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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힘 (2024) - 병렬파워, 코어심벌, 혁신생태계

동방박사님 2024. 4. 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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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난 160년의 근현대사가 가르쳐준 교훈과 다가올 미래!

정치와 사건 중심이 아닌 도로·철도, 출판문화, 의무교육, 경제, 헌법 등의
7가지 필수요소라는 새로운 틀로 분석하여 역사의 해상도를 높이다


역사는 축약할 수 있으나 생략할 수는 없다. 역사에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 전례 없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다. 지난 30년간 세계화 시대에서 탈세계화 시대로 전환하는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이 다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세계관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토록 유례없는 변화와 뿌리째 뒤흔드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역사 속에서 대전환기를 맞았던 가장 가까운 과거는 근대 인식혁명이다. 이 책은 깊이 있는 통찰을 위해 지금 맞이하고 있는 ‘대전환기의 전사前史’로서 근대혁명을 되돌아볼 때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기존의 서술방식인 정치나 사건 중심의 서술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기존의 정치, 사건, 인물사로 보는 시각으로는 그 교훈이 매우 협소하여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 문명을 이룬 도로, 출판문화, 의무교육, 근대 헌법 등 7개의 필수요소를 일본, 미국, 서유럽(영국, 프랑스, 독일)과 직접 비교했다. 사실 우리는 이런 가치들을 특별히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당연시하게 여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수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의무교육, 언론출판문화, 헌법은 절대로, 절대로 당연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이 책은 복잡한 현대문명을 이루는 토대이자 경이롭고 평범한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차

시작하는 글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과 전체 안내도

1부 근대의 원점 인식혁명

1장 인식혁명의 역사
1. 왜 근대를 이해해야 하는가
2. 근대는 인식혁명의 결과다

2장 유럽의 인식혁명 4단계
1. 인식혁명에는 국경이 없다
2. 1단계 : 창조적 소수자가 출현하다
3. 2단계: 주체세력 형성으로 역치를 넘다
4. 3단계 : 공론장을 통해 확산되다
5. 4단계 : 임계질량에 도달하여 가속화 사회로 진입하다
6. 유대인 사회의 인식혁명 4단계
역전된 유대인과 아랍 | 멘델스존과 로스차일드

3장 근대 동서양 문명의 분기점
1. 영국의 산업혁명
2. 자본주의 체제 확립
3. 노동자 계급의 부상
4.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철도혁명
5. 근대 대학과 학문의 탄생
6. 근대 언론과 리얼리즘 문학
7. 구한말 조선의 근대화

2부 일본 제국을 만든 발명품

1장 부고: 대일본제국 시대 1868~1945년
1. 대일본 제국의 흥망
2. 근대 일본과 세계 질서

2장 이중의 근대화: 메이지 유신의 발명품
1. 발명품의 실체
2. 유신의 진정한 의미

3장 메이지 유신의 발명품 1 이와쿠라 사절단
1. 메이지 유신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
2. 이와쿠라 사절단 정신
3. 부강한 나라를 위한 개혁의 본격화

4장 메이지 유신의 발명품 2 근대 천황제
1. 국가주의 일본의 코어심벌
2. 천황제 3종세트 ①: 국가신도
3. 천황제 3종세트 ②: 천황을 중점에 둔 제국헌법
4. 천황제 3종세트 ③: 천황제의 중추가 된 교육칙어

5장 메이지 유신의 발명품 3 야스쿠니 신사
1. 현대 일본 정치와 야스쿠니 신사
2. 군국주의의 도구가 되어버린 야스쿠니 신사의 내재적 한계

6장 일본의 뿌리깊은 열등감과 혐한의 뿌리
1. 일본의 미래를 결정할 3개의 퍼즐 조각
2. 일본의 고대사 콤플렉스
3. 기록문화유산으로 본 일본의 열등감과 혐한의 뿌리

