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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변화하는 과거 (2022) - 왜 모든 역사는 수정주의 역사인가 (2022)

동방박사님 2024. 3. 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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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진짜’ 역사란 과연 존재하는가?
과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은 모두 똑같이 타당한가?
역사 해석이 끊임없이 바뀔 수밖에 없다면,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역사는 하나의 해석이며, 그 해석에는 역사가의 견해가 들어간다. 그렇게 서술된 역사는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든 역사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역사 해석이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역사적 주장은 수시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기존의 역사 해석에 도전하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민주적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고는 곧 개방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고방식이다.

이 책은 미국 남북전쟁, 프랑스혁명,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 등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역사 연구가 끊임없이 수정되는 이유, 수정주의 역사의 역사, 수정주의 역사의 종류 등을 설명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역사 수정이라고 하면 으레 일본 보수 세력의 역사 왜곡을 연상하게 된다. ‘수정주의 역사’보다 ‘역사 수정주의’라는 말이 익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신보수주의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역사 수정의 경향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정’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처럼, 수정주의는 보수나 진보의 특정 관점을 내포하기보다는 역사 이해나 해석의 변화를 뜻한다. 결국 수정주의는 곧 역사학의 본질인 것이다.

목차

서론

1장 끝없는 수정: 남북전쟁의 기원

초기의 견해들
전쟁의 기원에 대한 수정주의 역사의 태동
학문적 해석의 등장
남부 출신 역사가들의 접근
새로운 노예제 해석
역사적 사고의 본질인 수정주의

2장 고대 수정주의 역사의 기원

그리스에서 싹튼 수정주의 역사의 씨앗
기독교적 역사인식의 서구 지배
신을 위한 역사에서 인간 중심의 역사로

3장 근대 수정주의의 역사

근대 수정주의 역사의 다양한 스펙트럼
20세기 초 미국의 수정주의 역사 연구
세계대전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
수정주의 역사의 대중 확산

4장 다양한 형태의 수정주의 역사

변혁적 수정주의
철학적 수정주의
개념적 수정주의
증거 기반 수정주의와 방법 중심 수정주의
수정주의 역사의 일반적 성격
역사 해석의 불완전성

5장 수정주의 역사의 몇 가지 산물

프랑스혁명의 수정주의 역사
원폭 투하의 정당성 논쟁
역사 해석의 잠정성

6장 역사와 객관성

객관적 역사의 한계
객관적 역사의 가능성
역사가의 사명

더 읽을거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제임스 M. 배너 주니어 (James M. Banner, Jr.)
 
미국사, 교육, 정치문제 등을 주제로 저술과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역사가.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거쳐 독립적인 역사학자로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문명 프로그램과 지속교육 프로그램’ 의장을 맡고, 전국역사센터와 역사뉴스 서비스 기관을 설립하고, 전국인문연맹을 공동 창립하는 등 역사의 대중화를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지은 책으로 《하트퍼드 회의에 대하여: 매사추세츠에서의 연방주의자와...

역 : 김한종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전반 격변의 시기에 대학을 다니고 사회에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그리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일 없이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에 진학하면서 학교 교육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고, 당시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으레 그렇듯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대학 졸업 후 평생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서울에서 고등학교...

역 : 박선경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역사교육 전공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근래에는 학생들이 역사적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역사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역사를 통해 자신과 주변 친구들, 사회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검정)를 집필했으며, 『내 손안에 스마...

책 속으로

모든 역사가들은 최소한 어떤 면에서는 수정주의자들이다. 역사가들은 과거를 이해하고자 하는 단순한 욕구와 바람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이해가 가져다줄 기쁨과 만족뿐만 아니라 그들의 비전과 희망을 위해서 늘 과거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역사 연구는 추정에 바탕을 두고 수정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역사를 ‘수정주의적’이라고 말하는 것, 더 최근에는 ‘신수정주의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물이 축축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역사 글쓰기에 내재된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지 수정주의의 어떤 사례에 대해 독특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들은 항상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기 때문에 서술된 역사는 항상 의도를 지니고 있다. 역사가들은 이전 역사가들이 이해했던 것보다 더 완전하게 주제를 이해하고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며, 따라서 서술된 역사는 이전에 이해했던 것과는 다르다. 즉, 모든 역사가들은 자기 나름의 정신, 성향, 관점, 그리고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의 그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유한 표현인 어떤 주제나 쟁점에 대한 특별한 ‘해석(take)’을 제안한다.
---「서론」중에서

