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한국역사의 이해 (독서)/9.한국문화

역주 조선시대 개성유람기 (2021)

동방박사님 2023. 11. 2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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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시대 문인들의 개성 기행 이야기

『역주 조선시대 개성유람기』는 ‘한국역사연구회 개경사연구반’의 역사학자들이 10년동안 함께 노력하여 이룬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이런 현장답사 경험을 토대로 하여, 현재 남아 있는 장서각본 『와유록(臥遊錄)』 및 같은 이름이지만 내용이 다른 규장각본 『와유록』 두 책에서 조선 초기부터 말기까지 선비들의 개성유람기를 시대순으로 뽑아 원문 표점을 달고 역주(譯註)한 것이다. 1477년(성종8) 채수의 유람기를 필두로 1867년(고종4) 송병선의 서유기까지 연대순으로 18편의 유람기를 실었다.

목차

『역주 조선시대 개성유람기』를 출간하면서

『역주 조선시대 개성유람기』 해제

번역
유송도록(遊松都錄)|채수(蔡壽)
유송도록(遊松都錄)|유호인(兪好仁)
송경록(松京錄)|남효온(南孝溫)
유천마산록(遊天磨山錄)|박은(朴誾)
유천마록(遊天磨錄)|임운(林芸)
유천마산(遊天磨山)|성혼(成渾)
유박연기(游朴淵記)|이정구(李廷龜)
유천마?성거 양산기(遊天磨?聖居 兩山記)|조찬한(趙贊韓)
천성일록(天聖日錄)|김육(金堉)
유송악기(遊松嶽記)?유화담기(遊花潭記)|이정구(李廷龜)
송도기이(松都記異)|이덕형(李德泂)
유박연기(遊朴淵記)|박장원(朴長遠)
유송도기(遊松都記)|김수증(金壽增)
유송경기(游松京記)|김창협(金昌協)
서유기(西游記)|김창협(金昌協)
서유일기(西遊日記)|오원(吳瑗)
계사춘유기(癸巳春遊記)|이덕무(李德懋)
서유기(西遊記)|송병선(宋秉璿)

원문
遊松都錄|蔡壽
遊松都錄|兪好仁
松京錄|南孝溫
遊天磨山錄|朴誾
遊天磨錄|林芸
遊天磨山|成渾
游朴淵記|李廷龜
遊天磨?聖居 兩山記|趙贊韓
天聖日錄|金堉
遊松嶽記?遊花潭記|李廷龜
松都記異|李德泂
遊朴淵記|朴長遠
遊松都記|金壽增
游松京記|金昌協
西游記|金昌協
西遊日記|吳瑗
癸巳春遊記|李德懋
西遊記|宋秉璿