3부 근대 문명의 필수요소

1장 동서양 석학들이 본 근대 필수요소
1. 필수요소란 무엇인가
2. 필수요소를 통해 도출한 3가지 영역

2장 필수요소 1 근대교육
1. 문명의 전환기 각국의 선택
2. 대학교의 발전과 보편화
3. 중등교육과 초등교육의 의무화
4. 구한말과 조선 엘리트들의 선택
5. 식민지 교육의 빈약한 성과
우민화교육과 코리아 스케치 | ‘일본의, 일본을 위한, 일본에 의한’ 조선근대화

3장 필수요소 2 언론?출판문화
1. H형 인프라란 무엇인가
2. 근대 문명을 만든 출판문화의 다양한 풍경들
3. 포르노그래피가 촉발시킨 새로운 공론장 독서혁명
혁명의 도구가 된 포르노그래피 | 요리하는 조선 사대부 서유구
4. 유럽의 승리는 출판문화업의 승리
출판문화와 정체성 | 독서의 황금시대를 연 일본
5.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묶은 조선의 출판문화
6. 유교 문명의 한계
지식을 독점한 사대부 | 복잡한 한자의 덫 그리고 문맹사회

4장 필수요소 3 신분해방
1. 신분제 사회 조선의 사회상
2. 봉건사회에서 신분제가 폐지된 근대사회로 전환

5장 필수요소 4 인프라스트럭처
1. 한강의 기적을 만든 일등공신
2. 근대도시 인프라 구축
3. 조선의 도로 인프라
4. 근대 문명의 트리거 철도혁명
5.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
6. 철도와 을사늑약

6장 필수요소 5 재정의 근대화
1. 수포로 돌아간 고종의 꿈
청전폐지와 물가 상승 | 국가 재정의 고갈
2. 험난한 자강의 길
3. 마지막 개혁의 기회 갑오경장
4. 광무개혁과 식산흥업

7장 필수요소 6 군대의 근대화
1. 구한말 조선군 상황
2. 일본의 군제 개혁

8장 필수요소 7 근대 헌법 제정
1. 근대화의 마지막 퍼즐 헌법 제정
2. 근대 헌법 제정
3. 대한제국 헌법의 수준
4. 헌법의 진정한 의미와 한국사회를 위한 제언

4부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힘

1장 필수요소가 합쳐진 사회상
1. 필수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일본
2. 한국의 근대 혁명
3. 한·중·일 3국 관계와 근대화
4. 험난하지만 부국강병으로 가는 길

2장 미래를 만드는 힘 1 병렬파워
1. 병렬파워란 무엇인가
병렬파워의 사회인 근대 국가 | 새로운 언어가 가져온 새로운 사고혁명
2. 직렬파워로 작동되는 사회
3. 한국의 병렬파워

3장 미래를 만드는 힘 2 코어심벌
1. 국가의 목표와 지도자의 의무
2. 일본의 코어심벌
3. 중국의 코어심벌
4. 미국의 코어심벌
5. 한국의 코어심벌

4장 미래를 만드는 힘 3 혁신생태계 구축력
1. 새로운 시대의 도래
2. 한국만의 새로운 길
3. 사이클로 바라본 한국의 역사
4.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혁명
5. 공론장의 중요성
6.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를 위한 혁신생태계 조성

저자 소개 

저 : 권광영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삼성의 인재사관학교인 삼성인력개발원과 삼성생명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삼성그룹의 교육과 SSP코치로 인재교육, 리더 코칭, 변화관리, 프로세스 혁신활동을 담당했다. 그 후 흥국생명, 위더스 제약에서 임원과 한국지식경영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또한 영국 KBIM에서 펀드매니저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환경변화에 대응한 생보 포트폴리오 방향에 대한 고찰」로 보험감...