결국 남북전쟁의 원인을 둘러싼 전쟁터와 같은 그런 역사적 논쟁은 러시안 인형처럼 그 주제에 대한 논쟁의 발생 이후 제시되어온 모든 주장의 유산을 그 안의 어딘가에 통합하고 구체화하는 종합적인 해석적 무대로 여겨야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일군의 서로 다른 해석들은 역사가와 일반 독자들이 비슷하게 서로 논쟁을 하는 분명하고, 제한이 있고, 지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그래서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도 소중히 여기는 지식과 이해, 접근법을 비록 점근적이나마 점차 더한다. 그것은 역사 지식이 발전하고, 논쟁이 시작되고, 결론이 나며, 학자들이 다음에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아이디어가 다듬어지는 세계이다.
---「1장 끝없는 수정: 남북전쟁의 기원」중에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일축하기 시작한 것은 헤로도토스보다 젊은 동시대인이었던 투키디데스였다. 투키디데스는 『역사』가 ‘잠깐 동안 들을 수 있는 훌륭한 에세이’로, 연구를 하지 않은 채 썼으며 오래 유지될 수 없는 저서라고 조롱하듯이 말했다. 투키디데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실을 찾는 데 그리 꼼꼼하지 않아서, 알게 된 첫 번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견해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역사는 “진실을 훼손할 만큼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 자신과는 다른 초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의 독자적 의도를 가진 어느 누구에게나 도전함으로써 투키디데스는 해석적 차이를 해석적 전투로 전환시키고 과거를 둘러싼 끝없는 투쟁이라고 판명될 것의 문을 열어놓았다. 그 투쟁은 무엇이 좋은 역사, 유용한 역사, 기교적인 역사인가를 둘러싼 것이고, 더구나 무엇이 과거 사건에 대한 ‘정확한’ 해석인가, 탐구의 ‘정확한’ 주제인가, 사용하기에 ‘정확한’ 증거인가를 둘러싼 것이며, 거기에 더해서 무엇이 역사 서술의 ‘정확한’ 목적인가를 둘러싼 것이었다. 선행연구자들에 대한 비판을 역사적 사고를 진전시키는 정당한 관행으로 확립시킴으로써, 투키디데스의 말은 또한 그의 뒤를 이은 연구자들에게 역사하기를 어떻게 하고 과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투쟁이 언제나 온화하거나 갈등에 자유로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유념하게 했다.
---「2장 고대 수정주의 역사의 기원」중에서

21세기 초반까지, 학술적 권위와 대중적 태도 사이의 긴장은 사회 문제의 통상적인 구성요소가 됐다. 일부 시민들이 때때로 학문적인 역사 지식을 확실히 자리 잡거나 애국적인 사상에 대한 주제 넘는 방해라고 보는 것과 똑같이, 전문적 역사가들은 아마추어적 의견을 가끔 탐구의 깊이가 더 깊고 이해의 폭이 더 넓은 자신들의 더 큰 지식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 내용과 주장에서 언제나 그럴 필요는 없을지라도, 역사가들은 때때로 학술 논쟁에서 자신들이 그러했듯이 과거에 대한 대중적 논쟁에서도 같은 겸손을 보여야만 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종류의 논쟁은 항상 잠정적이고 부분적이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대중적 토론의 주장들은 그것이 일어나는 모든 시대 현실의 증거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시대가 바로 역사 탐구의 주제임을 역사가들은 알아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중 구성원들은 역사가들이 하는 것만큼 학술적 지식을 따를 필요가 없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의 합의를 이룰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적어도 해석뿐 아니라 사실과도 씨름하는 역사가들이 증거로부터 이끌어낸 확실한 결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되는 잠재적 비용을 인지해야 한다.
---「3장 근대 수정주의의 역사」중에서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한 모든 이해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이제는 틀림없다. 과거의 세부 사항들은 너무 많고, 그것에 대한 증거들은 너무 단편적이며, 이에 대해 알고자 하는 생각들은 너무 다양해서 어느 누구도 최종적인 역사적 추측을 쓸 수는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그런 해석들이 포함하고 있는 것과 임계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동시에, 가장 광범하게 다양한 역사 해석으로부터 가능한 것을 흡수하려고 한다. 그들은 연마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알고 있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모든 해석과 모든 수정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한다. 이와 관련하여, 역사가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추가할 증거를 얻을 수 있고 언제나 얻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또한 과거의 어떤 주제에 대한 모든 새로운 견해는 본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더라도 그들 자신의 시대보다 이전에 일어난 것에 대해 언제나 바라던 완전한 지식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을 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가들은 비록 거기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일단 다가간 다음에는 무엇을 추가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같은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
---「4장 다양한 형태의 수정주의 역사」중에서