수록글 저자 소개 및 문집 해제
개성유람지도
개성유람기 인명 일람
개성유람기 지명 일람
 

저자 소개 

역 : 김순자
 
전 중국 정주경공업대학
역 : 박종진
 
숙명여자대학교

출판사 리뷰

이 책 『역주 조선시대 개성유람기』는 ‘한국역사연구회 개경사연구반’의 역사학자들이 10년동안 함께 노력하여 이룬 결과물이다. 개경사연구반은 1995년에 창립되었고, 〈고려시기 개경의 구조와 기능〉(2000.5), 〈고려시대 개경의 공간기능과 시설〉(2005.9) 등의 연구발표회 및 『고려의 황도 개경』(2002)과 『고려 500년 서울, 개경의 생활사』(2007) 출판 등의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2005년 11월 개성 역사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남북공동학술토론회와 유적답사를 함께 하면서 분단이후 가보지 못했던 고려수도 개성의 현장들을 직접 체험하였다.
이 책은 이런 현장답사 경험을 토대로 하여, 현재 남아 있는 장서각본 『와유록(臥遊錄)』 및 같은 이름이지만 내용이 다른 규장각본 『와유록』 두 책에서 조선 초기부터 말기까지 선비들의 개성유람기를 시대순으로 뽑아 원문 표점을 달고 역주(譯註)한 것이다. 1477년(성종8) 채수의 유람기를 필두로 1867년(고종4) 송병선의 서유기까지 연대순으로 18편의 유람기를 실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가보지 못하는 곳에 대한 아쉬움을 ‘와유록’을 읽으며 달랬다. 자신이 과거에 가보았던 곳 또는 남이 가보고 남긴 그림이나 기행문 등을 보고 읽으며 유람을 대신한 것이다.
조선시대의 개성은 금강산?지리산 등과 함께 대표적인 유람지의 하나였다. 고려의 도읍지로 유적이 많고 박연 등 경치가 빼어난 곳도 적지 않아 문인들이 많이 찾던 곳이었다. 현재도 고려사 연구자들에게 개성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과거의 영화는 사라지고 계단과 주춧돌, 몇몇 유적만이 당시의 영욕을 간직한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500년 고려 역사의 중심이었던 개성은 공간 자체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며 당대의 숨결을 느끼게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도 남아 있는 유적과 발굴 등을 통해 문헌에 기초한 연구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 실린 개성유람기는 ?유박연기???유천마산기?와 같이 짧은 일정으로 박연 일대 및 화담 서경덕 유적지 등 특정 지역에 대한 기록만 남긴 것이 많지만, 이덕형의 ?송도기이?와 같이 유람기라기보다 저자가 개성부 유수로 재직했을 때 개성에 전하는 설화 및 보고 들은 바를 모아서 엮은 것도 있다. 대부분은 사가독서(賜暇讀書) 등 여가를 이용하거나, 공무로 개성을 지나면서 잠시 틈을 내 유람을 했던 이들로, 유람만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10일 전후, 공무차 지나는 길에 들른 경우는 2~3일에 그치곤 했다.
조선 때는 한양에서 출발하면 주로 사현[모래내]?홍제원?녹번동 등을 거쳐 파주에서 1박하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해서 점심 때쯤 개성에 도착하였다. 교통수단은 말과 가마였다. 개성에서는 견여(肩輿:어깨에 메는 가마) 또는 남여(籃輿:노출형 가마)를 타고 다녔으며, 승려나 개성의 하급 관인들이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개성의 천마봉과 같이 산세가 높고 가파른 길에서는 수레를 멘 승려가 100보에 한 번씩 교대해야 할 정도로 소처럼 헐떡이며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서 몹시 험한 곳을 만나면 가마에서 내려 걷다가 평탄해지면 다시 가마에 타곤 하였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개성에서 들렀던 대표적인 유적지는 성균관?만월대?관음사?운거사?영통사?경천사?문충당?귀법사터?흥성사?환희령?지족사?적멸암?대흥사?석문담?마담?태종대?관음굴?박연?차일암?북성거암?원통사?현화사?화장사 등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문인들의 산수 유람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했다. 이들은 유람을 다녀온 후 유람기를 남겼는데, 그 이유는 직접 기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감흥을 느끼게 하려는 목적, 또는 자신들이 직접 산행할 수 없을 때나 노년에 위안거리로 삼으려는 뜻도 있었다.
당시 여행 때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했다. 여행 수단을 준비하고 수일간 일행이 먹을 식량과 술 등 음식물, 문방구 등과 이를 운반하고 관리할 노복 등 준비물과 경비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유적의 연혁 등을 비교해 보기 위한 서적도 여행의 필수품목이었다. 이처럼 준비물도 많고 경비가 적지 않았던 만큼 유람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경비 부족으로 어려운 때도 있었던 듯하다.
개성은 전 왕조의 수도였던 만큼 유람객들은 전승되는 풍습에도 관심을 보였다. 유람기는 우리가 못 가본 개성 지역에 대한 유적?경물?연혁?풍습 등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유적지나 유물의 상태 또는 구전되는 유적지의 유래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조선시대 개성에 남아 있던 유적지나 문화재에 대한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수백 년에 걸친 기록이기 때문에 개성의 변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어 사료적 가치도 높다.
대부분의 유람기는 후대에도 참고될 수 있는 좋은 유람기를 남기겠다는 의식이 있어 상당히 성실하게 기록한 편이다. 1477년 3월 채수가 송도 일대를 다녀와서 ?유송도록?을 집필했는데, 한 달여 뒤 유호인도 송도로 가서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같은 제목의 ?유송도록?을 남겼다. 이후 두 유람기는 개성유람기의 모범이 되었다. 대동법 시행으로 유명한 김육도 ?천성일록?을 남겨 개성의 유적을 지기들에게 알리고 훗날 자신이 다시 찾을 때 참고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방문지 간의 거리까지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유람은 단지 휴식이나 유흥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고, 산유(山遊)를 통한 심신 수련이나 인성 수양 또는 문학 수업의 목적도 겸한 것이었다. 유람기를 통해 성리학에 기반한 사물관과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는데, 성균관?숭양서원?화담 등은 필수 방문지였으며 선현들에 대한 참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처럼 조선시대 개성유람기는 예나 지금이나 개성의 자연경관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먼 옛날 개성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대로 가보지도 못하는 땅! 지난 2018년 남북 교류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개성 일부 지역을 잠시 개방하고 만월대 발굴조사도 일부 이루어졌지만, 다시 닫힌 개성으로의 문은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다. 선조들의 유람기를 지참하고 그들의 유람 길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