책 속으로

한국은 40년 주기로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전략적 대전환기가 40년마다 도래하는데 30년 전후에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2024~2030년은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시기로 한국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점에 도달해 있다. 지금이 여느 주기와 다른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 p.27

서유럽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중세의 생각과 사상의 구축물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근대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갑각류가 성장하기 위해 허물을 벗듯이 생각과 사상의 구축물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문명과 나라의 발전은 자기성찰을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곳에서 일어났다.
--- p.41

모든 국가의 개혁은 계승維과 개조新 과정에서 대중과 반대파마저 인정하는 명분과 핵심적 가치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권위가 있는 중심이 확고하면 저항을 줄이면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은 국가통합과 국민통합의 방식을 고대 일본의 천황제에서 형식을 가져와 새롭게 채워 넣었다. ‘복고’와 ‘혁신’이라는 모순되는 두 요소로 새로운 일본을 만드는 축이자 통합의 상징으로 천황을 전면에 내세웠다. 근대화를 위해 문명개화와 식산흥업殖産興業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일본주의의 축으로 근대 천황제를 형성하고 강화한 것이다. 이름하여 이중의 근대화라고 할 수 있다. 서구화로 일본의 모든 것을 대체한 게 아니라 천황제를 강화하면서 그 위에 서구화를 쌓는 복층적 구축물로서 메이지 유신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유維가 먼저 놓이고 그 뒤에 신新이 놓였다. 일본인의 심층 속에 흐르는 ‘토착적 세계관의 집요한 지속’과 ‘중층重層적인 문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170

한마디로 한·중·일의 동북아시아는 영·프·독의 서유럽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죽음의 조’에 속해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세계 2위와 3위인 막강하지만 ‘날카롭게 벼려 뾰족한’ 혹은 ‘어둡고 칙칙한’ 이웃들과 천년만년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사 갈 수 있는 처지도 못 되거니와 이웃과 단절한 채 지낼 수도 없다. 그러면 이런 난감한 이웃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은 저서 『조선책략』에서 구한말의 조선이 국제 정보에 어두워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표류하는 딱한 신세를 보고 ‘지붕에 불난 줄도 모르고 처마 밑에서 재잘거리는 참새와 제비 같다.’라고 꼬집었다.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단순히 ‘내가 잘해주면 상대방도 잘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 중국과 일본에 접근했다간 큰코다친다. 정말 난감한 이웃들이다. 우리가 지혜를 모아 잘 헤쳐 나가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 p.310~311

17세기 중반에도 조선에는 민간 출판사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에는 출판사가 200여 개나 성행했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이건 조선이 일본의 칼에 의해 망한 게 아니라 조선이 가장 뛰어났던 분야인 지력에서 뒤졌다는 뜻이다.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18년간 귀양살이 경험을 다룬 『목민심서』를 1818년에 완성했다. 그러나 출간된 해는 1902년이었다. 관리의 부정부패와 당시 사회상이 담긴 서적 또한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러한 책이 출간됐다면 깨어 있는 선비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던져주었을지 모른다. 다산 서거 100주년을 맞이하여 안재홍과 정인보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통해 비로소 1938년 다산 전집인 『여우당전서』가 간행됐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반면 일본에서 출판·인쇄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은 에도시대 때부터였다. 출판혁명의 시작은 일본답게 포르노 소설로 시작됐다. 그 효시는 1682년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 1642~1693)가 쓴 포르노 소설인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이다. 제목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이 색을 밝히는 남자 주인공의 섹스 라이프를 담았다. 이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자 이를 계기로 이전 시대에 강조됐던 계몽이나 훈계조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재미있고 오락적인 소설 중심의 출판시장이 형성됐다. 18세기 말 일본은 인과응보를 주제로 한 창작 판타지나 이세신궁 참배 여행을 다룬 스토리물 등 연간 수백 종의 신간을 발행하는 활발한 상업출판 시대를 맞이했다. 일본 막부의 참근교대제로 인해 가족을 고향에 두고 온 에도의 사무라이들이 소일거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p.501