결국 해석을 둘러싼 싸움은 경쟁자들이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이해하는 다양한 맥락을 보여준다. 그러한 싸움들은 인간의 희망과 인식 속에 있는 단층선을 노출시킨다. 과거에 대한 지식을 바로 얻고, 해석적 차이를 좁히고, 심지어 이전 시대의 어떤 측면에 대해 일시적이더라도 어떤 종류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고려할 때, 학자들은 과거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권위와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고 당연히 믿는다. 그러나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이해해야 하는가? 열린사회에서는 모든 견해가 존재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예외적인 상황과 예외적인 이유로 법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다. 학자나 일반 대중이 자신들의 견해에 대한 결정적인 방어나 다른 사람의 관점에 대한 승리를 요청할 공식적 기구는 없다. 무엇이 각 주제를 바라보는 권위 있는 한 가지 방향을 이루는지 결정하는 역사 대법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의미를 둘러싼 갈등은 대중적으로 반복해서 따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해석의 상대적 장점에 대한 결정은 시간과 기회에 맡겨야 한다. 또한 거의 필연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5장 수정주의 역사의 몇 가지 산물」중에서

역사를 이해하려면 그것을 쓴 역사가를 이해해야 한다. 역사가들이 쓰는 모든 것에 그들의 성향, 헌신, 신념이 들어가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들, 즉 그것을 쓰는 개인이 들어 있지 않은 역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역사 자체의 바깥에 자기 자신을 놓는다. 모든 역사가는 그들 자신의 역사에 연루되어 있다. 역사가들 중 어느 누구도 다른 어떤 개인들 이상으로 자신을 환경의 산물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게 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어떤 주제에 대한 모든 다른 이전의 역사를 수정할 잠재적 가능성은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행위 바로 그 자체에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접하는 모든 역사에 대한 주장의 경험적 기초와 강점뿐 아니라 불완전성과 편향성을 인식하는 것은 역사 독자들의 몫이다. 역사가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과거를 잘 제시할 책임을 지고 있는 반면, 이를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읽는 것이 단지 과거를 부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일 뿐이라는 이해를 가지고 과거에 접근해야 하는 유사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러한 발견과 주장이 완전한 객관성이 부족하거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처럼 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역사적 발견과 주장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거나 전면적으로 거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각각의 역사 연구는 단지 과거를 잠정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그 자체의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장 역사와 객관성」중에서

출판사 리뷰

‘진짜’ 역사란 과연 존재하는가?
과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은 모두 똑같이 타당한가?
역사 해석이 끊임없이 바뀔 수밖에 없다면,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역사는 하나의 해석이며, 그 해석에는 역사가의 견해가 들어간다. 그렇게 서술된 역사는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든 역사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역사 해석이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역사적 주장은 수시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기존의 역사 해석에 도전하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민주적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고는 곧 개방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고방식이다.

이 책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거』는 미국 남북전쟁, 프랑스혁명,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 등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역사 연구가 끊임없이 수정되는 이유, 수정주의 역사의 역사, 수정주의 역사의 종류 등을 설명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역사 수정이라고 하면 으레 일본 보수 세력의 역사 왜곡을 연상하게 된다. ‘수정주의 역사’보다 ‘역사 수정주의’라는 말이 익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신보수주의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역사 수정의 경향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정’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처럼, 수정주의는 보수나 진보의 특정 관점을 내포하기보다는 역사 이해나 해석의 변화를 뜻한다. 결국 수정주의는 곧 역사학의 본질인 것이다.

