

1500년 기독교 체제의 정점이자, 유럽 정치문화의 최고 지도자이며, 폰티펙스 막시무스 즉 ‘지고(至高)의 주교’로 불리던 교황은 그 위상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었다. 교황직과 추기경직은 유럽 각국의 왕가와 유력 가문들이 자파 세력을 심기 위한 갈등의 장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세속 세력이 개입해 각자의 교황을 옹립하며 대립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 환전과 유통 사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교황직을 차지하면서, 기독교 체제는 새로운 전개를 맞이한다. 메디치 가는 교황의 제1임무를 자기 가문의 생존과 번영으로 두게 되면서 더욱 적나라하게 교황제도를 금권정치와 족벌정치와 결합시킨다. 유럽의 세력구도는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설자금 마련을 위한 면벌부 판매를 비판한 수도사 루터의 등장은 그동안 교황이 추구한 정책에 불만을 폭발시키는 분수령이 되었다. 하지만 면벌부 판매는 이미 수세기 전부터 행해져 온 것이었고, 루터와 같은 교회 내부비판자들의 등장 역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루터 또한 처음부터 교황의 권위와 기존 기독교 제도를 전면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여타 유럽 지역에 비해 기독교 제국의 호의와 부의 분배에서 소외당했다고 여겨온 독일의 제후, 지식인, 성직자 들에 주목한다. 이들에게 루터는 가톨릭 제국의 부당한 권력 배분과 약탈에 맞서는 독일의 민족 영웅이었다. 루터 역시 자신의 주장이 일으킨 반향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이들의 불만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후원 네트워크로 구축한 것이다.

언론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얻는다
미디어 전술의 천재, 루터

당시 유럽 기독교 문명권의 변방이자 그 안에서도 벽지라 할 수 있는 독일 동북부 비텐베르크 출신의 일개 수도사는 어떻게 교황에 맞설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루터의 탁월한 미디어 활용에 주목한다. 루터는 논쟁이 끝날 때마다 마치 오늘날 SNS를 방불케 하듯, 곧바로 기록하고 인쇄하고 배포했다. 루터는 교황청 사람들 앞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토론에서는 어눌했지만, 루터가 펴낸 인쇄물에서는 그가 원하는 이미지처럼 상대의 모순을 신랄하게 공박하고 믿음의 확신에 가득 찬 종교개혁가로 그려졌다. 이를 통해 루터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을 뿐 아니라 독일 민중과 소외받는 지식인 및 성직자들의 분노를 끌어내 지지를 결속시키면서 종교개혁을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반면 교황청 사람들은 루터의 미디어 전술을 얕잡아봤다. 이 책 곳곳에서는 루터가 작성한 수많은 인쇄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교황청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적의 글을 검토하는 데 미적거리거나, 마지못해 일부만을 검토하며, 종교개혁가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장면을 수없이 연출한다. 뒤늦게 교황청은 루터의 글이 가진 영향력을 깨닫고, 인쇄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만 이들은 소위 문명의 언어라는 라틴어를 고집해서 독일 민중 대부분을 독자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또한 루터와 그 지지자들의 방해로 인쇄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거나, 인쇄물을 사재기당해 배급이 막혀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루터가 집요할 정도로 저술, 인쇄, 배급에 매달리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가 종교개혁 논쟁의 승패가 미디어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보았음을 보여준다.

타협인가 결렬인가, 서로를 향해 줄타기 하는 루터와 교황
하나의 사건, 양극단의 해석에 가려진 종교개혁의 숨겨진 역사

이 책에는 루터와 교황이 상대방을 각각 어떻게 상상하고 이미지화했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도판이 실려 있다. 루터는 상대를 농락하는 어릿광대, 사생아들의 숨겨진 아버지, 악마와의 계약자로, 이에 질세라 교황은 반인반수, 교수대에 걸려 있는 시체, 사탄의 조력자로 그려졌다. 이 도판은 루터가 교황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논박하면서 처음의 의도와 달리 점점 더 교리 해석, 가톨릭의 제례, 교황직 자체까지 의문시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처럼 양측의 결렬과 종교개혁은 불가피한 것이었을까.

루터와 교황은 서로에 대한 적의를 다양한 인쇄물을 통해 이어갔지만, 뒤에서는 끊임없이 상대방과 접촉해 진위를 알아보고, 조정과 타협을 시도했다. 교황이 보낸 여러 특사들은 루터뿐 아니라 황제, 제후, 민중들, 중립자 들까지 두루 접촉하고 의견을 첨부해 교황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루터의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루터와 교황이 어떤 지점에서 화해할 수 없었는지, 그리고 그 조정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나 충성하는 지도자들의 선입견에 따라 결국 상대방의 진의를 오해하거나 왜곡시키면서 결국 의도치 않은 종교개혁의 탄생을 향해 나아가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