사대부 사회인 조선에서는 당연히 방치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꺼져가는 조선에 최후의 희망이었을지 모르는 기회들은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지식의 최전선에서 불을 지르는 화전민 같은 선구자가 있더라도 사회 분위기와 민간 출판문화가 받쳐주지 않으면 이내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탁월한 사상가와 문학가가 있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조선에는 그 인물의 주장을 실어줄 인프라도 그의 재능에 스위치를 켜줄 환경도 전무했다. 1719년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신유한이 남긴 『해유록』에 일본의 놀라운 민간 출판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 p.523

식민 지배와 분단체제 같은 근대 사회의 왜곡과 굴절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 변질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특히 독서문화에서 극일克日이 되지 않으면 한국은 선진국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일본에 또 치욕을 입을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자기부인이 필요하고 우리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부당하게 상처 입은 것, 우리가 놓친 것, 우리가 아직도 배우지 못한 것, 지금이라도 당장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역사의 판결이 또다시 승자를 결정할 때까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지닌 채 실력을 길러야 한다. 이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책으로 당신을 초청하는 초대장을 받아보시겠는가.
“책은 여전히 지식의 총화이고 정보의 정수이며 지혜의 저장소다. 무엇보다 책은 특정 주제에 관한 흩어진 지식과 정보를 선별하고 종합해 하나의 서사적 전체로서 조감하는 눈을 제공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러한 눈을 자기 안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 p.546

다시 말해 시스템이 우수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깨끗해지는 제도, 점점 똑똑해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 조선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 또한 폐쇄적인 사회였다. 그리고 그 시스템마저 무너지자 번영의 동력을 상실한 조선은 후진기어를 당기며 쇠망衰亡을 향해 달려갔다.
--- p.692

헌법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약속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오늘날 주장하는 자유, 평등, 공정, 행복추구권 등은 현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약속이자 그 약속을 향해서 현재를 변혁하는 힘이다. 헌법은 국민에게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권력자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에게 동일한 가치가 부여되고 의지의 일치를 이루어 드디어 하나 되는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p.777

지금도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따라서 정치인은 한 세대 뒤에 다시 평가해야 한다. 정치가를 평가할 때는 그를 뽑지 않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의 관점이 반드시 반영돼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이라는 직위가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보증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되며 다른 나라들과 경쟁해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자리여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인은 나의 출세보다 ‘우리의 승리’를 지향하는 삶을 사는 존재여야 한다. 진보, 보수를 넘어서야 한다. 우수한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고 계속 보완하여 후손들의 삶이 부유해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p.792

왕조국가가 엄격한 계층구조로 이뤄진 직렬구조라면 현대 선진국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병렬화된 구조로 되어 있다. 집단지성도 이런 병렬파워의 산물이다. 한국의 성취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재능을 결집한 데서 이뤄진 것이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지도자의 ‘나 홀로 경쟁’이 아니라 정치권, 정부, 민간기업, 국민까지 합세한 ‘국가 대항전’이 될 것이다. 노동과 자본 같은 직접 투입요소뿐만 아니라 기술과 경영혁신, 법과 제도, 노사관계, 문화 등이 국가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를 결정할 것이다.
--- p.862

코어심벌은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며 우리 내면의 제어 시스템이다.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여러 가지 선택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대안을 고려할 시간이 없다. 그럴 때 코어심벌이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또한 코어심벌은 정치적·윤리적 수사가 아니라 공동체의 핵심 전략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민족이나 핏줄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가 중심이 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한 세기가 지나면 이 땅은 민족 유무를 따지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힘과 역동성의 원천으로 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무수히 생겨날 개별적인 풀뿌리 공동체들을 통합할 코어심벌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 p.994