수정주의 관점에서 정리한 역사학과 역사 서술의 역사

역사는 고정되거나 확신할 수 있거나 그저 사실적이거나 재해석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지금까지도 그렇지 않았다. 지은이는 역사 지식이 왜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식의 한 분야로서 역사는 언제나 의미를 탐색하고, 지속적으로 논쟁의 근원이 되며, 세계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거나 모든 집단과 국가가 정체성과 운명적 느낌을 가지는 데 필수적인지 보여준다. 또한 역사가가 무엇을 하며 왜 그렇게 하는지 밝히고, 모든 역사가가 과거를 더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왜 수정주의자일 수밖에 없는지, 뚜렷한 생각·성향·시각·목적을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와 어떻게 연관시키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신화의 시대에서 시작해서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학, 기독교 역사학,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주의 역사학, 랑케식의 근대 역사학,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그리고 상대주의 역사학과 포스트모던 역사학에 이르기까지 역사학과 역사 서술이 어떤 수정 과정을 거쳤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역사학은 그 이전 문학적 역사학의 수정주의이며, 기독교 역사학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역사학의 수정주의이다. 그리고 근대 역사학은 기독교 역사학의 수정주의이다. 포스트모던 역사학에서는 페미니즘 역사학의 변화를 통해 수정주의의 적용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책은 수정주의라는 역사의 본질뿐 아니라 서양사학사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구체적 사례로 보여주는 역사 해석의 변천

남북전쟁의 기원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남북전쟁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와 반대하는 남부의 갈등 때문에 일어났다. 한국의 역사교과서나 개설서도 이제는 단순히 ‘북부는 선이고 남부는 악’이라고 이분법적으로만 쓰지는 않는다. 남북전쟁은 산업기반의 차이에 따른 노동력의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 책도 남북전쟁의 수정주의 역사 중에 이러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밖에도 중요한 또 다른 논란을 보여준다. 연방주의와 분리주의 중 어느 편이 미국 헌법의 이념에 충실한가의 해석 문제이다. 이것이 남북전쟁의 기원을 보는 수정주의적 관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역사 해석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며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의 자식을 둘러싼 논란은 흥미롭다. 배너는 이 이야기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데에 역사 텍스트뿐 아니라 DNA 검사라는 과학까지 사용됨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수백 년간 계속된 역사 논쟁을 종결짓게 했다. 근래 한국에서도 융합학문, 융합교육이 점점 강조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데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비단 지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상호 검증과 자료의 분석, 종합적인 사고가 역사를 공부하는 데 과학이 필요한 이유다.

프랑스혁명에 대한 해석은 성역인가?

프랑스혁명도 한국의 역사책에서 대표적으로 자세히 서술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 역사책들은 자유, 평등, 박애로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규정짓고 그 전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근래에는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근대 국민국가의 이념이라든지, 프랑스혁명이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에게도 평등한 것은 아니었다는 비판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혁명의 히스토리오그라피, 혁명의 이념과 의미를 보는 관점과 견해의 변화를 보여준다. 프랑스혁명 과정 중에서 일어난 방데 지방의 학살 및 그에 대한 지역 사람들의 기억은 우리가 단순화하여 알고 있던 혁명의 이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는 정당했나?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중요한 사례도 있다. 하나는 일본의 항복을 가져온 원폭 투하의 정당성 문제이다. 흔히 미국이 원자폭탄을 사용한 것은 일본 본토에 상륙하여 전투를 벌일 때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력 과시를 통한 소련 견제, 전후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 강화, 핵무기를 보유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도 있는 대중적 압력에 대한 의식, 심지어 반아시아 정서를 원인으로 보는 견해까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미국 워싱턴 항공우주박물관의 에놀라 게이 전시를 둘러싼 논란이다. 첫 원폭 투하를 이끈 에놀라 게이의 비행과 원폭에 관한 전시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는 근래 사회학이나 역사학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기억의 문제이다. 이 논란은 역사가 사실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며, 역사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역사를 만드는 것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