역사는 불친절하다. 띄엄띄엄 읽거나 몇몇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늘 헷갈릴 수밖에 없다. 한국을 설명하려면 IMF가 나와야 하고 그 이전의 1987년의 민주화, 1960년대의 4·19와 5·16, 잊지 못할 6·25전쟁과 해방, 그리고 1910년 식민지까지 이것이 한 세트다. 어느 것 하나라도 떼어놓고는 한국사는 보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30년을 버틴 일본의 내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30년을 잃어버렸어도 세계 3위다. 만약 우리가 잃어버린 30년을 지나야 한다면 일본처럼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한다. 지금 나와 당신이 서 있는 그곳에서 과연 우리는 생존할 준비가 돼 있는지 다시 점검할 때다.
--- p.1027

1단계 주체세력 형성
2단계 임계질량 도달
3단계 창조적 소수자 등장
4단계 공론장을 통한 확산
이것은 서구가 겪어온 결정적 순간을 네 가지 장면으로 재구성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변곡점들에 주목한 것이다. 창조적 소수자들은 최초의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서 기술 혁신을 이루어냈다.
--- p.1052

출판사 리뷰

서유럽 도약의 순간을 네 장면으로 재구성하고
근대화의 우등생, 메이지 일본의 세 가지 발명품을 분해하다


1부에서는 처음 ‘근대의 하늘’을 발견한 서유럽의 인식혁명을 추적하고 근대화를 이루기까지 거쳐온 도약의 순간을 네 장면으로 재구성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변곡점에 주목했다. 인식혁명은 다음 네 단계를 거쳐 사회를 변혁했다.

▲ 1단계: 창조적 소수자의 출현
▲ 2단계: 주체세력 형성
▲ 3단계: 공론장을 통한 확산
▲ 4단계: 임계질량 도달

한 사회가 변화하려면 창조적 소수자가 시대를 관통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구체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주체세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체세력, 즉 유능한 참모진이나 협력자들이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부단히 노력하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세를 형성해서 밀어붙여야 한다. 이러한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조금씩 모이기 시작해 작은 물꼬가 되고 이어 큰 물줄기가 된다. 그렇게 축적되어 임계질량에 도달하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아웃사이더로 살던 유대인들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부각된 까닭도 이러한 인식혁명의 과정을 통해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기에 가능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특히 근대 유대인의 인식혁명 주역으로 곱사등이인 모제스 멘델스존을 꼽는다. 그는 개신교 세계에서 루터가 한 일을 유대교 안에서 했다. 훗날 유대교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하는 유대인으로 부화할 ‘위험한 알’을 그가 낳은 것이다.

2부는 근대 일본의 3대 발명품을 통해 어떻게 일본이 서세동점의 도전을 맞이하여 ‘필사의 도약’이 가능했는지와 일본의 근원적 열등감에 대해서 분석한다. 메이지 유신의 주체세력이 발명한 3대 발명품은 일본을 근대국가로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첫 번째 발명품은 ‘이와쿠라 사절단’으로 대표되는 근대화에 대한 일본의 필사적인 배움이다. 일본이 선택한 그 차별적 역량의 원천을 찾아보고, 유신의 주체세력이 남보다 앞서 변화를 읽고 선진문물을 과감히 수용한, 무모할 정도의 비전과 야망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두 번째 발명품은 ‘근대 천황제’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은 국가통합과 국민통합의 방식을 고대 일본의 천황제에서 형식을 가져와 새롭게 채워 넣었다. ‘복고’와 ‘혁신’이라는 모순되는 두 요소로, 새로운 일본을 만드는 축이자 통합의 상징으로 천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결국 천황제는 한 번은 희극으로, 또 한 번은 비극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발명품은 일본인에게 죽을 자리를 정해주는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사의 정치화, 정치의 제사화’로 국민 총동원 체제를 정당화했다. 이 세 가지 발명품의 조합으로 일본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앞으로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조합할지 그것은 일본의 선택이다.

3부는 근대화를 위한 7가지 필수요소를 도출한 다음 조선의 제반 상황들을 일본과 서유럽의 제반 상황과 비교한다. 근대화의 필수적인 7개의 요소를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속살이 다 보인다. 넉넉한지 궁핍한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회인지 고리타분한 전근대 사회인지가 읽힌다. 문화도 보인다. 일본의 7개의 필수요소는 일본의 문화를, 조선의 7개의 필수요소는 조선의 문화와 실체를 다 드러낸다. 7가지 필수요소는 다음 3단계로 묶을 수 있다.

1단계는 신분해방과 함께 의무교육·징병제·조세제도라는 근대화의 필수요소인 세 가지 정책이다. 근대화의 기초는 의무교육의 실시, 징병제, 근대 조세제도라는 세 가지 정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근대화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개혁이다. 다만 서유럽은 숨겨진 능력을 밖으로 펴내는 진화evolution를 도모하는 데 목표를 두었고, 조선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사회만 복잡해지는, 다시 말해 안으로 돌돌 말리는 퇴행involution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2단계는 H형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H의 한 축으로 하드웨어는 도로, 철도, 상·하수도, 통신 등이다. H의 또 한 축으로 소프트웨어인 출판·언론문화가 활발해지면서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확대됐다. 근대화는 기본적으로 속도혁명을 불러온 철도의 시대이자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인 혁명을 가져온 신문과 잡지의 시대였다. 서유럽 전역이 신문과 각종 인쇄물로 가득한 세상이 되면서 낡은 중세가 도태되고 사회 구조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의 순간에 도달한 것이다. 이 장에는 프랑스 혁명의 도구가 된 포르노그래피, 대제학을 지닌 사대부가 요리를 하고 최대의 실용 백과사전을 남긴 서유구 등 재미있는 사례들이 풍부하다.

마지막 3단계는 근대적 시장경제 제도의 정착, 소유권의 보장, 근대적 기업 제도와 상법,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 등으로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치 사회가 정착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데 고종이 만든 헌법은 처음부터 근대라는 위성궤도를 조선의 하늘에 올릴 생각이 없었고, 왕 자신의 시간과 왕 자신의 공간과 왕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아닌가, 강하게 의문을 던진다.

미래는 세 가지 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 힘은 병렬파워, 코어심벌, 혁신생태계다


4부는 선진국들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근대화 시기에 제기했던 심원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우리 스스로 응답하고, 대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의 미래를 만들 세 가지 힘을 제시한다.

⑴ 강한 파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수평사회, 즉 병렬파워로 장착된 사회를 만들어야 세계무대에서 앞서 나아갈 수 있다. 정치권력이 비대해지면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며 사회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정치, 경제, 언론, 교육, 과학기술, 종교, 시민단체 등 각자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약 12종의 다원적인 병렬파워 단위들이 건강하게 형성돼야 한다.

⑵ 지속적인 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혁신생태계를 구축하여 생태계 차원에서 경쟁력을 향상해야 한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모방해서는 이제는 답이 없다. 고령화 사회, 고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10만 달러(1인당 국민소득), 15만 달러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거기에 적합한 인재들을 육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생태계 구축이다. 오늘날 세계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생태계 간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 초일류 전쟁터의 게임 룰은 약육강식이 아니라 ‘훌륭한 생태계를 누가 더 많이 갖고 함께 성장하느냐’의 게임이다. 이제 세상은 이미 오픈소스가 점령했고, 모든 세계적 기업은 오픈소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의식의 베이스캠프’를 올려야 한다. 초일류 전쟁터의 게임의 규칙은 약육강식이 아니라 ‘훌륭한 생태계를 누가 더 많이 갖고 같이 성장하느냐’의 게임이다.

⑶ 사회를 통합하고 보편적 가치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코어심벌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해야 하는가? 린치핀 역할을 하는 코어심벌을 잘 정립해야 한다. 코어심벌이 있어야 선진 문명으로 향하는 권력(병렬파워)과 부(혁신생태계)라는 두 바퀴가 잘 굴러 갈 수 있다. 린치핀linchpin은 본래 ‘마차나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을 의미한다. 비록 작은 부품이지만 린치핀이 없이는 바퀴가 지탱할 수 없어 결코 멀리 갈 수 없다.